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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를 읽다가 생각난 것 하나

SiteOwner, 2018-01-08 00:14:52

조회 수
205

늘 가까이 하는 고전 중에 탈무드가 있다 보니, 이번에는 이것 이야기를 하나 할까 싶군요.


길 한가운데에 누군가가 파놓은 함정이 있고, 그 함정 속에는 가시덩굴이 어지럽게 던져넣어져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미리 보고 피했고, 어떤 사람은 그 함정에 빠져 고생 끝에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둘 중 누가 더 현명할까요?

이렇게 주어진 경우, 함정을 미리 보고 피한 전자의 사람을 현명하다고 대답하겠지요.

그런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과거에 이렇게 악행을 일삼았는데 회개해서 지금은 이렇게 선인이 되었다면서 존재감을 어필하고 감동을 주려고 사자후를 토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많은 사람들은 어려움을 이겨냈다느니, 개과천선했느니 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그를 숭앙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잘못을 단 하나라도 하지 말아야 좋은 인생이다 내지는 과오를 저지른 사람은 그냥 죽어라 하는 극단론을 말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되고, 그게 가능할 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하나 있습니다. 과오에 대해서 부끄러운 것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 자신의 과오가 남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려면, 그럴수록 삼가고 조심하면서 생활전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경구에서처럼, 비록 하는 행동이 선행이라 할지도 그걸 동네방네 떠들어서 좋을 것은 없는데, 하물며 과오에 대해서는 말을 더 해서 뭐하겠습니까.


나라 안팎으로, 역사의 승리자, 정의의 편, 개과천선의 표상 등을 표방하여 행동을 함부로 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그런 자들의 어리석음은 결국 자신들뿐만 아니라 몸담은 사회를 해치는 것일텐데, 깨달을지는 미지수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어리석음의 여파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8 댓글

대왕고래

2018-01-12 19:58:45

죄는 지워지지 않죠. 뉘우치고 있고 용서받았다고 해도 죄는 지워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요?

죄는 잊혀지지 않아야 하는데, 다들 죄를 잘 잊어주는 모양이에요. 너무 착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네요.

SiteOwner

2018-01-13 02:16:01

대왕고래님처럼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일반적이고 정상인 것이지요.

그런데 이 세상에는, 관점의 차이 뒤에 숨는다든지 하면서 그런 사실 자체도 부정하려 들려 하고, 이의제기를 입막음으로 탄압하는 움직임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사안에 따라서 판단기준을 달리하는 경우도 흔하다 보니 그야말로 요지경이지요.


한때 국내에서 반미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와 거의 비슷한 시대에 유행한 게 추축국, 특히 나치독일 관련 상징물 유행이었습니다. 이런 점에 대해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왜 추축국의 지배를 받은 비참한 역사가 있는 한국이 그 추축국의 일원인 나치독일의 상징물에는 관대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신랄하게 비평하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반 세대 두인 지금 현재진행형인 주변국과의 각종 마찰에서 보이는 사고방식 또한 그 때와 달라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Lester

2018-01-15 10:34:28

(도입부와 결론이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 느낌은 차치하고...)


다른 작품을 보면 '패배는 성공에 비해 훨씬 관대하다. 많은 것을 가르쳐 주니까(출처 까먹음)' 식으로 실패를 은근히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많은데, 오히려 현실에서는 반대로 실패보다 성공만을 중시하죠. 성공을 통한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일까요? 기왕이면 은메달보다는 금메달, 2등보다는 1등. 우승자는 영광과 대서특필과 유명세를, 패자에게는 무관심. 물론 승리한 사람은 그만한 노력을 했으니 응당 그만한 대접을 받는 것이 맞지만, 맨 윗줄에 썼던 대로 깨달음 그 자체는 저평가되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행착오 없이 한 방에 성공한 초인들만 넘쳐나는 느낌이에요.

SiteOwner

2018-01-15 19:19:50

도입부와 결론이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니, 대체 어디가 그렇다는 것인지요?

