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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현재 아트홀에 쓰고 있는 소설에 대해서 체크리스트를 만들자면...


?- 장르는 잡혀 있는가? = YES(해결사물, 일상물 등)

?- 주인공은 잡혀 있는가? = YES(레스터 리, 존 휘태커)

?- 대략적인 줄거리는 잡혀 있는가? = YES(핵심 주인공 레스터가 존의 일을 거들면서 흑과 백을 모두 접하고 각자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을 알아가는 이야기)

?- 세계관은 잡혀 있는가? = YES(가상의 도시이며 그때그때 설정이 추가됨)

?- 분위기는 잡혀 있는가? = YES(전반적으로 차분하거나 유쾌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내용도 있음)


여기까지 보면 어느 정도 완성이 된 것 같긴 한데... 가장 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 에피소드 구성은 되어 있는가? = NO


예전에 썼던 글에서는 장르적으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서 고민했지만, 지금의 행복한(이라기보단 행복이 뼛골에 사무쳐서 괴로운) 고민은 소재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옴니버스 해결사물 특성상 무슨 이야기를 다뤄도 문제가 없어서, 쓰려고 마음먹은 에피소드는 많은데 그 중에 무엇을 택해야 할지가 정말 난감합니다. 이 소재를 택할까 하면 저 소재도 끌리고, 계속 무한반복...


그나마 냉정히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쌓아둔 에피소드'는 대략 제목과 빌런만 정해진 상태라 대략적인 줄거리가 없습니다. 줄거리는 있는데 어떻게 구체화시킬지 세부사항이 없다고 하는 게 정확하겠네요. 그리고 당장 쓰고 싶은 소재라고 해도 간략한 조사나 구성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 제외할 수 있겠고요. 가령 살인사건 뒷조사 같은 경우는 하다못해 알리바이 트릭 같은 거라도 생각해둬야 흥미진진할 테니까요.


막상 이렇게 정리하고 것들을 훑어보면 너무 뻔한 주제나 내용들이라 이것들을 그대로 활용해야 하는 건지 의구심이 듭니다. 분량이 적기도 하고, 뒷내용이 뻔하게 예상되는 이야기를 써 봤자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예전에 구상했을 때는 '세계관을 소개하거나 구체화하는 용도도 있으니까 괜찮겠지' 싶었는데 지금 보면 재미가 없는 것 같고.


너무 혼란스럽네요. 어떤 주제를, 어떻게, 얼마만큼 활용해야 할지...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4 댓글

마드리갈

2019-01-19 22:20:49

5개의 YES 중 하나에 동의할 수 없네요.

그 부분은, 네번째 질문의 답 중 "그때그때 설정이 추가됨" 부분이예요.

이미 시작하기 전에, 무대가 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설정이 필요최소한으로 완결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계속 늘어나 버리면 그것으로 인해 계속 허점이 생기고 그 허점을 메운다고 또 다른 곁가지가 뻗어서 이야기는 응집력을 잃고 다른 방향으로 표류하기 쉬워져요. 이것이 결과적으로 에피소드 구성에 투자할 자원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문제가 되기 쉽죠.


주제의식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이것에 집중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면 해답이 보다 용이하게 나올 수 있을 거예요.

Lester

2019-01-20 05:44:49

음, 지역에 대해서는 (본문에는 적지 않았지만) "대강 어떤 지형이다"라거나 "몇 개의 대구역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 어떤 분야/산업에 치중되어 있다" 정도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경험에 의거한 결론이기도 한데, GTA 팬픽을 쓸 무렵에 GTA와 관계없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삼아서 소설을 썼지만 '사실 지역의 명칭이건 위치건 몰라도 이해하는 데엔 지장이 없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위치가 바뀌는 대목마다 지명 표기를 해대니 읽을 때 지장이 있기도 하겠지만, (독자층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대부분 관심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각 주조연의 근거지가 어디이며 그 위치는 어디인지 정도만 첫 등장 기준으로 명시할 뿐입니다.


주제의식은 본문에서 '대략적인 줄거리'에 서술되어 있으니...

그 '흑과 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겠군요.

SiteOwner

2019-01-21 19:51:51

이미 답은 총론적으로 내신 것 같은데, 각론 단계에서 구체화되어 있지 않아서 여러모로 고심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 추측이 맞을지 아닐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그렇게 보이는군요.


대략적인 줄거리 쪽에 대해 보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핵심 주인공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표현하시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어느 수준까지 가닥이 잡혀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게 명확히 잡혀있지 않으면 여러 사항의 취사선택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되더라도 필요 이상의 노력을 소모하여 정작 집필에는 집중하지 못한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그러니 이것이 확립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이렇게 보여서 답변을 드렸습니다.

Lester

2019-01-21 22:52:44

어쩌면 총론에서 결론이 안 난 것일지도 몰라요. 말씀대로 가벼운 이야기를 쓸지 무거운 이야기를 쓸지도 계속 고민이 되거든요. 그래서 나는 '왜' 가벼운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왜' 무거운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고찰하고 있습니다. 일단 피카레스크마냥 그놈이 그놈이라는 불쾌한 구성을 원하지는 않으니, (평면적이든 입체적이든) 악당이 등장하더라도 권선징악을 당하는 내용으로 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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