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루어 볼 주제는 일본어 속 근현대중국어 어휘.
역시 일본도 중국도 동북아시아의 한자문화권에 있는데다, 중국에서 일본으로 각종 문물이 전래되면서 중국어 어휘도 자연스럽게 전파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게다가 각종 문물이 여러 시대를 거쳐서 전파되었던 까닭에, 역사가 오래된 어휘들은 일본어의 체계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반면, 근현대의 것은 아무래도 외래어로서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이러한 어휘들은 중국의 특정지역 지명이나 음식, 게임 등에 꽤 많이 있어요. 게다가 관용구에도 의외로 자리잡고 있어요.
일단은 지명부터.
대체로 중국, 대만 등의 지명은 원칙적으로는 일본식 한자독음으로 발음하지만, 몇몇 경우는 예외가 적용되고 있어요.
- 북경(北京) - 광동어 발음인 페킹(ペキン)
- 상해(上海) - 표준중국어 발음인 샹하이(シャンハイ)
- 광동(広東) - 광동어 발음인 칸톤(カントン)
- 홍콩(香港) - 표준중국어 발음은 샹강이지만, 광동어 발음인 홍콩(ホンコン)으로 통용
- 하문(厦門) - 표준중국어로는 샤먼이지만, 일본에서는 민남어 방언인 아모이(アモイ)로 표기
요리 및 식재료의 경우는, 중국에서 기원한 것들의 상당수가 중국어 발음으로 통용되고 있어요. 아래는 대표적인 예시.
- 라멘(ラーメン) - 拉麺의 중국어 발음을 차용
- 챠슈(チャーシュー) - 叉焼의 중국어 발음을 차용
- 중화볶음밥(炒飯) - 발음은 원어발음인 챠오판을 간략화한 챠항(チャーハン)
- 고추잡채(青椒肉絲) - 발음은 친쟈오로스(チンジャオロースー, チンジャオロース 표기가 혼재)
- 마파두부(麻婆豆腐) - 발음은 마보도후(マーボーとうふ)로, 마파 부분만 중국식 발음
- 동파육(東坡肉) - 발음은 동포로(トンポーロー, トンポーロウ, ドンポーロウ 표기가 혼재)
- 태평연(太平燕) - 중국 복건성에서 유래한 쿠마모토의 면요리로 발음은 타이피엔(タイピーエン)
- 찹쌀탕수육(鍋包肉) - 발음은 꿔바로우(グゥオバオロウ)
- 회과육(回鍋肉) - 발음은 호이코로(ホイコーロー)
- 소롱포(小籠包) - 발음은 샤오롱파오(シャオロンパオ)
- 슈마이(焼売) - 카타카나 표기는 シューマイ
- 우롱차(烏龍茶) - 우롱의 카타카나 표기는 ウーロン
- 두반장(豆板醬) - 발음은 토반쟝(とうばんじゃん)
그런데, 좀 특기할 것은, 일본에서 탕수육의 경우는 스부타(酢豚)라는 역어를 쓴다는 점이죠. 뭐랄까, 한국에서 고추잡채라는 역어를 채택한 것과 상당히 좋은 대조가 되고 있어요.
볶음밥에 대한 어휘는 챠항과 야키메시(焼きめし)가 혼재되어 있는데, 지역별로 잘 쓰이는 어휘가 좀 다르지만 대체로 중화볶음밥을 챠항이라고 쓰는 편이예요.
중국 유래의 게임 중 마작은 대표적으로 중국어 어휘가 대거 등장하는 것. 사키 애니가 그래서 처음에는 대사를 알아듣기가 좀 어려운 편이었어요. 워낙 룰이 복잡다단하다 보니 모두 인용은 할 수 없고,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추려서 소개할께요.
- 마작(麻雀) - 발음은 마쟝(マージャン)
- 쯔모(自摸) - 카타카나 표기는 ツモ
- 텐파이(聴牌) - 카타카나 표기는 テンパイ
- 리치(立直) - 카타카나 표기는 リーチ
- 영상개화(嶺上開花) - 발음은 린샹카이호(リンシャンカイホウ, リンシャンカイホ― 표기가 혼재)
- 화료(和了) - 중국어 발음은 호라(ホ―ラ)이지만 일본어 아가리(あがり)로도 많이 읽음
이것 이외에도, 방향이나 수를 읽을 때 중국어 발음을 쓰는 경우가 꽤 있어요.
일상회화의 관용구 중에서도 중국어 표현이 쓰이는데, 대표적인 것이 멘쯔(面子) 및 모만타이(無問題).
