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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입니다.

Lester, 2019-04-07 22:46:05

조회 수
235

약 1달쯤 전에 모 회사에 취직해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상황이 약간 호전됐다'고 한 것은 이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예전의 그 게임회사 건 때문인지 계속 시덥잖게 보시네요. "그게 얼마나 갈 것 같으냐" "차라리 그럴 시간에 공무원 시험을 열렬하게 준비해서 바로 합격하면 신간이 편하다(이 신간이 편하다는 게 대체 뭔 소리인지, 잘못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또 거기서 몇 달 있다 잘리면 뭔 소용이냐" 이런 말을 듣고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아예 '공무원 시험 본다는 놈이 인터넷이나 하고 자빠졌냐' 이런 식으로 아예 공무원 시험이 기정 사실화되어 있습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무슨 말을 해도 듣지를, 아니 애초에 말할 수도 없는데... 그거하곤 별개로 회사에서는 (어딜 가도 마찬가지지만) 과연 내가 여기서 뭘 잘 해서 이 회사에 남아 있을 수 있는 건지, 하는 공허함 같은 게 들기도 합니다. 제딴에는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평가가 다르게 나올 수도 있는 거고. 어쨌든 뭘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글쓰기의 감도 많이 사라져서 당장 뭐라도 써야 하는 판국인데, 감을 되찾기 위해 예전에 고등학교 때 썼던 것을 리메이크 해서 지금 소설의 극중극 형식으로 연재해볼까 합니다... 만, 이것도 큰 맘 먹고 하려고 했더니 배경과 설정 등 기초공사하는 데에 시간을 다 쏟고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의 근황이란 이러합니다. 그렇게 신 취급받는 공무원 시험은 무슨 사건이라도 터져서 한 번 뒤집혔으면 좋겠다는 게 지금의 심정입니다. 좋다 싫다의 문제가 아니라 정상이다 비정상이다의 수준으로 매도를 당하니 정신이 버텨내질 못하네요.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11 댓글

마드리갈

2019-04-08 23:26:43

무슨 말씀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말할 수 있겠어요.

자신이 가야 하는 길은 분명히 있다, 가야 한다면 해당 방면의 유일한 인재가 되든 최고의 인재가 되든 그 둘 중의 하나를 지향해야 한다, 자신의 길에 가족이라도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정도.


물론 레스터님의 심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비슷한 생각을 한 적도 있기도 해요. 하지만 생각이 생각의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과 실제로 글로 드러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길 바랄께요.

Lester

2019-04-09 02:07:53

어렸을 적인가에는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고 불만이 많았는데, 요즘은 차라리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좀 더 결과를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뭐 지금의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달려보고는 싶지만요.


그런데 뒷부분에 있는 '생각이 생각의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과 실제로 글로 드러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상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마드리갈

2019-04-09 20:51:33

생각이 생각의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은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어요.

하지만 글로 드러나게 되면 이것은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거든요. 레스터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의견도, 그리고 예의 주장을 논파하려는 시도 또한 충분히 존재가능해요. 사실 본문중에 드러난 생각에 거친 부분이 있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그 점을 말씀드리려 했던 거였어요.

Lester

2019-04-10 16:27:02

사실 기분이 안 좋은 일을 겪은 직후에 쓴 글이라 거친 부분이 있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리고 해당 부분에 대해서 평가가 갈릴 수 있다는 것도 동의합니다. 포럼은 개인공간이 아니라 공공의 공간이니 말이죠. 말씀의 취지는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글을 내리는 게 좋을까요?

마드리갈

2019-04-10 17:24:03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글을 내릴 것까지는 아니예요.

포럼은 회원의 자체 컨텐츠 위주로 만들어져 나가고 있으니까 개별 회원의 생각이 존중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 포럼의 전제이기도 하기에 단지 거친 부분이 있거나 평가가 반드시 우호적일 수만 없다는 이유로 자유로운 발언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고 보고 있어요. 그리고, 포럼의 안전을 위해하거나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판단될 객관적인 근거가 있지 않은 한, 운영진으로서도 회원의 자유로운 발제를 보장할 의무가 있어요.


그러니까, 이 글은 그대로 두셔도 좋아요.

앨매리

2019-04-09 10:04:51

가족들의 성화에 밀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적성에 맞지 않는 걸 깨달아서 그만두고(지금 생각해보면 학원비로 날린 돈이 너무 아깝네요. 제가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이었는데...) 국가에서 교육비를 지원하는 IT학원을 수료한 후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게임회사에 취직하신 Lester님이 무척 부럽네요.

사실 너도나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환경이 비정상인데 언제쯤이면 정상화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취업 환경이 더 안정적으로 변해야 할 텐데...

Lester

2019-04-09 10:59:15

엥? 지금 취업한 곳은 게임회사가 아닙니다;;; 뭐 라즈베리파이라는 초소형 컴퓨터(?)를 이용한 IoT 상품을 개발 및 판매한다는 점에서 아주 관계가 없지는 않지만요.


사실 가능하다면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생물의 심리이기도 하니,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걸 마냥 뭐라고 할 수는 없죠. 다만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나 문제 의식을 제기하지는 않고, 오로지 '이것이 운명이다' 식으로 포기나 납득을 넘어 강요하는 게 싫을 뿐입니다.

앨매리

2019-04-09 21:39:54

아, 중간에 게임회사 건 때문에 탐탁치 않게 본다는 부분을 잘못 보고 착각했네요. 아이고 이런...

요즘에는 사회가 불안정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보니 무언가를 바꾸기보다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걸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한 몫 하는 거겠죠...

Lester

2019-04-10 16:33:14

다른 게임회사에 들어갔더라면(실제로 그런 제의가 온 적이 있었습니다. 개발이 아닌 PD급으로요)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개발은 애초에 무리고, 기획도 기존의 게임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다듬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니까요. 무엇보다 질문이나 의견을 내면 바로바로 대답이 있고 상향식 소통이 원활한 곳인가 하는, 게임을 떠나 조직상의 문제도 있고요. 지금 있는 회사는 게임과는 약간 거리가 있습니다만 그래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정을 택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죠. 아무리 전망이 있다고 한들 실질적인 담보는 없으니까요. 그래서인지 해당 주제는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힘들더군요.

SiteOwner

2019-04-11 22:26:11

선택지 및 정보가 많은 수도권과는 달리, 지방의 경우는 아무래도 공무원 이외의 직업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풍조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국내의 유명 기업들은 생산거점이 지방에 있어도 본부는 수도권에 두는 경우가 많고, 과거의 사농공상, 관존민비 관념이 워낙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보니까 기성세대는 공무원에 목매는 경향이 강합니다.

솔직히 그런 기성세대의 생각을 불식시킬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것이기에 자신이 철저히 관리하고 책임져야 하고 그렇습니다. 단 자기 몫은 확실히 할 수 있다면 그 선입견은 그나마 완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중심을 잘 잡고,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될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직업활동에서도 창작활동에서도 동일합니다.

Lester

2019-04-12 00:54:01

어떤 모임에서 만났던 사람도 "뭘 하든 상관없지만 자기 앞가림은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어느 정도는 현실적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스스로 중심을 잡는 게 굉장히 어렵네요. 자신을 버릴 줄 아는 것도 그렇지만 옳은(?) 의견을 밀고 나간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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