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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 수 있을까

앨매리, 2018-05-30 16:35:15

조회 수
193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덕업일치라는 단어가 보일 때가 있죠. 직업과 취미생활이 하나가 됐다는 사람들을 보면 많이 부럽습니다.


취미생활은 취미니까 재미있지 그게 먹고 사는 문제와 연결되면 그 순간부터 재미가 사라지고 고통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종종 내가 좋아하는 걸로 일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곧 접어버립니다. 취미가 생업과 연결되면 그때도 재미있다고 느낄지 장담은 못 해서요.


예전에는 코가 비뚤어질 정도로 게임에 매달린 적도 있지만, 이건 내 인생을 게임과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게임이 너무 좋다는 심정으로 한 게 아니라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으로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었죠.


또 이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넌 평소에 눈이 흐리멍텅한데 게임할 때나 컴퓨터할 때면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그 말을 떠올리니 마찬가지로 공부에 재미를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 재미있다고 느끼면 정말로 열심히 하는 유형이거든요. 고등학교때 선생님이 수업을 재미있게 진행하신 것도 있지만 지리가 재미있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교과서를 여러번 읽으며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것 치고 성적은 별로였지만요... 좋아하는 거랑 잘하는 건 별개라고 느낀 게 이때 처음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IT계열 쪽에서 제법 취업률이 높다는 통계가 나온 국가지원 취업학원에 면접을 보러 갔다왔습니다.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아야하는데 졸업한지 6년이 넘어가는 모교와 결국 중도에 그만둔 대학교에서 떼온 서류가 필요하다는데 둘 다 외국에 있어서 머리가 아프네요. 친척 중에 다음달에 태국 가시는 분이 있어서 그분한테 부탁해 같이 태국 가서 서류 발급받아오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학원에서 맛보기로 제공해준 자바스크립트 관련 강의도 듣고 도서관에서 입문서도 보고 있습니다. 예전에 어설프게나마 HTML을 독학하며 홈페이지를 만들어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아주 답이 없을 정도로 어렵지는 않지만, 자바스크립트는 한번도 배워본 적이 없어서 자신감이 안 생기는군요.

앨매리

원환과 법희와 기적의 이름으로, 마멘!

6 댓글

마드리갈

2018-05-30 18:09:25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 이익이 되는 것이 모두 일치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더 바랄 것도 없겠지만, 이 3자가 완벽하게 일치하기는커녕 잘 안 겹치거나, 심지어 거의 중첩되는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속이 쓰릴 수밖에 없죠. 그런 게 인생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살아오면서 최소한 제 본분에 부끄럽게 살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뭐랄까, 사회진출 단계에서 제 인생이 부정당하는 경험을 많이 겪었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취업전선은 그렇게 쓴맛을 보고 접었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을 하면서 전문직 자격증 취득을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아직 큰 성과는 나고 있지를 않고 있네요.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해뜨기 전이 가장 춥고, 뜨지 않는 해는 없기에.


제목에서, 이전에 간간이 봤던 전파교사라는 애니가 생각나고 있어요.

거기에 나오는 개념은 YD. 하고 싶은 것밖에 못한다의 일본어 문장인 "야리타이코토시카 데키나이(やりたいことしかできない)" 의 약칭으로, 주인공 카가미 쥰이치로가 걸려 있다고 자칭하는 병의 이름. 철저히 자기본위인 주인공이긴 하지만, 이미 세계적인 학술지에 파천황적인 논문을 내서 학계의 주목을 받은 적도 있고, 본의 아니게 맡게 된 교사직에서 그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잘 하는 분야를 십분 발휘하여 학생들에게 큰 깨달음을 선사해 주죠. 하지만 현실과 비교를 해 보면, 그 카가미 쥰이치로의 능력이 출중하니까 그게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다시 속이 쓰려지기도 하고...그러하네요.


노래 한 곡을 소개해 드릴께요.

일본의 걸그룹 SPEED가 1998년에 발표한 ALIVE.

이 곡의 2절 가사가 특히 좋아요. 그 부분을 번역해서 조금 인용해 볼께요.

마음으로 휘몰아치는 바람이여

자신에게 지지 않는 강함을 주세요

비가 계속 내리더라도 어둠이 깊더라도

아침은 오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지도에 없는 바다에 배를 띄워

믿는다면 언젠가는 닿을 거예요 약속의 땅에

앨매리

2018-05-30 20:41:10

가끔 현실에 지지 말라고 희망을 가지라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백인백색이라고, 실력이 없었어도 우직하게 밀어붙여 쟁취해낸 사람도 있는 반면 결국 현실이 발목을 잡아 좌절하고 다른 방향으로 튼 사람도 있죠. 현실적인 이유로 꿈을 접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속이 쓰려지면서도 나도 저렇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합니다.

