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에 창설되어 지금도 지속중인, 유명한 대체역사설정 사이트로 일 베티사드(Ill Bethisad)라는 것이 있어요. 폴리포닉 월드가 목표하는 것이 일 베티사드를 뛰어넘는 것이기도 해서 자주 읽고, 또한 벤치마킹을 하고 있기도 해요.
그런데, 여기에 묘사된 한국을 보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아요. 한국의 지위가 썩 좋지만은 않으니까요.
일단 일 베티사드 위키의 한국을 볼까요?
한국은 여기서 Corea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독립국가가 아니라 일본제국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어요.
일단 청일전쟁(1894-1895) 이전까지의 역사는 동일하지만, 시모노세키 조약 이후부터가 달라지고 있어요. 독일, 프랑스, 러시아의 3국간섭 때문에 일본은 청에 요동반도를 반환해야 했던 것과는 달리 25년간 추가조차를 할 수 있어서 체면치레를 했어요.
그리고 1896년 아관파천 이후도 꽤 달라졌어요. 현실세계에서는 고종이 1년 뒤에 환궁하여 대한제국을 선포하지만, 일 베티사드에서는 일본이 고종을 퇴위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결국 순종이 왕위에 일찍 오르게 되어요. 러시아의 영향력은 그만큼 약해져요. 게다가 1903년이 되자, 순종은 친러파 관료들을 대거 축출하고 이게 러일전쟁을 촉발시켰어요. 결과는 일본의 승리, 그리고 일본은 현실세계에서보다 더 많은 영토를 얻게 되었어요. 카라후토(=사할린) 전토는 물론이고 연해주까지 얻었으니까요.
일본의 한국 병합과 그 사정도 크게 달라졌어요.
한일합방은 공식적으로는 일어나지 않아서 한국이 주권과 군대를 그대로 보유하게 되었으며, 메이지 천황이 현실세계보다 이른 1906년에 죽었기 때문에 일본의 제국주의적인 성향도 꽤 약화되었어요. 그리고 1912년에 동아연방이 결성되었어요. 이건 현실세계의 대동아공영권과는 전혀 다른, 서구 제국주의에 맞서고 공영을 도모하는 동아시아의 평화체제예요. 그리고 이것을 동남아시아에까지 확장할 계획이었다고 해요.
1920년에는 청이 실지회복을 명분으로 침략하고, 일본이 군대를 파견하지만 청이 한국을 장악해서 왕조를 폐지해 버려요. 그리고 청 황제의 친척을 한국의 왕으로 봉해서 속국으로 만들어 버리지요. 그 이후 일본이 한국의 저항운동을 비밀리에 지원하게 되어요. 결국 1942년에서 1951년까지 일본내전이 벌어지게 되고, 1949년까지 한국은 청에 종속되어 버려요.
한편, 1937년에서 1949년까지 대동아전쟁이라는 것이 일어나서 청이 패하고, 한국은 독립해서 경성에 임시정부가 세워지지만, 각 정파의 싸움이 끊이지 않게 되었어요. 왕당파와 공화파가 대립하는 식으로. 게다가 공산주의자 등의 군소세력까지 가담해서 정국이 대혼란에 빠지는데, 1956년에 일본이 군대를 파견하여 내홍을 평정하고 임시정부를 수립해요. 결국 이전의 조선왕조와는 다른,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게 되어요. 초대는 일조(1960-2004), 2대는 학종(2004-2006).
이 한국은 상당부분 자치권을 얻어서 일본의 황실의 영향력이 다소 제한되어 있어요.
그리고 왕당파는 협정의 효과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공화파는 언젠가는 황제라는 것도 허울뿐인 존재가 될 것을 기대해서 입장은 크게 달랐지만, 일단은 1960년의 협정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게다가 일본의 보호가 러시아나 되살아난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에 맞서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깔려 있었어요.
일 베티사드에서는 한국이 일본의 일부로 존재하지만, 한국인과 문화가 탄압받지는 않고 있고, 오히려 일본인과 한국인에 법적 차별이 없고 차별이 금지되어 있는데다 일본과 한국 문화의 상호존중을 권장한다는 것이 특기할 사항이 되어 있어요. 그리고 한국 내에는 분리주의자들이 있긴 하지만 활발하게 활동하지는 못하는 상태에 있어요.
포럼의 여러분들은 이렇게 묘사된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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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2013-02-28 17:16:56
서로간에 평화롭게 된 것은 좋은 거 같지만, 그래도 껄끄러운 건 별 수 없네요;;; 뭔가 한국이 뭉개지는 느낌;;;;;
대왕고래
2013-02-28 17:32:25
쫄병 중의 상쫄병이 되어서 편하게 있느니, 주권을 갖고 사는 게 낫죠.
그래서 껄끄럽게 느낀 것일지도...
마드리갈
2013-02-28 17:24:52
아무래도 취급이 참 안좋게 되어 있죠?
게다가 한국이 뭔가를 주도적으로 한 것은 전혀 없고, 그냥 일본과 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어요. 애국심 차원을 떠나서, 그냥 저렇게 힘없이 타율적으로만 행동하는 국가가 존속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 들어요. 저렇게 아무 것도 못하는데 뭘 믿고 자치권을 대거 부여해 주는지...
일 베티사드를 보면, 뭐랄까 국가의 역량이 상당히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물론 창작물의 방향성이 그런 것은 감안해야 하지만...
