그 시발점은 유희왕을 같이하는 제 친구였네요. 뭐가 계기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제가 어느 미소녀 캐릭터를 심도 깊게 언급하는 거 보고 이런 거 관심이 있었냐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참 묘한 것은 그 친구가 일본에 여행을 갔을 때 제 부탁을 받아서 제가 수집하는 카드들 구한다고 엄청 고생한 건 아직도 기억하면서 뭔 카드를 샀는지는 하나 빼고 그때 다 잊어버린 듯하네요. 관심이 아예 없으면 소위 미소녀 카드들 같은 거 사겠습니까...?
서브컬처 관련으로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특히 유희왕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반쯤은 의식적으로 유희왕 관련 얘기만 하는데, 거의 대부분 듀얼을 한 얘기나 카드 효과나 덱 얘기고, 유희왕 애니메이션 얘기를 안 하는 건 아닌데 이러한 연출이나 표정이 인상적이었거나 하는 부류의 이야기를 주로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유희왕 세계관에 살고 있다면 사람을 성별 같은 게 아니라 듀얼리스트인지 아닌지로 먼저 판단할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네요. "남녀노소 관계없다, 듀얼을 할 수만 있다면!" ...같은 느낌?
유희왕 매장에 갔었는데 거기서 저와 자주 이야기 하는 분 중 한명이 제가 가지고 다니는 미소녀 카드를 보고 하시는 말, "그런 것에 관심 있었어요?" 아니 이거 년 단위로 가지고 다녔는데요... 잠시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제 행동을 돌아보니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닌데, 그래도 그런 말들을 들으니 생각보다 충격이었었네요.
음악 소설 애니 만화 게임 다 좋아하는 듀얼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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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콘스탄티노스XI
2017-11-16 09:34:53
~~듀얼리스트님은 진성 카드파 아니었습니까? 마치 모 버섯머리 10대처럼요!~~?음...저같은 경우엔 2D 미소녀에 대해선 관심이 참 많은데 현실쪽에는?관심이 거의?없어서(소개팅도 한번 안나가봤습니다....) 교수님한테 희한하다는 말도 들어봤습니다(....) 하여튼 그러니?한번 미소녀 카드 컬렉션을 보여주셨으면...헤헤...(긁적긁적)
마드리갈
2017-11-16 16:57:47
주변의 반응이 상당히 이상하네요.
특정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과 특정 분야에 무관심한 것은 배타적인 개념이 아닐텐데요. 어떻게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그 자체가 신기해요. 왜 그런 것인지...
한 사람이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을 수 있다 보니, 전 듀얼리스트님이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역시 각인각색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닌가 보네요.
Dualeast
2017-11-16 18:58:11
유희왕 얘기만 하니까 유희왕에 관심이 많다 못해 유희왕에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니려나 싶네요. 뇌까지 듀얼로 가득 찬...
SiteOwner
2017-11-18 15:13:23
말씀하신 사례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확증편향의 주요 사례로 봐도 되겠군요.
명시적으로 "이 분야에는 관심없음" 이라고 선언한 것도 아닌데, 특정분야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관심이 없다고 속단한다든지, 역으로 본업 이외의 특정분야의 언급을 본업에의 소홀함으로 해석하는 등의 문제는 의외로 간과하기 쉬운데, 그것들이 왜 문제인지조차 깨닫지 못하는 게 여러모로 좀 그렇습니다.
콘스탄티노스XI님께서 말씀하는 것처럼, 저도 그 문제의 미소녀 카드가 무엇인지 좀 궁금해졌습니다.
Dualeast
2017-11-19 22:54:49
해당 카드는 이렇습니다. 저는 보자마자 이거다! 싶다는 느낌이 왔었네요.
Papillon
2017-11-20 15:32:39
사람들은 흔히 A를 좋아한다면 그와는 다른 성향인 B는 그리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이와 같은 착각의 원인은 "좋아하는 것(What)"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 사람이 그걸 "좋아하는 이유(Why)"까지 미루어 짐작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갑이라는 사람이 "Fate 시리즈"의 메데이야, "아카메가 벤다"의 에스데스, "진연희무쌍"의 손책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이걸 듣게 된 을은 갑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의 공통점으로 갑의 취향을 추측합니다. 해당 캐릭터는 전부 누님계 캐릭터이니 갑은 누님 캐릭터를 좋아하는구나 하고요. 그런데 나중에 갑이 말하길 "바키 시리즈"의 하나야마 카오루와 "오버로드"의 아인즈 울 고운을 좋아한답니다. 이에 을은 혼란해 합니다. 자신이 확신하고 있던 갑의 취향이 사실과 어긋낫거든요. 사실 갑이 좋아한 것은 단순히 누님계 캐릭터가 아니라 "자신의 세력에게는 따뜻하지만 적에게는 냉혹해질 수 있는 인물"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자신이 아는 것 이상의 것에 대해 함부로 추측하다보니 일어나는 현상이죠.
Dualeast 님의 사례와는 별개로 저도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제가 미소녀 캐릭터들을 좋아한다는 걸 알아요. 그 분들과 대화를 해보니 그 분들이 말하는 "여자에게 관심이 있다"는 말 그대로 "관심이 있다"의 의미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요컨데 여성과의 연애를 위해 기존 취미를 즐기기 위한 시간이나 금전에서 손해를 보는 것을 감수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느냐였죠.
Dualeast
2017-11-21 13:21:35
저는 그래서 그냥 물어보는 편...
저는 애초에 여성이라는 존재에 관심이 있는지부터 의심을 샀으니 음... 그나저나 본인의 사례는? "연애에 관심이 없다"가 더 가깝지 않으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