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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에 한강에서 헬리콥터 추락사고가 발생하여, 탑승자 중 정비사가 타계하는 안타까운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의 시각 중 노후 헬리콥터라서 추락했다는 게 있어서 우려가 안 될 수 없군요. 문제의 기사는 한강 추락 헬기 21년된 노후 기종…지난해도 같은 기종 사고 제하의 2018년 12월 1일 중앙일보 기사.
이번 사고에 추락한 헬리콥터는 1997년에 러시아에서 구매한 Ka-32 헬리콥터인데, 이게 21년 된 기종이라서 노후했고 2017년에도 같은 기종이 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운용연수가 긴 것을 사고의 주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각은 굉장히 위험하며 올바르지도 않습니다.
일단 작년에 일어난 Ka-32 헬리콥터 사고의 원인은 기체의 노후가 아닙니다. 헬리콥터가 비행중 고압선에 걸려서 비상착륙하게 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입니다. 삼척 산불 진화 헬기 고압선 걸려 비상 착륙…1명 사망 제하의 2017년 5월 8일 아시아경제 기사에서 이 점이 드러나 있고, 공중을 가로지르는 전선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헬리콥터든 고정익기든 운용기간이 얼마가 되었든간에 사고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작년과 올해의 헬리콥터 사고에서 기종이 같은 것에 주목해봤자 사건의 원인 판단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으며, 운용기간에 천착하는 태도가 옳지 않은 것에는 재론의 여지도 없습니다.
게다가, 착륙충격이 큰 고정익기에 비해 헬리콥터는 수직으로 내리다 보니 착륙충격이 적어서 기체의 운용수명이 긴 편이고, Ka-32의 경우 운용도중에 운용수명연장안(Service lIfe Extension Program, 약칭 SLEP)을 적용할 경우 최대 32,000비행시간까지 운용가능한데, 산불진화용 헬리콥터가 21년 동안에 그렇게까지나 운용을 많이 했다고 볼 수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확히 조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통상적으로 운용해 온 이상 누적비행시간은 수천시간 레벨일 것이니 이것을 두고 노후 운운하면 왜곡입니다.
21년이니까 노후했다드니, 작년과 같은 기종이 사고가 났으니 문제니 하는 식으로 기사를 작성해서 무슨 이득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만은 명백합니다. 그리고 더 많은 근거로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만일, 이렇게 작성된 기사라면 동의할까요?
작년의 사고도 올해의 사고도 한국내에서 일어났고 헬리콥터의 운용인력도 한국인이니 한국이 사고빈발의 땅이나 한국인은 항공안전을 지키기에는 부적당하다는 내용이 실렸다면, 위의 노후 헬리콥터 운운, 작년의 사고기종이 올해도 사고를 냈다는 등의 사고방식과 마찬가지로 그 논조에도 동의해야 합니다. 한국이니까, 한국인이니까 그렇다는 것은 어불성설. 그렇다면 긴 말이 필요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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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2018-12-09 15:22:51
그러니까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응 그냥 이래서 그런거야" 하고 결론을 낸 거네요.
그런 식으로 분석해오면 보통 욕을 먹지 않나요...? 그렇게 분석해도 그냥 기사 낸 거니까 상관없다는 걸까요?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상황이 이런 기사를 만든 거 같고 그렇네요.
SiteOwner
2018-12-10 19:57:32
논리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 대충 짚이는대로 쓰니까 이런 참극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대략 이런 것이지요. 자동차는 10년 넘으면 중고차 정도도 아닌 속칭 "똥차" 레벨인데, 그것보다 더 오래된 1990년대에 도입한 헬리콥터는 쓰지도 못할 폐품 레벨이라고 단정해 버리고, 헬리콥터의 운용상 특징 따위는 그냥 무시해 버리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 상태에서 과거의 항공사고이력을 검색해 보니 마침 작년의 사고 중 올해의 사고와 동일한 기종인 Ka-32 관련이 있으니 그 확증편향이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해 버리고, 그 결과는 본문에 인용한 기사같은 성급하고 틀린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이런 사고방식이 의외로 꽤 널렸습니다.
지난주에 발생한 강릉역 KTX 탈선사고를 둘러싸고, 최근 날씨가 추워지니 이것이 원인이 아닐까 하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제대로 된 사고나 충분한 증거도 없이 최근 한파가 밀어닥친 것을 대충 인용해서 면피성 발언을 한 것임이 밝혀졌고, 이후에 시스템 차원의 문제가 있던 것이 드러나자 처음의 발언은 헛소리가 되었습니다. 역시 이것도 성격이 동일합니다. 일상이 이렇게 비논리와 공중누각으로 점철되어 있으니 분야를 안 가리고 헛소리가 난무합니다.
SiteOwner
2020-05-02 13:16:45
[2020년 5월 2일 추가]
또 노후 헬리콥터 운운하는 이상한 이야기가 언론에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발생한 지리산에서의 헬리콥터 추락사고에 대해서, 당시 현장에서 구조작업에 투입되었던 시코르스키 S-76 헬리콥터가 1992년에 제작된 노후기종 운운하는 언론이 한둘이 아닙니다.
정말 기령이 저 사고의 원인인지 확증할 수 있는 원인도 규명되지 않은데다, 헬리콥터의 운용상 특징 등의 이해는 온데간데없는 헛소리가 난무하는 예의 기사는 좀 안 썼으면 하는데, 대체 저렇게 써서 무슨 이득이 있다는 것인지...
참고로, S-76은 1977년 이래로 1천여대 이상 계속 생산되고 개량되어 왔습니다.
문제의 소개를 같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리산 추락 사고 헬기 '노후 기종'...중심 잃고 추락 (2020년 5월 1일 YTN)
SiteOwner
2023-04-26 00:29:00
[2023년 4월 26일 추가]
여전히 노후 헬리콥터 운운하는 시각에서 탈각하지 못하는 것이 언론에서 보입니다.
제조된지 20년이 넘었다고 노후 운운하는 근거가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데다 정말 수명에 중요한 것은 제작후 시간의 경과가 아니라 총누적비행시간이라는 것을 이렇게도 모르니 바보같은 소리나 골라서 합니다. 그러는 언론사가 직접 헬리콥터 구매비용을 지원할 것도 아니면서...
문제의 언론보도를 소개합니다.
기후위기로 산불 급증에도 산림헬기 67%가 노후 (2023년 4월 4일 중앙일보)
SiteOwner
2023-11-12 16:59:28
[2023년 11월 12일 추가]
경기도 포천저수지에서 일어난 AS350 헬리콥터 추락사고에 대해서 1980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문제의 기체가 노후기종이라는 이유로 사고의 원인으로 단정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전혀 말하지 않고 저렇게 말하는 태도에 무슨 대안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러면 한국인이 조종하니까 한국인이 원인이거나 한국에서 사고가 나니까 한국의 국토사정이 원인이라고 단정해도 이 논리는 성립해야 하고 이 논리의 결과도 수용해야 합니다.
해당 보도를 하단에 소개합니다.
[영상] 같은 노후기종, 반복된 사고…포천 저수지 추락 헬기, 43년 됐다 (2023년 10월 4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