잡것취급점
2013-02-28 21:49:49
제가 이 설정에 대해 불쾌하게 느낀 것은 대동아공영권이 한국인에게 있어 유토피아에 가까운 정도로 좋게 묘사되는 것 때문입니다.
"차별 없는 나라, 두 민족이 동등한 나라, 하지만 독립 요구는 무(無)다무(無)다!"
마드리갈
2013-02-28 19:45:54
국가는 기본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지구상의 자원은 제한되어 있으니까 자원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직접 전쟁으로 뺏지 않더라도 중요한 지역을 타국이 뺏지 못하게 선점해서 막는 방법도 얼마든지 구사할 수 있어요. 보호국으로 만든다든지, 패권국이 자국을 중심으로 관련 국가들을 묶어 블록을 형성한다든지 하는 것도 그러한 사고방식의 연장선인데, 일 베티사드에서는 그러한 전제가 없어요. 그래서 뭔가 이상하게 보이고 의문이 제기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예요. 현실세계의 대동아공영권이 허울좋은 이상에 불과한 것도 위에서 말한 본질을 넘어설 수 없으니까요.
잡것취급점
2013-02-28 18:47:34
대동아공영권이 정말로 "아시아 국가들을 지키기 위한 방패" 같은 게 되었다는 묘사가 좀 역겹네요. 아무리 대체역사 속 이야기라지만 실제 역사에서 일제가 그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서 아시아에서 한 짓 때문에 말입니다.
잡것취급점
2013-02-28 18:44:24
그냥 쭈구리가 된 것 같네요. 일제강점기 때 일제의 회유에 넘어간 조선의 자치론자들이 주장한 자치독립론이 실행되었다면 저런 모습이었겠군요. 솔직히 메이지 천황이 일찍 죽었다고 해서 그 밑에 있던 제국주의적인 내각이 실제 역사에서보다 침략성을 덜 드러내리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잖습니까? 일제의 헌법에나 천황이 절대군주처럼 묘사되어 있지 실제로는 실권자가 아니니까요.
마드리갈
2013-02-28 22:06:11
계몽군주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이 좋았고, 그래서 정면에 나설 수 있었어요.
그 뒤로는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었지만요.
잡것취급점
2013-02-28 21:50:22
메이지 때는 군주가 국정에 꽤 관여할 수 있었나 보군요.
마드리갈
2013-02-28 19:53:19
그냥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데 자치권을 준다는 게 뭐랄까...
그나마 메이지 때는 군주 자신이 직접 나섰지만, 그 이후는 그냥 허수아비...모든 것은 내각과 군부가 이끌고 간 것이었어요.
일 베티사드의 기여자들의 개별성향은 잘 모르겠지만, 지역적 분포를 보면 한계가 보인다 할까요?
http://ib.frath.net/w/The_List
잡것취급점
2013-02-28 22:16:25
근데 저 일 베티사드의 동아연방은 일본 빠돌이, 빠순이에게 있어서는 이상향이네요.
잡것취급점
2013-03-01 00:22:07
이런 사례를 볼 때마다 저는 "이 세상의 국가란 비도덕적인 국가와 그보다 덜 비도덕적인 국가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드리갈
2013-02-28 22:51:08
그들의 뇌내망상 속 이상향이랄까요.
그런데, 어느 나라가 되었건 간에, 저렇게 행동해 줄 나라는 없다는 걸 알아야 할 거예요. 폴리포닉 월드에서 가장 강력한 이상국가 뉴프러시아조차도 저렇게 행동하지는 못해요. 19세기에는 독일제국의 일부로서 영토확장을 위해 영국과 연대하여 포르투갈의 식민지를 모략과 전쟁으로 뺏고, 20세기에 들어 독일공산화로 망명왕조가 설립되어 분리된 이후에는 꾸준히 대서양 및 지중해 문제에 간섭하니까요. 게다가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서 선교행위에 무자비한 탄압을 가하고 있기까지 하구요.
트릴리언
2013-02-28 23:26:46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거의 참여하지 못한게 저렇게된 원인으로 보여져요(...)
마드리갈
2013-03-01 05:30:35
그것도 그렇겠지만, 한국을 일본과의 별개의 국가로 인식하지 않고 Second Japan으로 여기는 안일한 사고방식이 팽배하기에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그 많은 참여인원 중에 반대한 사람이 없을 정도면 인식수준이 참 낮은 거라고 봐요.
프리아롤레타냐
2013-03-01 04:17:06
윽 어딘가 허점이 있다든가 하는건 아니지만 역시 자국인으로서 조금 껄끄러운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ㅠ.ㅠ...
우리나라 역사의 큰 아픔이다 보니 ;ㅅ;....
프리아롤레타냐
2013-03-01 04:19:59
네에 맞아용...
마드리갈
2013-03-01 05:31:10
네, 이 화제를 한번 다루고 싶어서 줄곧 아껴 뒀다가 어제 썼어요.
잡것취급점
2013-03-01 05:23:56
오호! 의도된 것이었나요?
마드리갈
2013-03-01 04:36:24
삼일절을 맞으면서 다시 생각해 보자는 의미에서도 2월 28일에 올렸어요.
전날부터 가슴깊이 되새겨 보는 것도 뜻깊으니까요.
잡것취급점
2013-03-01 04:19:13
공교롭게도 이 글이 올라온 날의 바로 다음날인 오늘이 삼일절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