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이 음악을 듣자, 저는 이 곡이 서로 다른 두 악곡이 섞여 있음을 알았고, 또한 그 개별 악곡이 뭔지도 확실히 알아냈어요.
이 영상을 보면, 일단 뒤에서 몽골 국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과, 연주되는 음악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해외거주 몽골인들의 친목행사같이 보이긴 해요.
연주되는 음악은 몽골인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노래인 하늘 위의 흰 구름(Задгай цагаан), 그리고 일본의 철도창가(鉄道唱歌)가 섞인 기악곡. 그런데 저는 몽골인도 일본인도 아닌 한국인이고, 두 원곡 모두 한국 내에서 대유행한 음악도 아니거든요. 그나마 철도창가의 경우는 강병철과 삼태기가 내놓은 노래인 삼태기메들리에 인용된 학도가의 원곡인 게 조금 알려진 정도.
또 한 곡을 소개해 볼까 싶네요.
이 곡은, 소련-러시아-우크라이나의 가수 소피아 라타루(София Ротару, 1947년생)가 1995년에 발표한 후타량카(Хуторянка, 작은 시골의 소녀).
영상의 처음부터 등장하는 가수가 바로 소피아 라타루이고, 중간에 들어오는 가수들이 파탑(Потап, 1980년생, 남), 나스챠 카멘스키흐(Настя Каменских, 1987년생, 여). 파탑 & 나스챠 카멘스키흐는 소피아 라타루의 저 곡을 리메이크하기도 했어요.
저 음악(원곡)을 접한 게 초등학교 고학년 때인 1990년대의 끝자락이었으니 거의 20년이 다 되어 가기도 하고, 그래서 아주 친숙할 뿐만 아니라, 일단 어릴 때 살았던 곳이 작은 농촌이다 보니 공감하고 향수가 느껴지는, 그런 것이죠. 원곡도 좋고, 저렇게 리메이크된 것도 반갑고...그래서 이걸 돌아보면 기묘하게 느껴지고 그래요.
이렇게 생기는 음악 관련의 정체성 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네요. 국적과 시대를 넘나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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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8-02-26 22:27:54
첫번째 곡은 두 곡이 섞였다는 것 자체를 몰랐네요. 그냥 저런 곡인가 했는데 저게 두 곡이 섞인 거였구나... 뭔가 관광버스에서 틀면 좋을 거 같은 느낌도 들어요.
두번째 곡은 처음 듣네요. 발음에서 확실히 러시아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듣고 있으니 음악이 왠지 인도스럽기도 하고 싶네요. 아니 러시아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으음, 저도 혼란이 일어나네요 이건.?
마드리갈
2018-02-27 09:02:36
첫번째 곡은 참 절묘하게 섞여서, 두 곡이 아주 위화감없이 잘 이어지고 있어요. 이렇게 편곡하기도 참 힘들건데, 누가 편곡했는지는 몰라도 정말 잘 되었어요. 관광버스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건 생각도 못했어요!!
두번째 곡은 사실 1990년대 후반 국내에서 발매된 적이 있긴 해요. 러시안 수퍼히트 시리즈 음반에 소피아 라타루의 원곡이 수록되어 있었죠. 그 CD가 집에 있고, 그래서 저희집은 일찍부터 러시안 팝을 접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예의 그 음반이 그다지 인기가 없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았고 게다가 러시안 팝은 언어의 장벽, 정치 및 문화에서의 거리감 등으로 애초부터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여지도 없었어요.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무리는 아닐 거예요.
대왕고래님께서 느끼시는 것, 사실 저도 그렇게 느껴왔던 것 중의 하나예요. 러시아의 문물 중 의외로 인도와 비슷한 게 좀 있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게다가 두 나라 모두 중국을 가상적국으로 여겨서인지, 외교관계도 가까운 편이죠. 두번째 곡의 가수들은 모두 현재는 우크라이나 국적이지만, 러시아에서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데다 출연 채널도 러시아의 TV방송이니, 러시아가 사실상의 근거지라고 봐도 좋을 수준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