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1980년대에 유행한 의복 중에, 이름이 새겨진 어린이 셔츠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옷을 입는 어린이의 이름이 자수나 전사 등으로 티셔츠 위에 새겨져 있는 형태로, 이름이 작은 것도 아니고 한가운데에 커다랗게 새겨져 있어서 그 옷을 입은 어린이의 이름을 틀리려고 해도 틀릴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티셔츠는 당시 학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꽤 유행했는데다, 당시에는 유명 백화점에서 취급하던 것이다 보니 간접적으로 집안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던 어린이 유괴살해사건이 횡행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자녀가 유괴범에게 특정당하는 것을 기피하게 되었고, 그래서 이러한 티셔츠도 급격히 사라졌습니다. 기존에 이런 티셔츠를 입어왔던 어린이들은 성장하면서 더 이상 유년기의 옷을 입지 않게 되었고, 취학하던 어린이들이 그렇게 이름이 드러나는 티셔츠를 입는 경우 또한 급격히 사라졌습니다. 이 경향에 더해서, 길거나 특이한 이름을 짓던 유행도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2000년대가 끝날 때쯤, 대학생들이 야구잠바같이 생긴 것을 입고 다니는 경우가 많이 보였습니다. 대구에서도, 서울에서도, 그리고 여러 도시에서도.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대학, 학과 또는 소속 동아리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당시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던 동생에게 물어보니 동생의 대학에서도 그게 "과잠바" 라는 이름으로 유행이라고 합니다. 혹시 구입했냐고 물어보니, 사지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합니다. 안그래도 키가 커서 눈에 잘 띄는데, 이것에 더해서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신원을 특정당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처음부터 없다고.
예의 두 의복을 직접 단순비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란 여전히 강한 것인가 봅니다. 단지 그것이 타의에 의한 것인가, 자의에 의한 것인가의 차이이고, 또한 외생변수에 어떻게 영향을 받고 대응가능한 것인지의 차이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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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키
2019-01-27 17:26:36
서브컬처 쪽 코스프레 의상도 어찌보면 그런 류의 것이겠죠.
너무나도 특징적인 디자인이라 한 눈에 봐도 딱 어디 나온 의상이다 라는걸 알 수 있는 의상이 대부분이긴 한데, 아마가미 처럼 원작을 모른다면 그냥 수수한 스타일의 교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의상도 있고, 금빛 모자이크의 (쿠죠) 카렌 파카처럼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디자인 예쁜 옷이다 싶은 의상도 많죠.
SiteOwner
2019-01-28 18:15:52
그렇습니다.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방법 중에 각종 창작물의 캐릭터를 코스프레하는 것도 있다 보니 그 자체는 편견없이 보고 있습니다. 단지 과거의 어린이 셔츠처럼 타의로 입혀지고 자신의 신원이 노출되는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좀 뭐한데다가 과잠바같이 자신의 소속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꺼려질 따름이지만요.
그러고 보니, 바로 현실로 옮겨와도 좋다 싶은 교복 디자인이 꽤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아마가미, 역시 내 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되어 있다, 러브라보, 후우카, 니세코이,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울려라 유포니엄, 암살교실, 유라기장의 유우나씨, 청춘돼지는 바니걸 선배의 꿈을 꾸지 않는다 등에 나오는 교복들이 그렇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무 배경지식 없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실제의 교복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빛 모자이크의 쿠죠 카렌이 입은 그 유니언 잭 파카는 그 자체로 예쁘지요. 그러고 보니 금빛 모자이크는 한동안 안 봤는데 다시 볼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