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멧돼지 관련으로 체험해 본 것, 미디어를 통해 본 것 등이 몇 가지 있어서 여기에 써 볼까 합니다.
약간 돌아가서, 지비에 이야기부터 좀 해야겠군요.
지비에(Gibier)란, 야생조수의 고기를 이용한 요리를 지칭하는 프랑스어 어휘입니다.
어릴 때는 집에서 간혹 꿩고기를 먹었다 보니 지비에에 대한 거부감은 딱히 없었는데, 이 생각이 확 깨진 계기가 멧돼지고기.
우연히 멧돼지고기를 얻을 기회가 있어서 사용가능한 향신료를 최대한 동원해서 조리해서 먹어봤는데, 일단 냄새가 식욕을 떨어뜨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고기를 씹으니까 상당히 불쾌한 신맛이 받쳐 옵니다. 뭔가 안 좋은 것들을 마구잡이로 주워먹어서 그런 게 축적된 건가 싶기도 하고, 내장에 남은 분변이나 이물질이 썩으면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등이 유입된 게 원인으로도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 저희집에서는 맛없는 고기의 대명사로 멧돼지고기를 떠올릴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옆나라 일본의 멧돼지 관련 사정 3가지.
첫번째는 나가사키현 츠시마 섬, 통칭 대마도.
이 섬의 인구는 3만 2천명 내외로, 인구가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에는 7만명 정도였다고 합니다만 지금은 그 때의 반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섬에는 멧돼지 개체수가 7만마리 정도로, 인구의 배를 넘습니다. 그렇다 보니 재배하는 버섯, 목재용의 나무 등의 임산자원 보호를 위해 나무 주변에 울타리를 쳤다든지 덫을 설치했다든지 하는 게 잘 보입니다.
두번째는 히로시마현의 한 농업직 공무원의 아이디어.
히로시마현 내에서도 멧돼지가 농업에 끼치는 악영향이 꽤 있어서 여러모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합니다. 전기철조망을 설치해 보긴 하지만, 멧돼지는 피부가 두꺼워 닿더라도 별로 놀라지 않고, 전기를 더욱 세게 흐르게 하면 오히려 사람이 피해를 입을 위험도 커지기 마련이라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그런데 히로시마현의 한 농업직 공무원은 멧돼지의 생태를 역이용하여,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멧돼지가 농경지에 오기 힘들게 만들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 방법은 멧돼지의 코 정도 높이에 전기철조망을 설치하는 것.
멧돼지의 코는 대부분의 경우 젖어 있고 피부 자체가 두껍지 않습니다. 그러니 기존의 강한 전기를 흘리는 전기철조망이 아니더라도 일단 코에 감전되면 혼비백산하기 일쑤이고 그것을 학습한 멧돼지들은 그 지역을 피하게 됩니다. 그 농업직 공무원의 아이디어 덕분에 현내의 여러 지역에서 멧돼지 출몰에 의한 피해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번째는 후쿠오카현의 한 청년 이야기.
큐슈대학을 졸업한 어느 20대 청년이 이토시마에 연구소를 차린 이래 지비에 전문가가 되어 있습니다.
보통 살처분된 멧돼지들은 반 이상이 매몰처분되는데, 그 청년은 이것들을 활용해 볼 수 없을까를 고안한 끝에, 그렇게 살처분된 멧돼지들을 지비에 식재료로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하기로 하였습니다.
수렵면허도 갖고 있는 그 청년은, 엽사들과 함께 멧돼지 구제(駆除)에 나서고, 그렇게 잡은 멧돼지들을 도축하여 고급 지비에 식재로 변모시킵니다. 특히, 내장을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그 부분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가 전체에 퍼져서 악취와 잡맛의 원인이 된다고 하니, 내장 처리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렇게 가공된 멧돼지고기는 포장되어 지비에 요리용 식재료를 필요로 하는 여러 레스토랑에 판매되고 있고 그 뛰어난 품질이 고객들을 매료시킵니다.
그 청년은 이렇게 말합니다.
동물의 목숨을 끊는 그 순간이 괴롭지만, 생명이 마구잡이로 버려지기보다는 이렇게 가치있게 다시 태어나는 것이 보다 보람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일을 한다고. 그리고 그 마음을 담아 기도하는 모습에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멧돼지 관련으로 일본의 미디어에서 본 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회원 여러분들의 삶에는 멧돼지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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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7-12-24 21:37:49
돼지고기는 맛있는데 멧돼지고기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네요... 뭔가 안타까운 기분이...
제 주변의 멧돼지 이야기... 다른 건 없고, 학교가 산을 깎아 만들어서 그런가 1년마다 멧돼지들이 출몰하는 때가 있어요. 언제는 랩실 선배님이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셨는데, 멧돼지들이 도로 구석에서 나란히 일렬로 산책을 가고 있었죠. 이쯤되면 여기가 사람들이 다니는 대학인지 멧돼지가 다니는 랩실인지...
SiteOwner
2017-12-25 13:10:20
그 역한 냄새와 기분나쁜 신맛만 어떻게 할 수 있으면 괜찮을텐데, 그게 쉽지 않으니 문제입니다. 멧돼지고기가 육질 자체는 좋습니다만 예의 문제로 인해 식욕이 확 떨어지니...기후, 후쿠이 등 산이 많은 지역에서는 멧돼지고기를 넣어 만든 카레도 인기리에 판매된다고 하는데, 카레에 넣으면 그나마 좀 나은 건가 싶기도 합니다.
멧돼지가 일렬로 산책!!
상상만 해도 웃음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뭔가 사람을 닮아가는 것 같기도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