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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과잉을 생각해 볼 사안

SiteOwner, 2018-02-27 23:16:27

조회 수
147

생활의 여러 단면 속에서, 그리고 대중매체 속에서 언어의 과잉 문제를 겪으면서, 말과 글을 이렇게 써도 괜찮을까, 그리고 왜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지적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열거해 보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연예인 등의 유명인에 관한 것들.
유명인들 사이의 교제를 왜 꼭 열애로 써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사랑에 경중을 따질 수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교제를 특별히 열애라고 써야 할 합당한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마치 열렬한 사랑이 명사들의 특권이라도 되는 것 같은 느낌도 들다 보니 언어의 과잉인 점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또 한가지는 연예인들이 방송프로그램에서 대화를 할 때 다른 연예인에 대해서 선생님, 선배님 하는 것인데, 그들 간에는 선생님이든 선배님이든 뭐든 될 수 있지만 시청자에게는 아무 관계없는 사안입니다. 그러니 그런 사적관계를 외연으로 확장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일본어에서처럼 외부인에 대해서 철저히 자신 쪽을 낮추라고는 말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한국어가 일본어가 아닌 이상 그럴 수도 없으니 그것까진 기대하지 않습니다만, 중요한 건 선후배 따지기보다는 시청자 쪽이라고 강조해 두고 싶군요.

두번째는 중국 관련의 것들.
중국의 문물이라고 꼬박꼬박 중국어로 쓰고 말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중국 관련을 중국어로 표현하는 게 뭐가 나쁜가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것만 생각해 봐도 그 생각이 옳지만은 않다는 게 드러납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을 쌩쓰기빙데이, 독일의 총리직위를 분데스칸츨러, 러시아의 성탄절을 라제스뜨보 등으로 일일이 쓰지 않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애초에 세계에 자국을 미국, 독일, 러시아라고 발음하는 국가는 없습니다. 중국의 문물을 무조건 중국어로 표기해야 한다면 왜 중국이라는 국명을 쭝궈라고 발음하지는 않을까요. 여기에서도 자기모순이 있습니다.
중국의 설 연휴를 꼬박꼬박 춘제(春節, 춘절의 중국어 발음)로, 중국의 해외여행객을 유커로 쓰는 꼴은 없어지면 좋겠는데 그게 백년하청일지.

세번째는 사이시옷.
한국어 문법에 이게 있고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남발되는 게 심합니다.
휘발윳값, 떡만둣국, 북엇국, 요릿집, 갯과, 고양잇과...합성어의 각 요소를 바로 알아볼 수 있게 쓰면 난독증이라도 발생한다는 것인지, 이런 예외투성이이고 좋지도 않은 문법은 간소화할 때도 되었는데 희한하게도 국어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장에서는 이런 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네번째는 정치 관련의 것들.
지키지도 못할 공약 같은 것, 그리고 구체적인 실현방안이 결여된 두리뭉술한 거대담론이나 마스터플랜 같은 것들. 그런 것은 들으려고 뽑아준 것도 아니고, 그런 것은 굳이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논리적이고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필요최소한의 말만 하면 좋겠는데 그러기가 그렇게나 싫은 모양입니다.
말잔치 대신 정책으로 말하는 게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애니 성우의 목소리를 즐겨 듣기도 바쁜 마당에 좋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은 정치인들의 목소리까지 감상해야 할 여유 따위는 없기도 하니까요.

언어의 과잉 문제는 일단 포럼에서라도 없어야겠죠.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시작이라도 하지 않으면 언어의 과잉은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18-02-28 00:42:29

중국 관련에 대해서는... "굽신댄다" "손님에 모든 것을 맞춘다"는 느낌이 보이네요. 그것은 다른 나라와의 대화의 자세가 될 수 없죠. 대화의 자세는 일단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다른 나라는 "어르신"도 아니고, "귀빈"도 아니며, "우리와 동등한 한 개체"인 것이에요.

정치에 대해서는 진짜, 그들이 말하는 공약이라는 것이 "홍보문구"와 뭐가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자기를 뽑게 하기 위해서 내놓는 홍보문구와 뭐가 다른지... 아니 홍보문구는 거짓으로 써 두면 제제먹지 않나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홍보문구가 아니죠. 그들은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아랫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그렇기에 "높으신 분들"이라는 걸 알아줬음 하네요. 조심조심하고, 똑바로 행동해서, 제대로 된 일을 해 주었으면 하네요.

민주주의 국가의 한 국민으로서, 그들에게 표를 던질 수 있는 사람으로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위에 적은 모든 말들, 아마도 그것들 뿐이네요. 조금 다른 길로 샌 거 같기도 하네요...

SiteOwner

2018-02-28 19:59:03

그렇습니다. 지금 국내의 언어생활은 주객전도라는 말이 딱 맞습니다. 게다가 중국어 앞에서는 국어생활의 제원칙 따위는 마구잡이로 굽혀도 되는 양 그러고 있으니 어찌 개탄스럽지 않겠습니까.


허위과장 상업광고는 제재를 받습니다만, 어찌 정치인의 과대포장 공약이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행태만큼은 제대로 규제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치인의 말은 사회전반에 영향을 주는 정도로 따지면 상업광고와는 비견할 수도 없이 큰데 이런 것이 그냥 방치되니 정치수준이 여전히 나아질 줄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삶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합니다.

다른 길로 샌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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