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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죠죠] 7번째 스탠드사 : Break Down The Door (10)

앨매리, 2019-05-19 22:05:21

조회 수
158

7번째 스탠드사 : Break Down The Door
(10) 타워 오브 그레이


? ? ? 인간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대적할 수도 없는 기괴하고 초월적인 존재와 마주쳤을 때의 공포를 생생히 그려낸 소설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미국의 소설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가 말하길 인류의 가장 오래된 감정은 바로 공포다.

? ? ? 그 말대로 공포는 모든 생물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각자의 생존 본능과 직결되어 있다.

? ? ? 러브크래프트 가라사대, 가장 강력한 공포는 바로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대비하거나 회피할 수 없을 때의 불안이 커지면 커질수록, 죽음에 대한 공포 역시 내리막길을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크기를 불려나간다는 의미다.

? ? ? 여기서 더 자세히 설명해보자면, 공포의 종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생존 본능과 직결된 본능적인 공포요, 다른 하나는 인간에게만 있는 생각과 연결된 논리적인 공포다.

? ? ? 본능적인 공포란, 말 그대로 생존 본능과 직결되어 자신의 생명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존재 혹은 요소와 마주치고 피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공포를 말한다.

? ? ? 자신보다 강대한 존재, 마치 자신을 일개 장난감으로 보는 순진하면서도 잔혹한 어린아이 앞에 놓인 개미 같은 상태로 전락시키는 존재를 만났을 때, 자신에게 그 존재에게 대항할 힘이 없거나, 설령 있더라도 그 존재와 맞서 싸우는 데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거나, 아니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자신의 정신이 힘만큼 강력하지 않다면 인간은 본능적인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 ? ? 논리적인 공포란, 본능적인 공포와 달리 자신의 생명에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와 만나더라도 그 존재에 대해 파악할 수 없을 때, 하얀 옷 위에 쏟아진 먹물처럼 손 쓸 틈도 없이 이성을 물들이며 마비시키는 상상력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공포를 뜻한다.

? ? ? 자신이 가진 지식과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와 조우했을 때, 자신의 무지로 인해 그 존재에게 대적하거나 맞서 싸울 방도가 떠오르지 않아 예상되는 결말에는 죽음만이 보이기에 공포가 자극되는 경우도 있다.

? ? ? 이는 실존하지 않는 상상 속 존재에 대해서도 공포를 불러 일으킬 수 있으며, 호러물이 노리는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 ? ? 공포에 직면한 자가 선택하는 행동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 ? ? 첫째, 허우적거리며 도망친다. 죠나단 죠스타의 육체를 빼앗아 대서양에서 부활한 DIO와 마주친 무함마드 압둘은 그에게서 도저히 손 쓸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쳤다.

? ? ? 비록 추한 모습이라고 비웃음 당해도 할 말 없는 상황이었으나, 그 덕에 압둘은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목숨을 건지고 죠나단의 손자인 죠셉과 합류하였다.

? ? ? 둘째, 체념하고 받아들인다. 압둘과 반대로, 카쿄인 노리아키는 처음 DIO와 마주쳤을 때 그가 조성하는 공포에 굴복하고 받아들여 합리화하였다.

? ? ? 그 결과 육신의 싹에 세뇌되어 DIO의 꼭두각시로 조종당하는, 그의 입장에서 아주 굴욕적이고 치욕적인 신세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 ? ? 셋째, 발버둥치며 맞서 싸우려고 한다. 이는 자신이 느낀 공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

? ? ? 한하릴리 시장에 위치한 그의 가게로 향하는 길에서 DIO와 마주쳤을 때, 압둘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힘'으로 저항한다는 선택지조차 고르지 못하고 허겁지겁 줄행랑을 쳤으나, 평소에도 늘 뜨겁게 타오르던 정의감으로 기억 속에 자리잡은 공포를 불태워 잿더미로 만들고 그에게 대항할 방법을 찾기 위해 죠셉 죠스타와 힘을 합쳤다.

? ? ? 카쿄인은 이집트에서 DIO와 마주쳤던 때부터 정신이 계속 DIO의 손아귀에 붙잡힌 꼭두각시 신세였다가, 다행히도 죠타로 덕분에 육신의 싹에서 해방되면서 세뇌당했던 동안 저지른 악행을 속죄하기 위한 정의감을 밑거름 삼아 굴욕적으로 받아들였던 공포를 극복하고 DIO에게 설욕하기 위해 죠스타 일행에 합류했다.

? ? ? 하지만 이 둘과 달리 특이하게도,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존재와 직면했을 때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반응을 보이는 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그 존재와 마주친 순간에 새로운 충동과 기쁨이 샘솟는 것을 느끼며, 공포에 환희하고 그 쾌감을 받아들였다.

? ? ? DIO와 조우하고 그의 수하로 들어간 이들, 그리고 DIO의 마성에 완전히 매료되어 스스로 식량을 자처한 여성들이 그러하였다.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환희에 가득 차 우러러보며 숭상하는 감정과, '이 분에게는 모든 것을 믿고 바치며 의지할 수 있다!'는 심정으로 안심하는 마음이 DIO를 광적인 충성심의 근간이 되었다.

? ? ? 이들은 DIO가 자신을 위해 당장 목을 베어 바치라는 정신 나간 명령을 내리면, 일말의 의심이나 두려움 없이 그 자리에서 즉시 스스로 목을 베어 바칠 작자들이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있어 이들의 모습은 절대로 도달하고 싶지 않은 말로일 것이다.

? ? ? 그렇다면 공포에 저항하고,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눈치 빠른 사람은 무함마드 압둘과 카쿄인 노리아키의 경우에서 이미 해답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 ? ? 영국의 수학자 겸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지혜로워지는 첫 걸음은 두려움을 정복하는 것이라 말하였다.

? ? ? 그가 말하길 두려움은 미신의 주 근원이며, 잔혹성의 여러 근원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공포에 빠져 이성이 마비되어 미쳐버린 자들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도저히 볼 수 없는 난폭하고 잔혹한 행동을 태연히 저지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 ? ? 기묘하게도, 죠나단 죠스타에게 티베트 오지에서 사사받은 선도(仙道), 파문의 호흡법을 가르치고 그와 함께 디오 브란도와 사악한 시생인들에게 맞서 싸운 윌 A. 체펠리 남작도 비슷한 말을 남긴 바가 있다.

? ? ? 용기란 두려움을 아는 것, 공포를 자신의 것으로 삼는 것.

? ? ? 공포를 지배하는 순간, 호흡은 규칙을 갖고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파문이 용기의 산물이라 불리는 것이라 하였다.


