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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 조용. 오늘은 한 가지 안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다... "
아침부터 시끌시끌한 교실로 들어선 선생님은, 출석부로 교탁을 몇 번 때려 학생들을 조용히 시켰다.
"유리가 죽었다. "
순간 왁자지껄 하던 교실 내에 정적이 감돌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꽉 찼던 교실 한 켠이 비어 있었다. 그 책상의 주인인 유리는 오늘 나오지 않았다. 세상을 떴기 때문에 나오지 못 한 것이다. 누구도 그녀가 죽을 거라곤 생각조차 못 했다. 그저 어디 아픈 줄 알았다. 학교에서 시체가 발견됐다고 했을 때도, 설마 그게 그녀일 거라곤 생각 못 했다.
"다들 조용히 하고, 유리한테 마지막 인사라도 하러 가 봐. "
선생님이 나가고 나서도, 교실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말도 안 돼, 그 유리가 죽었다고? 어제까지만 해도 명랑하게 웃던 앤데, 대체 어째서? 그리고 그 순간, 한 명의 여학생이 교실을 뛰쳐나갔다.
"야, 희영아! 너 어디 가! 곧 수업 시작이잖아! "
"내버려 둬. 10년지기 친구가 죽었으니 충격도 크겠지... "
"...... "
유리의 책상에는 하얀 국화꽃 한 송이가 올려져 있었고, 희영은 친한 친구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교실을 뛰쳐나갔다. 두 자리가 빈 상태로 수업은 계속되었지만, 나머지 학생들도 수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유리가 죽은 것도 죽은 것이지만, 그렇게 교실을 뛰쳐나가 버린 희영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대체 어제까지 밝았던 애가 갑자기 왜...... "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
"혹시, 그 것 떄문에...? "
"그 거라니...? "
"왜, 며칠 전에 SNS에 유리 동영상에 나왔었잖아. 수학여행 가서 먼저 잠들었는데 쟤네들이 얼굴에 그림 그리고 사진 찍어서 올렸거든. 그 사진 내려달라고 몇 번 부탁했었는데 쟤네가 씹었대. "
"헐, 정말? "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있었다. 반에서는 꽤 노는 왜들로 소문났지만, 자잘한 말썽 외에는 일으키지 않던 아이들이었다.
"와, 쟤네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악랄한 데가 있네. "
"그러게. "
다른 친구들과 달리 희영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유리의 빈소로 달려갔다. 절친이 죽은 것도 충격이지만, 그녀는 유리가 왜 세상을 떠났는 지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패거리들의 장난 때문이었다. 장난으로 얼굴에 낙서를 하고, 장난으로 사람을 웃음거리로 만들어서 사람을 죽인 것이다. 희영은 그런 패거리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유리야, 네 복수는 내가 해 줄게... "
그 다음날, 패거리 중 한 명이 학교를 쉬게 되었다. 어디 다쳤겠거니 했던 학생들은, 그 후 몇 명이나 더 나오지 않게 되자 수군거렸다. 다른 반에서 그네들의 친구로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그러게 쟤네들 저럴 줄 알았어... 이번에 쟤들 안 나오는 거, 유리가 복수하는거라고 소문 났잖아. "
"정말? "
"그러니까 내가 SNS에는 올리지 말라고 했더니... 하여튼 답이 없어요, 답이... "
수군거리는 학생들 사이에서 조용히 미소 짓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희영이었다.
