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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POLITAN] #Pilot2 - Meatbomb Sparketti (完)

Lester, 2018-06-17 02:21:32

조회 수
238

Meatbomb Sparketti - 고기폭탄 발파게티





"그럼 코제니 뭐시기의 가게가 문을 닫게 된 것은 그 놈이 자초한 일이란 건가?"

자신의 자동차를 타고 어딘가를 향해 밤거리를 달리던 존이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스콧은 그렇게까지 얘기하진 않았지만,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

"사실이라면 말이지."

"뭐?"

"네가 그 사람한테 부탁해서 당시 기록을 확인했어?"

"아니, 거기까진 생각을 못 했지. 하지만 의뢰인의 이야기하고 일치하는 구석이 많으니까."

레스터가 잠시 말을 멈추다가 뭔가 깨달은 듯 되물었다.

"설마, 스콧이 거짓말을 한 거야?"

"네가 보기엔 어떤데?"

"동네 사람들을 위해 봉사활동도 하고, 친한 사람들도 많고... 잠깐만, 그럼 그게 다 거짓말이었던 거야, 그럼?"

존은 레스터가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꼴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어쨌든 100% 거짓말은 아니었어. 그 무렵의 신문기사를 찾아보니까 정말로 그 가게에서 죽은 사람이 있었더라고. 워낙 흔한 일이라서 기사를 찾는 데 한참 걸렸지만."

"혹시 모르지, 스콧이 벌인 일일지도."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어."

레스터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동전의 한 면밖에 볼 수 없는 레스터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에 비해 손을 더럽힌 대가로 동전의 양쪽 면을 볼 수 있는 존은 이미 진상을 꿰뚫고 있었다. 존은 그 상황을 즐기며 말했다.

"뭐, 걱정 마라.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다 끝날 테니까."

"어련하시겠어요. 나한테는 아무것도 안 알려주면서."

그건 사실이었다. 흔히들 '세상에는 모르는 게 더 나은 일이 있다'고들 한다. 이 말은 흔히 소설이나 드라마에 나오듯이 진실을 숨기는 악당의 흔한 대사가 아니다. 그 진실을 알기 위해 필요한 대가와 그 뒷감당을 할 수 있느냐는, 일종의 데드라인과도 같다. 다만 이 경우는 대가나 뒷감당과 상관없이 존이 그냥 입을 다무는 것일 뿐이었다.

"내일 알려줄 테니까 발 씻고 잠이나 자."

"네네, 아빠. 그러니까 일찍 들어와요."

레스터가 어림도 없는 농담으로 대꾸하자 존은 킬킬대며 전화를 끊었다.


키아라에게 물어본 코제니오프스키의 집에 도착했지만 그 곳은 비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헛걸음할 때를 대비해서, 존은 이미 추가요금을 내고 감시역을 붙여둔 상태였다. 레스터가 가짜 명함을 꺼내려고 애쓸 무렵, 존에게 감시역의 전화가 왔다.

"알아냈다. 포트 리뎀션 끄트머리에 있는 창고로 갔다. 41번이다."

"사람이 많은 곳인가?"

"주변에 있는 창고들은 버려진 것 같다."

"별로 없다는 말인가 보군. 수고했어."

"알았다."

"딱딱하기는."

손을 더럽히는 일, 아니 손을 더럽히는지 아닌지 알아채기도 힘든 일이라서 그런지 감시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정말 제각각이었다. 두 아기를 키우는 엄마,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노인, 상사를 욕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트럭 운전사... 이들의 공통점이라곤 눈이 멀쩡하다는 것 뿐이었다. 물론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자연스러움도 필요했다. 방금 존과 통화한 사람은 말투가 부자연스러웠지만, 행동은 아주 자연스러웠기에 오랫동안 감시역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입만 열지 않으면 되니까. 어쨌든 존은 곧장 차를 돌려 감시역이 알려준 코제니오프스키의 은신처로 향했다.

과연 감시역의 말마따나 포트 리뎀션의 창고구역은 늦은 저녁임을 감안해도 너무 음침했다. 존은 혹시나 코제니오프스키가 달아날 때를 대비하여 차를 가까운 곳에 세우고 가방을 챙긴 후 41번 창고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보안장치가 허술한 뒷문을 손쉽게 따고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 안이 어두컴컴하자 존은 자그마한 손전등과 권총을 꺼내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2층으로 올라가니 두 번째 방에서 문틈 사이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문에 손을 슬쩍 대보니 잠겨 있지 않자, 존은 살며시 문고리를 돌리고 안을 엿보았다. 방 안은 옛날 만화영화에 나올 법한 미치광이 과학자의 실험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방 한 쪽에는 무슨 마녀의 샘마냥 정체불명의 주황색 액체가 든 솥이 놓여 있었고, 다른 벽에는 기묘하게도 갖가지 과학용 도구와 요리용 도구가 번갈아 놓여 있었다. 그 때 인기척을 느꼈는지 '과학자'가 돌아보았다. 그는 침입자의 얼굴을 확인했음에도 당황하기보단 오히려 화를 냈다.