? ? ? *


? ? ? SPW 재단에서 준비한 이동 수단은 ─ 모토코에게는 황송하게도(?) ─ 리무진이었다. 잡아당기면 쭉쭉 늘어나는 모차렐라 치즈처럼 차체의 중간 부분이 쭉쭉 늘어나 있는 차의 표면은 흠집 하나,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기에 햇빛을 받고 은은하게 빛나는 검은색 차체가 더욱 고급스럽게 보였다.

? ? ? 죠셉이 실력은 물론이요 경력도 확실하고 입도 무겁다며 공언한 SPW 재단의 쇼퍼(chauffeur)가 문을 열자 일행 여섯 명에 더해 열 명이나 넘게 타도 넉넉할 정도로 널찍한 공간이 드러나서, 가장 앞에 서 있었던 모토코는 은근슬쩍 튀어나와 자기들도 타겠다며 아우성치는 SP3와 SP5를 자연스럽게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 ? ? 동행이 정해졌을 때부터 계속 툴툴거리던 레인보우도 리무진을 보자마자 뇌를 가득 채우던 온갖 불만과 불평을 싹 잊어버렸는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감탄하며 모토코의 뒤를 따라 거의 뛰어들다시피 리무진 안으로 들어와 냉장고부터 열고 내용물을 확인하더니 감탄을 쏟아냈다.

? ? ? "세상에, 별의 별 게 다 있군요! 냉장고에, 최신식 오디오 시스템에, 칵테일 바에, 와인 셀러에, 위성 통신 시스템까지 있다니……. 내가 이런 고급 리무진에 타는 날이 올 줄이야. 살아있길 잘 했어!"

? ? ? 남자들은 모토코와 레인보우의 뒤를 이어 전원 빠짐없이 탑승했고,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은 어린이처럼 호들갑 떠는 레인보우를 지켜보던 죠스타 일행은 서로 한 번씩 시선을 마주치더니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어깨를 으쓱했다.

? ? ? 죠타로는 차 바깥쪽에서 '나도…… 나도 탈 거야!'라고 소리치는 SP들이 몸싸움하면서 내는 요란한 소리를 듣고, 모자 챙을 붙잡아 한 번 푹 눌러쓰더니 나지막하게 한숨을 토해내서 성가시다는 심정을 짤막하게 표현하고는 모토코에게 수습이나 하라는 의미를 담아 지긋이 쳐다보았다.

? ? ? 죠타로의 시선을 받은 모토코는 한심하게도 팔꿈치와 주먹을 사용해서 서로 밀어내며 투닥거리고 있는 SP들을 퀭한 시선으로 쳐다보더니, 어차피 거리가 10m 이상 떨어지면 자동으로 스탠드가 해제되니 그냥 차가 출발할 때까지 내버려두자고 결론을 내려서 완전히 무시했고, SP3와 SP5가 무시당했다며 징징대자 레인보우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둘에게 메롱을 시전했다.

? ? ? 일행의 짐을 싣고 운전석으로 돌아온 쇼퍼는 바로 리무진을 출발시켰다. 리무진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게 움직였고, 차가 달릴 때 생기는 흔들림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 아주 편하게 드러누워서 푹 잘 수 있을 정도였다.

? ? ? 여담으로 차에 타지 못하고 남겨진 두 SP는 고전적인 로맨스 영화에서 연인에게 버림받은 비련의 주인공처럼 리무진의 뒤를 쫓아 달려오다 점점 거리가 벌어지면서 자동으로 사라졌다. 다시 불러냈을 때의 후환이 좀 성가시긴 하겠지만, 모토코는 가끔 이런 충격 요법이라도 써야 한동안 얌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푹신한 의자에 몸을 맡겼다.

? ? ? 할아버지나 다름없는 스피드왜건 덕분에 풍족하게 자랐던 경험에 더해 스스로 자수성가해 부동산 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죠셉, 날 때부터 한 가닥 하는 부잣집에서 태어났기에 이런 것에는 익숙한지 별다른 감흥이 없어보이는 죠타로, 죠셉과 함께 다니면서 고급 서비스에 익숙해지기라도 했는지 덤덤한 압둘, 그리고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죠타로와 비슷한 분위기인 카쿄인과 다르게 모토코는 영상 매체로만 접했던 리무진에 탔다고 실감하게 되자 영문 모르게 긴장되는 느낌이 들어서 손가락을 계속 꼼지락거렸다.

? ? ? 『……그럼 오늘의 방송은 The Bangles의 곡, Walk Like An Egyptian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방송을 들어주신 모든 청취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 ? 쇼퍼가 공항으로 가는 동안 귀가 심심하지 말라는 의도로 틀은 라디오에서, 방송을 진행하던 BJ의 말이 끝나자마자 경쾌하게 흔들리는 마라카스 소리가 들리더니 흥겨운 드럼 소리와 기타의 현을 퉁기는 소리가 어우러져 절로 어깨가 들썩거리는 음악으로 화했다.

? ? ? ? ?All the the old paintings on the tomb
? ? ? ? ?they do the sand dance, don't you know?
? ? ? ? ?If they move to quick, oh-way-oh
? ? ? ? ?they fallin' down like a domino
? ? ? ? ?Foreign types with their hookah pipes say
? ? ? ? ?way-oh-way-oh-ooh-way-oh-way-oooh……♬
? ? ? ? ?Walk like an Egyptian……♪

? ? ? 일행 중에서 분위기를 북돋는 역할인 죠셉은 홀리를 걱정하느라, 압둘은 이집트에 있는 지인들을 걱정하느라, 죠타로도 마찬가지로 홀리를 걱정하느라, 카쿄인은 아무 말 없이 골똘히 생각에 빠져있느라, 모토코 역시 이런저런 고민을 하느라 표정이 진지하게 굳었는데 레인보우만 혼자 독보적이게 리듬을 타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발을 까딱거렸다.

? ? ? 레인보우는 리무진을 거의 씹고 뜯고 맛볼 기세로 실컷 구경했고, 노래가 끝나고 다음 방송이 시작됐는데 별로 관심이 없는 주제라 흥미가 생기지 않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하고 살갑게 대화를 나눌 만한 처지가 아니라서 일행의 표정이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굳어있는 엄숙한 상황에 질렸는지 푹신한 의자 속에 몸을 푹 파묻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 ? ? 그때를 노렸다는 것처럼, 죠셉의 주머니에서 스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 ? 『다들 잘 출발했는가? 자네들에게 알려줄 중요한 사항이 있어서 워크맨을 좀 빌렸다네.』

? ? ? 쿠죠 가에서 스틸의 스탠드인 '댄 펜'의 능력에 대한 설명을 들었던 일행은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들려도 별로 놀라지 않은 눈치였으나, 당시 홀리에게 치료를 받고 마취제를 투여받아 잠들어 있던 카쿄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일행을 둘러보다가 나중에 설명해주겠다는 의미를 담은 죠셉의 시선을 받자 표정을 수습했다.

