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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스탠드사 : Break Down The Door
(6) DIO의 주박
? ? ? 지난 화까지의 이야기를 대충 요약하자면, DIO의 자객으로 온 카쿄인이 양호실에서 모토코와 죠타로를 습격했지만 거꾸로 따따블의(?) 펀치에 맞고 멀리 멀리 날아가 잠시 리타이어했다고 정리하겠다!
? ? ? 중요한 건 본편이다! 그 피의 본편──! 죠죠, 스타트!
? ? ? *
? ? ? 쿠죠 홀리, 혹은 쿠죠 세이코. 결혼 전의 이름은 홀리 죠스타.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서양, 그것도 영국계 미국인과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혼혈인 홀리는 이 마을에서 여러 가지 의미로 굉장히 유명한 쿠죠 죠타로의 어머니다. 그러나 그 쿠죠 죠타로의 어머니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온화하고 평화로운 성격이며, 마을에서 통하는 죠타로의 이미지가 어떤지 생각해보면 쉽게 믿기 힘든 사실이나 그녀의 눈에 비치는 죠타로는 한없이 믿음직하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 ? ? "C'mon baby, do the loco-motion……♪ 아!"
? ? ? 남편도 아들도 없는 집을 홀로 지키면서 외로워하거나 쓸쓸해하는 대신, 명랑하게 카일리 미노그의 로코모션(Loco-Motion)을 흥얼거리며 빨래를 널던 홀리는, 마음을 번뜩 스치는 '인연의 감각'을 느끼고 방 쪽으로 고개를 돌려 책상 위에 다소곳하게 놓여있는 아들의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의 아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든 상관 없이, 그녀는 아들을 보자 무한히 샘솟는 애정과 더불어 모두에게 듬직한 아들을 자랑하고 싶다는 감정을 느꼈다. 홀리는 아기를 어르듯이 죠타로의 사진을 품 속에 소중히 껴안고 상기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 ? "지금 죠타로도 학교에서 내 생각을 하고 있나봐♡ 방금 아들과 마음이 통한 감각이 들었어♡"
? ? ? "생각 안 했어."
? ? ? "꺄악?!"
? ? ? 홀리는 분명 지금 이 시각에는 들리지 않아야 할 굵고 낮은 목소리가 들리자 반사적으로 짧은 비명을 지르며 사진을 놓쳤고, 화들짝 놀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 학교에서 ─ 홀리의 철저히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했지만 ─ 착하게 선생님들 말씀 잘 들으며 공부하고 있어야 할 아들이 누군가한테 흠씬 두들겨 맞기라도 했는지 피투성이인데다가 이마에서 소량의 피를 흘리고 있는 붉은 머리의 청년을 어깨에 들쳐메고 있었고, 그 곁에는 죠타로의 허리에 겨우 닿을까 말까 하는 검은 단발머리의 여학생이 있었다. 홀리는 당장이라도 구급차를 불러야 할 정도로 심각한 카쿄인의 상태를 보고 새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 ? ? "죠타로?! 하, 학교는 어쨌니? 그리고 그 사람은? 피, 피가 흐르고 있어……. 서, 설마 네가 한 짓이니……?"
? ? ?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난 영감을 찾고 있어. 집이 넓으니 찾는데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군."
? ? ? "할아버지라면 압둘 씨와 함께 다실에 계실 거야."
? ? ? "그런가."
? ? ? 부산스레 호들갑을 떠는 홀리에게 쌀쌀맞게 대꾸한 죠타로는 카쿄인과 모토코를 집으로 대동하고 온 목적을 홀리에게 간접적으로 알렸고, 문에 기대선 홀리가 약간 시무룩한 얼굴로 죠셉의 위치를 알려주자 죠타로는 어깨에 부축하고 있던 카쿄인을 내려 모토코에게 떠넘겼다.
? ? ? "어이, 너. 카쿄인을 데리고 안으로 가라. 난 먼저 가서 영감한테 사정을 설명하겠다."
? ? ? "……뭐?"
? ? ? 홀리가 언급한 압둘이라는 이름을 듣고, 저번에 꾼 꿈에서 스페셜즈의 존재를 알려준 인물과 이름이 똑같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던 모토코는 죠타로가 터무니없는 일을 맡기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어깨에 가해진 카쿄인의 무게에 비틀거리던 모토코는 겨우 카쿄인을 부축했지만, 모토코의 키가 키다보니 카쿄인의 다리는 툇마루에 질질 끌렸다.
? ? ? "키가 작은…… 사람한테, 이런 일을 시키다니……."
? ? ? 스스로 키가 작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는 해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하나도 달갑지 않은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놓자 왜인지 서글픈 기분이 드는 동시에 자존심 팍 상한 모토코는 이를 빠득 갈았다. 양호실에서 하이어로팬트 그린의 에메랄드 스플래쉬에 맞아 날아온 죠타로를 받아낼 때, 체격 차이가 워낙 큰 탓에 죠타로를 부축할 수 없어서 SP1을 불러내서야 겨우 죠타로를 부축할 수 있었는데, 하물며 체격이 죠타로보다 조금 작은 카쿄인을 제대로 부축하는 것 역시 스페셜즈 없이는 불가능했다.
? ? ? "시끄러워."
? ? ? 짧은 일축으로 자신의 불만을 묵살하고 먼저 다실로 향하는 죠타로의 뒷모습을 한 번 노려본 모토코는 한숨을 쉬며 스페셜즈를 불러냈다.
? ? ? "어쩔 수 없지……. 스페셜즈!"
? ? ? "예,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 ? ? "아까 부르고 또 부르다니, 아가씨는 참 바쁘게 사는군. 아니, 적들이 바쁜 건가."
? ? ? "우리 불렀어, 마스터? 근데 생각해보면 우리 은근 인기 많을지도?"
? ? ? "주인님이 인기 많은 건 아무래도 우리 때문인 것 같아! 물론 너 빼고, SP6."
? ? ? "왜, 왜 나만……. 나도 모토코 님의 스탠드라고……."
? ? ? "너 같은 겁쟁이 SP가 어딨어! 그치, SP3?"
? ? ? "암, 그렇고말고. 이놈아 니 주젤 알아라 엉~."
? ? ? 모토코가 부르자마자 신속하게 나타난 스페셜즈 중 SP3와 SP5가 SP6를 놀려대며 떠들기 시작하자, 모토코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혼자 조용히 있던 SP4는 모토코의 표정을 마음으로 이해했는지 타이밍 좋게 끼어들어 길어지려는 SP3, 5의 말을 딱 잘라 끊었다.
? ? ? "SP3, SP5. 실 없는 소리는 거기까지 해라. 주인이여, 도움이 필요한가?"
? ? ? "그래, 카쿄인을 부축하고 날 따라와줘."
? ? ? "알았다. 주인이여, 힘 쓰는 일은 나에게 맡기도록."
? ? ? 모토코가 힘겹게 카쿄인을 SP4에게 넘겨주는 모습을 보고, SP5는 다실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죠타로의 뒷모습을 보며 흉을 봤다.
? ? ? "잘도 주인님을 부려먹다니……. 저러고서도 왜 여자들한테 인기가 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가……."
? ? ? "흥."
? ? ? 거리가 좀 떨어졌는데도 SP5의 악담을 귀신같이 잡아챈 죠타로가 코웃음을 치며 무시했다. SP4는 모토코의 명령을 충실히 따라 카쿄인을 부축했고, SP1은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낯선 장소이니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모토코를 경호하겠다며 꿋꿋하게 그 자리에 못박힌 태도를 보였다. 모토코는 한꺼번에 바글바글 몰려있으면 정신 사나워진다는 이유로 부르자마자 되돌리냐고 왁왁거리며 항의하는 SP3와 SP5를 먼저 되돌리고, 이어서 얌전히 있는 SP2와 아까 SP3와 SP5한테 놀림받아서 아직도 침울해하고 있는 SP6를 되돌렸다.
? ? ? '죠타로는…… 엄마한테 아무 말도 안 해주는구나. 이렇게, 이렇게나 널 걱정하고 있는데…….'
? ? ? 시무룩한 모습으로 문에 기대어 손가락으로 문지방을 훓던 홀리는 자신한테는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 죠타로의 태도에, 약간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그의 등을 보다가 바닥에 떨어트린 사진을 떠올렸다.
? ? ? "……그래도, 근본은 착한 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 ? ? "이봐."