"유리야, 조금만 기다려... 쟤들도 네 곁으로 보내 줄게... "
며칠 후, 괴담수사대에 손님이 왔다. 희영과 유리, 그리고 그 패거리의 담임선생님이었다. 머리를 단정하게 하나로 묶고, 검은 뿔테 안경을 착용한 여자였다. 어딘지 모르게 이지적이라는 느낌을 안겨 주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너를 만나러 왔습니다. "
"제가 괴담수사대의 오너, 유키나미 미기야입니다. "
"아, 그러시군요... 저는 D 중학교에서 재직중인 류재희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의뢰를 하고 싶어서요... "
"그러시군요. 이 쪽에 앉으세요. "
미기야는 재희에게 물잔을 건넸다. 재희는 시원한 물을 한 모름 마시고, 흘러내린 안경을 치켜 올린 다음 얘기를 꺼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반 학생들 중 네 명이 현재 학교에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죽은 학생의 절친한 친구였던 학생 한 명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해졌습니다. 현재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은 행방불명 상태이고요... 교실이 어수선한 것도 문제지만, 사라진 학생들이 한달 째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
"흠... 그렇군요... "
"사라진 네 명의 학생들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
"네 명의 학생이라... 알겠습니다. 여기 제 연락처를 드릴 테니,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
"감사합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
미기야의 명함을 건네받은 재희는 돌아갔다.
오후, 파이로는 미기야의 부탁으로 희영의 교실로 찾아갔다. 그리고 막 들어가려던 찰나, 어디선가 이상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으흐흐흐흐흐흐흐...... 유리야... 조금만 기다려...... 네 곁으로 보내 줄게... "
'!!'
이상한 웃음 소리를 들은 그녀는 교실 벽으로 숨었다. 매우 기분 나쁜 웃음 소리, 아마도 저 녀석이 희영이라는 녀석인 모양이지. 그녀는 조용히 그녀가 뭘 하고 있는지 관찰했다. 꽃이 놓여진 책상이 유리의 책상인 것 같았고, 다른 학생들의 책상과 달리 너저분하고 칼집이 이리저리 보이는 책상 네 개는 교실 맨 뒤쪽에 있었다. 아마도, 그 책상의 주인이 실종된 학생들인 것 같았다.
희영은 그 책상들을 주먹으로 내려치기도 하고, 발로 쾅쾅 차기도 했다. 책상 서랍과 신발주머니 속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를 벌레들을 책상 서랍에 가득 넣었다. 꾸물꾸물, 벌레들은 살아 있었다. 그 뿐 아니라 그녀는 죽은 동물 사체같은 것을 책상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저러니까 의뢰가 들어오지... 저 정도면 미쳐버린 게 분명해. 그나저나 실종된 학생들이 저 녀석이 변한 것과 무슨 상관관계라도 있는 건가...? '
파이로는 사무실로 돌아가 본 것을 그대로 미기야에게 전했다. 그 역시 얘기를 듣고 경악했다. 옆에서 같이 듣던 현이나 라우드도 마찬가지였다.
"그 변해버렸다는 녀석이랑 학생들이 실종된 거랑 무슨 연관이라도 있는 거야? 일단 그 여섯 명의 관계부터 확실하게 해야 해. 그리고 방과 후에는 되도록 가지 마. 충격 받는다. 걔 완전히 돌아버렸어. 정말 미쳐도 그렇게 미칠 수가 없거든. "
"그런가요... "
"그 선생도 모른다고 했으니, 내가 가서 알아보도록 하지. "
"그럼 부탁드려요. "
다음 날, 파이로는 어제 갔던 교실로 향했다. 어제와 달리 누군가가 치웠는지 책상은 깨끗했다. 물론 칼집은 나 있었지만. 막 점심 시간이 끝났는지 학생들이 왁자지껄한 가운데, 희영만 혼자 음침하게 앉아 있었다. 파이로는 희영은 뒤로 하고 막 점심을 먹은 다른 학생을 불렀다.
"저, 학생. "
"아, 네. "
순간 그녀는, 파이로의 기척을 눈치챘는지 이 쪽을 노려보는 희영을 발견했다. 역시 저렇게 미치기는 쉽지 않지.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학생에게 잠깐 밖에 나가서 얘기 좀 할 수 있는지 쪽지에 적어서 보여줬다.
"선생님이 찾으시는데. "
"아, 정말요? 무슨 일이시지... "
파이로는 희영의 눈을 피해 교실 밖으로 나왔다.
