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에 있는 염수호 사해(死海, Dead Sea)의 여러 특징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어요.
물이 유입되기만 할 뿐 외부로는 흘러나가지 않다 보니 수량은 표면증발로 줄어들 뿐이고 그래서 사해의 물은 염도가 극도로 높아져 있어요. 이러한 속성이 있다 보니 수영을 못 하는 사람도 표면에 자연스럽게 뜰 정도이고 사해의 물에서 어류가 생존할 수 없어서 탐욕의 극치와 그 결말을 보여주는 사례로 인용되기도 해요. 특히 갈릴리호와 대조적으로.
또한, 사해의 연안은 세계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육지이고 사해의 수면은 해발고도 -430.5m를 기록하고 있어요. 게다가 깊이는 304m.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 이란의 사이에 있는 카스피해나 러시아의 바이칼호의 깊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과 캐나다의 사이에 있는 오대호(Great Lakes) 중 사해보다 깊은 호수가 수피리어호(Superior Lake, 최심 406m)밖에 없는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깊은 호수이기도 하죠.
이러한 사해가 현재 죽어가고 있다고 해요.
호수는 물이 있어야 호수인데 사해의 물이 급격히 줄고 있으니까요. 이것의 주된 원인은 관개농업.
일단 여기까지 보셨다면 뭔가 기시감이 있을 거예요.
그래요. 생각하신대로 소련의 목화농업과 아랄해의 고갈.
과거 소련 내륙, 현재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걸쳐 있는 아랄해는 1960년 기준으로 68,000km2의 광대한 면적을 자랑했어요. 이것은 휴전선 이남 면적의 2/3을 넘는 것인데 이 아랄해는 농업용수의 공급원으로 혹사당한데다 소련 붕괴 후의 신생독립국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이 문제에 대처할 여력 자체가 없었어요. 1997년에는 면적이 1/10로, 2005년에는 1/20 가까이로 급격히 줄어들어버렸어요. 호반의 어업도시는 유령마을로 변하고 그 유령마을은 모래바람에 묻혀 사막으로 변한데다 쓰일 장소와 쓸 사람을 잃은 배는 여기저기에 버려져서 하염없이 녹슬고 있었어요. 다행히도 복구 프로젝트 덕분에 호수의 면적이 조금씩 늘고 있고 물고기도 살게 되었지만 1960년의 상태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여요. 연간 물 유입량이 4km3 정도이고, 아랄해의 평균 수심이 혹사되기 이전에 102m 이상이었으니 현재의 아랄해의 물의 부피 총량이 27km3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1960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1728년은 걸려야 해요. 아랄해가 황폐화되는 데에는 반세기도 안 걸렸지만 회복하려면 지금 생존중인 우리의 세대에서는 아예 기대할 수 없는 레벨...
다행히도 죽어가는 사해 문제에 대해 이스라엘과 요르단 양국이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라서 희망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일러요.
양국의 계획으로는 홍해와 사해를 잇는 운하를 건설하여 홍해의 해수를 끌어들이는 방안이 논의되어 2013년에 조약이 체결되었어요. 이 계획으로는 요르단 남부의 아카바(Aqaba)에서 홍해의 해수를 끌어들여 담수화한 후에 사해로 흐르게 하는 방안으로 이스라엘과 요르단 이외에도 인접한 팔레스타인 또한 사용료를 내고 담수를 이용할 수 있도록 참여시킬 것을 상정하고 있어요. 게다가 사해가 홍해보다 고도가 낮다 보니 이것을 이용한 수력발전소를 건설할 수도 있어요.
매년 1.5m씩 수위가 낮아진다는 사해.
사해의 면적이 605km2인 것을 감안한다면 매년 사해의 물은 9억 750만 m3씩 줄어든다는 것이고 사해의 평균 수심이 199m인 것을 감안하면 약 133년 후에는 사해가 완전히 말라붙게 되어요. 하지만 저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실행화되면 사해로의 담수 유입 기대량은 매년 1억 9000만m3로 기대될 수 있어요. 담수유입 기대량이 연간 감소분의 21% 미만이라서 턱없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사해의 수원인 요단강의 수량 90% 가량이 양국의 농업용수로 쓰이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 요단강의 수자원의 혹사를 완화시키면서 사해에 새로이 물을 공급시키는 편이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월등히 나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는 있어요.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들 것이 분명하지만 제2의 아랄해가 나오기보다는 해법을 강구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은 재론의 필요 자체가 없어요. 그리고 중동전쟁으로 대립하고 수차례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른 양국이기는 하지만 사해의 위기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을 보니 앞으로 중동지역에도 장족의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보여 여러모로 다행이예요. 사실 중동 각국의 갈등 중에 수자원 문제도 꽤 크니까요. 일례로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정착촌 문제에 대한 시리아와의 갈등이라든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적대관계 등.
참조한 기사를 소개할께요.
첫째는 브레이킹 이스라엘 뉴스의 2019년 1월 6일 기사(영어).
둘째는 요르단 타임즈의 2019년 1월 6일 기사(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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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키
2019-01-08 00:35:21
지구의 환경은 인간의 산업화와 함께 급속도로 변질되고 있다고 하던데, 이대로가다간 추후 후손들에게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야할까 고민이네요.
그나마 뒤늦게라도 대처법을 강구할 수 있으니 다행이에요. 이미 손을 쓰기엔 너무 늦은 것들도 많으니까요.
마드리갈
2019-01-08 15:54:44
국내외 여러 지역을 다니다 보면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요. 그렇다 보니, 오랜 적대관계가 있었긴 하지만 저렇게 환경문제에 공동으로 손잡게 된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프로젝트 추진이 정말 다행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아랄해의 비극이 사해에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이 프로젝트 추진이 인간의 의지와 기술이 지구환경을 위한 것임을 제대로 증명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아랄해 또한, 비록 느리더라도 회복이 진행중이라니까 이것에도 기대를 걸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