? ? ? "넷?!"
? ? ? 방금 떨어트린 죠타로의 사진을 주워들고 혼잣말을 중얼거린 홀리는 갑자기 죠타로가 뒤돌아보면서 부르자 반사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존댓말로 대답했다. 홀리를 보는 죠타로의 시선은 마치 뛰어난 명의의 메스처럼 날카롭고 예기가 서려 있어서, 가끔 그의 어머니인 홀리조차 흠칫하게 만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죠타로의 입에서 나온 말은 냉기가 느껴지는 시선과는 전혀 다르게 따스함을 품고 있었다.
? ? ? "아침엔 안색이 별로 안 좋았는데, 괜찮냐?"
? ? ? "……Yeah! Fine, thank you!"
? ? ? 홀리는 그 한 마디에 아까까지의 서운함과 시무룩함은 멀리 멀리 날려버리고, 고교생 아들을 뒀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생기발랄한 몸짓으로 툇마루로 폴짝 뛰어나와 손으로 V자를 그리며 명랑한 미소를 지었다. 발랄한 홀리를 보고 짧게 콧소리를 낸 죠타로는 다시 몸을 돌려 다실로 향했고, 죠타로가 일견 무뚝뚝해보여도 사실 부끄럼쟁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홀리는 싱글벙글 웃다가 모토코에게 생각이 미쳤다.
? ? ? 홀리는 아까까지만 해도 없었다가 갑자기 나타나 카쿄인을 부축하고 있는 SP4와 모토코의 곁에 겨울 메기처럼 조용히 서 있는 SP1을 보고도 놀라는 일 없이, 모토코에게 관심을 보이며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 ? ?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손님들을 이렇게 세워두고 있다니. 혹시 죠타로의 친구니?"
? ? ? "네? 아, 그, 그게…… 일단은, 그렇다고 할 수 있으려나요……?"
? ? ? "꺄아~!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 ? ? 모토코는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의미로 말 끝의 톤을 올렸지만, 홀리는 중요한 핵심 부분만 콕 집어 받아들이고 즐거운 비명을 짧게 질렀다. 마치 유치원에 처음 갔다 온 아들이 '엄마, 나 친구 생겼어!'라고 말했을 때의 반응 같았다.
? ? ? "죠타로는 의외로 부끄럼쟁이라서 말이야, 친구를 도통 집에 데려올 생각을 안 하거든. 거기다 이렇게 예쁜 여자아이와 친구라니…… 후훗."
? ? ? 모토코는 홀리의 말을 듣고 얼굴을 잘 익은 사과처럼 붉히며 더듬더듬 말을 꺼냈다.
? ? ? "아, 저……. 다실은 어느 쪽으로 가야 나오나요?"
? ? ? "아차! 다실은 앞으로 쭉 가다가 왼쪽으로 꺾으면 나온단다. 그 사람도 다실에 데려갈 거였지? 나중에 간식 들고 찾아갈게♡"
? ? ? 홀리는 다시 콧노래를 부르며 마당으로 내려가 널던 빨래를 마저 빨랫줄에 걸기 시작했고, 모토코는 카쿄인을 부축한 스페셜즈를 대동하고서 홀리가 알려줬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다실로 향하는 도중에 나타난 방은 문이 활짝 열려 있었는데, 그 안에는 노인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건장한 체격을 지닌 노인과 모토코의 꿈에서 나왔던 까무잡잡한 피부의 이국적인 남자가 앉아있었고 죠타로는 입구와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이국적인 차림새의 남자, 즉 압둘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살짝 움찔한 모토코는 다실로 향하던 목적을 상기하고 두 SP에게 여전히 축 늘어져 있는 카쿄인을 눕히라고 명령했으며, 죠셉은 카쿄인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히는 SP4와 SP1, 모토코를 번갈아 보다 턱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 ? ? "음. 그러고 보니 죠타로도 모르고 있더군. 그쪽의 학생은 이름이 뭔가?"
? ? ? "……모리히사 모토코라고 합니다. 그……."
? ? ? SP4와 SP1이 카쿄인을 제대로 눕힌 것을 확인한 후 둘을 되돌린 모토코가 죠셉을 보며 머뭇거리자, 죠셉은 선뜻 자기소개를 했다.
? ? ? "아, 나는 죠셉 죠스타라고 한단다. 죠타로는 내 외손자이지. 그리고 이쪽은 나의 친구, 압둘이다."
? ? ? "모토코라고 했나? 잘 부탁한다. 무함마드 압둘이라고 하네."
? ? ? "네……. 저, 저도요."
? ? ? 여려 명이서 한 스탠드인 스페셜즈를 본 탓인지 흥미와 호기심이 뒤섞인 눈빛을 한 압둘이 살갑게 인사하자, 모토코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살짝 목례하며 받아들이고 얼쯤얼쯤 자리에 앉았다.
? ? ? 죠타로가 사전에 설명을 해둔 탓인지, 카쿄인을 내려다보는 죠셉의 얼굴은 유독 눈에 띄게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죠셉이 카쿄인을 보며 심상찮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죠타로가 질문했다.
? ? ? "영감. 왜 그러지?"
? ? ? "안 되겠군, 이건. 한 발 늦었다. 이 녀석은 이제 살 수 없어. 앞으로 수 일 내에 죽는다."
? ? ? 죠셉 죠스타가 카쿄인을 보고 내린 판단은 실로 잔혹한 사망 선고였다. 온 몸에서 피가 터져 나올 정도로 카쿄인을 두들겨 팬 것이 원인이라고 판단한 죠타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자, 죠셉은 죠타로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 ? ? "죠타로……. 네 잘못이 아니다. 봐라, 이 남자가 어째서 DIO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너를 죽이러 온 건지!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 ? ? 죠셉이 카쿄인의 앞머리를 쓸어 올리자, 그곳에는 카쿄인의 이마에 박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징그럽고 흉측한 살점이 있었다! 불룩 튀어나와 있는 살점은 거미처럼 여러 개의 돌기가 튀어나와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그 돌기는 카쿄인의 이마에 뿌리를 박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식욕이 절로 뚝 떨어지고 구토를 일게 하는 그 살점을 보고 모토코는 미간을 찌푸렸다.
? ? ? 죠셉이 카쿄인에게 사망 선고를 내린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카쿄인의 이마에 박혀 있는 괴이쩍고 징그러운 살점, DIO의 세포에서 나온 '육신의 싹'은 카쿄인의 뇌에 직접적으로 그 뿌리를 박아, 마치 컨트롤러처럼 어느 감정을 일으키며 정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어서 죠셉과 압둘은 육신의 싹이 일으키는 감정은 독재자를 따르는 병사 혹은 사이비 종교의 교주를 따르는 광신도가 가진 광적인 충성심으로, 그렇기 때문에 카쿄인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DIO의 강렬한 카리스마를 동경하여 그에게 목숨조차 내다버릴 수 있는 충성을 맹세해서 죠타로 일행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따랐다며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 ? ? 죠타로는 수술로 육신의 싹을 제거한다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죠셉은 뇌는 굉장히 섬세한 기관인데다가 거기다 끄집어 낼 때 육신의 싹이 움직여 뇌를 상처입힐 가능성도 너무나 크기에 그 어떠한 외과 의사도 수술로 적출해낼 수 없다는 반박을 제시하며 기각했다.
? ? ? "죠죠, 이런 일이 있었다. 4개월 정도 전, 난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으음……."
? ? ? 죠셉의 반박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싸하게 가라앉자, 추가로 설명을 하려던 압둘은 몇 달이나 됐음에도 아직도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당시 받았던 생생하고 스산한 공포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을 느끼며 잠시 주저하다 말을 이었다.
? ? ? "DIO를 만났다!"
? ? ? 압둘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점쟁이인 그는 한하릴리라는 시장에 가게를 내고 있는데, 만월이 뜬 날에 DIO를 만났다. 카이로의 밤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은 가로등이 없는 골목 가장 깊숙한 곳도 대낮처럼 만들어주었기에, 태생적으로 빛과 척을 질 수밖에 없는 밤의 주민이 그의 앞에 나타나자 압둘은 소스라치며 하마터면 DIO를 앞에 두고 까무러질 뻔했다.
? ? ? "마음 중심으로 파고들어 오는 듯한 얼어붙은 눈동자, 황금빛 머리카락, 투명하게 비치는 듯한 새하얀 피부, 남자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불가사의한 색기……."