? ? ? 반대로 레인보우는 갑자기 모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잠이 싹 달아나 혼자서 휘둥그레 놀란 표정을 지으며 살짝 떨리는 검지로 낯선 목소리가 들린 죠셉의 주머니를 가리켰다.

? ? ? "주, 주머니가 말하다니……! 설마 스탠드인가요?!"

? ? ? 『음……. 일단 나는 사람이네만, 아가씨. 사정이 있어서 잠시 이런 상태가 된 것 뿐이라네.』

? ? ? 스틸의 목소리에는 당혹스럽다는 감정이 약간 들어있어서, 만약 몸이 있었다면 분명 멋쩍은 표정을 짓고 손가락으로 이마를 긁적거렸을 듯 했다.

? ? ? 스틸은 그가 알고 있던 '운명'과는 다르게 죠스타 일행에 또 한 사람, 그것도 DIO의 부하였던 사람이 끼어들어가 있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격언처럼 자신의 존재에 관한 정보가 DIO 측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을까 고민했다.

? ? ? 하지만 주변을 꼼꼼하게 감지하고 살펴본 결과 이들 외의 다른 스탠드사나 스탠드의 기척은 일절 없고, 자신이 죠스타 일행에게 협력하는 유일한 스탠드사 정보원인 이상 단단히 입단속을 해달라고 부탁하면 곧바로 들어줄 테니 걱정은 일단 접어두자 여기고 워크맨으로 들어온 이유를 밝혔다.

? ? ? 『지난번에 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빠진 부분이 있어 그걸 말하려고 왔다. 내가 DIO의 위치를 알아내려고 했을 때, 그에게 내 존재가 발각될 뻔 했다고 설명했었지. 지금 내 상태는 물론이요 내 스탠드도 능력이 능력이다보니 어지간해서는 타인에게 감지되지 않아. 감이 비정상적으로 좋은 스탠드사가 있어도 그 자의 스탠드가 감지 관련 능력이 아닌 이상 발각되지 않을 자신은 충분히 차고도 넘친다네. 그런데도…… DIO는 내가 올 것을 짐작하고 있었더군. 마치 누군가나 무언가를 통해,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야.』

? ? ? "그래. 거기에 더해 모토코가 DIO에게는 원거리에서 타인의 위치를 탐지 혹은 역추적하는 수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었지. 실제로 자객들이 분명 나나 죠타로와 일절 관계 없었던 모토코까지 알아내서 공격했던 점을 보면 그 추측에 힘이 더해지고. 당시 모토코는 스탠드가 발현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말일세."

? ? ? 죠셉에게서 자객 이야기가 나오자 레인보우가 살짝 움찔했지만, 카쿄인만 그녀를 흘끗 쳐다보고 말았다. 쿠죠 가에서 홀리가 갑자기 쓰러지고, 허밋 퍼플로 염사한 사진으로 DIO의 위치를 알아내려 했을 때 오갔던 이야기를 되새긴 죠셉은 손으로 턱을 매만졌고, 압둘도 스틸이 한 말을 듣고 혹시나 싶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스탠드의 목록을 머릿속에서 쭉 훓어보며 팔짱을 낀 팔뚝에 얹은 검지를 까딱거렸다.

? ? ? 『그것 때문에 조언을 하러 온 것일세. DIO는 우리를 역탐지할 수단을 분명히 가지고 있어. 특히 그의 몸이 몸이다보니, 당신이 염사할 때 DIO에게도 그 감각이 이어져 역추적되는 경우도 있겠지. 우리의 정보는 언제 어느 때든 놈에게 흘러간다고 생각해두는 편이 좋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처럼, 이 점을 늘 상기하고 항상 주의하는 편이 좋을 걸세.』

? ? ? "할 말은 그것뿐인가?"

? ? ? 스틸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가라는 심정으로 한 조언이겠지만, 죠타로는 이미 스틸이 한 조언의 대부분을 쿠죠 가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파악하고 있었기에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 ? ? 『물론 아니지. 내가 조사하다가 알아낸 DIO의 부하 스탠드에 대해서도 알려주려고 왔네.』

? ? ? 그 말이 나오자, 죠스타 일행 전원이 마치 그 말만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몸을 쭉 피고 의자에 대고 있던 등을 꼿꼿하게 세웠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자기와 한 편이었던 이들의 스탠드에 대해 알아냈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해서 당황하고 있는 레인보우를 제외하고, 뚜렷한 빛을 담은 다섯 쌍의 시선이 일제히 워크맨이 들어있는 주머니 속으로 향하자 스틸은 눈빛만으로도 그들이 지니고 있는 '의지'의 열기를 느끼고 재빨리 설명했다.

? ? ? 『내가 알아낸 스탠드의 이름은 '머더 돌즈'와 '알 허트'다. 둘 다 멀리서도 다룰 수 있는 원거리 조작형 스탠드고, 본체가 직접 조종하는 것과 별개로 따로 명령을 내리면 로봇처럼 자동으로 수행하는 자동추적형 스탠드이기도 하지. 머더 돌즈의 능력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넣은 자동 인형에게 간단한 명령을 내려 조종하는 것, 알 허트의 능력은 '그린 호넷'이라는 무수히 많은 자동추적 곤충을 소환하는 것이다. 머더 돌즈의 인형들은 움직임이 꽤 단순해서, 물량만 빼면 번거로운 점은 거의 없을 거다. 스탠드가 발현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모토코에게 금방 쓰러졌을 정도니까.』

? ? ? "그 짜증나는 인형들, 또 안 봤으면 좋겠는데……."

? ? ? 스틸이 머더 돌즈를 언급하자, 모토코는 이전에 마트료시카와 여학생 인형에게 습격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린 얼굴로 투덜거렸고 레인보우는 콧방귀를 끼었다. 그 반응을 보고 레인보우도 머더 돌즈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고 눈치챈 죠타로는 날카롭게 그녀를 노려보며 캐물었다.

? ? ? "이봐, 뭔가 알고 있는 눈치군. 우리를 따라서 이집트에 무사히 도착하고 싶다면, 네 녀석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전부 순순히 말하는 게 좋을 거다."

? ? ? 레인보우는 허튼 소리를 하면 스타 플래티나로 한 대 패주겠다는 죠타로의 살벌한 눈빛과 인형들에게 시달렸던 기억 때문에 자꾸 치솟으려는 짜증을 억누르려는 모토코의 냉정한 눈빛에 더해 다른 일행의 눈빛도 심상치 않자 잠시 당황하더니, 신나게 달리는 자동차 안이라 어디 도망칠 구석도 숨을 구석도 없다는 사실에 암담함과 자신의 신세가 왜 이리 처량해졌나 하는 아득함을 느끼며 한숨을 푹 내쉬고 순순히 입을 열었다.

