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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7일, 비정질(非晶質, amorphous) 분야의 일인자로 유명했던 일본의 물리학자인 요네자와 후미코(米沢富美子, 1938-2019) 케이오대학 명예교수가 타계했어요. 80세.
비정질이란, 결정형태를 지니지 않은 형태의 고체의 상태를 말해요.
대표적인 비정질 물질로는 유리가 있고, 그래서 유리는 깨어질 때 패턴이 일정하지 않죠. 이 상태는 비금속물질에서는 흔히 발견되지만 금속의 경우는 비교적 최근인 1960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폴 두웨즈(Pol Duwez, 1907-1984)교수가 발견하였어요. 비정질은 액체상태의 물질이 급속히 냉각되어 물질이 응고될 때 결정을 이룰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때 나타나는 상태이며, 위에서 언급했듯이 결정이 없다 보니 특정한 방향으로 힘을 가했을 때 급격하게 쪼개지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약한 구조가 존재하지 않고, 결정상태일 때와는 크게 다른 물성을 지녀요. 이를테면 물리적 강도, 열전도, 전기전도, 산화 등의 특성이 결정일 때와는 확연히 달라져서 같은 소재라도 더욱 강하고 부식에 잘 견디는 등의 유리한 속성을 지니게 되어요.
이 비정질을 이용한 제품은 생활 속에서 많이 접할 수 있어요. 유리제품은 물론, 태양전지패널, 액정화면 등에 쓰는 박막트랜지스터 등 이것들을 제외한 실생활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의외로 많은 분야에 침투해 있어요. 하지만 이것은 급속냉각기술 자체가 구현하기 힘들어서 실용화는 20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가능해졌어요. 냉각재로 물이나 기름 등은 부적당하고, 용융상태의 금속 등을 써야 하니까요.
요네자와 후미코 교수는 바로 이 비정질 분야의 일인자일 뿐만 아니라, 일본 여성과학자의 선구자적 존재로서도 아주 유명해요.
어릴 때부터 기계를 좋아했고 수학, 과학에 특출한 재능을 보인 그녀는 교토대학(京都大学), 영국 킬대학(Keele University) 등을 거치면서 기초물리학자로서 입지를 다져갔고, 교토대학, 케이오대학(慶應義塾大学)에서 교수를 역임했어요. 그리고 비정질의 연구는 물론 각종 이론물리학, 액정, 고분자, 초전도, 복잡계 등의 분야도 연구했으며,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일본물리학회의 회장으로 취임했어요.
1996년에는 일본의 화장품제조사 에이본(Avon)의 에이본 여성대상을, 2001년에는 일본여성과학자회 공로상을, 2002년에는 케이오대학 구성원의 기념비적인 학문적 성과를 기념하는 후쿠자와상(福澤賞)을, 2005년에는 비정질금속 및 액체금속에의 이론 및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야의 개척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의 화장품제조사 로레알과 국제기구 유네스코(UNESCO)가 제정한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Prix L'Oréal-Unesco pour les femmes et la science)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과학 외적으로는, 일본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일가일성주의(一家一姓主義), 즉 모든 가족구성원이 하나의 성씨를 가져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 부부별성주의의 선택적인 도입을 주장하기도 하였어요. 또한 일반인 대상의 저서, 발언 등도 많았던, 학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명망가였어요.
이렇게 현대 정보화사회의 기틀을 쌓은 위대한 업적, 여성 또한 과학기술분야에서 얼마든지 활약가능한 점, 그리고 사회제도에 대한 관심 등 여러 영역에서 귀감이 된 요네자와 후미코 교수의 80년의 일생에 걸친 노력에 깊이 감사하고, 또한 이 인물을 이렇게 떠나보내는 것을 슬퍼하고 있어요. 특히, 과학도로서의 꿈을 꺾었던 저로서는, 그 어려운 시기에 과학자의 길을 선택한 요네자와 후미코를 길이길이 기억하고 싶어요.
보도기사는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길 부탁드려요.
2019년 1월 21일 지지통신사 기사,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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