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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야구 관련 글을 쓰게 되네요.
야구경기를 보다 보면 선수들 사이에 시비가 붙어서 싸우게 되고, 두 팀의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일제히 뛰쳐나와 싸움에 가담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것을 영어로는 Bench-clearing brawl, basebrawl 등의 용어로 부르지만 일단 국내에서는 벤치 클리어링으로 통하고 있어요.
일어나는 원인은 다양한데, 특히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의 몸에 맞는 빈볼(beanball), 주자의 진로를 방해하는 등의 거친 플레이, 폭투, 실책 등을 가장한 야비한 경기운영 등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요.
이게 일어날 때 중계방송 또한 가관이죠.
해설자들이 갑자기 흥분하여 막 즐기듯이 말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이렇게.
"Here they go, Oh, bench is empty!!"
스포츠언론에서는 벤치 클리어링을 안 좋게 보는 경우도 많지만, 전 생각이 달라요.
심판이 명백한 반칙이 아닌 사안에까지 일일이 관여할 수는 없고, 그래서 반칙의 수위를 넘지 않는 야비한 플레이에 대한 유혹은 좀처럼 가시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것에 대한 사실상의 응징수단으로서 벤치 클리어링은 경기의 일부라고 보는 편이예요.
게다가 유튜브(YouTube) 등에서 MLB Brawls, MLB Rejections, Nolan Ryan Headlock, Chan Ho Park Kick 등으로 검색해서 영상을 보면 이런 게 드러나죠. 가령 몸에 야구공을 맞았을 때 충격이 너무 커서 그 자리에서 쓰러진 경우가 아닌 한, 맞은 사람 쪽에서 잠깐 참았다가 결국 화를 못 참고 삿대질을 하거나 배트, 헬멧 등을 집어던지거나 하면서 돌진하는 경우가 꽤 잦은데, 결과적으로는 싸움으로 번졌다 하더라도 당한 당사자가 그래도 참으려고 했다는 건 보여요. 그래서 이걸 마냥 매도할 건 아닐 거예요.
그런데 이것도 너무 심하면 문제가 되죠.
최악의 사례는 2003년 10월 13일 메이저리그의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ALCS) 3차전.
당시 경기를 벌이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특히 적대관계로 악명높고 양 팀의 선수든 팬덤이든 상당히 거칠어요.
게다가 뉴욕 양키스의 선발투수는 거친 언행과 플레이스타일로도 악명높은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Roger Clemens, 1962년생),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발투수는 "고무팔" 페드로 마르티네즈(Pedro Martinez, 1971년생). 에이스들의 격돌이라서 더욱 분위기가 험악했는데, 사건은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뉴욕 양키스의 타자 카림 가르시아(Karim Garcia, 1975년생)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데에서 시작했어요. 일단 바로 싸움이 나지는 않았는데 로저 클레멘스가 보스턴 레드삭스의 타자 매니 라미레스(Manny Ramirez, 1972년생)에게 위협구를 던지자 싸움이 붙었고, 이 과정에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어요. 뉴욕 양키스의, 당시 72세의 코치 돈 짐머(Don Zimmer, 1931-2014)가 페드로 마르티네즈에게 달려들자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그 코치의 머리를 잡고 집어던졌어요. 그래서 당시의 중계방송에서도 해설자의 반응이 끔찍하다는 말이 이어질 정도로 굉장히 싸늘해요.
당시의 해설자가 한 말을 받아적으면 대략 이러해요.
Oh, my goodness. Don Zimmer and Pedro Martinez, ah, that's awful.
Don Zimmer is a seventy-two-year old man waying Pedro Martinez's face. Pedro Martinez threw him down. That's terrible, awful, absolutely awful.
전혀 호의적이지가 않죠. 게다가 냉랭한 어조.
게다가 이후에도 경기중에 폭력사태가 있어서 경기장에서의 맥주판매는 당분간 금지되었다고도 해요.
벤치 클리어링에 대해서 이렇게 써 봤어요.
한동안 야구에 관심을 그다지 두지 못하다가 요즘 들어서 야구 관련 뉴스가 늘어나고 하니 이것을 다루어보고 싶어졌어요.
꽃피는 봄부터 수확의 가을까지 이어질 올해의 야구시즌이 시작하고 있어요. 프로야구가 있는 국가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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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9-03-31 22:45:52
벤치 클리어링은 단순한 폭력사태로 봐야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찌보면 필요악일수도 있겠다는 거군요.
그리고 과한 벤치 클리어링은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 인상적이네요, 그것은.
벤치 클리어링이라고 하니 연예인 야구단이 생각이 나네요.
벤치 클리어링 사태가 벌어지면 싸움 대신 닭싸움을 하죠. 평화롭다면 평화로워요.
마드리갈
2019-03-31 23:59:49
사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이것이 릴리스 포인트를 놓쳐서 폭투한 것인지 타자를 다치게 할 목적으로 폭투를 가장한 위협구를 던졌는지는 관중의 시점에서는 정확히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선수의 입장이라면 거리가 있더라도 표정이나 제스추어 등으로 알 수가 있으니 의도를 어느 정도는 추정가능한 것이고, 재발을 막기 위한 필요악이 있어야 해요. 어차피 프로선수들은 나중에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거나 그 역의 경우가 얼마든지 성립하니까, 야비한 행위에 보복이 따름을 보여주는 것은 역설적으로 동업자정신을 유지시켜주는 기반이 되기도 해요. 지나치지 않는다면.
닭싸움!! 그건 정말 웃겨요. 대체 어떤 상황인지 생각할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