? ? ? "알 허트의 본체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머더 돌즈의 본체가 누군지는 알아요. 저와 마찬가지로 DIO 님을 따르지 않는 스탠드사를 만나면 포섭하고, 우리 쪽으로 들어오지 않을 시에는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고 일본으로 파견됐던 스탠드사에요. 이름은 조이 오페레타. 금발에 양복을 입고 있어서 평소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코스프레가 취미라서 뭔가 좀 수상하다 싶은 사람을 보면 분명 그 녀석일 거에요."

? ? ? 모토코는 ─ 비록 본체가 아니라 인형을 대신 보내서였지만 ─ 제일 처음으로 자신을 습격했던 자의 외모 묘사를 듣고 저택 앞에서 만났던 그 섬뜩한 남자, 스틸을 살해한 그 살인자도 떠오르자 반사적으로 흠칫했다. 다만 다른 일행은 레인보우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어서 아무도 모토코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다.

? ? ? "자기가 나불나불 떠들던 바에 의하면 인형이 부서져도 본체에 피해가 가는 일이 없는 치사한 스탠즈죠. 거기다 위쪽에서 그 녀석만 콕 집어서 내린 명령은 분명 죠스타 씨하고 압둘을 제거하라는 거였는데, 일본에 도착한지 좀 지나고 나서 다른 스탠드사를 찾았다고 말하다가 뮤즈니 뭐니 하면서 소란 피우길래 정신 나간 놈이구나 싶어서 신경 끄고 제 할 일만 했죠. 지금은 다들 떠나버려서 닭 쫓던 개 꼴이 됐겠지만…… 쉽게 포기할 녀석은 아니에요. 분명 또 인형을 보내면서 쫓아오겠죠."

? ? ? "그런가. 말해줘서 고맙네, 레인보우 양."

? ? ? "착각하지 말아주세요. 이건 어디까지나 원활한 동행을 위해서지, 당신들의 동료로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니까요."

? ? ? "퍽이나."

? ? ? 죠셉이 한 의무적인 인사를 듣고 레인보우가 약간 새침하게 대꾸하자, 죠타로가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받아쳤지만 레인보우는 눈을 한 번 흘기기만 하는 것으로 끝냈다.

? ? ? 『설명 고맙네, 아가씨. 애석하게도 알 허트의 본체에 대해서는 나도 자세히 알아내지 못했다. 이름이 케이트라는 것과 여자라는 것 외에는 정보가 없더군. 원래 자동추적형 스탠드는 사정거리가 꽤 긴 편인데, 그 덕에 멀리 숨어서 스탠드만 보내는 모양이야. 본체의 이름과 성별, 스탠드의 이름과 능력도 놈의 동료로 추정되는 녀석이 떠든 걸 듣고 알아낸 걸세.』

? ? ? "그래도 어느 정도는 수확을 얻지 않았나. 고맙다. 케이트라는 여자가 나타나거나 수상쩍은 곤충이 날아다닌다 싶으면 주의하도록 하겠네."

? ? ? 『다들 조심하도록. 그리고 내 존재가 부디 널리 알려지지 않게끔 주의해 주기를 바라네.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보 수집이 쉬워지니 말일세.』

? ? ? 압둘이 일행을 대표해서 짤막하게 감사를 표하자, 스틸은 다시금 자신의 존재를 숨겨달라고 강조하고는 중요한 정보를 또 얻으면 알려주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모토코의 슈트 케이스에 실려있는 라디오로 돌아갔는지 완전히 조용해졌다.

? ? ? 레인보우는 스틸의 목소리가 갑자기 끊기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잘 안 되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설명을 요구하며 일행을 둘러보았지만, 죠셉은 다소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 ? ? "미안하네, 아가씨. 아가씨가 우리와 같이 동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어도 아가씨는 한때 DIO의 부하였는데다가, 우리 쪽으로 완전히 온 것도 아니니 전부 설명해줄 수는 없다. 이 점 양해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부디 우리가 정보를 얻은 경위와 워크맨 속 남자에 대해서는 함구해주길 바라네. 우리도 아가씨한테서 정보를 얻었다는 말은 일절 안 할테니 말이야."

? ? ? "흥, 됐어요. 어차피 출발하기 전에도 말했고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는 단지 동행자일 뿐이니까, 당신들하고 너무 깊게 얽히는 것도 곤란해요. 난 방금 아무 것도 못 들었고, 당신들에게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알았죠?"

? ? ? 레인보우는 일부러 새침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한 번도 동요한 적 없다는 것처럼 팔짱을 끼고 고개를 치켜들어 거만한 태도를 가장했지만, 쿠죠 가의 마당에서 집합했을 때 스페셜즈와 철없이 말다툼을 하거나, 내막을 하나도 모른 채로 같이 이집트로 가겠다고 모토코를 쫄래쫄래 따라왔다가 죠타로의 말 한 마디에 진상을 파악하고 자신을 속였다며 화내는 모습으로 본질이 이미 까발려질 대로 까발려졌기에 죠스타 일행에게 있어 레인보우의 그런 모습은 귀엽게 보일 지경이었다.

? ? ? 어느새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막히는 일 없이 쌩쌩 달리던 리무진의 창문 너머로 거대하고 길쭉한 건물이 보였고, 착륙하려는지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건물로 이동하는 비행기도 보였다. 쇼퍼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서 리무진의 속도가 더해지자 건물이 더욱 가까워졌고, 일본어와 영어로 나리타 국제공항이라고 써진 간판도 눈에 잘 들어오기 시작했다.

? ? ? 여기서 잠깐 상식! 죠스타 일행이 이용할 나리타 공항은 1978년에 개항한 국제공항으로, 정식 명칭은 신도쿄 국제공항이다!

? ? ? 1960년대에 일본의 경제가 호황을 이루면서 공항의 이용 수요도 폭발적으로 상승했기에, 통칭 하네다 공항이라 불리는 도쿄 국제공항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혼잡도도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정부는 1966년에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고, 12년 후 나리타 공항이 개항되면서 하네다 공항에서 운영하던 대부분의 국제선은 나리타 공항으로 이전하였다.

? ? ? 하차장에 내려 쇼퍼의 도움을 받아 카트에 가져온 짐을 전부 싣고, 죠셉은 여섯 명의 항공권을 전달해 준 쇼퍼에게 차 안에서 들었던 이야기 중 스틸에 대한 건 반드시 함구해달라며 신신당부한 후 앞장 서서 일행을 이끌었다.

