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자동차가 많은 여기에서도 완전 전기차는 보기 힘든 편이고 그나마 본 것도 정차중인 것뿐이었는데 오늘 귀가 도중에 바로 옆에서 달리는 전기차를 제대로 볼 기회가 있었어요. 차종은 현대 아이코닉. 외관상으로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것과 번호판이 옅은 청색으로 된 것이 전기차임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어요.
저의 옆을 지나고 있던 그 전기차는 팔을 뻗치면 바로 닿을 정도로 지근거리에 있었어요.
그런데 일부러 귀를 기울이려고 해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수준. 뭔가 정차해 있는 것인가 싶었는데 분명 움직이는 것이 보이니까 그 무소음 상태가 오히려 무섭게 여겨지네요. 청각이 특히 예민한 저조차도 주행음을 들을 수 없는데 부주의하게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전기차에는 분명 장점이 있긴 하지만, 너무 조용한 것은 가볍게 봐서는 안될 거예요. 특히 전기모터의 토크(Torque), 즉 회전력이 모든 속도범위에서 최대로 발휘되니까 충돌사고가 일어났을 때에 큰 피해를 야기하기 쉽겠죠. 앞으로 전기차의 보급이 늘어날텐데, 전기차가 충분히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좁은 길에서 저속주행을 할 경우에는 장비된 외부스피커 등으로 엔진음을 낸다든지 하는 대책이 의무적으로 보급되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창작물에서는 이 점을 악용한 게 이미 등장해 있어요.
사랑과 선거와 초콜릿 애니 1화의 시작이 전기차의 무소음 특성을 이용하여 특정인에게 몰래 접근하여 교통사고를 위장한 테러를 가하는 것(해당 게시물 참조). 등장한 차량은 완전전기차는 아니고 하이브리드카이지만 엔진을 끄고 배터리와 전기모터만으로 주행가능하고 그 때에 무소음 상태인 점에는 변함이 없다 보니 본질은 같아요. 이제 이런 수법이 그냥 가공의 범죄실행수단이라고 단언할 수만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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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9-01-20 15:06:53
어디서 듣기로는 전기차에 일부러 소리 내는 기능을 넣어서 경고같은 것을 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하는데, 상용화된 기술이 아닌 걸까요... 전기차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서...
아무튼 기술이 발전할수록 신경써야 하는 것도 더 생기니, 그것을 놓치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마드리갈
2019-01-20 15:21:10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예요. 영어로는 Electric Vehicle Warning Sound System, Acoustic Vehicle Alerting System 등으로 표현되는 이 장치는 2010년 일본에서 가이드라인이 확립되어 같은 해에 미국 특허를 취득했고, 2011년 닛산을 필두로 이 기능이 탑재된 자동차가 출시되고 있어요. 그런데 세계적으로도 아직 의무사항은 아닌 터라 몇몇 완성차 제작사들은 채택하지 않고 있거나, 차후에 판매지역의 법령에 따라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정도로만 구비한 정도로 대처하는 수준이죠.
기술의 발전은 추진해야 하는 것이지만, 부작용 또한 항상 잘 고려하고 대처해야 하죠.
일례로 이런 게 있어요. 지금이야 국제 항공교통은 제트추진의 여객기로 이루어지는 게 당연하지만 제트기가 개발되어 보급되던 시대에는 당장 비행장에 문제가 생겼어요. 그냥 풀밭이거나 다져진 땅이면 되는 활주로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된 활주로로 바뀌었고 제트기가 피스톤엔진 추진의 항공기보다 가속이 나쁘기에 이착륙에 필요한 활주로도 더욱 길게 요구되는 약점도 있었죠. 반면에 유증기가 많아 위험한 가솔린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할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한 등유를 연료로 쓰게 되면서 비행장의 안전관리 및 항공연료 비용절감에 유리해졌어요. 신기술로의 이행은 이렇게 일장일단이 있고 전기차 관련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