마드리갈님의 구직 활동이 모두 잘 풀리기를 기원합니다. 저도 해외에서 서류 발급을 요청하는 건 처음이라 많이 어렵게 느껴져서 힘드네요. 그래도 이번에 태국으로 갈 기회가 생겼으니, 놓치지 않고 꼭 붙잡고 싶습니다.

만화는 픽션이니까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걸 마음껏 할 수 있다... 마드리갈님이 소개하신 전파교사의 카가미 쥰이치로나 다른 만화에서 등장하는 '관심 없었던 분야에서 의외의 재능이 있었던 천재'라는 캐릭터 설정을 보면 저도 속이 쓰려지기는 합니다. 너희는 참 속 편해서 좋겠네... 하는 삐딱한 생각도 들고요.

소개해주신 가사가 참 인상깊게 와닿네요. 생각대로 안 되서 우울할 때 들으면 딱 가사입니다. 좋은 노래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Lester

2018-05-31 00:18:29

전 지금 앨매리님이 말씀하신 딱 그대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얼마 안 되는 게임번역 일거리를 계속 찾아다니면서 덕업일치를 하는 동시에, 작년 말부터 시작한 자바스크립트 관련 취업교육을 이수하고 포트폴리오를 준비중이죠. 제 지인도 태국에 웹개발회사의 지사를 세웠다던데, 태국이 여러모로 뜨고 있는 모양이네요. 어쨌든 자바스크립트 관련해서 모르시는 게 있을 때 물어보시면 아는 대로 답해드리겠습니다. 실력은 많진 않아도 수업에서 뭘 배우는지 정도는 먼저 경험해 봤으니까요. (포럼에 몇 번 글을 썼습니다)


좀 수도승같은 말이긴 합니다만, "거지라도 마음이 편안하면 행복한 인생, 부자라도 마음이 괴로우면 불행한 인생" 비슷한 류의 말을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정확한 문장은 모릅니다. 아마 명심보감에도 비슷한 말이 있을듯. 아닌게아니라 솔직히 내 감정 그 자체보다는, 주위에서 극성을 부리는 사람들이 더 피곤하죠. 그러니 마음이 맞는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내가 원하는 길이라도 덜 피곤할 것입니다.

앨매리

2018-05-31 14:33:08

부럽네요. 그리고 저도 이쪽 길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 나중에 제 선배가 되시겠군요. 미리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재 태국에 있는 오빠한테도 비슷한 말을 들었기에 나중에 어느 정도 잘 진행되면 다시 태국으로 들어가 일하는 것도 생각해본 적 있는데 그쪽 소식도 꾸준히 체크해봐야겠네요.

마음이 맞는 사람이라... 확실히 무엇을 하든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 만나는 게 중요하죠.

SiteOwner

2018-05-31 20:55:40

말씀하신 주제는 저도 많이 생각해 보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래전에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이 다시금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고,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이 있다."


뜻하는 대로 잘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만,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또 인생이기도 합니다. 하기 싫은 것들 중에서도, 그래도 의미를 부여하여 이것들은 인생을 더욱 고차원으로 갈고 닦는 데에 쓰이는 것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할 구석이 있으면 최대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안그러면 지금을 사는 제 자신이 비참해지고 동생에게도 면목이 없을 테니까요.

탈무드에서 이런 것을 읽었습니다. 돼지고기를 삼가는 것은 계율을 지키는 것이지만,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 이를테면 햄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즐겁게 먹으라고.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실도피를 위해 게임을 했다는 게 부끄러울 일도 없다고 봅니다.

누구에게나, 현실의 무게를 잠시 벗어버리고 싶다는 욕구와 작은 일탈에의 소망은 있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이해합니다. 과하지 않고, 이렇게 문제의식을 갖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중요할 따름입니다.


자신의 인생은 끊임없이 갈고 닦는 보석입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음악 한 곡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헨델의 1732년작 오페라 소자르메(Sosarme) 3막의 듀엣곡, "그대, 감미로운 나의 보물이여(Tu caro sei il dolce mio tesoro)." 소자르메와 엘미라가 결혼을 약속하면서 부르는 듀엣곡으로, 가장 좋아하는 아름다운 듀엣 중의 하나입니다.

앨매리

2018-06-01 11:44:57

좋은 음악 추천에 감사드립니다.

아직 풋내기 수준이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버님의 말씀에 정말로 공감가는 일을 참 많이 겪었죠. 그걸 견뎌내는 것도 앞으로 살아가는데 중요할 텐데 여전히 힘드니 먹먹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싶습니다.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것도 체감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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