? ? ? 외할아버지가 일본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가족이랑 같이 1층에 있는 만남의 광장으로 마중 나왔던 적을 빼면, 공항에 올 일이 도통 없었던 모토코는 그 반대인 상황이 되자 기분이 묘해지는 것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 ? ? 여름 휴가철이라 그런지 공항은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사람으로 북적였다. 그 수에 압도된 모토코는 살짝 질린 눈빛으로 바닷속에서 단체로 움직이는 물고기 떼처럼 무리지어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 무리를 쳐다보았지만, 죠셉은 인파에 익숙한지 일말의 동요도 없는 태도로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짐을 부치고 탑승 수속을 하는 카운터로 일행을 이끌었다.

? ? ? 죠셉이 카운터에 앉아있는 항공사 직원에게 신분과 목적을 밝히자 직원은 일행의 항공권과 여권을 받아갔고, 빠른 눈짓으로 여권의 사진과 일행을 대조하면서 죠셉과 이런저런 질문을 주고받는 것으로 탑승 수속을 금방 끝내더니, 항공사에서 고객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야 하는 설명을 녹음기처럼 정확히 읊으며 여권의 표지와 첫 번째 페이지 사이에 보딩패스와 수하물 티켓을 끼워서 돌려주었다.

? ? ? 손잡이에 수하물 태그가 꼼꼼하게 감긴 일행의 짐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한 쪽으로 이동했고, 죠셉에게서 여권을 돌려받은 모토코는 보딩패스에 이코노미라고 적혀있자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 ? ? "……어라? 이코노미 클래스인데도 탑승 수속이 이렇게 일찍 되는 거였나요?"

? ? ? 일본에 왔던 율리우스가 기한을 다 보내고 돌아갈 때마다 탑승 수속을 하는 것을 여러 번 지켜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항공사에서는 좌석 등급별로 순서를 나눠서 항공사의 VIP나 퍼스트 클래스 예약자, 혹은 단체로 예약한 사람들의 수속을 먼저 처리해주고, 그 다음에는 비즈니스 클래스로 예약한 사람들을 수속한 다음 이코노미 클래스인 사람들을 가장 마지막으로 해줬다. 죠셉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모토코를 보더니 사람 좋게 미소지으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 ? ? "원칙대로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내가 이 항공사의 VIP 회원이기 때문에, 이번에 이코노미 클래스로 예약했어도 VIP 우대 특권으로 탑승 수속을 먼저 처리해준 거란다."

? ? ? "역시 부동산 왕답군……."

? ? ? 탑승 수속을 하는 동안 모토코 몰래 나와서 공항을 구경하던 SP2가 짧게 감탄했다.

? ? ? "부동산 왕이면 뭐 하나, 1등석도 아닌데……."

? ? ? 탑승 수속을 끝내고 받은 보딩패스의 좌석이 1등석이 아니라서 대놓고 실망한 기색을 보이던 레인보우는 얹혀가는 신세인데 배 부르게 투덜거린다는 질책을 담은 일행의 싸한 시선을 받고 입을 조용히 다물었다.

? ? ? 탑승 수속 대기자들과 공항 이용 고객들을 위한 의자 근처에 세워진 시계탑을 본 죠셉은 비행기 출발 시각인 8시 30분까지 아직 여유가 많이 남은 것을 보고, 출국 심사를 받기 전에 각자 볼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짓자고 제안했다.

? ? ? "출국 심사장을 지나면 다시 못 나오니까 그 전에 여기서 할 일을 전부 하고 난 다음에 가자꾸나. 환전도 미리 해 두는 편이 좋을 게다. 다들 볼 일 모두 보고 나서, 1시간 뒤에 심사장 입구에서 모이도록 하자. 그리고 레인보우 양, 공항에서 노점 여는 건 불법이니까 혹시라도 허튼 짓 말게나. 공항 경찰에게 구속되면 비행기를 놓치기 딱 좋아."

? ? ? 레인보우는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계획을 전부 꿰뚫어본 죠셉의 말에 크게 동요하더니, 노골적으로 툴툴거리며 멀어져 갔다. 집합 장소도 지정됐고 DIO의 자객이 낼 법한 수상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겠다, 일행은 각자 볼 일을 보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 ? ? 모토코는 수하물을 부치기 전에 슈트 케이스에서 꺼낸 작은 크로스백에다가 여권과 지갑을 비롯한 귀중품에 더해 비행기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챙긴 이런저런 물건을 옮겨 담은 후, 끈 길이를 조절하던 중 말썽쟁이 SP들이 대놓고 눈빛을 번뜩이며 나타나자 드디어 올 게 왔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 ? ? "주인님아……. 잘도 우리를 버리고 갔겠다? 응? 우리 주인님만 아니었으면 지금 머리 위에 사조성이 보였을 거라구?"

? ? ? "마스터어……. 어떻게 그렇게 매정하게 내칠 수가 있어? 마스터의 피는 대체 무슨 색이야? 응?"

? ? ? "지금은 대낮이고, 내 피는 빨간색이야. 그리고 어차피 두고 가도 이렇게 다시 나타나잖아."

? ? ? 모토코는 길이 조절이 끝난 크로스백의 끈을 양쪽 어깨에 걸고 가방을 오른쪽 허리로 내리며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모토코를 보고 SP들이 동시에 'HEYYYYYY 너무해애애애애애!'라며 우렁찬 곡소리를 냈다.

? ? ? "그래도 그렇지! 너무해! 그 리무진은 자리도 넉넉했는데 어떻게 우리를 태우지도 않을 수가 있어!"

? ? ? "옳소, 옳소! 이러면 탄핵할 거야! 반역할 거라구! 주인님이 식사할 때마다 옆에 딱 붙어서 제일 맛있는 부분만 골라서 뺏어먹을 테다!"

? ? ? "알았어, 알았어. 그럼 뭐 먹을 거라도 사줄게."

? ? ? "진작 그랬어야지."

? ? ? 여차하면 초중요 경호 대상 겸 대장인 모토코와 한 판 할 기세로 눈빛을 활활 불태우던 두 SP들은 모토코의 그 한 마디에 손바닥 뒤집듯 바로 태도를 바꾸었다.

? ? ? 공항은 어느 쪽으로 가든 사람으로 북적였기에 키가 작은 모토코는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거나 소매치기를 당할 법도 했지만, 현명하게도 SP3와 SP5가 뒤를 지키고, SP1과 SP2가 그녀의 앞으로 나와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끔 슬쩍 밀어대며 길을 텄기에 모토코는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 ? ? 외할아버지의 공항 이용 팁 그 첫 번째, 공항 환전소는 생각하는 것보다 손실이 꽤 크므로 되도록이면 주로 이용하는 은행의 공항 지부로 가서 환전해라. 지역이나 환율에 따라서는 달러로 먼저 환전한 다음 현지 통화로 환전하는 것도 좋다.