? ? ? 모토코는 압둘이 나열하는 묘사를 듣고, 마치 나라 하나 정도는 손쉽게 기울일 미인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토코의 그런 생각은 일절 틀린 게 아니라서, 압둘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가 겪은 사건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 ? ? "이미 죠스타 씨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난 바로 깨달았다……. 이 녀석이, 대서양에서 부활한── DIO라는 것을!"
? ? ? 계단에 기대어 서 있던 DIO는 어느새 나타나 주변을 부유하는 묘한 빛의 안개에 감싸였고, 이상하게도 압둘은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것처럼 DIO에게서 시선을 전혀 뗄 수가 없었다. DIO는 매혹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나른하게 압둘에게 이리 말했다고 한다.
? ? ? '너는…… 보통 인간에게 없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 같군. 한 번, 그걸 내게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 ? ? 압둘은 DIO가 혀로 입술을 핧는 그 순간, 찰나였지만 반짝이며 드러난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고 그가 인외(人外)의 존재임을 바로 눈치챘다. 그럼에도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단지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을 뿐인데도, DIO는 제왕을 연상시키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압둘의 의식을 짓누르며 군림하고 있었다. 압둘은 공포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묘하게도 안심하고 있었다. 모순적이게도 DIO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압둘의 심리를 억압하는 동시에 안락하게 안도되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 ? ? 그랬기에 압둘은 더더욱 큰 공포를 느꼈다. 그가 하는 말의 단어 하나하나에는 마치 최초의 인류에게 선악과를 먹으라고 유혹하던 뱀의 혀가 자아내는 달콤함이 서려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압둘을 갈등과 고뇌의 늪에서 헤어나오게 한 건, 어느새 꺼림칙한 것을 넘어 보기만 해도 구토가 절로 일어나는 혐오스러운 육신의 싹이 그의 뇌를 노리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였다.
? ? ?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싸울 생각은 눈꼽만큼도 하지 않았지. 정말 운이 좋았었다. 이야기를 듣고 DIO라고 눈치챘기에 재빨리 창문에서 뛰어내릴 수 있었고, 미로 같은 한하릴리의 지리에 익숙했기에 DIO의 추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도 이 소년처럼 육신의 싹으로 인해 DIO의 동료가 되었겠지."
? ? ? "그리고 수 년 후에 뇌를 먹히고 죽었을 거다."
? ? ? "죽었을 거라고? 잠깐 기다려봐."
? ? ? 죠타로는 죠셉이 덧붙인 말을 듣고 언짢은 기분이 드는지 한 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있었다.
? ? ? "이 카쿄인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 ? ? 그리고 죠타로가 한 행동은 죠셉과 압둘과 모토코의 경악을 불러 일으켰다. 스탠드를 불러내서 카쿄인의 이마에 박힌 육신의 싹을 뽑아낸다는 무모함의 극치를 달리는 행동을 선택했지만, 자신의 스탠드는 한순간에 탄환을 잡을 정도로 정확한 움직임을 구사하니 카쿄인의 뇌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뽑아내겠다는 죠타로의 호언장담대로, 육신의 싹이 정말로 살아있는 것처럼 촉수를 뻗어 죠타로의 피부를 찌르고 꿰뚫어 몸 안으로 침투해서 이마까지 파고들었음에도, 놀라울 정도의 냉철함과 판단력으로 카쿄인의 이마에 박혀 있던 육신의 싹을 제거했다. 중간에 의식을 되찾은 카쿄인이 적의를 보이자 '움직이면 네 놈의 뇌는 저승행이다.'라는 한 마디로 조용히 시킨 것은 덤이다.
? ? ? 육신의 싹을 뽑아낸 죠타로의 스탠드는 신속한 동작으로 죠타로의 몸에 침투했던 육신의 싹을 뽑아내어 양손으로 잡아당기며 촉수를 끊었고, 촉수에서 분리된 육신의 싹이 날아오자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면서 호흡을 가다듬은 죠셉이 수도를 세운 손으로 육신의 싹을 거세게 내리쳤다.
? ? ? "오버드라이브(파문질주)!"
? ? ? 그러자 죠셉의 손에서 태양광을 연상시키는 스파크 같은 것이 일면서 육신의 싹을 한 줌의 재로 태워버렸고, 마침내 육신의 싹 제거가 아무런 희생도 남기지 않고 끝나자 압둘은 한 고비 넘겼음을 실감하고 조금도 늦출 수 없었던 긴장을 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토코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실처럼 팽팽하게 당겨졌던 신경이 느슨해지면서 그 반동으로 피로가 몰려오는 듯한 감각에, 잠시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이마를 슬쩍 짚고 생각했다.
? ? ? '저 냉철함, 보기만 해도 안도되는 기분이 들어. 그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냉정을 잃지 않고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아서……. 말 그대로 '백금' 같은 사람이네.'
? ? ? 몸을 일으켜 육신의 싹이 박혀있던 부분을 매만진 카쿄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죠타로를 보며 입을 열었다.
? ? ? "어째서…… 넌 네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날 구해준 거지?"
? ? ? 카쿄인의 눈동자에는 양호실에 있었을 때와 달리 더 이상 단 한 점의 '칠흑'도 보이지 않았다. 말없이 카쿄인을 내려다보던 죠타로는 돌아서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 ? ? "글쎄다, 그게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군."
? ? ? 죠타로의 대답을 들은 카쿄인의 눈에는 육신의 싹에 세뇌되었을 때 무고한 이들을 처치했던 죄책감과 후회, DIO의 속박에서 해방되었다는 환희 등의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얽혀 떠올랐고, 그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구급 상자를 들고 다실로 오던 홀리는 카쿄인과 죠타로의 대화를 듣고 잠시 멈춰 서서 빙그레 미소지었다.
? ? ? '엄마는 잘 알고 있단다, 죠타로.'
? ? ? 죠타로가 툇마루로 바람을 쐬러 나오는 동시에 품에 구급상자를 안고 다실 안으로 들어온 홀리는 능숙한 솜씨로 응급 처치를 마쳤다.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는 손놀림 하나하나에 군더더기 없는 것이, 응급 처치의 달인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아마도 죠타로보다는 죠타로에게 까불다 박살난 이들을 간호했던 게 원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던 모토코는 갑자기 홀리가 자신을 보며 말을 걸자 움찔했다.
? ? ? "어머, 모토코. 팔에 상처가 났잖니. 가만히 있으렴. 금방 치료해줄게!"
? ? ? "아, 아뇨……. 가지고 있는 상처약이 있어서 괜찮아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 ? ? "근데 주인님아, 상처약은 가방에 있고 가방은 학교에 있잖아."
? ? ? 모토코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불쑥 튀어나온 SP5가 모토코에게 딴죽을 걸었고, 모토코는 SP5가 멋대로 나왔다고 화를 내려다 가방을 교실 안에 그대로 두고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이마를 짚고 말없이 좌절했다. 홀리는 그 모습을 보고 후후 웃으며 모토코의 팔에 난 상처를 치료해줬고, SP5가 뿅 하고 사라진 후 모토코는 홀리와 그녀의 아버지인 죠셉 사이에서 오가는 만담 아닌 만담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짧은 웃음을 흘렸다.
? ? ? "카쿄인 군이라고 했지? 조금 쉬는 게 좋을 거야. 오늘은 묵고 가렴. 아빠, 이불 펴줘."
? ? ? "에엑?! 왜 내가?! 애초에 바닥에서 자는 건 이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단 말이다! 홀리! 내 방의 잠자리, 침대로 바꿔줘!"
? ? ? "아빠, 여기는 일본이니까 일본 문화에 익숙해져 줘!"
? ? ? 홀리는 외모를 보면 딱 봐도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일본식 저택에서 살고 있는 것도 그렇고 행동거지와 말에서 묻어나오는 사고관은 영락없는 반 일본인이었다. 그 점은 모토코의 어머니와 상당히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모토코는 문득 그녀의 어머니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 바닥에서 자는 문화 때문에 한동안 고생했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모토코의 어머니는 일본에서 산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지금도 종종 바닥에서 자는 것이 불편하다고 호소하기 때문인지 모토코의 가족은 전부 침대에서 잔다.
? ? ? "맞다, 날 부를 땐 세이코라고 불러줘."
? ? ? "하아──?"
