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배경을 이야기하자면, 예전에 GTA 카페에서 잘 알고 지내던 동생과 즐겁게(?) 게임 팬픽으로 만들어갔던 물건입니다. 그 동생은 GTA의 특정 시리즈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있고, 저는 게임 쪽은 잘 모르지만 스토리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었으니 그럭저럭 좋은 팀이었죠. 그래서인지 제가 팬픽을 쓰면 고맙게도 그 친구가 가장 열성적으로 반응해 줬습니다. 지금은 둘 다 해당 카페를 떠난지 오래됐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차에 묘하게 다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습니다. 저는 지금의 코스모폴리턴을 연재하려면 필력이나 에피소드 구상력 등 되찾을 게 많이 필요했는데, 해당 팬픽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설정을 바탕으로 쓰는 것이라 한숨 돌릴 틈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애초에 GTA 특성상 순도 100%의 범죄물이라 일말의 도덕적 갈등도 없이 평탄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고요. 한편 그 동생은 역시 현실에 치여서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계속 해당 시리즈를 붙잡고 있었고, 그래도 예전처럼 해당 작품에 대해서 여러가지 아이디어와 의견을 제공했습니다.
그래서 연재는 결정되고 첫 에피소드도 대강 가닥이 잡혔습니다만, 쓸데없는 데에서 공을 들이는 제 고질병이 도져서인지 아직 이러한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팬픽 특성상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원작의 배경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GTA 시리즈는 현실로 배경을 했으나 논란거리를 최소화하고 싶어서인지 모든 것을 자기들만의 명칭으로 바꾸는 방법을 택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 마이애미 → 바이스 시티
?- Ruger Mini-14F 돌격소총 → 크루거 돌격소총
?- 람보르기니 쿤타치 → 인페르너스
그러다 보니 이런 요소들을 언급할 때 하나하나 설명이나 외국의 위키를 주석으로 달아야 하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현실의 이름으로 써야 하는지, 그냥 원작 존중 차원에서 원작의 이름을 써야 하는지 고민됩니다. 예전이라면 당연히 원작의 이름을 썼겠지만 그건 'GTA 시리즈를 해본 사람'이라는 기본 전제가 있었으니까요. 원작인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정보를 습득할 테니 제가 부연설명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물론 스토리처럼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은 해명이 필요하지만요). 하지만 포럼에서 연재할 때는 상황이 다릅니다. 팬픽을 읽기 위해서 게임을 하라고 하는 것은 본말전도이니...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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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
2019-04-28 16:01:17
주제 자체가 GTA라면 굳이 모티브를 차용해온 현실의 개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네요. 예를들어 로스 산토스가 아무리 모티브를 차용해오고 실제의 도시를 잘 재현해도 근본적으로는 로스 앤젤레스가 아니라 "로스 앤젤레스를 모티브로 한 가상의 도시"니까요.
모티브도 주제도 GTA 라면 어디까지나 현실이 아니라 GTA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팬픽션이니까 현실의 개념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대신 묘사나 서술을 통해 대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특성을 적어야 하긴 하겠죠.
Lester
2019-04-28 22:58:46
당연히 배경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어요. 문제는 총기나 차량 등에 대해서입니다. 처음엔 게임 내 명칭을 적고 주석으로 실제 모델을 적을까 했는데, 소설에서는 삽화를 따로 싣거나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 이상 그게 그거기 때문에 코스모폴리턴에서 하듯이 적당히 색깔과 종류 정도(ex. 하얀색 스포츠카, 노란색 세단)만 짚고 넘어갈까 생각중입니다. 물론 스포츠카나 세단도 종류가 여러가지니 그냥 모델이 되는 실제 명칭을 그대로 밝히는 게 편할 것 같기도 하지만요. 자주 언급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팬픽이니...
SiteOwner
2019-04-29 19:40:16
독자의 입장에서는 작품이 특정작품의 팬픽이든 오리지널이든 그것은 딱히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재미있게 읽히고 가치있게 느껴지는가이지요. 물론 원작을 알면 이해가 더욱 빨라지겠지만, 이것은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까지 가지는 않습니다.
이런 방법도 강구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라인에 따라 진행되는 게임의 경우 대체로 튜토리얼이 있습니다. 그래서, 튜토리얼 감각으로 첫 회차를 쓰는 방법이 어떨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등장인물이 무대가 되는 작중배경에 처음 등장할 때 주변의 상황에 대해서 이상한 것을 눈치채거나, 관청, 상점, 은행 등의 시설에서 필요한 행위를 하면서 지역의 특수한 사정에 대해 익혀가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조금씩 소개하면서 작중에 설명을 잘 녹아들게 한다면 꽤 효과적일 듯합니다.
