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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coon City] 2화 - 빛과 어둠

시어하트어택, 2019-05-09 08:11:54

조회 수
126

“큰일났습니다. 시위대 몸싸움조가 나타났습니다!”
몸싸움조란 이들 반정부 시위대에서 경비대의 진압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써서 경비대를 막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조들을 경비대에서 부르는 말이다.
“A소대장, 자세한 상황을 말하라.”
“몸싸움조는 지금 각목, 쇠파이프 등을 들고 저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지금 방패로 막고 있는데, 중대장님께서 빨리 도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조금만 버텨라. 내가 신호를 주면 옆으로 비켜라!”
어느 정도 A소대가 시간을 벌어 주는 동안 그는 다시 흰 벽 앞에 처음 섰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의심이 갔지만 그래도 목소리가 말한 대로 한번 해 보기로 했다. 그는 그 벽이 무너지는 것을 상상했으며 그 벽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 벽이 자신에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는 신호를 내렸다. A소대가 옆으로 물러났고, 몸싸움조가 부대 앞에 선 그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A소대장이 말했다.
“중대장님, 위험합니다! 저들은 살상이 가능한 것을 들고 있습니다!”
“A소대장! 넌 나와 함께 있을 때 뭘 본 거야!”
그는 벽이 있는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고 고함을 크게 한 번 질렀다. 갑자기 앞에 있던 벽이 앞으로 넘어졌다. 그는 그 이후로 그의 의지를 믿게 되었다. 그때와 같이, 시위대들이 줄줄이 쓰러져서 시위대 진열은 무너지고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것을 본 이민우가 명령했다.
“이때다! 포위하라! 놓쳐서는 안 돼!”
시위 진압은 겨우 40분 만에 끝났다. 시위 지도부는 따로 대대 본부에 불려가 조사를 받게 했고, A중대는 오늘도 그렇게 쉽게 작전을 완수했다. 대대장도 이민우를 따로 불러 그에게 수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흐뭇해진 채 중대로 돌아갔고, 부하들은 “중대장님, 수고하셨습니다!”하고 일제히 말을 건넸다. 그도 부하들에게 다 너희들 덕분이라며 고마워했다. 이렇게 오늘도 하루를 마치고 그는 퇴근했다.