? ? ? "홀리(Holy)는 일본어로 성스럽다는 의미야. 그래서 친구들은 모두 세이코(聖子) 씨라고 부른다구. 우후훗."
? ? ? "그게 뭔 소리냐?! 내가 지은 훌륭한 이름을 잘도──!"
? ? ? 안 그래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럽고 소중한 딸아이가 웬 일본 놈팽이랑 결혼한 것이 생각날 때마다 속에 열불이 나서 마땅찮아 죽겠는데, 멋대로 남의 귀한 딸의 훌륭한 이름을 바꿔버리는 행태까지 나오자 죠셉은 펄쩍 뛰었다. 그런 죠셉의 반응을 보고 토라진 홀리는 세이코라고 부르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겠다며 죠셉을 공기 취급했고, 죠셉은 그럼에도 꿋꿋하게 홀리라고 바득바득 우기듯이 불러댔다.
? ? ? '그러고 보니까, 엄마도 결혼하면서 일본식 이름을 지었다고 하셨지. 쿠죠 씨처럼 의미를 살려서 지은 게 아니라 그냥 음차한 거라고 하셨지만.'
? ? ? 모토코의 어머니, 모리히사 마리아는 검은 머리카락과 옅은 이목구비 등 전형적인 동양인의 외모를 지닌 모토코의 아버지, 모리히사 히로히코를 닮아 눈동자와 피부의 색깔을 제외하면 동양인의 특징이 강한 모토코나 모토코의 언니인 토우코와는 다르게, 옅은 금발을 가지고 있으며 뚜렷하게 파인 이목구비 등 서양인의 특징이 묻어나는 외모에서도 볼 수 있듯이 외국인이었다.
? ? ? 홀리와 죠셉이 옥신각신하는 것을 지켜보며 어머니를 떠올리던 모토코는 예전에 우연히 들었던 어머니의 처녀적 이름이 상당히 길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냈다.
? ? ? '엄마의 결혼 전 성함은…… 마리아 안토니아 체펠리라고 하셨고.'
? ? ? 마리아는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아쉽게도 모토코나 토우코가 어머니의 고향인 이탈리아에 가볼 만한 기회는 단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다. 정작 이탈리아어는 모리히사 자매의 외할아버지인 율리우스 체펠리 덕분에 원어민 수준으로 잘 하게 됐지만 말이다.
? ? ? "참, 모토코도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지 그러니?"
? ? ? "……네?"
? ? ? 홀리가 불쑥 한 말을 듣고 모토코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 ? ? "내일부터 마침 방학이니까, 오늘 하룻동안 편히 쉬다가 가렴! 옷은 내 걸 빌려줄게."
? ? ? "어, 그게……."
? ? ? 홀리에게 무시당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죠셉이 잠시 좌절한 틈을 타 홀리는 잽싼 속도로 모토코에게 말을 걸었고, 눈동자를 여전히 흥미와 호기심으로 빛내고 있는 압둘의 시선을 눈치챈 모토코는 카쿄인과 싸우면서 얻은 피로는 둘째 치더라도, 그녀 역시 압둘과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기에 일찍 집에 돌아가기는 글렀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 ? ? "……그럼, 오늘 하루 잠시 신세지겠습니다."
? ? ? "잘 됐네! 오늘 저녁은 손님들이 많이 온 김에 정성을 듬뿍 담은 특별 코스 요리를 할 거니까, 기대해도 좋단다."
? ? ? "감사합니다, 쿠죠 씨."
? ? ? "후훗, 편하게 세이코라고 부르렴. 이 집에는 쿠죠가 둘이니까, 헷갈리잖니."
? ? ? "네……. 아, 세이코 씨. 전화기 좀 쓸 수 있을까요?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연락하고 싶어서……."
? ? ? "물론! 당연하지! 전화 가져다 줄게."
? ? ? "아뇨, 그러실 필요까진……."
? ? ? "얘는! 손님이니까 이 정도 대접은 받아도 된단다. 조금만 기다리렴. 금방 가져올게!"
? ? ? 방 밖으로 나갔던 홀리는 금방 휴대 전화를 가져왔고, 모토코는 방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 전화번호를 누른 후 전화기를 귀 가까이 가져다 댔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모토코의 예상대로 어머니인 마리아였다.
? ? ? 『여보세요?』
? ? ? "아, 엄마. 나야."
? ? ? 『모토코? 왜 이런 시각에 전화를…… 학교에 있는 거 아니니?』
? ? ? "잠깐 사정이 생겨서 조퇴했어. 몸이 안 좋은 친구가 있어서 병원까지 데려다 줬거든. 걔네 부모님이 바쁘셔가지고."
? ? ? 모토코는 양호실과 쿠죠 가에서 겪은 사건을 적절히 축소하고 각색해서 마리아에게 들려줬다.
? ? ? 『그래……. 그렇구나. 그럼 언제 집에 들어올 거니?』
? ? ? "그게, 친구분 어머니가 내일 방학인 김에 하룻밤 자고 가라고 하셔서……."
? ? ? 『…….』
? ? ? "엄마?"
? ? ? 수화기 너머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갑자기 덜컥 불안감이 든 모토코가 수화기를 세게 쥐고 다급히 마리아를 불렀다.
? ? ? 『……알았어. 내일 너무 늦게 돌아오지는 마. 폐는 끼치지 말고.』
? ? ? 잠시 뜸을 들이던 마리아의 목소리에는 왠지 모르게 약간의 물기가 묻어났다. 아마도, 특유의 말주변이 부족한 성격 때문에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던 딸이 아주 오랫만에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겠다.'라고 말한 게 감격스러워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 ? ? "알았어, 그럼 끊을게."
? ? ? 『응! 오늘은 방학식인 김에 비프 스트로가노프를 해줄려고 했는데, 모토코는 못 먹게 됐네~.』
? ? ?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휴대 전화를 들고 잠시 굳어있던 모토코는 얌전히 전화기를 홀리에게 건네주고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으며 좌절했다.
? ? ? 참고로 마리아의 요리는 답이 없을 정도로 맛있고, 모토코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비프 스트로가노프다.
? ? ? *
? ? ? 통화가 끝난 후, 모토코는 편한 옷을 빌려주겠다는 홀리에게 이끌려 방을 나섰다. 홀리는 안 그래도 남자들뿐인 집에서 또래는 아니더라도 여자가 왔다는 사실이 반가웠는지, 매우 들뜬 모습으로 죠타로는 무뚝뚝하고 거칠긴 해도 사실은 상냥하다든가, 죠셉은 일본 문화에 대한 불만을 달고 살지만 좀 있으면 금방 적응하는데도 매번 일본에 올 때마다 불평하는 것을 반복한다는 등의 말을 하며 재잘재잘 수다를 떨었고, 모토코는 홀리의 수다를 묵묵히 들어주다 가끔 맞장구를 쳐주며 생각했다.
? ? ? '꼭 우리 언니 같네.'
? ? ? 일반적으로 40을 훌쩍 넘긴 아줌마와 아직 20살도 안 된 여고생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다면 기묘하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모토코는 나이가 50을 넘었는데도 나이보다 훨씬 젊은 인상을 가진 마리아를 하루도 빠짐없이 보았기 때문에 별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첨언하자면, 마리아의 실제 나이를 안 사람들은 대부분 '과, 과연 50대!'라는 기묘한 감탄을 내뱉고는 했다.
? ? ? "그런데, 모토코는 죠타로와 어떻게 친구가 된 거니? 우리 죠타로는 도통 친구 이야기를 안 해서 말이지. 내가 해달라고 해도, 신경 끄라는 말만 한단다."
? ? ? 그 말을 한 홀리는 선물을 받지 못한 어린아이처럼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모토코는 양호실에서 일어났던 일을 회상하다, 곧이곧대로 나열했다간 홀리를 기절시킬 것 같다고 생각하며 적당히 각색해서 들려주었다.
? ? ? "양호실에서 만났어요. 카쿄인의 상태가 안 좋은 걸 쿠죠 군이랑 같이 발견해서……."
? ? ? "어머나, 쿠죠 군이라니. 친구치고는 너무 딱딱한 호칭인걸? 모토코도 죠타로를 죠죠라고 불러주렴. 이렇게 예쁜 아이가 애칭으로 불러주면, 겉으로 표현은 안 해도 속으로 무척 좋아할 거야."