? ? ? 스피드왜건 재단 소속 의사답게 세계 방방곡곡을 떠돌아다니며 공항 사용 경험도 베테랑 수준에 도달한 율리우스의 말은 자다가 들어도 떡이 생길 만큼 매우 유용했기에, 모토코는 외할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은행으로 가서 그동안 고이 모아둔 용돈 중 스페셜즈의 음식을 사줄 몫만 빼놓은 다음 전부 달러로 환전하고, 환전이 안 되는 동전은 어떻게 쓸지 고민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 ? ? 외할아버지의 공항 이용 팁 그 두 번째, 공항 식당 대부분은 맛이 없거나 별로인데 값은 비싸기만 하므로 되도록이면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끼니를 때우는 편이 좋다.

? ? ? 편의점에 들른 모토코는 간단한 요깃거리인 삼각김밥과 녹차에 더해 스페셜즈에게 줄 로스트 비프 샌드위치를 사서 몽땅 동전으로 계산하고, 동전 더미를 떠맡게 된 계산원의 미적지근한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편의점 앞의 테이블에 앉아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새처럼 눈동자를 번뜩이는 SP들에게 샌드위치를 떠넘긴 다음 삼각김밥의 포장을 까면서 가방 속의 라디오를 틀고 혼잣말하듯이 조용히 목소리를 냈다.

? ? ? "스틸 씨. 어제 아침에 한 말대로 됐네."

? ? ? 『그래. 힘든 일이 되었구나……. 운명은 가혹하지.』

? ? ? "하지만, 스틸 씨가 말했었잖아? 스탠드의 세계는 '남자의 세계'처럼 냉혹하다고. '운명'도 마찬가지인 거겠지…….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는 거고……."

? ? ? 『옳은 말이다. 하지만 50일 내로 DIO를 쓰러트리지 않으면 홀리 씨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지. 다른 사람들한테도 약속했듯이, 내 스탠드의 능력과 아는 정보를 최대한 동원해서 도와주도록 하마.』

? ? ? "……신세지게 됐어."

? ? ? 목이 좀 칼칼해지는 느낌을 받은 모토코는 어제 내내 잊혀져 있었던 FF 포카리를 가방에서 꺼냈고, 포카리 병이 가방의 입구를 스치면서 사르륵 하는 소리가 난 순간, SP6가 먹으려던 샌드위치를 뺏고 후추를 뿌리네 마네 하면서 아웅다웅하던 SP3와 SP5가 동작을 정지하고 시선을 일제히 FF 포카리에 딱 꽂았다.

? ? ? "그러고 보니 왠지 후추 뿌린 샌드위치를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 ? ? "어쨌든, 수분 보충이 시급합니다! 포카리! 포카리를 마시자, 내 수류탄도 맛을 궁금해 하더라구!"

? ? ? "이것들이 진짜……. 후추는 뿌리지도 않았는데 뭔 소리야. 그리고 공항에서 웬만하면 무기 꺼낼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내가 테러리스트 되서 잡혀간다."

? ? ? 모토코는 어이가 없다는 시선으로 어미새한테 어서 먹이를 달라고 짹짹 울어대는 듯이 아우성을 치는 SP3와 SP5를 보다가, 순식간에 앞으로 달려온 SP5가 FF 포카리를 잽싸게 낚아채가자 아차 했다.

? ? ? FF 포카리를 두고 각 SP들 사이에서 벌어진 난투극 때문에 혼자 바깥으로 떠밀려 샌드위치를 뺏기고 FF 포카리에도 손도 대지 못한 SP6가 우중충한 아우라를 두른 채 바닥에 쭈그려 앉은 모습을 보고, 모토코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 ? "설마 매 끼니 때마다 저러는 건 아니겠지……?"

? ? ? 『자네의 스탠드가 좀 유별난 경우지. 원래 스탠드는 딱히 먹고 마시고 할 필요는 없다만, 자아를 지닌 스탠드는 식사를 요구하는 일이 많을 게다. 그 점을 고려해두도록.』

? ? ? "맘마미아……."

? ? ? 스틸의 설명을 듣고 졸지에 먹여야 하는 입이 여섯이나 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자, 모토코는 죠타로의 말버릇인 '이거야 원.'이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을 느끼며 작게 한탄했다.

? ? ? 참고로 FF 포카리 쟁탈전은 그 난장판에 쿨하게 난입한 SP4가 낚아채서 한 번에 다 마셔버리는 것으로 허무하게 종결됐고, 좌절한 SP3와 SP5는 SP6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 '허무하니까 싫은거다……. 허무허무…….'라고 웅얼거렸다.

? ? ? 스페셜즈에게 뺏기라도 할까 봐 게 눈 감추듯 삼각김밥과 녹차를 빠르게 해치운 모토코는 손에 묻은 김 가루를 털어내고, 어머니가 부적으로 삼으라고 준 비법서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테이블에 올리고 표지를 조심스럽게 붙잡아 책을 펼쳤다.

? ? ? 비법서를 열자마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표지 바로 뒤쪽에 붙어있는 낡은 흑백 사진이었다. 비법서의 표지 못지 않게 세월을 많이 탔는지, 배경과 피사체의 경계선이 다소 흐려지고 색깔도 꽤 희미해진 사진은 로마의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두고 나란히 서 있는 두 남자를 담고 있었다.

? ? ? 그 중 한 사람은 아기를 품에 조심스럽게 안고 있었는데, 만약 어머니가 남자로 태어나 자랐다면 딱 이렇게 자라지 않았을까 싶은 외모였으며 눈매도 어머니를 아는 사람이 봤으면 그대로 갖다 붙였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똑 닮아 있었다.

? ? ? 양쪽 눈가 밑에 특이한 반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 부분도 매력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수려한 외모를 가진 금발의 남자는 비록 세월의 흔적이 겹겹이 쌓이면서 색이 흐려진 사진 속에 박제됐음에도 존재감이 여전히 선명하고 생생했으며, 모토코는 남자가 머리에 두른 반다나를 보고 중얼거렸다.

? ? ? "엄마가 자주 하시는 헤어밴드랑 비슷하게 생겼네……. 이 사람이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형인가?"