그의 퇴근길은 지하철과 함께 시작되었다. 부대에서 2분 거리에 시가지가 있었고, 거기에 지하철역이 있었다. 그는 내려가서 개찰구를 통과하고, 승강장으로 내려가서 바로 오는 열차를 탔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시위자들이 왜 시위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정의 기업국가화 이후, 대정의 성장은 급속도로 향상되었다. 독재자가 지배하던 시절보다 생활은 더욱더 윤택해졌고, 가난에서도 탈출했다. 모기업 GT 그룹의 연구를 통해 세크라듐 채굴의 효율성은 더욱 좋아졌고,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상황이 좋다. 그런데 왜 저 시위대들은 뭐가 그리 불만인가? 뭘 더 해야 그만둘 것인가?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 새 환승역인 중앙대로역에 도착했다. 그는 그쪽에서 ‘동영’ 방면의 열차를 갈아타고 약 15분 정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기대서서 뭔가를 열심히 보거나,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거나 하는 것 같았다. 지하철 안에서는 ‘GT 식품’의 광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종착역인 동영에 도착하자, 그는 내려서 역 남쪽으로 10분 정도 거리의 자신의 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길거리에는 주로 일찍 퇴근한 사람들이 많았다. 벌써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저쪽에 보니 노점이 하나 있었다. 저녁을 먹기 전에 출출한 배나 채울 생각으로 군것질을 좀 하기로 했다. 더불어, 광고에는 나오지 않는 것이라 흥미를 느끼기도 했다. 노점에는 어묵, 떡볶이 등을 팔고 있었다. 그는 늙어 보이는 노점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이거 맛있습니까?”
“음, 맛있네. 맛있고말고. 내가 매일 직접 만들고 있지.”
그는 노점 주인의 말에 즐거워하며 계속 어묵을 먹었다. 노점 주인이 그에게 불쑥 물었다.
“입은 옷을 보니... 자네... 정사원이지?”
이민우는 경비대 전투복을 그대로 입은 채였다. 아니라고 둘러댈 수도 없었다. 그는 노점상에게서 이야기나 좀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 그렇습니다만...”
“내가 정사원들을 보고 생각한 게 많지. 그런데, 생각할수록, 정사원들이 부러웠네.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셈이니까 말이지.”
“정사원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 남편은 하청 업체 직원이었지. 지방 말단 관청의 말단 직원 말이야. 평생을 힘들게 일했는데도 하청 업체라서 연금 같은 것도 없고 퇴직금만 일시금으로 받았지. 나는 한술 더 떠서, 아예 고용되지 않았지. 그래서 보험, 연금, 심지어 퇴직금도 없어. 그냥 늙을 때까지 이러다 가는 거야. 에휴... 정사원이 뭔지...”
그는 아무리 들어 봐도 무슨 말인지 감이 안 잡혔다. 들을수록 알 수 없었다.
“잘 먹고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하고는 그는 도망치듯이 노점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길에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났다. 뒤를 돌아보니 노점에는 사람이 두어명 정도 서 있었다. 그 노점의 위에는 광고판이 끊임없이 식당 광고를 보내고 있었다. 보나마나 그 식당은 GT 리테일 소속일 것이다. 그는 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에 도착해 집으로 올라갔다. 집은 평소 그의 성격처럼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이번에 GT 인더스트리에서 새로 나온 가정 관리용 인공지능 ‘HOMI'에 접속하여 집에 아무 일도 없음을 확인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연락 기능을 잠시 차단하기로 했다. 그는 며칠 전에 산 캡슐 음식으로 간단히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는, 방 한편에 꽂혀 있는 역사책을 들고 와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그의 뇌리에 문득 독재자 ’최준우‘가 떠올랐다.

이 ‘대정’이라는 나라는 본래 이민선단의 모선 발할라가 ‘세온’ 행성에 착륙한 이후, ‘신주’ 섬에 정착한 한국계 주민 중 약 3천 명이 이민단을 꾸려, A.P. 47년 지금의 수도 ‘강영’에 도착하여 세운 나라이다. 인구가 적었기에 사람들은 여유롭게 살았고, 주로 개간을 수반한 농업을 통해 경제 활동을 영위해 나갔다. 그러던 대정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지구에서 볼 수 없었던 우주선 강화재로 쓰이는 광물인 ‘세크라듐’이었다. 세크라듐은 우주선의 외벽으로 쓰여, 우주 먼지나 유성 등으로부터 우주선을 충분히 지켜 주어 군용 전함에도, 상선에도, 여객선에도 폭넓게 쓰였다. 세크라듐은 대정에서 세온 행성 총 매장량의 10%가 넘게 채굴되었다. 당연히 신주나 타타리아, 아타락시아 등의 주변 국가들이 이에 눈독을 들였고, 국지전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대정의 용맹한 군대는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이를 모두 지켜 내었고, 세크라듐을 토대로 경제를 발전시켜 나갔다. 한때는 최강대국 신주의 소득마저 넘어섰기에 모든 대정의 국민들은 A.P. 250~350년경까지의 시기를 황금기로 여기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 시절은 모두가 동의하는 대정의 영광스러운 시대였다. 하지만, 대정의 전성기가 지나가고, 경제 사정이 불황 및 채굴량 감소 등으로 인해 휘청였다. 국민들은 강력한 지도자를 원했고, 이 요구에 부응한 사람이 379년에 집권한 최준우였다. 최준우는 당선되기 이전부터 국가에 필요한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함을 역설해 왔고, 역대 최고의 득표율로 당선되었으며,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경제를 일으켜 세우겠노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그를 뽑은 것은 대정 국민들의 가장 큰 실수였다. 최준우는 집권 1년 만에 자신을 종신 대통령으로 선언하고, 일족이 국가 요직을 독점했다. 최준우 일가와 그 측근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였지만, 국가 경제와 민생은 점점 피폐해져 갔다. 당연히 반대파는 들고 일어났고, 최준우는 정치경찰과 관제 테러, 학살 등으로 그들을 가혹하게 탄압했다. 국민 상당수가 최준우 일파가 자행한 학살과 폭정으로 인해 죽거나 다른 나라로 망명을 떠나 한때 300만에 가까웠던 인구가 40년 만에 190만까지 줄어들었다. 경제는 당연히 파탄이 났다. 그들이 처음 행성에 도착했을 때보다 더욱 참혹한 지옥도가 펼쳐졌다. 최준우는 413년 사망했지만, 그의 아들 최명훈은 그의 아비보다 더한 자였다. 최명훈은 최준우도 하지 않던 반대파에 대한 고문을 자행하였고, 때마침 전국에는 기근까지 돌았다. 최명훈은 결국 428년 군대의 봉기와 국민들의 호응으로 인하여 권좌에서 쫓겨나 ‘오딘’ 행성으로 망명했고, 미처 도망가지 못한 측근들은 성난 군중들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최준우 부자 집권 동안, 경제는 완전히 무너졌고, 그간 국가를 휘어잡던 최준우 부자가 없어지자 내정은 더욱더 혼란에 빠졌다. 결국 정부는 440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정부는 세온과 주변 행성이 국가들 전체에 입찰이 걸렸고, 신주의 거대 기업집단 GT 그룹이 나서서 정부를 인수하겠다고 했다. GT 그룹은 우선 기존 정부를 해산한 다음, ‘대정국 신정부 주식회사’ 및 자회사들을 설립하였다. 이로써 대정은 GT 그룹 산하의 기업국가로 거듭났고, GT 그룹의 노하우를 따라간 결과 경제 또한 회복하였으며 509년 현재까지 70년간 그 체제가 이어져 오고 있다.