마침 쓰시려는 팬픽이 GTA에 기초하고 있으니 잘 되었군요. 한번 튜토리얼 감각으로 써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마키
2019-04-29 22:07:11
본문과는 별개로 타니가와 나가루의 라이트노벨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말씀하신 것 처럼 딱딱 끊어지는 기승전결, 캐릭터 소개, 세계관 묘사, 인물상, 내용 전개 등이 전부 1권 안에서?깔끔하게 시작하고 끝나는 덕분에?단권 라이트노벨 작성의?교과서와 같은 작품으로 취급받기도 하죠.
Lester
2019-04-30 01:46:20
호오, 스즈미야 하루히가 그런 식이군요. 동네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참고는 해 봐야겠습니다.
Lester
2019-04-30 01:45:41
튜토리얼 형식으로 시작하는 건 예전에 제가 게임 팬픽을 쓸 때마다 취했던 방식입니다만, 근래에는 너무 게임적 구성에 연연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잘 안 쓰고 있습니다. 게다가 게임적 구성을 따라가며 쓰다 보면 종종 '이런 시스템/연출은 이 게임에서 안 되지 않나?'라는 식으로 쓸데없이 브레이크가 걸리기도 합니다.
다만 말씀하신 대로 작중 배경에 대해서는 원작인 GTA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하지만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만 설명하고 넘어갈 생각입니다.
마드리갈
2019-05-01 12:42:07
읽는 것이 팬픽이든 오리지널이든 간에 그게 하나의 작품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래서, 원작을 상세히 설명해야 할 것까지는 아니라고 봐요. 특히, 원작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애니를 감상하거나, 처음부터 원작이 존재하지 않는 오리지널 애니를 선호하는 저로서는 딱히 원작에의 언급이 필요한 건가 싶기도 해요.
물론 애니는 시청각매체이고 소설은 활자매체이다 보니 작품 수용수준이 확연히 다르겠지만, 그래도 글에서 묘사되는 것으로 독자는 여러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고 그렇게 소설의 배경 속으로 몰입할 수 있게 되어요. 그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하는가가 문제될 뿐이겠죠.
말씀하신 GTA는 자동차를 이용한 범죄를 다룬 게임. 그래서 중요한 것은 자동차 및 발생하는 범죄. 그러니 자동차가 구체적으로 어떻고 총이 구체적으로 어떻고는 그다지 필요치 않아요. 작중 인물이 어떤 자동차를 훔치고 싶은지, 그 자동차를 탈취하는 데에 어떤 수단을 쓸지는 상정하는 상황에 맞춰서 가변적으로 해야겠죠?
이런 상황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굉장히 이색적인 스포츠카가 시가지에 나타났어요. 그것도 통행량이 많은 백화점 주변이라서, 경찰이 상주단속하는 이외에 백화점 자체 경비인력도 드물지 않게 포진해 있는 상황이죠. 이 자동차를 몰래 훔치고 싶은데, 람보처럼 몸에 탄띠를 걸치고 기관총을 들고 외치면서 돌진하면 적합할까요? 대번에 대소동이 나겠죠. 이런 경우라면 발레파킹 직원이나 주차단속원 등을 가장해서 스포츠카의 운전자에게 몰래 접근한 뒤에 미리 소지한 권총의 총구를 비밀리에 들이대며 나지막하게 "큰 소리 내지마, 안 죽고 싶다면." 이라고 협박한다든지 하는 방식이 적합하겠죠. 여기에 차종이 어떻고 총기의 종류가 어떻고는 의외로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Lester
2019-05-02 01:32:15
말씀하신 묘사처럼 총기에 대해선 이미 특별히 엄밀하게 밝히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돌격소총이나 소음권총 등으로 상황에 알맞은 종류만 밝히고 넘어갈 생각입니다. 차량도 마찬가지로 그 정도면 충분하다 싶은데 솔직히 '그냥 스포츠카'라고 하면 뭔가 줄 수 있는 이미지가 부족해서 말이죠.
그나마 지금 글 쓰면서 생각했듯이 '4WD 스포츠카'라든지 '납작한 스포츠카'라고 구동 방식이나 외관 등의 특징을 덧붙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까 싶습니다. 아니면 원작 GTA에 관한 위키나 이니셜D, 니드 포 스피드 등의 자료를 찾아서 기재하는 수밖에요. 스포츠카나 슈퍼카는 모양이 특별히 의미없는 세단이나 SUV와 달리 개성이 중시되니까요(아마도).
앨매리
2019-05-03 13:35:03
GTA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티브를 따온 현실의 배경에 대해 생각하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아니니, 팬픽을 쓸 때도 이 점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원작을 전혀 몰라도 설명과 묘사가 잘 되어있으면 술술 잘 읽히더라구요. 저도 원작을 전혀 모를 때 잘 쓴 팬픽을 읽고 원작을 찾아본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Lester
2019-05-05 00:51:32
하긴, 제가 너무 지레짐작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고보면 차량이 등장하는 부분도 딱히 그 생김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이상 그냥 '절도의 목표'나 '장물'에 불과하니 그냥 적당히 넘어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