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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단거리미사일에 대한 간단한 물리학적 검증

마드리갈, 2019-05-07 13:28:29

조회 수
237

지난 주말인 5월 4일에 북한이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해서 여러모로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게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요. 과연 정말 그러한지 간단히 물리학적으로 검증해 볼까 싶네요. 사실 물리학적 검증이라고 해도 복잡한 물리학 이론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간단한 사칙연산으로 충분히 이해가능한 레벨이니까 선입견을 가지실 필요는 없을 거예요.

단거리미사일에 대해 이런 말이 있네요.

요약하자면, 미사일 발사 자체는 사실이지만 문제의 미사일이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대상도 아니니까 예민한 반응을 펼 필요는 없다는 것인데 이 주장은 간단한 계산만으로도 논파되어요.

북한이 발사했던 단거리미사일과 비슷한 것은 러시아의 9K720 이스칸데르 미사일, 나토(NATO) 보고명 SS-26으로도 알려져 있는 것이죠. 이것은 사정거리 최대 500km, 연료소진시점에서의 속력 2km/s, 탄두중량 최대 700kg 등의 성능을 지니니까, 북한의 것도 대략 이 정도 수준이라고 추정할 수 있겠어요.

그럼, 500km의 거리를 날아오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알아볼께요.
간단하게 평균속력을 (처음의 속력+마지막의 속력)/2로 구한다면, 이 단거리미사일의 평균속력은 1km/s, 즉 500km를 비행하는 데에 500초가 걸린다는 의미가 되어요. 즉, 미사일이 발사대를 떠나 목표물에 도달하는 시간은 8분 20초에 불과한 것이죠. 그나마 이 8분 20초를 100% 활용하여 대비할 수 있으려면 다음의 전제가 모두 만족되어야 해요.
  1. 발사지점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사실이 즉시 감지될 것.
  2. 미사일의 예상비행경로 및 착탄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고, 그 지점 근처에 요격무기가 가동되고 있을 것.
  3. 모든 상황분석이 끝난 직후 예상착탄지점에 신속히 대피령을 내릴 것.
그런데 이 전제는 셋 중의 하나라도 만족되면 다행이고 대부분의 경우는 어느 하나도 만족되지 못하는 경우가 압도적이죠.
사실, 쏘아올려진 미사일이 탐지되는 것은 발사시점에서 짧아야 수십초 이내인데 그렇다면 최종도달하기 전까지 사실상 7분 안에 모든 상황이 해결되어야 해요. 미사일이 날아오는 것이 눈에 보인다면 이미 상황은 늦은 것이고 그 다음은 더 언급이 없어도...

단거리미사일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쏘는 쪽에서는 잃는 게 미사일 자체뿐이고, 맞는 쪽에서는 사실상 일방적으로 맞아 죽는 시나리오만 확정되어 있거든요. 탑승에 신원조사나 소지품검사 등도 없어서 오로지 다른 승객들의 선의에 의존해야 하는 열차여행 중에서도 드물게 묻지마 살인 등의 강력범죄가 일어나는데 선의 따위는 명백히 없다는 게 증명된 북한이 임의의 위치와 시간을 선택해서 발사하는 단거리미사일이 별것 아닐 수 있을까요?
멀리 갈 것도 없어요. 중세의 화승총이나 석기시대의 돌도끼로도 얼마든지 사람을 죽일 수 있고 어린아이의 힘이라도 계단이나 철도역 플랫폼에서 어른을 떠밀어 넘어지거나 진입하는 열차에 치여 죽게 만드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어요.

700kg의 탄두는 얼마나 큰 에너지를 지닐까요?
물론 탄두중량 100%가 폭약인 것은 아니고 보통 전체중량의 절반 정도. 그러니까 폭약은 350kg 정도 되겠네요.
2000년 10월 12일에 발생한 미 해군 이지스함 콜(USS Cole)에 대한 자폭돌격테러를 볼께요.
당시 자폭돌격보트에 탑재된 폭약은 대략 180-320kg 정도로 추정되고, 길이 154m, 폭 20m, 만재배수량 9,000톤이나 되는 큰 군함은 이 단 한번의 공격에 무력화되었어요. 피격된 좌현의 사진에서 보이듯 큰 폭발이 일어났고, 미 해군 장병 15명과 자폭돌격보트를 조종한 테러범 2명이 현장에서 폭사하고 39명이 부상당하는 큰 피해를 냈음은 물론 이지스함의 수리에 11개월이 소요되기까지 하였어요.