개과천선했다고 하면서 자랑하는 사람들의 오만함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 취지였고, 그런 자들이 여러모로 많이 보여서 우려스럽게 느껴져서 탈무드의 한 부분을 인용한 제 글의 어디가 그렇게 평가받아야 합니까?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논증으로 보여 주시면 됩니다. 포럼에서는 그렇게 논증하는 것에는 어떠한 제한도 두고 있지 않으니까,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Lester님께서 말씀하신 게 오히려 제 글의 취지와 안 맞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보십니까?

일단 저는 실패를 비난하자고 이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온갖 나쁜 짓을 일삼고 난 뒤에 회개했소 새 사람이 되었소 하는 몰염치를 일삼는 사람들의 그 사고방식은 결코 칭찬할 것이 못 되고, 그런 자들에 대한 숭배 또한 현명하지 못하다고 한 것이 제 글의 취지. 그런데 Lester님의 코멘트는 성공만을 추종하고 실패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취지라서 제 글의 논지에 적합한 것인지가 의문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듣겠습니다.


코멘트는 언제든지 해 주시면 되겠습니다만, 되도록이면 다음 로그인 시점에서 24시간 내에 회답을 주셨으면 합니다.

Lester

2018-01-17 00:59:30

"가시덩굴을 미리 보고 피한 것을 현명하다고들 한다"와 "과거에 악행을 저지르고도 선인이 되었다고 자기포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의 연관성을 모르겠다는 뜻입니다. 전자는 '예견할 수 있는 사람'이고 후자는 '반성할 수 있는 사람'이라, 인용이 잘못된 것 같다는 의미였습니다. 저는 전자, 즉 위험을 미리 피한 것과 위험을 겪어본 것의 차이에 집중해서 말한 것이고요.


물론 제가 필요 이상으로 곡해하여 받아들였을 수도 있습니다. 곡해가 맞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제 글의 어디가 그렇게 평가받아야 합니까?"라고 따지듯이 물어보시니 좀 당황스럽습니다.

SiteOwner

2018-01-17 18:29:41

일반적인 사람들은 발을 들여서는 안되는 범죄 등의 영역이 왜 나쁜지를 알고 현명하게 미리 피하는데, 어떤 범죄자 출신 목회자 등의 사람들이 자신을 포장하는 태도는 결코 그게 자랑할만한 일이 아닌데도 대단한 것처럼 떠들어대는 그 세태가 부조리하게 보이는 것이고, 그래서 글을 쓴 것입니다. 그런데 Lester님은 제 글에 대해서 이견이 있다고 하시면서 그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셨습니다. 게다가 이유는 전무하고, 제 취지와는 맞지 않는 코멘트를 하셨습니다.


자신의 글이 이상하게 읽힌 것 같다 싶으면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명확하고 납득가는 이유가 제시된 것도 아니고, 별로 중요하게 다루는 것 같지도 않고, 취지와는 크게 다른 의견이 제시되니, 왜 그렇게 평가받아야 하는 건지는 글을 쓴 사람으로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포럼에서는 이용규칙 차원에서도 회원 제6조에서 운영권한을 제외하면 회원은 모두 평등하다고 이미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Lester님께서 저에게 제기한 의문이 문제없듯이, 그 역의 경우 또한 문제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 입장은 이러합니다.

Lester

2018-01-18 09:28:02

보충설명을 보니까 이제 이해가 되네요. '범죄라는 가시덩굴에 걸렸다가 빠져나온 자신의 실수를 회개니 개과천선이니 하고 미화하는 것은 잘못이다'란 뜻이죠? 제가 제 감상을 말하면서 내용이 잘못되어 보인다는 점에 대해 근거를 들지 않은 것은 사과드립니다. 다음부터는 필요한 경우 제 의견에 대해 최대한 이유나 근거를 제시하겠습니다.

SiteOwner

2018-01-18 23:52:58

그러합니다. 그게 바로 제가 의도했던 것입니다.

굳이 사과하실 것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포럼에서는 누구나 합리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으니까, 그 전제하에 대화를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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