? ? ? 홀리가 또래 여자아이들끼리 그러는 것처럼 모토코의 귓가에 대고 천연덕스럽게 속삭이자,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모토코는 또 귀가 뜨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 ? ? 분명 죠죠라는 별명은 친근감을 담아 부르는 애칭일테니, 아직 제대로 친해지지도 않은 자신이 애칭으로 부르는 건 상당히 무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모토코는 우물쭈물거렸다. 정작 모토코는 친하든 친하지 않든, 다른 여학생들이 모모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것을 그닥 신경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 ? ? 홀리가 빌려준 옷을 그녀에게 안내받은 손님방에서 갈아입고 나온 모토코는 잠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죠셉과 압둘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큰 탁상 하나를 둘러싸고 앉은 세 사람의 앞에는 갓 우려내서 김이 모릇모릇 피어오르는 녹차 세 잔이 얌전히 놓여있었다.
? ? ? 죠셉과 압둘에게서 DIO는 죠스타 가문과 숙명으로 얽힌 숙적이며, 원래는 100여년 전 대서양에서 수장되어야 했을 그가 죠셉의 조부, 죠나단 죠스타의 몸을 빼앗아 부활했다는 사실을 듣고 모토코가 스틸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회상하고 있을 때, 죠셉은 육신의 싹 문제로 정신이 없었던 탓에 모토코가 양호실에서 죠타로를 도와줬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떠올리고 모토코에게 감사를 표했다.
? ? ? "죠타로 녀석은 좀처럼 감사 표현을 하지 않으니, 이거야 원. 나라도 대신 감사의 뜻을 전하마. 내 외손자를 도와줘서 고맙다."
? ? ? "단지 거기 있다가 우연히 휘말렸던 것 뿐이에요. ……일단은."
? ? ? "으흠……."
? ? ? 언뜻 보면 무심하다든가 매정하다는 표현이 나올 법한 말이었지만, 연륜이 쌓인 죠셉의 눈은 희미하게 상기된 얼굴로 죠셉과 압둘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는 모토코가 쑥쓰러워 하고 있다는 점을 정확히 잡아냈다. 솔직하지 못한 모습이 왠지 모르게 죠타로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소녀라고 생각한 죠셉은 오른손으로 턱을 매만지다, 모토코가 압둘을 처음 봤을 때 흠칫 놀랐던 기억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 ? ? "그러고 보니……. 아까 들어왔을 때 압둘을 보고 놀랐던 건 왜 그랬느냐?"
? ? ? "그래, 그건 나도 알고 싶다. 거기다 네 스탠드…… 여러 개체가 한 스탠드인 것은 처음 보는군.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네 스탠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겠나?"
? ? ? "아, 네."
? ? ? 죠셉이 말을 꺼내자 이때다 싶었는지 압둘이 재빠르게 말을 늘어놓았고, 살짝 고개를 끄덕인 모토코는 먼저 스탠드를 얻은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에는 모토코가 스탠드를 얻은지 겨우 하루밖에 안 됐다는 사실에 상당히 큰 잠재성을 가졌다며 사뭇 놀라던 죠셉과 압둘은 이어진 이야기를 듣고 고찰하기 시작했다.
? ? ? "꿈에서 압둘을 닮은 사람이 점을 쳐주었고, 갑자기 컴퓨터 스피커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스탠드가 나타났다? 확실히…… 묘한 이야기군."
? ? ? "그러게 말입니다, 죠스타 씨."
? ? ? 모토코의 이야기를 듣고 죠셉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말하자, 압둘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 ? ? "그럼…… 혹시 가족이나 친척 중에, 스탠드사가 있느냐?"
? ? ? "아뇨, 없어요."
? ? ? 확인차 물어본 질문에 부정의 대답이 들려오자 죠셉과 압둘은 동시에 팔짱을 꼈다. 죠셉과 압둘이 아는 바에 의하면 스탠드가 발현하는 계기는 다음과 같았는데, 첫째는 DIO가 차지한 죠나단 죠스타의 몸에 스탠드가 발현하면서 그 후손인 죠셉과 죠타로에게도 스탠드가 발현했듯이, 선조가 스탠드를 발현하면 후손들도 영향을 받아서 스탠드를 발현한다. 둘째는 압둘처럼 선천적으로 스탠드를 발현시킨 채로 태어난다. 그리고 셋째는, 소문으로만 그 존재를 들은 '스탠드 구현의 화살'을 통해 스탠드를 발현한다.
? ? ? 하지만 모토코의 스탠드 발현 계기는 그들이 들은 바에 의하면 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고, 스탠드에 대해 나름 꿰고 있는 두 사람이 봐도 모토코의 스탠드 발현 경위는 예외적이면서도 기묘한 경우였다.
? ? ? "뭔가 묘하구나. 거기다, 아무 상관도 없을 너한테 DIO의 부하였던 카쿄인이 습격해오고……."
? ? ? "사실, 아무 상관도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 ? ? "음? 그게 무슨 소리냐? 네가 DIO의 부하였을 리는 추호도 없을 테고……."
? ? ? 모토코의 말을 듣고 죠셉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한 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 ? ?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DIO는 그의 편이 되지 않는 스탠드사를 제거하기 위해 자객들을 보낸다고 하고, 실제로 카쿄인과 싸우기 전에는 그의 부하로 추정되는 스탠드사, 그리고 그가 건 포상금을 노린 스탠드사가 절 공격했거든요……."
? ? ? DIO가 보낸 다른 자객들이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모토코를 공격했다는 사실을 듣고 죠셉과 압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 ? ? "그럼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고 가는 건 잘 한 선택이었구나. 밖에는 아직 DIO의 부하들이 돌아다닐지도 모른데다가, 그런 상황에서 여자 혼자 돌아가는 것도 위험하니."
? ? ? "거기다 최근 들어, 무언가로 인해 스탠드사가 점점 늘어나는 듯 하군요."
? ? ? 모토코는 죠셉과 압둘의 말을 듣고 스틸이 살해당하기 전에 머물렀다던 저택에서 발견한 일기장의 내용을 떠올렸다. 스틸이 연구하던 이상한 화살, '스탠드 구현의 화살'이 갑자기 산산히 부서지더니 의지를 가진 듯 스스로 흩어져 사라지고, 그 이후부터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방방곳곳에서 스탠드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구절.
? ? ? 하지만 모토코는 그 일기의 내용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모토코의 스탠드가 발현한 계기는 얼마 전에 꾸었던 기묘한 꿈이었지, 일기장에 언급된 화살이 아니었다. 거기다 그 화살은 대체 정체가 뭐길래 스탠드라는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 것인가? 단 하루 사이에 스탠드라는 기묘하고도 비상식적인 힘을 얻고 스탠드를 이용한 싸움까지 겪기는 했어도, 여전히 비상식적인 일을 받아들이기에는 얼떨떨하게 느끼는 모토코였다.
? ? ? "그런데 잠깐,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이라니……. 모토코, 자네에게 DIO에 대해 알려준 누군가가 있는 건가?"
? ? ? 압둘이 모토코의 말에서 그녀에게 DIO에 대해 알려준 제3자의 존재를 짚어내고 질문하자, 모토코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긍정을 표시하고 주머니에서 라디오를 꺼냈다. 갑자기 라디오를 꺼내는 영문 모를 행동을 보고 죠셉과 압둘이 멀뚱멀뚱 라디오를 쳐다보자, 모토코는 설명을 시작했다.
? ? ? "제게 스탠드를 준 사람은 이 라디오 안에 들어있어요. 정확히는, 스탠드의 능력으로 라디오에 자신의 기억을 담았죠. 왜냐하면, 이 사람은…… '어떤 스탠드사'에게 살해당했거든요."
? ? ? "뭣……?!"
? ? ? 죠셉과 압둘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고, 모토코는 설명을 계속했다.
? ? ? "이 라디오에 담긴 사람은 DIO의 부하 스탠드사에게 살해당한 건 아니지만, 제게 스탠드를 주면서 이런 말을 했어요. 저한테 스탠드를 준 이유는, DIO를 쓰러트리고 이 세계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 ? ? "으음……."
? ? ? 죠셉과 압둘이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보이자, 모토코는 스틸과 대화를 나눠서 그의 존재를 증명시키기 위해 라디오의 전원을 키고 말을 걸었다.
? ? ? "스틸 씨, 방금 내가 한 이야기 다 들었지?"