"내 연구실에서 뭘 하는 거요?"

"댁에 안 계셔서 여기로 왔습니다."

"그러니까 여기로 왜 왔냔 말이오? 의뢰를 이행했다고 보고하려고?"

"뭐, 그런 셈이죠."

"내가 먼저 해야 될 게 있으니 기다리시오."

코제니오프스키는 상황 파악이 안 된 모양이었다. 자신의 연구에 너무 정신이 팔렸거나, 존의 손에 들린 권총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존은 이렇게 마음에 안 들게 나오는, 정확히는 자신을 무시하는 부류를 매우 싫어했기에 다시 입을 열었다.

"미스터 코젠 뭐시기."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소! 그리고 망할, 내 이름 좀 제대로 외우시오!"

"이거에 대해 설명이나 해 보실까."

코제니오프스키가 짜증을 내며 돌아보자 존은 냅다 들고 온 가방을 던졌다. 코제니오프스키는 무의식적으로 가방을 받았지만, 자신이 뭘 들고 있는지 깨닫자 역정을 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오! 하마터면-"

"터질 뻔했다?"

"그렇... 어? 어떻게 그걸?"

코제니오프스키는 매우 당황했는지 주춤주춤 물러섰다.

"요즘 가방의 잠금쇠는 너무 단순해서 말이야, 적절하게 충격을 주면 금방 열리더라고. 뭐, 나도 설마하니 폭탄이 들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 무게를 보고 감을 잡았지만."

확실히, 서류나 사진이 수북이 들었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무겁진 않았을 것이다.

"아니, 거짓말을 한 건 미안하오. 놈이 그 봉사활동인지 뭔지를 하고 있을 때, 폭탄을 터트려서 테러리스트로 몰아가고 싶었을 뿐이오. 그 따위 위선자는-"

"위선자보다 살인자가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말이오?"

"당신 가게가 무엇 때문에 문을 닫았는지 벌써 잊어버렸나?"

"그건 그냥 손님의 알레르기 반응일 뿐-"

"개소리 집어치우지. 그 지랄같은 위생상태에서?"

"네가 뭘 알아!"

코제니오프스키는 순간적으로 분노하여 존에게 달려들었다. 역시 그는 존의 손에 들린 권총을 보지 못한 게 분명했다. 그는 앞으로 두 발 내딛자마자 존이 거꾸로 휘두른 권총의 개머리판에 맞고 기절하고 말았다.


존이 권총을 홀스터에 넣고 가방을 다시 챙기는 순간, 누군가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다 정리됐습니까?"

"그래. 이제부터 네 역할이야, 릭."

릭 호퍼Rick Hopper가 쭈볏거리며 실험실로 들어오더니 방 안을 둘러보고는 금세 허리를 폈다.

"저도 이런 곳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미 있지 않아?"

"지하실은 너무 좁아요. 그나저나 이 사람, 죽은 건 아니죠?"

"아직은 안 죽었어. 하지만 곧 죽을 거야."

"제가 죽인 거잖아요, 그럼."

릭이 다시 쭈볏거리며 난색을 처하자 존이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뭔 소리야, 이 폭탄을 네가 만든 것도 아닌데. 이 자식이 폭탄을 가지고 놀다가 스위치를 잘못 건드려서 '펑!'인 거라고."

"그래도..."

"얼른 타이머 달기나 해. 그럼 스위치는 내가 누를 테니까."

"그래 주신다면야 감사하죠."

릭은 한결 가뿐해진 표정으로 순식간에 타이머와 스위치를 달았다. 코제니오프스키가 만든 폭탄에 타이머만 붙여서, 시간이 다 되면 코제니오프스키의 폭탄이 폭발하게 하는 원시적인 장치였다. 릭이 작업을 끝내자 존은 손짓으로 나가 있으라고 말했다. 릭이 복도에 있자 존이 말했다.

"준비됐어?"

"역시 기분이 좋지 않-"

"튀어!!!"

릭이 말을 마칠 새도 없이 존이 스위치를 누르더니 곧장 문을 향해 달렸다. 릭은 충격으로 할 말을 잊었다가, 타이머가 0을 향해 질주하는 걸 보자 자신도 살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내달렸다. 그들이 순식간에 계단을 내려와 뒷문을 닫는 순간,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더니 2층의 창문들이 깨지며 쏟아져 내렸다.

"아슬아슬했군."

"아뇨! 죽을 뻔 했잖아요!"

무덤덤한 존과 달리 릭은 옷에 불이 붙었을까 싶어 몸 구석구석을 매만졌다.

"뭘 그래. 이런 '일'을 하다보면 늘 있는 일인데."