역사를 곱씹어 본 이민우는 노점 주인을 떠올렸다. 역사 시간에 배운 하층민들이 지금까지 있다니... 그들을 보면 전에 배웠던 독재 시절과 별반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차이점이라면 지금은 독재 정치가 없어졌고 최준우의 흔적은 완전히 일소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자신의 위치에 의문이 생겼다. 그들은 그렇게 사는데, 나는 왜 이렇게 대접받고 사는가? 시장 사회에서의 평등이 우리나라의 모토 아니었던가? 도대체 최준우 이래로 진정한 자유가 있기는 한 건가? 그런 생각이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이민우 님.”
HOMI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19-05-13 20:18:01

기업국가, 그리고 제도의 맹점이 드러나네요.


기업의 제일목표는 이윤추구. 그래서 기업의 경영은 효율성 제고에 특화되어 작동해요. 물론 이윤추구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것이다 보니 이것 자체를 갖고 선악을 논할 수는 없지만, 인간을 목적으로가 아닌 수단으로서 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어요. 어느 지점에서 가치의 전도가 일어난다든지 한다면.

그리고, 통합주의적 헌법관 등으로 대표되는 사고방식에서도 맹점은 있기 마련이죠. 사회 안의 자유 개념에 천착한 나머지, 사회 밖의 사람들에 대한 것에는 눈을 감거나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 또한 분명 가능하니까요.

SiteOwner

2019-05-22 20:22:51

현실세계의 사우디아라비아를 현재의 사우드 왕가를 대신하여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가 인수했다면, 작중에서 묘사된 사회상과 비슷한 것이 조성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독재자 가문을 보니 고려시대의 최씨 무신정권도 생각났고...


인류가 이상사회를 꿈꾸어 왔고, 그래서 온갖 야심가들이 이상사회의 모델을 이론상으로 정립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사회속에 투영하려고 했는데, 단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이해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도 불가능하고,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나름대로의 합리적 선택을 하기에 그 합리적이 체제전복이라면 그것도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즉 누군가가 꿈꾼 이상사회가 누구에게는 지옥일 수 있고, 그 역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엘리트 계층인 이민우가 이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회의 우민화정책이 꽤 성공적이라는 것을 역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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