? ? ? 하지만, 라디오에서는 그 어떤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살짝 무안함을 느낀 모토코는 혹시 스틸이 자고 있는 게 아닐까 해서 라디오를 손으로 톡톡 두드리며 계속 말을 걸었다.
? ? ? "……스틸 씨? 내 말 안 들려? 스틸 씨, 스틸 씨!"
? ? ? 그럼에도 라디오 속의 스틸은 계속 묵묵부답이었고, 모토코의 얼굴에 당황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압둘은 한 가지 가설을 떠올리고 모토코에게 제시했다.
? ? ? "죽은 자의 기억을 담는 스탠드라……. 생각해보면 그런 능력을 가진 스탠드도 있을 법 하다만, 어쩌면 능력의 지속 시간이 다 되어서 떠났을 수도 있겠군."
? ? ? "아니, 그때 분명히 들었다고. 라디오에서 '다음은 네 차례다.'라고 말하는 것을 말이지."
? ? ? "……죠죠?"
? ? ? 압둘의 추측을 부정하며 등장한 건 지나가던 죠타로였다. 방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와 모토코의 라디오를 낚아챈 죠타로는 라디오를 매섭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 ? ? "이봐, 스틸이라고 했나? 네놈은 그때 분명, 카쿄인이 DIO의 명령을 받고 아군이 되지 않은 스탠드사를 하나씩 처리했다고 했었지. 그럼 DIO와 무슨 관계인 거냐?"
? ? ? 죠타로는 라디오를 향해 말을 걸었지만, 라디오에서는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방에는 쥐 죽은 침묵만 내려앉고, 모토코는 나름 애용하는 라디오가 다른 사람의 손에 있자 슬슬 애가 타는 것을 느끼며 초조감 어린 기색을 띄우기 시작했다. 죠타로는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째깍거리는 시계바늘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침묵하고 있는 라디오를 들고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비틀렸다.
? ? ? "네 녀석, 없는 척 하지 말라고. 계속 그렇게 나오겠다면── 정말 없는 녀석으로 만들어주겠어."
? ? ? 시계의 분침이 몇 십도 정도 움직이고, 마침내 인내심이 바닥난 죠타로가 그 말을 하기 무섭게 나타나 라디오를 거머쥔 그의 스탠드의 팔에서 굵은 힘줄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죠타로의 스탠드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라디오를 억센 악력으로 움켜쥐어 박살낼 태도를 보이자, 그제서야 라디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 ? 『알았네, 알았어! 그러니까 그런 짓은 그만두게나!』
? ? ? "……흥."
? ? ? 죠셉과 압둘은 모토코의 말이 증명되자 놀라서 눈을 둥그렇게 떴고, 죠타로가 작게 콧소리를 내며 손바닥을 들자 그의 스탠드가 기계처럼 딱딱한 동작으로 라디오를 죠타로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죠타로는 라디오를 잠깐 살펴보더니 모토코에게 가볍게 던졌고, 모토코는 다급히 라디오를 받아냈다. 잠시 허우적거리던 모토코가 라디오를 탁자에 올려놓자, 압둘이 순수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질문했다.
? ? ? "이거 놀랍군……. 죽은 후에도 스탠드의 능력으로 이승에 남아있다니. 자네는 대체 정체가 뭔가?"
? ? ? 『세상은 넓고 스탠드사는 많지. 그만큼 스탠드의 능력은 다양하다……. 소개가 늦었군. 나는 스틸일세. 모토코의 말대로 그녀에게 스탠드를 준 낯선 목소리이자, 라디오에 담긴 기억의 주인이지.』
? ? ? "스틸이라고 했나……. 자네, 어째서 우리에게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려 한 거지?"
? ? ? 죠셉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경계심을 담은 눈빛으로 라디오를 살짝 노려보았고, 약간의 침묵 후 라디오에서 속삭이듯이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 ? 『나는 이미 죽은 몸이다. 지금 너희와 대화하고 있는 난 사념의 기억…… 즉 녹음된 테이프에 불과해.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DIO가 너희를 주시하고 있는 이상, 무력한 내가 필요 이상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것만큼 무모하고 불필요한 일은 없지.』
? ? ? "말이 안 되는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이 녀석에게 스탠드를 주고, DIO에 대해 알아낸 거냐?"
? ? ? 죠타로는 스틸의 말에 담겨있는 모순을 짚어내고 날카롭게 캐물었다. 말문이 막혔는지, 아니면 모토코에게 스탠드를 준 방법을 누설하고 싶지 않았는지 라디오에서는 아무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다가, 죠타로, 죠셉, 압둘, 그리고 모토코가 끈기 있게 라디오를 주시하자 무언가 '각오'가 섰는지 잠깐 헛기침을 한 스틸은 찬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내 스탠드, '댄 펜'의 능력은 무생물에 기억을 저장하는 것. 그렇기에 무생물을 통해서 옮겨다닐 수 있지. 때문에 무생물이라면 어떤 것이든 가리지 않고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DIO에 대한 정보를 몰래 수집하고 다녔다. 그리고 모토코에게 스탠드를 준 방법은, 그 아이의 '파장'을 조절해서 스탠드를 발현시켰다.』
? ? ? "잠깐, 도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그런 방식으로 스탠드를 발현시킨 건가? 아니, 애초에 파장이라는 건 대체 뭔가? 거기다 스탠드를 주는 게 가능하다고?"
? ? ? 압둘은 그가 아는 스탠드 발현 경위와 더불어 그가 가지고 있는 스탠드에 관한 상식과 아귀가 전혀 들어맞지 않는 뚱딴지 같은 소리가 나오자 당황하며 물었고, 스틸은 작게 헛기침을 하더니 진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 ? 『자네들도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스탠드 구현의 화살'이라고 들어보았나? 난 한때 그것을 연구하고 있었네. 때문에 난 '댄 펜'으로 각종 스탠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스탠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파장이라는 건, 그 아이가 가진 스탠드사의 자질을 말하는 거다. 저 아이에게 내 스탠드의 파워를 주입시키는 식으로 스탠드사로서의 가능성을 자극했지.』
? ? ? "스탠드 구현의 화살……! 그저 소문상의 물건이 아니라, 실존하고 있었던 건가!"
? ? ? 죠셉과 압둘은 동시에 무릎을 탁 치며 경악을 표시했고, 죠타로는 들어본 적도 없는 스탠드 구현의 화살은 제쳐두고 스틸이 무생물을 통해 눈에 띄지 않게 정보를 수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 ? ? "과연 그런가. 그럼 잘만 하면 이 녀석을 우리 쪽의 정보원으로 써먹을 수 있겠군. 영감의 염사로 찍은 사진은 어디 있는지 모를 DIO밖에 나오지 않으니까."
? ? ? 『……냅킨을 집어버린 이상, 어쩔 수 없지. 앞으로 잘 부탁하네.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되도록이면 내 존재가 DIO 측에 알려지지 않도록 해주게나.』
? ? ? "자네가 우리를 돕는다면 당연하고말고."
? ? ? 스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체념과 피로가 담겨있었다. 죠셉과 압둘은 뜻하지 않게 든든한 정보원을 얻자 살짝 기뻐하는 기색을 보였고, 모토코는 상황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자 얼떨떨한 표정으로 라디오를 내려다보았다.
? ? ? 이런저런 뒷수습을 하느라 날은 어느새 깜깜해졌다. 홀리에게서 마취제를 처방받은 카쿄인은 그 효과로 제일 먼저 잠들었고, 이집트에서 왔다는 압둘은 시차 적응을 위해서인지 일찍 들어갔다. 1층에 있는 손님 방의 침대 끄트머리에는 홀리가 어렸을 적 입은 잠옷을 빌려입은 모토코가 앉아 있었고, 죠셉은 테이블과 한 세트인 의자에 앉아 있었다.
? ? ? "오늘은 피곤할 테니까 일찍 자려무나. 어차피 방학이니까, 나머지 이야기는 내일 하도록 하자. 괜찮겠느냐?"
? ? ? "네. 그럼 죠스타 씨, 안녕히 주무세요."
? ? ? "잘 자거라."
? ? ? 죠셉이 방의 불을 끄고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나간 후, 베게에 머리를 파묻고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올린 모토코는 간절히 기원했다.