? ? ? 마리아는 삼각무늬가 들어간 반다나 헤어밴드를 자주 두르고 다녔는데, 그녀의 반다나에는 장식용 깃털과 방울이 왼쪽에만 달린 반면 남자의 반다나에는 양쪽 모두 달려 있었다. 1년에 한 번, 모토코의 생일인 2월 27일에 맞춰 일본으로 찾아오는 율리우스는 이전에 모토코에게 마리아의 헤어밴드에 얽힌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 ? ? '저 반다나는 우리 형이 하던 것과 일부러 똑같은 디자인으로 주문해서 마리아에게 선물했지. 형은 마리아와 무척이나 닮았거든. 형의 사진을 보고 나서 마리아를 보면, 쌍둥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 ? ? 그 이야기를 하는 율리우스는 눈동자에 무척이나 아득한 그리움을 담고 있었지만, 동시에 형을 무척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시선을 옆으로 옮긴 모토코는 옆에 선 남자가 바로 젊은 시절의 율리우스임을 알아봤는데, 마리아가 가진 앨범에서 자주 봤던 모습이었는데다가 지금도 여전히 변함 없는 눈매와 굳게 빛나는 고집스러운 눈빛이 사진 속에서도 한 치의 틀림 없이 똑같이 나온 덕분이었다.

? ? ? ?사진 바로 밑에는 유려한 필기체로 다음과 같이 써져 있었다.

? ? ? 「1939년 1월 1일
? ? ? ? ?로마에서
? ? ? ? ?율리우스 & 마리아와 함께」

? ? ? "무려 50년 전에 찍힌 사진인데……. 이 때와 비교하면 별로 나이 드신 것 같지가 않단 말이야."

? ? ? 부전자전이라고, 율리우스 역시 '과연 50대!'를 외치는 사람들이 나오는 마리아처럼 '과연 70세!'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자주 나오는 외모였다. 그 정도가 되면 사실 어머니가 언급한 '체펠리'의 혈통에는 동안과 장수의 비결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가설을 세우고 싶을 정도여서, 모토코는 피식 웃었다.

? ? ? "여기 있었냐. 슬슬 갈 시간이다."

? ? ? "벌써?"

? ? ? 마침 편의점에서 마실거리를 사고 나오던 길이었는지 캔음료를 들고 나오던 죠타로가 모토코를 불렀고, 아직 첫 장도 못 읽었는데 환전하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했다는 사실에 아쉬워한 모토코는 비법서를 가방 안에 조심스레 넣은 다음 자리를 치우고 죠타로의 뒤를 황급히 따라갔다.


? ? ? *


? ? ? 보안 검색과 출국 심사가 일사천리로 끝나고, 면세점 코너와 라운지를 지나쳐 길고 긴 복도도 지나 드디어 탑승 게이트에 도착한 일행은 여전히 넘쳐나는 사람 무리를 헤치고 게이트 입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 ? ? 건장하고 우락부락한 체격의 남자가 무려 넷이나 되어 압도되는 느낌이라도 받았는지 근처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자리를 다른 쪽으로 옮겼고, 덕분에 일행은 따로 떨어지는 일 없이 한 자리에 모여 앉을 수 있었다. 다만 레인보우는 일행이랑은 단순한 동행자지 한 팀이 아니라며 좀 떨어진 자리를 골라 앉았다.

? ? ? "우리가 탈 비행기는 이집트 직행이 아니라 중간에 다른 공항을 경유해서 가는 경유행이다. 먼저, 태국 현지 시각으로 11시 35분에 돈므앙 공항에 도착해 1시간 동안 대기하다가 경유할 예정이고, 다음에는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 ? ? "……영감, 잠깐 멈춰 봐라."

? ? ? "음? 왜 그러느냐, 죠타로?"

? ? ? 죠타로가 갑자기 손바닥을 들어 죠셉의 설명을 끊었고, 의아함을 담은 여러 쌍의 시선이 죠타로를 향했다. 죠타로의 등 뒤로 스타 플래티나가 눈빛을 번뜩이면서 나타났다가 어느 한 구석을 날카롭게 노려보더니 금방 사라졌다.

? ? ? 갑자기 스탠드를 꺼냈던 죠타로를 보고 일행은 여전히 의아해하면서도 아무 이유 없이 스탠드를 꺼냈을 리 없다고 생각해서 주변에서 눈치채지 않게 근처를 조금씩 살펴보았고, 죠타로는 일행 외에는 아무도 못 듣도록 작게 말했다.

? ? ? "방금 커다란 사슴벌레 한 마리가 날아다니는 걸 봤다. 거리가 꽤 있어서 눈대중으로 짐작해본 거긴 하지만, 내 손바닥보다 약간 큰 정도가 아닌가 싶더군. 문제는, 그만한 크기의 사슴벌레가 대놓고 날아다녔는데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는 거다."

? ? ? "뭣이?!"

? ? ? 죠타로는 놀라서 큰 소리를 내려는 죠셉의 입을 손바닥으로 잽싸게 막았다. 하마터면 자객에게 대놓고 상대의 존재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려줄 뻔 했다는 생각에 미치자 죠셉은 멋쩍은 표정으로 죠타로의 손을 내렸고, 다른 일행도 티가 나지 않도록 태연한 척을 했다.

? ? ? "결정적으로 공항 직원 한 사람의 경로와 사슴벌레가 날아다니는 동선이 겹쳤을 때…… '유령처럼' 직원을 그대로 통과해서 날아갔다."

? ? ? 그 한 마디로 죠타로가 봤던 사슴벌레가 스탠드임을 완전히 확신한 압둘의 눈썹이 살짝 움찔했고, 그의 반응을 놓치지 않은 죠셉이 잽싸게 물었다.

? ? ? "압둘, 뭔가 알고 있나?"

? ? ? "사슴벌레의 형상을 한 스탠드라면 들은 적이 있습니다."

? ? ? 타로 카드에서 파괴와 재해, 그리고 여행의 중지를 암시하는 탑의 스탠드, '타워 오브 그레이(재의 탑)'. 여행자의 금전을 노리고 사고로 위장해서 추락시킨 비행기나 탈선시킨 기차의 수는 무려 두 자리를 넘길 정도며, 그 과정에 대량 학살을 일으키기에 녀석의 악행에 휩쓸려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는 자그마치 네 자리를 넘었다.

? ? ? "그놈은 DIO가 나타나기 전부터 여행자를 사고로 위장해서 죽이고 금품을 갈취하는 악행을 저지르던 근본부터 썩은 악인입니다. DIO도 그 점을 노리고 놈을 돈으로 회유해서 이용한 게 분명합니다."

? ? ? 작년에 300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영국의 비행기 추락 사고도 놈의 소행이 확실했는데, 그 이유는 사람의 혀를 좋아해서 범행을 저지를 때마다 후두부를 관통해 혀를 잡아 찢어 즉사시키는 만행을 저지르고, 그 현장에서도 혀가 잘린 시체가 수십 구나 나와서 확실한 물증이 있다는 압둘의 설명을 듣고, 구역질 날 정도로 지독한 녀석이 자객으로 따라붙었다는 사실에 일행은 경멸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

? ? ? 근처에서 이야기를 듣던 레인보우는 일행과 똑같이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딴 녀석은 나 몰라라 하는 태도로 딴청을 피웠다.