그러면, 강철로 만들어진 군함이 아니라 콘크리트 건물이라면 어떨까요?
1995년 4월 19일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소재 연방정부건물에 대한 폭탄테러에서는 폭약 2,300kg의 위력에 상당하는 폭발이 일어났다고 하네요. 그 결과 목표가 된 건물은 절반 정도가 부서졌고(사진자료) 168명 사망, 680여명 부상의 대규모 인명피해도 기록했어요. 게다가 폭심점에서 반경 4블록, 즉 800-1,000m 이내의 건물의 유리창과 외벽을 손상시킬 정도였고 폭발음이 약 90km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까지 파졌다고 해요. 그렇다면 350kg의 폭약이 이 테러사건의 최소 15.8%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니까, 폭심점에서의 피해반경은 대략 320-400m 정도. 그 안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을까요, 아니면 죽을 가능성이 높을까요? 게다가 날아오는 미사일은 고속으로 낙하하다 보니 폭약 자체의 에너지 이외에도 운동에너지 등도 높으니까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되어 있어요.

이렇게 간단한 수식과 실제사례를 통해서도 물리학적 검증은 가능해요.
그리고 그 물리학적 검증의 결과는 이렇게 압축되어요.
  1. 단거리 지대지미사일에 의한 기습공격은 사실상의 비대칭전이다.
  2. 일단 도심에 피격되면 대규모 피해는 불가피하다.
이렇게 결론이 난 이상, 북한의 단거리미사일을 강건너 불 보듯이 말하는 것은 잘못된데다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아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5 댓글

앨매리

2019-05-10 15:20:17

설명과 함께 보니 단거리 미사일도 장거리 못지 않게 끔찍하게 악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네요.

추가로 저는 단거리든 장거리든 상관없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나한테 관심 좀 가져 줘!'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이목을 끌기 위한 행동에 일일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문제긴 합니다만, 너무 무관심한 것도 좋지는 않죠. 안전불감증은 있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는 증세니까요.

마드리갈

2019-05-10 15:59:37

그럼요. 문제의 미사일이 UN의 제재대상이 아니니 하면서 남의 일처럼 무사태평하게 말장난할 대상은 절대 아닌 것이죠. 게다가 문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가 더욱 짧다면 그것대로 문제가 되는 게, 대응에 주어진 시간은 3-4분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오히려 더욱 끔찍한 문제로 귀결될 수도 있어요.

게다가 북한의 저런 행동을 "통상적인 방어훈련" 이라고 변호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요. 그 논리대로라면 한미연합훈련이나 신무기도입 등에 대해서도 북한이 어떤 잔소리도 해서는 안되니까요. 게다가 한미동맹의 원인을 생각한다면 북한은 조금도 뭐라 말할 자격이 없는 것이죠.


우리의 목숨이 저 간악한 독재자의 기분에 달려 있는 이게 과연 평화인 것인지가 의문이예요.

마드리갈

2022-01-12 13:44:10

2022년 1월 12일 업데이트


북한이 어제인 1월 11일 발사에 성공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평양에서 발사했을 경우 서울까지의 도달시간은 1분 정도로 추산되고 있어요. 이 미사일이 북한지역에서는 서울에서 가장 먼 한반도 최북단지역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발사되었다고 가정했을 경우 서울에서의 거리는 서울-평양 거리의 3배가 되니까 단순히 산술적으로도 3분밖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되어요. 즉 본문에서 상정한 조건보다 더욱 상황이 좋지 않고, 북한이 미사일을 서울에 쏘면 서울의 임의지역의 거주자들은 무엇에 맞았는지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맞아죽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게 되는 것이죠.


이 상황에서 대선에 미칠 영향이 어떠니 하는 말이 무슨 의미를 지닐지...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北 ‘마하 10′ 미사일, 1분이면 서울 하늘 뚫린다, 2022년 1월 12일 조선일보 기사

마드리갈

2023-02-22 18:24:30

2023년 2월 22일 업데이트


북한이 발사한 2발의 단거리미사일이 군산의 미 공군기지 및 청주 공군기지를 상정한 것으로 보여요.

발사점으로부터 각각 395km와 337km를 비행한 두 미사일 중 전자의 것은 군산과, 후자의 것은 청주와 같은 거리에 있어요. 즉 표현을 달리하면 단거리미사일의 발사지점을 중심으로 2개의 동심원이 그려지고 외측의 원은 군산에 해당되고 내측의 원은 청주에 해당되는 것이죠.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北, 이번엔 SRBM 2발 발사 … 군산·청주기지 노렸다, 2023년 2월 21일 매일경제 기사

마드리갈

2024-01-16 10:54:02

2024년 1월 16일 업데이트


북한이 고체연료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안그래도 부족한 대응능력이 더욱 부족하여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이미 북한이 러시아에 수출하여 우크라이나 침략에 사용하고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같은 것도 북한에서 발사했을 때 착탄예상지점에서의 대응은 발사직후에 감지했다 하더라도 이론상 8분 남짓이고 실제로는 그 시간의 절반조차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데 그것보다도 월등히 빠른 것이 날아온다면 평양에서 서울까지는 늦어도 2분 정도에 도달하니까 맞는 쪽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맞아 죽는 선택지밖에 없어요. 이 상황에서는 공격을 방어한다는 개념 자체도 아예 성립하지 못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서울 2분내 타격, 요격도 어렵다… 김정은, 게임체인저 손에 쥐나, 2024년 1월 15일 조선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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