? ? ? '내일은 제발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 ? ? 물론, 그 기대가 또다시 배신당할 거라는 사실은 지금의 모토코는 일절 모르고 있었다. 스틸은 왠지 모토코의 희망을 깨부수는 게 미안해져서, 그 사실을 부러 언급하지 않았다.
? ? ? *
? ? ? 변함없이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그 사실은 스탠드를 얻기 전에도, 그리고 스탠드를 얻은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스탠드와 엮인 비현실적인 사건이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현실 속에 침투한 비현실은 마치 흰 옷에 난 검은 얼룩처럼 굉장히 선명했다.
? ? ? '스탠드, DIO…… 스탠드사와 육신의 싹……. 단 하루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어. 스틸 씨가 언급했던 '운명'은 역시 이것들,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과 관련된 거겠지?'
? ? ? 생각해보면, 본격적인 사건의 폭풍은 모토코가 죠타로와 얽히면서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이불 속에 햄스터처럼 웅크리고 있던 모토코는 부스스한 머리를 정성껏 다듬고 일어나 홀리가 빌려준 옷을 교복으로 갈아입고, 최대한 말쑥하게 몸단장을 마친 후 홀리의 옷을 깔끔하게 개켜서 말끔하게 정리한 침대 위에다 올려놓고 뒷정리를 마친 다음 방 바깥으로 나왔다.
? ? ? 한 발로 이불을 질질 끌고, 왼쪽 손에는 죠타로의 교복 바지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등을 벅벅 긁으며 툇마루를 걸어오던 죠셉은 교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모토코와 마주치자 멋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 ? ? "오, 안녕. 잘 잤니?"
? ? ? "네. 죠스타 씨도 잘 주무셨나요?"
? ? ? "그래. 그런데 홀리가 보이지 않는구나……. 아까부터 찾고 있었는데 말이다."
? ? ? "……도와드릴까요?"
? ? ? "아니, 손님한테 일을 시킬 수는 없는 법이지. 편히 있거라."
? ? ? 죠셉은 모토코의 제안을 손님한테 일을 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사양했지만, 모토코는 홀리에게 식사를 대접해준 일이나 옷을 빌려준 일 등의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저택 이곳저곳을 누비며 홀리를 찾았으나 홀리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홀리와 마찬가지로 주부인 마리아의 생활 패턴을 되새기며 홀리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아다니던 모토코는 문득 든 미묘한 어색함을 느끼고 걸음을 멈춰서 저택을 둘러보았다. 뭔가 이상했다. 뭐라 표현하기 힘든 한 줄기 위화감이 쿠죠 가에 안개처럼 스물스물 돌아다니고 있었다.
? ? ? "오, 모토코. 잘 잤는가? 혹시 어젯밤 꿈에도 내가 나오지 않던가?"
? ? ? 모토코가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마침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는지 지식을 탐구하는 학자처럼 뚜렷하고 열정적인 호기심이 담긴 눈을 한 압둘이 나타나 살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모토코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
? ? ? "아뇨……. 그때 꾼 꿈은 그냥 일시적인 예지몽이었나 봐요."
? ? ? "그렇군……. 실제로 자네를 만난 건 어제가 처음이었으니. 확실히 이상하긴 이상해……. 자네 말대로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군."
? ? ? 홀리를 찾아 나란히 툇마루를 걷던 압둘과 모토코는 툇마루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숟가락을 보았다. 모토코는 '숟가락이 왜 이런 데에?'라고 생각하며 의아함에 그칠 뿐이었지만, 스탠드사로서 쌓인 경험이 월등한 압둘은 어떠한 직감을 느끼고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부엌 문을 젖혀서 안을 들여다보았고, 모토코도 갑자기 압둘이 긴장하자 덩달아 무슨 사건이라도 날 낌새라고 생각하며 압둘의 뒤를 따랏다.
? ? ? 고고고고고고고……. 부엌에는 여러 개의 숟가락과 젓가락, 국자와 이런저런 조리도구들이 무질서하게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냉장고는 훤히 열려서 안에서 흘러나오는 시허연 냉기가 눈에 훤히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부엌에 있을 법한 홀리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는데, 냉장고 쪽을 보던 두 사람은 냉장고의 문이 자동으로 살짝 젖혀지면서 그 너머로 바닥에 널부러진 손이 보이자 경악을 담은 목소리로 소리치며 달려갔다.
? ? ? "호, 홀리 씨!"
? ? ? "괜찮으세요?!"
? ? ? 다급히, 그러나 의식을 잃은 홀리를 배려해 조심스레 그녀를 안아든 압둘은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상태인 홀리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자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 손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열기는 마치 불덩이를 짚은 것 같다는 착각을 들게 했고, 거기다 혈색이 나쁜 것을 보면 그녀가 병마에 시달리고 있음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 ? ? "엄청난 열이다! 병인가?"
? ? ?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으셨는데, 갑자기 왜……?"
? ? ? "그건 나도 모르겠군. ……음? 이건, 설마!"
? ? ? 홀리의 뒷목 언저리에서 무언가가 어른거리는 것을 본 압둘은 홀리의 등이 천장을 향하도록 조심해서 눕히고 실례를 무릅쓰며 그녀의 옷을 젖혔다. 그러자, 반투명한 딸기 덩굴들이 무성히 나타났고 이를 본 압둘은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강타당한 것 같은 충격과 함께 확인차 덩굴을 잡으려 손을 가져다 댔지만, 덩굴은 마치 그를 약올리듯이 그의 손에 잡히지 않았다.
? ? ? "이건…… 스탠드다! 홀리 씨에게도 스탠드가 발현했다!"
? ? ? 냉장고가 덜컥 소리를 내며 닫혔고, 빛이 사라졌다. 압둘은 다시 홀리를 바로 눕혔다.
? ? ? "하지만 이 고열……. 스탠드가 해가 되고 있다. DIO의 몸이 죠죠나 죠스타 씨에게만 영향을 끼치고, 홀리 씨에게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길래 안심하고 있었다. 아니, 안심하려고 했던 거다. 영향이 없을 리가 없었어……! 죠스타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는 이상, DIO의 영향은 틀림없이 있었을 터였다!"
? ? ? "……어째서죠? 왜 홀리 씨에게만 이런 고열이 난 건가요?"
? ? ? 모토코는 그녀의 스탠드가 발현했을 때, 즉 그 꿈에서 깨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스탠드가 발현된지 얼마 안 됐음에도 죠타로에게서 병색을 일절 찾아볼 수 없었던 사실을 떠올리고 질문했다.
? ? ? "스탠드란, 본디 정신력의 강함으로 조종하는 것……! 투쟁의 본능으로 움직이는 것! 온화하고 평화로운 성격인 홀리 씨에겐, DIO의 주박에 저항할 힘이 없는 것이다! 스탠드를 다룰 힘이 없지! 그래서 스탠드가 마이너스 작용을 하여 해가 되어버린 거다!"
? ? ? 홀리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훔치려던 모토코는 손이 닿은 순간 확 느껴지는 열기에 손을 반사적으로 뗐고, 모토코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 ? ? "이 정도의 고열, 계속되면 홀리 씨의 생명이 위험할 텐데……!"
? ? ? "그래, 이대로는 위험하다. 이대로 가다간…… 죽는다! 스탠드에 홀려…… 재앙처럼 죽고 말아!"
? ? ? 그때였다. 입구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고, 압둘과 모토코가 인기척이 느껴진 쪽을 보자 죠셉과 죠타로가 서 있었다. 빛을 등지고 서 있기에 둘의 얼굴에는 그늘이 져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압둘과 모토코는 그들에게서 풍겨오는 어떤 분위기를 감지하고 한 가지 사실만큼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 ? ? 두 사람은, 홀리의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
? ? ? ==========
? ? ? 스틸: 죠타로! 네 녀석, 듣고 있었구나!
? ? ? 모토코의 어머니의 이름은 시저의 아버지인 마리오, 미들네임인 안토니아는 체펠리 남작과 시저의 미들네임인 안토니오에서 유래했습니다.
? ? ? 개인적으로 3부에서는 왜 체펠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지 궁금하네요. 2부에서 시저에게 4명의 동생이 있다는 언급이 나왔으니 체펠리 쪽 사람을 출연시키고자 한다면 시저의 동생의 후손이라는 설정으로 등장시키는 것도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데 말이죠. 게임의 제작자도 그 점이 의문이었는지 주인공의 혈통이 체펠리라는 복선을 여기저기에 깔아뒀다가, 나중에 가서는 아예 체펠리의 혈통을 이어받았다고 확정하는 이벤트를 넣었더군요.
