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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광고에 등장하는 "제작비 수십, 수백억"

SiteOwner, 2019-01-09 18:55:25

조회 수
183

구체적인 제품이나 솔루션의 광고에서부터 기업광고까지 다양한 광고를 만들 때 여러 방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방식이 여러가지라도 표현하는 것은 동일합니다. 좋은 제품, 좋은 솔루션, 좋은 기업임을 어필해서 소비자들에 우호적으로 다가가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어 소비자들이 선택하도록 이끄는 것.

그런데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영화광고를 보면 일반적인 광고와는 노선이 꽤 다르다는 것이 보입니다. 소비자들에 우호적으로 다가가기보다는, 뭔가 소비자들을 압도하는 게 목적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등장하는 수식어가 "거대한 모험", "장대한 서사시", "최강의 액션", "스타 캐스팅", "영화상 수개부문 노미네이트", "역사에 남을 대작", "최단시간 관객동원기록 갱신", "영화계의 대세", "블록버스터" 등의 압도적인 것들. 게다가 여기에 더해 제작비 수십억원, 수백억원 등의 것도 언급됩니다. 사실 엔터테인먼트의 특성상 많이 알리고 화려한 수식어로 강조하는 것이야말로 유리하니까 이건 총론적으로는 이해를 하겠는데, 각론적으로는 뭔가 묘한 감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수십, 수백억원, 아니, 그 이상으로 돈을 들였으니까 관람료가 비싸더라도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관람료 이상의 돈을 바침으로서 보답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인지, 비용이 얼마 들었으니까 비판은 일절 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인지, 만감이 교차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그렇다 보니 이렇게까지 생각합니다.

"내가 관람료를 보탠다 한들 이게 저 영화의 수익창출에 얼마나 기여할까? 아마 못하겠지."


그리고는 영화 관람자 대열에서 이탈할 근거까지 만들어버립니다. 거액의 제작비라는 세일즈 포인트가, 저에게는 오히려 구매욕구를 좌절시켜버리는 디마케팅(Demarketing) 수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마키

2019-01-10 03:46:10

판타지 영화가 "반지의 제왕"을 극복하지 못하고, 전쟁 영화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게서 번번히 패전하는 것과도 연관이 없진 않겠죠. 기실 영화라는게 예고편과 포스터만으로 관객을 확보하는 장르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상한 문구를 도배해놓고 있으면 괜시리 또 거부감이 들곤 하더라구요.


가령 제가 본 영화 중의 "택시운전사"만 하더라도 잡다한 문구 따위 다 치워놓고 "1980년 5월,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 라는 헤드카피만 걸어두고 택시운전사로 분한 송강호 아저씨가 환히 웃고 있는 모습이 담긴 포스터 만으로도 딱 보자마자 영화관에서 봐야할 인생영화라는 촉이 왔었죠.


"너의 이름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주역인 타키와 미츠하, 중심소재인 티아메트 혜성의 모습이 담긴?이미지에 캐치프레이즈인 "아직 만난 적이 없는 너를, 찾고있어" 만 걸어둔?깔끔하면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포스터를 쓰고 있죠.

SiteOwner

2019-01-10 15:56:48

마키님도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셨군요. 공감합니다. 이상한 문구로 도배해 놓은 영화광고는 오히려 영화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키거나 아예 완전히 박탈할 수도 있고, 특히 압도하려는 것은 더욱...


예시하신 택시운전사, 너의 이름은. 등의 것이 그래서 더욱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광고뿐만 아니라 컨텐츠 그 자체도 거추장스러운 수식어 등이 전혀 필요없습니다. 그런 것들이, 과도한 수식어 남발이 일상화된 세태 내에서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Lester

2019-01-12 17:27:24

달리 말하면 '거액을 들였다'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작품적으로는 딱히 내세울 게 없다'는 말과 거의 같은 의미이기도 하죠. 그 외의 수식어도 유행에 일부러 한 발 늦게 따라가는 저로서는 그다지 와닿지 않더라고요. 남들이 다 재미있다고 해서 나도 재미있으란 보장이 없으니...

SiteOwner

2019-01-12 17:36:50

그렇습니다. 사실 비용을 얼마나 들였는지와 만든 작품이 관객의 지지를 받는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인데다, 이어져야 할 이유, 관객이 그 지출규모를 알아야 할 이유 또한 사실상 없기도 하기에 예의 수식어는 그리 좋게 보이지를 않습니다. 게다가 사람의 취향이란 각인각색이니 남들이 재미있게 여기는 것들이 자신에게 딱히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광고 문구가 하나 있습니다.

"커피는 맛이 아니다, 향이다." 라는 것.

저희집은 커피를 잘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예의 광고문구는 바로 반발부터 일어나더군요. 맛에 자신이 없으니까 저런 엉뚱한 소리를 한다는 생각과 같이. 말씀하신대로 작품 그 자체로 못 내세우니 제작비의 규모를 언급하는 영화와 저 커피 광고가 다를 게 뭐가 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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