"난 괴담수사대에서 왔어. 너네 반에서 실종된 네 명의 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았거든. "
"정말요? "
"응. 그래서 어제 방과 후에 왔었는데, 어떤 학생이 칼집 있는 책상에 음침한 짓을 하는 걸 봤거든... "
"아... 또 희영이가 그랬군요... "
"거기다가 학생네 반에서 죽은 친구도 있다고 하고, 네 명이 실종된거나 한 명이 변해버린 게 죽은 학생과 무슨 연관이 있을 지 몰라서 멀이야. 가만, 또...라니? 전에도 그런 적 있었단 말야? "
"유리가 자살한 후로 희영이는 계속 네 명의 책상에 벌레를 넣는다거나, 오물을 넣는다거나, 동물 시체를 넣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희 반 주번들이 등교하자마자 뒤처리 하는 게 일이었죠... 저도 일찍 등교했다가 한 번 봤어요. "
"그렇군... 그럼 유리라는 학생이 죽은 후로 희영 학생이 그렇게 변했다는 건데... 그럼 그 네 명이 타겟이 된 이유는 뭐야? "
"예전에 수학여행을 간 적 있었는데... 그 때 유리 얼굴에 낙서를 하고 SNS에 사진을 올렸던 게 걔네들이거든요. 유리가 내려달라고 몇 번 부탁하긴 했는데... 걔네들이 삭제를 안 해줘서 웃음거리가 됐었어요. "
"도가 지나친 장난이군. ...아니, 그 정도면 장난도 아니지... "
"전 솔직히 선생님이 걔들을 찾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유리가 죽기 전에도 걔들, 말썽 되게 많이 부려서 반 애들이 싫어하고 있었거든요... 다른 반에도 노는 애들은 좀 있지만, 그 애들마저도 걔들만 보면 혀를 차고 그랬어요. "
"그렇겠지. 희영 학생이 뭐라고 하면, 실종된 학생 건으로 뭐 여쭤볼 게 있어서 불렀다고 해. "
"감사합니다. "
파이로는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 죽은 학생들의 이름과 주소를 적었다. 그리고 다른 교실에 들러 실종된 학생들과 친했던 학생들도 만나본 후 사무실로 돌아왔다.
"어떻게 됐어요? "
"뭐가 됐든 그 미친 녀석은 빨리 고치는 게 좋아. 그리고... 실종된 놈들이 죽은 학생이 죽은 원인이야. 미친 녀석은 죽은 학생의 친구이고. 그 놈들이 죽은 학생을 웃음거리로 만들었거든. "
"...... "
"아마 겉으로 내색은 안 했어도, 심적 고통이 엄청났겠지... 이 놈들 살아있는 채로 발견하면, 무덤 앞에 데려다 놓고 사과부터 시켜야 해. 그 미친 녀석도 진정시키고. "
미친 녀석은 물론, 희영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절친이 자살했다지만 하루아침에 저렇게 변할 수 있다니, 완전히 그건 미친 거지. 그녀는 학교에서 알아 온 주소에 적힌 집으로 가 봤다.
"영해 학생, 안에 있어? "
몇 번이나 노크를 했지만 응답이 없자, 그녀는 문 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소리를 들은 그녀는 집 안으로 들어가 소리가 나는 방향을 찾았다.
"니가 혹시 영해냐? "
"히이익- 사, 살려줘, 희영아! 제발 살려줘! "
"어이, 난 그 녀석이 아니야. 괴담수사대다. "
"하아... 하아... 저, 정말요...? 저, 저 좀 살려주세요... 희영이가 저를 죽이려고 해요...... "
집에는 아무도 없이 그녀만 덩그러니 혼자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에, 옷도 갈아입지 않고 더러워진 교복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수없이 울은 탓인지, 눈이 퉁퉁 부었다.