? ? ? 모토코의 아버지의 이름은 죠죠의 작가, 아라키 히로히코에서 유래했습니다. 젊었을 적의 별명이 대장이라는 비화가 있는데, 아라키 작가 역시 팬들 사이에서 아라키 대장이라는 별명으로 종종 불리고 있죠.
? ? ? 또한 모토코가 좋아한다고 언급된 비프 스트로가노프는 2부에서 딱 한 번 나온 시저의 프로필에서 언급된 음식입니다.
? ? ? 그리고 게임에서 스틸이 주인공을 제외한 죠스타 일행과 접촉하는 장면은 특정 루트를 제외하면 절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죠스타 일행이 함께 이집트까지 여행하던 도중 주인공이 라디오 속의 스틸과 이야기하는 것을 한 번이라도 보거나 들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장면이 전혀 없으니 의문이 들더군요.
? ? ? 마찬가지로 스틸이 위에서 언급한 특정 루트를 제외하면 죠스타 일행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점 역시 의문이 들었습니다. 운명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그럼 죠타로의 말대로 주인공한테 스탠드를 준 것에 모순이 생깁니다. 주인공한테 스탠드를 주는 행위로 냅킨을 집은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니까요.
원환과 법희와 기적의 이름으로, 마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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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19-05-14 16:17:06
죠타로, 죠셉, 압둘, 카쿄인의 만남이 이렇게 재구성되었네요. 3부 애니에서 있었던 경찰서 유치장에서의 소동 부분이 생략되고 이렇게 쿠죠 가의 저택에서 만난 것으로 통합되고, 게다가 7번째의 스탠드사인 모리히사 모토코가 가담해서 한결 부드러워졌어요. 이렇게 전개되는 것도 상당히 좋아서 마음에 들어요. 여전히 죠타로는 굉장히 무례한 언어를 구사하지만...
그러고 보니 1, 2부에 등장했던 체펠리 일가는 3, 4, 5부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네요. 이렇게 등장시키신 것에 감탄했어요!!
일반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인 죽은 사람의 부활, 스탠드 능력의 발현 등에 대해 이렇게 이해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일 거예요. 그런데 이것도 홀리처럼 이에 대한 인식도 내성도 없는 사람에게 발현되면 사정은 또 달라지고, 이것이 새로운 모험의 시초가 되어 버리죠.
그러고 보니 비프 스트로가노프는 참 기묘한 요리예요.
이름이 러시아의 귀족 스트로가노프 공작에서 유래하는 이 요리는 거창하게 보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쇠고기, 양파, 버섯 등을 볶아서 사워크림을 얹어 조려내는 요리로, 볶음요리를 만들 수 있다면 쉽게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간혹 만들어 먹기도 해요.
그런데 이 요리는 러시아 요리인데, 이상하게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요. 역시 이탈리아에서도 인기가 많은 건가 봐요. 그렇다면 모토코가 좋아하는 것도 혈통상, 가정내 문화상 자연스럽게 설명이 되네요.
앨매리
2019-05-15 09:14:21
에구, 설명을 빠트렸네요. 게임의 프롤로그에서 선원들의 DIO의 관을 인양하는 장면과 유치장에서 만난 죠타로, 죠셉, 압둘의 이야기를 다루고 넘어갑니다. 4화에서 '자진해서 유치장 안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까지 있다'라는 구절이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게임에서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체펠리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이벤트를 넣거나, 아니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주인공의 가족이 아예 전부 체펠리와 관련된 인물로 나오는 이벤트도 발생하지만 정작 그 이상은 다루지 않아서 다소 아쉽다고 느껴졌기에 이 팬픽에서는 2부 이후 체펠리 일가가 어떻게 됐을지도 다룰 생각이에요.
죠셉은 50년 전에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었고, 죠타로는 걸려온 싸움을 피하지 않는 호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데에 반해 홀리는 싸움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성격이고, 죠셉도 홀리에게 죠타로의 스탠드 발현 전까지는 죠스타 가문에 내려져 오는 운명을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더군요. 과거에 에리나가 죠나단과 죠지 2세의 죽음 때문에 죠셉도 같은 운명을 맞이할까 두려워해서 일부러 파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처럼, 죠셉도 홀리가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래서 이야기하지 않았을 거라 추측되네요.
확실히, 러시아 요리인데 이탈리아에서 인기가 많다니 기묘하네요. 아라키 작가가 그 점을 알고 시저의 프로필에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설정했는지 궁금해집니다.
SiteOwner
2019-05-29 21:22:17
쿠죠 가의 저택 내에서 일어난 일들이 생생히 그려져서 좋습니다.
갑자기 이 생각도 납니다. 죠셉이 "일본 커피 맛없다!!" 라고 그러니까 압둘이 "그거 미국산입니다만?" 하는.
사실 저도 바닥에서 자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온돌바닥에서는 바로 누웠을 때 허리가 꺾이는 것 같아서 영 잠을 못 이루고 그렇습니다. 이전에 척추 관련으로 중병을 앓고 나서는 그렇게 되었습니다. 투병중에는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난다는 것조차 당연하지 않았다 보니 그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홀리가 거의 일본인이 된 것을 보면서 사람의 적응력이란 참 대단하구나 하는 것도 저의 몸에 일어난 변화와 겹쳐져 실감나고 그렇습니다.
대를 이어 지속되는 숙명, 스타 플라티나의 비상히 정밀한 동작, 문제의 스탠드 구현의 화살 등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특징적인 요소가 이렇게 2차 창작에서도 잘 살아나는 게 기묘합니다. 역시 앨매리님께서 잘 구상하셨고 잘 풀어나가시기에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가일성주의가 원칙인 일본에서는 호칭 문제가 까다롭지요.
메존일각에서는 고다이 유사쿠가 자신을 좋아하는 여학생 야가미 이부키와 그녀의 아버지와 동석한 자리에서 그 여학생을 계속 "야가미" 라고 성으로 부르는데 영 어색합니다. 반면, 아마가미에서는 주인공 타치바나 쥰이치가 히로인 아야츠지 츠카사와 그녀의 언니를 만났을 때, "아야츠지, 아니, 츠카사 양에게 늘 신세지고 있습니다." 라고 상황에 맞게 호칭을 바꿉니다. 모토코가 홀리를 부르는 방식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다루어 주신 점이 좋습니다.
앨매리
2019-05-31 10:25:18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말씀하시니 다행입니다. 쓰면서 묘사가 부족하거나 과한 부분이 없나 하고 계속 고민했거든요.
죠셉과 압둘의 아메리카노 말장난은 일본어의 장음 표기를 이용한 말장난이다보니, 아메리카노와 미국의(아메리카노)를 모두 뜻하는 말이 되어서 일본어를 알고 들어도 피식하게 되고 모르고 들어도 피식하게 되죠. 동시에 두 사람이 죽이 잘 맞는다는 설정도 드러내어서 적절한 추가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고생이 많으시군요. 저도 몇 년 넘게 계속 침대에서 자다보니 바닥이나 온돌 위에서 자는게 다소 어색해지고 있습니다. 홀리의 적응력에는 그녀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과 타국의 문화에 거리감을 두지 않는 면도 한 몫 했을 것 같다고 생각되네요. 애니메이션에서 죠셉이 바닥에서 자기 싫다고 툴툴거리자 홀리가 일본 문화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핀잔을 주는 장면도 있었고요.
원작 만화에 더해 제작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게임 덕분에 저는 팬픽을 쓰면서 편하게 살을 덧붙이기만 했으므로, 제게 하시는 칭찬은 원작자와 게임의 제작자에게도 돌리겠습니다. 좋은 만화를 그리고, 그 만화에 기반해 훌륭한 게임을 만들어준 사람들 덕분에 저도 즐겁게 팬픽을 쓸 수 있어서 좋구요.
일본에서는 호칭이 다양하고 그 다양한 호칭으로 캐릭터 간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복선을 깔아두는 일이 많던데, 한국에 번역되어서 들어오면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해도 전부 무시되고 이름으로 부르도록 통일되는 일이 많다보니 좀 안타까웠던 일이 많기에 호칭 관련 설정을 살려서 한 번 넣어보았습니다. 서로 친해지는 과정을 표현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