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엔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을 도우고 있었습니다. 돼지감자를 캐고, 씻고 다듬고 잘라 말리는 과정을 도왔었죠.
(저희 집이 돼지감자를 전문으로 하는 농가는 아니지만 한번 캐두면 물 우려내는 용으로 쓸 수 있기에 미리 캐 두는 겁니다. 싹이 트면 캐서 써먹을수가 없거든요.)
근처 농가에서 들려오는 라디오소리를 여흥삼아 열심히 일하고 있었는데, 라디오에서 "아빠와 크레파스" 노래가 들려오더라고요.
아시다시피 가사를 들어보면 "밤새 꿈나라에 아기코끼리가 춤을 추었고/크레파스 병정들은 나뭇잎을 타고 놀았죠"라는 가사가 있죠. 돼지감자를 다듬으면서 그 노래를 듣다 저 가사를 듣는데, 이상한 겁니다.
크레파스 병정들이 단체로 나와서, 나뭇잎을 타고 놀았다는 거죠.
'어? 그럼 쟤네들은 지금 탈영해서 배타고 놀고 있다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휴가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동요 하나를 굳이 진지하게 분석하고 있는 게 웃기기도 하고 그렇네요.
- 뉴스에서 보니 식목일 날짜를 바꾸려다가, 결국엔 바꾸지 않았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바꾸려고 했던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기후가 변해서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날짜마저도 지역마다 다르고 그래서 바꾸는 걸 검토해보았더라는 거에요.
저기 기사에는 따뜻해지는 날짜가 좀 더 일러졌다고 하는데, 제 생각에는 따뜻한건가? 싶은 느낌이 들어요. 따뜻하다고 하기엔 애매한 날씨거든요. 전 아직도 장판에 불을 때고 자니까 말이죠. 아침에 일어나면 이상하게 춥고... 이러다가 진짜 "봄"이라는 단어가 사라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아무튼 식목일은 변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식목일 기준으로 1달 전후가 가장 나무 심기 좋은 때라는 이유라고 들은 거 같네요. 식목일에만 나무를 심는 게 아니라, 나무를 심기 좋을 때 나무를 심도록 하자! 그런 의미로 보이네요. 휴일이 아니게 된 것도 그게 이유인걸까요, 그저 나무를 심자!는 것을 상징하는 날이라서...?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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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갈
2018-04-05 19:27:35
재미있네요. 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보니...
일단 크레파스 병정 자체가 현실의 군인은 아니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겠지만, 대왕고래님의 발상이 참신해서 감탄해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굳이 식목일을 바꿔서 무슨 효용이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무심기를 장려하려면 이미 공휴일 지정해제는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죠. 게다가 식목일이 언제이든 딱히 상관은 없으니, 그냥 놔두는 게 상책이 아닐까 싶네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숨길 수가 없네요.
이건 좀 난외의 이야기지만,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불을 안 내는 건 더 중요해요. 밭태우기, 등산 도중의 흡연이나 취사 등만 억제하더라도 산불 발생은 크게 줄어들텐데...
대왕고래
2018-04-13 00:55:40
저도 왜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어요. 일하다가 심심했던 걸까요?
나중에는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2시의 OOO 라디오]가 왜 3시에도 하는거지...? 2시의 라디오인데 3시잖아 지금...?"
식목일을 기념일로만 놔둘거면 확실히 며칠이든 상관없긴 하죠.
안 좋은 일은 줄이는 게 맞죠.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렇게 심은 나무를 죽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어요.
SiteOwner
2018-04-05 21:30:23
돼지감자...요즘은 이 용어가 잘 정착했는데, 1980년대만 해도 뚱딴지가 더 많이 쓰였습니다. 지금도 두 용어가 공존하지만 요즘은 아무래도 돼지감자 쪽이 더 메이저하지요.
농작업에는 여러 위험요소가 많습니다. 각종 도구, 장비 운용도 그러한데다, 뱀이나 지네 등 독을 지닌 생물에도 주의하셔야 합니다.
간혹 동요나 애니주제가 가사를 심각하게 보면 의외의 것에 놀라게 될 때가 있는데, 대왕고래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공감됩니다. 저는 비슷한 것을 아기공룡 둘리 주제가 가사에서 느꼈습니다. 변온동물인 공룡이 빙하를?! 이거 곤란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다 보니...
식목일을 저렇게 천대하는데, 일부러 시간내서 나무를 심을 사람이 어지간히도 많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일본 여행중에 본 삼림관리가 같이 생각납니다. 일본은 간벌, 즉 중간에 나무를 좀 벌목하여 남은 나무가 곧고 크게 잘 자랄 수 있게 보조하는 작업을 체계화하다 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좋은 삼림이 조성되고, 생산되는 목재 또한 품질이 양호하게 유지되고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반드시 일본의 사례처럼 가야 한다는 당위성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체계적인 조림은 참조해야 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민둥산을 벗어나 삼림녹화를 불과 한 세대만에 이루어낸 쾌거도 있으니 앞으로는 더 발전시킬 일이 남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한동안 대강당의 글을 저와 동생이 계속 쓰다시피 했는데, 대왕고래님께서 기고해 주시니까 그것 또한 깊이 감사드릴 일이기에 감사의 말씀을 추가합니다.
대왕고래
2018-04-13 01:24:44
오늘은 쌓인 폐비닐을 치워 폐비닐을 수거하는 곳에 갖다 치우고 (한 트럭이 나왔네요. 그 이전에 아버지 혼자서 4트럭을 치우셨다고 하셨으니...), 그 자리에 작업장을 짓기 위해 기둥을 박았네요. 폐비닐이 처음 모인 때가 제가 대학원 가기 전이었으니, 겉보기보다도 더 더러운 셈이죠. 손을 몇번을 씻었는지 모르겠어요.
둘리가 빙하를 탄 것도 놀라운데, 냉동인간 보존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하면 빙하가 녹아서 다시 살아난 게 더 기적이죠. 원래였으면 처참한 꼴이 되었을텐데...
확실히 식목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게 중요할 거 같은데, 그건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나무를 심어라!"고 국민에게 맡기는 거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외국의 산림조성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확실히 중요하죠, 우리나라의 산림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