"네놈들이 죽은 학생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냐? "
"그... 그게...... "
"뭐... 그건 죽은 녀석 무덤에 가서 사과 할 일이지. 나는 네 담임선생님의 부탁으로 너와 네 친구들을 찾으러 온 것 뿐이야.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것도 의뢰 때문이고.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
"사, 사, 살려주세요... 희, 희, 희영이가 저희를 다 죽이려고 해요... 지, 지, 집에 들어오려고 문을 따고...... 겨, 겨, 경찰을 불러도 소용 없었어요... 카, 카, 칼을 들고... 히익- "
"음... 다른 학생들도 그럼 다 집에 있는 거야? "
"모, 모, 모르겠어요... 다, 다, 단톡방에도 희영이가 있어서... 마, 마, 말을 할 수가 없어요,,,? "
"이상한 문자? "
영해가 보여준 것은, 네명의 학생이 들어와 있는 단톡방이었다. 분명 네 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 명이 더 있었다. 그 방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희영이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욕과 협박이었다.
"...... 좋아, 나머지 세 명의 안부는 내가 확인해주지. 이래뵈도 죽은 몸이라, 문같은 건 통과할 수 있으니까. 죽은 녀석한테는 제대로 사과해라. "
"...... "
파이로는 나머지 세 명의 집에도 들러서, 방에서 오들오들 떨기만 할 뿐인 세 명을 발견했다. 그 세 명도 하나같이 희영이 자신들을 죽이려고 한다며, 단톡방에도 들어와서 욕설과 협박을 일삼는다고 했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됐군... 죽은 놈에 저 안에 들어가 있는 거 아냐? "
파이로는 라이시엔에게 연락해 부적 하나를 받았다. 죽은 친구가 빙의해 있는 거라면, 분명 그녀의 주술이 효과가 있겠지. 그녀는 라이시엔이 준 부적을 들고 방과후의 교실로 갔다. 희영은 여전히 교실에서 네 명의 책상에 무언의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희영의 등에 부적을 붙였지만, 그녀는 무리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죽은 놈이 들어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
사무실로 돌아온 파이로를 맞은 것은 애시였다. 미기야는 잠깐 나갔고 현과 라우드는 퇴근 한 상태였다.
"어디 갔다 와? "
"네 명 찾으러. 일단 걔들은 집에 있는데, 전화기도 제대로 쓰지 못 하고 방에서 방구석 폐인 다 됐더라. "
"방구석 폐인? "
"응. 죽은 녀석의 친구가 미쳐버려서, 욕설에 협박에 살해위협까지... 트리플 크라운. "
"세상에... 대체 어느 정도로 광기에 절면 저렇게 되는 거야...? "
"라이시엔의 부적을 붙여봤는데도 움직이는 거 보면, 확실히 죽은 녀석이 붙은 건 아닌 것 같은데... "
마침 밖에 나갔던 미기야가 돌아오자, 파이로는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전부 얘기했다. 실종된 학생들이 전부 자기 집에 틀어박혀서 겁에 질려있었다는 것, 그리고 미쳐버린 희영으로부터 욕설과 협박, 살해위협까지 받고 있다는 것. 그리고 라이시엔의 부적으로도 효과가 없었다는 걸.
"아무래도 안 되겠어. 그 사건, 언제 일어난거지? "
"그...사건이요? "
"학생이 자살한 거, 언제냐고. "
"음... 학생들이 실종된 지 한 달째라고 했으니, 아마 그때쯤일거예요. 그건 왜요? "
"크로노스의 힘을 빌려야겠어. "
그녀는 오랜만에 크로노스의 회중시계를 꺼냈다.
"한달 째 돌아오고 있지 않다면 자살은 그 전에 했을 수도 있어. 일단 하루 정도 더 간다. "
"다녀오세요. "
파이로는 학교로 돌아가 한달하고 하루 전으로 시간을 되돌렸다. 학교 옥상에는 긴 머리의 여학생이 서 있었다. 말리서 보기에도 굉장히 슬픈 표정으로, 그녀는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뛰어내리자, 파이로는 옥상으로 올라가 그녀가 남기고 간 것이 있는 지 확인했다. 옥상에는 그녀의 신발과 핸드폰, 그리고 편지가 있었다.
핸드폰을 집어들고 메신저를 보니, 죽기 전에 희영과 주고 받은 메시지가 있었다. 물론 실종된 네 명과 주고 받은 메시지도 있었다. 네 명과 주고받은 것은 뒤로 하고, 그녀는 희영과 주고 받은 메세지를 확인했다.