멘쯔는 체면이라는 의미로 통하는데, 카타카나 표기는 メンツ. 한국에서 체면을, 얼굴의 일본어 어휘인 가오를 빌려서 쓰는 것과 의외로 비슷해요.
모만타이는 문제없다는 의미의 광동어이며, 1999년에 제작된 홍콩-일본 합작영화의 제목으로도 쓰였어요. 카타카나 표기는 モーマンタイ 및 モウマンタイ가 혼재되어 있어요.
이렇게 일본어에 편입된 근현대 중국어 어휘를 몇 가지 추려서 알아보았어요.
여러 언어를 하면서 느끼는 건데, 역시 글로벌한 시대이다 보니 배우고 구사하는 언어 속의 외래어에 대해서도 알아야 언어생활이 보다 좋아지겠어요.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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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키
2018-02-04 13:51:21
드래곤볼의 캐릭터 중에 챠오즈チャオズ 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발음에서도 짐작하시겠지만 한자 표기는 대놓고 교자餃子입니다.?이름 자체부터 교자(만두)의 표준 중국어 발음인 자오쯔를 그대로 일본어로 옮긴 것이죠.
그래서 극중에서도 아나운서가 "어디보자 이건 교자(ギョウザ, 餃子) 라고 읽는건가?"라고 하니까 본인이 "틀렸어, 챠오즈(餃子)."라고 정정해주는 장면이 나오죠. 포인트는 일본에서도 주로 교자ギョ?ザ 라고 읽는?표기를?굳이 챠오즈 라는 표준 중국어 발음으로 표기함으로서 같은 한자를 달리 읽는?말장난을 노린 것.
같이 나오는 천진반이 일본식 중화 요리인 텐신항天津飯에서 따온 이름이고, 초창기부터의 레귤러 캐릭터였던 야무치 역시 원본에선 중국 요리 얌차에서 따온 야무차ヤムチャ죠. 야무차와 같이 나와 활약했던 초기의 레귤러 캐릭터인 푸알(이쪽은 보이차의 중국어 발음 '푸얼')과 오룡(우롱, 이쪽은 원어 발음에서도 짐작하시겠지만 우롱차)은 중국의 차 이름. 드래곤볼의 초창기 컨셉이 본래 서유기의 현대식 재해석(그래서 주인공 이름이 손오공)?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당시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대체로 중국 계통인 것도 아마 그 이유일테죠.
시간이 된다면 드래곤볼의 네이밍 센스에 대한 글이나 가볍게 써볼까 싶네요.
마드리갈
2018-02-05 00:23:06
드래곤볼의 캐릭터 이름은 중화요리 이름에서 따온 거군요. 자세히는 모르고 있었는데, 역시 서유기의 현대식 재해석이라니까 그렇게 명명한 게 확실히 납득되어요. 재미있어요.
드래곤볼의 캐릭터 네이밍 관련, 기대되어요. 잘 모르는 작품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으니, 여러모로 기대되네요. 안그래도 주제별 캐릭터 작명에 대해 써 보려고 했는데, 제 기획과 같이 캐릭터 관련으로 여러모로 알아보는 기회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대왕고래
2018-02-05 00:18:59
우리나라는 보통 한자어를 그냥 음독하는데, 일본에서는 중국식으로 바로 읽어서 쓰는군요. 그건 또 하나의 차이점이네요.
영어에서도 프랑스어가 그대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는 걸로 아는데, 그게 생각나고 있어요. 조금 다른 케이스려나요...
마작 용어에서도 영상개화같은 경우는... 가타가나인 것으로 봐서 아마 중국식 발음을 그대로 쓴 느낌이네요. 우리나라에선 그냥 음독을 하고...
마드리갈
2018-02-05 00:34:08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일본어에서는 한자어를 사용하는 방법이 한국과 같은 한자어 음독 이외에도 음독과 훈독을 혼합하는 방법, 훈독만 쓰는 방법, 흔히 읽는 한자와 전혀 상관없이 한자를 임의로 갖다 붙이는 방법인 아테지(?て字) 등이 혼재되어 있어요. 본문에서 언급한 중국식 발음 인용은 그 중 네번째 방법인 아테지에 해당되고,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마작이 일본에 소개된 것은 개화기 때로 추정되고, 문헌상으로는 메이지 시대의 문인 나츠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가 1909년에 쓴 기행수필인 만주와 한국의 여기저기(満韓ところどころ)에 소개된 것이 최초의 기록으로 알려져 있어요. 확실히 그 점에서는 역사가 짧으니 마작 관련의 용어는 중국어 발음 준용에 카타카나 표기인 것이 많은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가기 마련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