"그럼 이것도 '일'이니까 돈 주실 거죠?"

존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야지. 돈 벌려고 이러는 거잖아."


-----------------------------------


이렇게 두 번째 에피소드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공백기 동안 세계관과 연재 방침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서 그런지 초기의 엔딩과는 약간 달라진 감이 있네요. 하지만 (노숙님이 부탁하셨던) 자폭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고, 새로운 캐릭터 두 명(아직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감시역, 릭 호퍼)도 끼워넣을 틈이 생겨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제 고작 에피소드를 2개 연재했습니다만, 다음부터는 주인공의 성격이 약간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둘 다 냉소적이었다면, 존은 약간 능글맞게 하고 레스터는 약간 감정의 기복이 심한 식으로 분위기를 일신해 볼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주인공 둘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만큼, 주인공 둘이 먼저 깨방정을 떨어야 작품의 분위기가 바뀔 것 같아서입니다. 어울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8 댓글

SiteOwner

2018-06-17 17:49:25

이게 바로, 사고를 가장해서 죽이는 것이군요.

일단 레스터 리는 권총 손잡이로 그 코제니오프스키를 때려 기절시킨 것이니 죽인 것은 아니고, 릭 호퍼는 코제니오프스키가 만든 문제의 폭탄을 점화시킨 것이니 일단 폭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 코제니오프스키에 있는 것으로 하면 되고...이런 방향으로 직접 죽이지 않고 죽게 만드는 게 무섭게 여겨집니다.


역시 슬라브 계열 인명은 길다 보니 잘 외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긴 많은가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후기에 "노숙님" 또는 "노숙까마귀님" 이 언급되는데, 이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Lester

2018-06-17 20:53:53

아, 기절시킨 것은 레스터가 아니라 존입니다. 어느 작품에선가 글에선가 본 내용이지만 '실제 살인청부업자들은 보란듯이 저격이나 총질을 하진 않고, 대부분 사고사로 위장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히트맨 시리즈가 살인청부업자를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라나요?


이 '리퀘스트'는 사실 다른 사이트(포럼 규칙상 이름을 언급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에서 기획된 것을, 여기서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그 사이트의 이름을 내거는 것은 아니고, 단지 채팅방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기서 의견을 주고받다 보니 '신청'을 받은 걸 글로 옮겼고, 아이디어를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린다는 의미에서 적은 것입니다. 덧붙여 공지로 선정된 이후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리퀘스트 신청글에 대해 참여를 권장하는 측면도 있고요.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SiteOwner

2018-06-17 21:01:56

그런 것이군요. 잘못 읽었습니다.


리퀘스트에 그런 전말이 있었군요. 그래서 그 사이트에서 활동하시는 분의 닉네임을 언급하신 것...이해했습니다. 딱히 문제되지 않고 이용규칙 금지사항 제4조 및 추가사항으로 미루어 봐도 그렇게 리퀘스트를 하신 분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 자체는 위반사항을 구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당하기에 그대로 두셔도 됩니다.

Lester

2018-06-17 23:55:40

어쨌든 제 오너캐라 볼 수 있는 녀석에게 살인이라는 엄청난 역할을 맡기는 것은 꺼림칙해서 다른 주인공인 존한테 맡겼지만, 결과적으로는 뒷조사 등으로 그 죽음에 일조했으니 떨떠름하긴 매한가지네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냥 머리 비우고 쓰는 게 연재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살인을 비롯한 범죄에 일조한 것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넣으면 분량도 늘어나고 작품의 깊이도 더해지겠지만, 지금 당장으로서는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그렇게 '무거운(?)' 이야기를 좋아할지 의문이라서요.

마드리갈

2018-06-20 16:53:36

여러모로 위험한 상황이었네요.

게다가 준비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본상황은 정말 한순간. 게다가 폭발이다 보니 예기치 않게 폭발이 커져서 실무자도 위험에 빠질 수도 있고, 게다가 인간의 경제활동의 범위는 법령과 제도의 규제범위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것도 잘 드러나네요.


이렇게 두번째 에피소드를 완성하셨군요.

완성을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잘 써 나가시기를 기원할께요.

Lester

2018-06-20 19:29:07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가치를 어디다 두느냐의 문제겠죠. 그리고 그 가치를 두는 것은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치관과 가치관이 대립하면 답이 안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에피소드는 계속 쓰긴 해야겠는데, 흥미진진하긴 한건지 계속 의구심이 드네요.

Toucan

2018-07-04 21:44:22

음. 잘 읽었습니다. 코제니오프스키는 일을 벌인대로 되돌려 받았고, 이는 자신이 자초한 일로 알려지게 되었군요. 아, 원래부터 자신이 자초한 일이었을지도요. 마지막에 뒷탈없이 깔끔하게 처리되었군요.?마음에 드네요.

Lester

2018-07-06 20:25:39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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