'너 정말 모르는 일이야? '
'응. 그 사진이 올라온 줄도 몰랐어. '
'그럼 걔들이 나한테 거짓말 한 거니? 걔들은 니가 영해 폰 빌려서 사진 올렸다고 했는데! '
'걔네 말을 믿냐? 내가 걔네 폰은 왜 빌려? '
'너 그때 배터리도 없었고 보조배터리도 없었잖아! '
그 옆에 있는 봉투에는 유서가 놓여 있었다. 내용물을 꺼내서 읽어 보니, 유서에는 날 웃음거리로 만든 게 네 명이 아닌 희영이 확실하다, 어떻게 네가 이럴 수 있느냐고 쓰여 있었다. 그녀는 희영이 그랬을 것이라는 증거도 확보해 둔 상태였다.
그리고 시간은 어느새 한달 전 아침, 선생이 유리의 죽음을 알릴 때였디. 그녀의 부고를 듣고, 네 명이 사색이 되었을 때. 그 떄 희영은 교실을 뛰쳐나갔다. 파이로가 그녀를 따라가 보니, 그녀는 사건 현장에 있었다. 핏자국이 남아 있는 현장에서,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렇게 가버릴 줄 몰랐어, 유리야. 미안해... "
'범인은 따로 있었던 건가... '
다시 현재로 돌아온 그녀는, 다음날 영해를 찾아 갔다.
"영해 학생, 뭐 좀 물어보고 싶은데. "
"네, 네, 네...? "
"그때 그 사진 말야... 희영 학생이 네 폰으로 올린 거야? 어제 이것저것 알아내다가 집히는 게 있어서 그래. "
"마, 맞아요! 그 때 희영이가 핸드폰 배터리가 없었고 보조배터리도 두고 왔다고 했어요. 게다가 다른 친구들은 희영이 폰에 맞는 케이블이 없어서... 그 때 제 폰으로 사진 찍고 제 폰으로 올렸어요. "
"...그럼 그걸 알게 된 건... "
"저도 유리가 물어보길래 알았어요. 서둘러서 지우긴 했는데, 그 때 제가 올린 것 말고 그 후에 희영이가 올린 게 아직 남아있었던 거예요. "
"그럼 희영이가 너희를 죽이려는 이유가 뭐야? "
"그것까진 잘 모르겠어요... 하, 하지만 그 떄 그 사진을 올린 건 희영이예요. 전 희영이가 배터리가 없다고 해서 핸드폰을 빌려준 것 뿐이고요... 그 때는 분명, 우리끼리 추억으로 간직할 거라고만 앴는데...... "
"...... 그런가... "
순간, 밖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꺄악! 와, 왔어요! "
"!!"
날붙이 같은 것으로 긁는 듯한 소리가 났다. 유리창에는 사람의 실루엣이 비춰 보였다. 얼핏 보기에도 수그린 채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긁는 듯한 소리가 날 때마다, 영해는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
"희, 희영이예요! "
"아무래도, 너희를 죽이려는 이유는 진실을 은폐하기 위함인 것 같다. 너희를 범인으로 몰아가려는 수작이겠지... 그런 꼴, 나는 못 보지. "
"어, 어, 어쩌시려고요? "
"넌 여기 가만히 있어. "
파이로는 애시에게 연락해 이 쪽으로 오도록 했다. 그리고 전화기를 타고 애시가 넘어오자, 그녀는 크리멘을 부를 것을 부탁하고 문 쪽을 살폈다. 문 밖에서는 희영이 식칼로 열쇠 구멍을 긁고 있었다. 어떻게든 문을 따고 들어가려는 의지가 보였다.
"뭐야, 저 녀석이 진범이야? "
"설명하자면 길지만 결론만 하면 그래. "
"어머. 쟤 절친이라고 하지 않았어? 자기 절친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사람이 있다고...? 정말 미쳤구나... "
"저 녀석은 핸드폰을 빌려준 것 뿐이야. 실질적인 짓은 쟤가 다 했지... 크리멘 온대? "
"도착! "
핸드폰을 통해 나온 크리멘 역시, 바깥에서 무언가를 긁는 소리를 들었다.
"맛있는 먹잇감이다! "
"역시, 이 녀석이 진범 파악하는 덴 선수야... "
"...진범? 저 녀석이? "
"그래. 자기 친구를 웃음거리로 만들어 놓고, 다른 사람한테 뒤집어 씌우려고 했어. "
"생각보다 심각하네. 아포칼립스로 배송해드려야겠군? "
"배송은 알아서 하시고... 지금 당장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이 위험해. "
"좋아. 먹어주지. "
문 쪽으로 다가간 크리멘은 바깥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문을 긁고 있는 실루엣을 한 번 쓰다듬자, 실루엣이 사라짐과 동시에 소리가 멈췄다. 쨍크랑, 밖에서 날붙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포칼립스행 배송 완료~ 이걸로 해결이야? "
"일단은. 휴우... 사무실로 돌아가야지. 어이, 이제 괜찮으니까 나와. "
"가, 가, 감사합니다... "
영해의 집을 나선 셋은 사무실로 돌아갔다.
"어떻게 된 거예요? 해결 하셨어요? "
"워낙 미친 녀석이라, 어쩔 수 없이 크리멘 밥으로 줘버렸다. ...그 녀석이 사진을 올린 진범이야. 실종된 네 명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했던 거지. 죽은 자들은 말이 없다지? "
"...... "
"생각보다 인간들은 미친 놈들이 많군... "
"어쨌든 네 명을 찾긴 해서 다행이네요... 선생님께는 뭐라고 말씀하실 작정이신지... "
"뭐, 있는 그대로? "
"...... "
파이로는 다음날 학교로 갔다. 희영의 자리에도 흰 국화꽃이 놓여져 있었고, 네 명은 학교에 나온 상태였다. 담임 선생님을 찾아간 파이로는 유리가 죽게 된 경위와 네 명이 학교를 안 나오게 된 이유, 그리고 희영이 진범이었다는 것을 설명했다. 희영의 사인에 대해서는 영해를 죽이려고 찾아왔다가 실족사 했다고 둘러댔다.
"...... 그럼 네 명은...... "
"그 아이들의 죄라면 핸드폰을 빌려준 거 외에는 없죠. 핸드폰의 주인도 그 녀석이 그런 짓을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한 모양이던데요. "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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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18-05-05 05:54:40
이번 회차를 읽은 시간대가 해가 뜨고 있는 도중이라는 게 다행으로 여겨지고 있을 정도로 오싹했어요...
누군가를 모함하기 위해서는 무슨 수라도 쓸 수 있고, 각종 증거라는 게 날조되기 시작하면 그 마수에서 빠져나오기가 지독하게 힘들거나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게 이렇게 드러난다는 게 무섭다고밖에...
괴담수사대가 없는 현실이라면 진실이 그대로 묻힐 뻔 했네요.
괴담수사대가 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도 같이 들면서...
SiteOwner
2018-05-10 19:28:21
무섭습니다...진짜 오싹해진다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진범이 누구인지를 밝혀내기란 좀처럼 쉬운 것이 아니고, 아예 불가능한 경우조차 있습니다.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인 99.9 형사전문변호사에서도, 증거가 철저히 조작되어 있어서 엉뚱한 사람이 사형당할 위기에 내몰린 게 있습니다. 혈액 및 모발샘플이 도난당해서 그것으로 인해 진범으로 몰린...그나마 99.9에서는 살해된 사람들과 용의자가 공통으로 가진 접점이 모두 같은 종합병원을 이용했다는 점이 드러나서 결국 그것으로 진범을 잡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이번의 괴담수사대 회차 같은 경우는 그렇게 과학적인 방법으로는 규명이 불가능할테니 억울한 피해자가 여럿 생길 게 분명할 것입니다.
위에서 동생이 쓴 표현이 딱 어울립니다. 괴담수사대가 있어서 다행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