? ? ? "일단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에 본체를 찾아 박살내거나, 아니면 스탠드를 잡아 족쳐야겠군."

? ? ? "죠타로 말대로다. 놈이라면 필히 우리와 관계 없는 민간인을 공격하고도 남아."

? ? ? 비행기가 뜨기 전에 자객과 승부를 봐야 한다는 죠타로의 말에 죠셉이 한 마디 더한 후, 일행의 시선이 슬그머니 자신을 향하자 전과(?)가 있어 찔리는 게 있는 레인보우는 움찔하더니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횡설수설거렸다.

? ? ? "왜, 왜요. 난 아무것도 몰라요. 그 타워 뭐시기인가 하는 스탠드도 방금 압둘이 얘기했을 때 처음 들었는 걸요. 진짜 누군지 몰라요. 이건 제가 번 돈에 걸 수 있는 진실이에요!"

? ? ? "……거짓말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네요."

? ? ? "그런 것 같습니다. DIO의 성향을 생각해 보면, 부하들 간의 협력을 요구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군요."

? ? ? 다른 것도 아니고 바로 자기 돈에 걸며 맹세하는 레인보우를 보고 모토코가 짤막하게 중얼거렸고, 카쿄인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 ? ? 벌레가 빠르게 날갯짓하면서 공기가 기분 나쁜 음색으로 가늘게 울리는 소음이 지척에서 들리자 일행 전원의 표정이 굳었고, 죠타로는 시야에 커다란 사슴벌레가 자신 쪽으로 날아오는 모습이 들어오자마자 반사적으로 스타 플래티나를 꺼냈다.

? ? ? "오라!"

? ? ? 그러나 스타 플래티나가 쳐낸 건 악령 사슴벌레가 아니라, 죠타로의 근처에 앉아 있던 남자였다. 일행은 죠타로가 그 남자를 밀쳐 낸 이유를 짐작하지 못해 어안이 벙벙했다가, 남자의 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고 대신 선명하게 붉은 피가 분수처럼 튀어나오자 상황을 이해했다.

? ? ? 일행의 뒤를 이어 상황을 이해한 건 남자의 옆자리에 앉아있어서, 그의 귀가 악령 사슴벌레에게 뜯겨 나가면서 튄 피가 뺨에 묻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남자 쪽으로 돌린 여자였다.

? ? ?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 여, 여보! 당신, 귀가아아아아아아아!"

? ? ? "으, 으갸아아아아아아아! 내 귀! 내 귀이이이이가아아아아악!"

? ? ? 갑자기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밀려나 바닥에 주저앉아서 영문을 몰라하다가, 째지고 새된 부인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한 박자 늦게 고통이 몰려오면서 자신의 귀가 칼로 도려내진 것처럼 무언가에게 통채로 뜯겨 나갔다는 사실을 인식한 남자는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로 인한 공포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들바들 떨었고, 그의 아내도 공황 상태에 빠져 남자를 감싸면서도 어쩔 줄 몰라했다.

? ? ? 공황은 전염병처럼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금세 퍼져 나갔고, 게이트는 비명과 혼란으로 차오르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로 공황 상태에 빠져 우왕좌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귀가 뜯긴 남자에게 응급 처치를 하려고 달려오는 사람이나 패닉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서는 사람도 있었고, 침착하게 공항 경찰에게 상황을 알리며 무전기로 연락하는 사람도 있었다.

? ? ? 일행은 자객이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하면서 상황이 긴박해지자 전원 긴장으로 표정을 굳히며 악령 사슴벌레, '타워 오브 그레이'를 노려보았다. 혐오스럽게도 뾰족뾰족한 이빨이 눈에 띄고 집게와 가시도 잔뜩 솟아나 있는 입바늘에 방금 무고한 남자에게서 뜯어낸 귀를 꿰고 있는 타워 오브 그레이에게서 가래 끓는 소리와 사포로 나무 표면을 거칠게 비비는 듯한 웃음 소리가 들렸고, 타워 오브 그레이는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것처럼 귀를 휙 내던진 다음 비웃음 가득한 어조로 비아냥거렸다.

? ? ? "큭큭큭……. 자기가 죽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게 머리를 꿰뚫어서 혀를 잡아 찢어내려고 했것만, 그 찰나의 순간에 스탠드로 쳐내서 내 비행 궤도에서 벗어나게 만들다니. 역시 스타 플래티나의 죠타로인가. DIO 님에게서 들었던 대로군. 뭐 어찌 됐든 네놈들에게 주는 경고가 되었으니 상관은 없나."

? ? ? "네 녀석……. 곱게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마라."

? ? ? 아무 상관도 없는 무고한 사람을 단지 과시용으로 죽이려 했다는 사실에 차갑게 분노한 죠타로가 맹수가 위협하려고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으름장을 놓았으나, 타워 오브 그레이는 비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 ? ? "하지만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냐. 내 스탠드는 1cm 거리에서 총알 수십 발을 난사해도 전부 피해낼 수 있다! 네놈의 스탠드, 스타 플래티나가 제아무리 육신의 싹을 무리없이 뽑아낼 정도로 빠르고 강철을 두부마냥 으깨버릴 정도로 강력하다고 해도, 이 타워 오브 그레이의 속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 ? ? "버, 벌써 죠타로의 스탠드까지 알아낸 건가요……?"

? ? ? 레인보우가 그 사이 DIO 측에서 벌써 죠타로의 스탠드를 파악했다는 사실에 놀라 더듬거리자 타워 오브 그레이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고, 레인보우는 생리적으로 혐오감을 치솟게 만드는 징그러운 곤충이 자신을 보자 몸서리쳤다.

? ? ? "그래, 레인보우인가? 벌써 소문이 자자하더군. 카쿄인과 사이좋게 손 잡고 죠스타에게 홀라당 넘어가 붙은 배신자 계집이라고 말이지!"

? ? ? "무, 무슨 헛소리에요?! 난 배신한 적 없어요! 애초에 카쿄인이랑 사이좋게 손 잡은 적도 없는 걸요! 난 여기 오기 전에 당신들에 관한 정보는 일절 받지도 못했고, 모르니까 넘긴 정보도 없었다구요! 이집트로 돌아갈 수단조차 없어서 이런 꼴이 된 건데!"

? ? ? "그게 무슨 상관이냐! 변명 따윈 집어치워라. 네 녀석이 임무를 포기하고 놈들과 같이 있다는 사실부터가 DIO 님을 배신했다는 거나 다름없는데! 이 참에 잘 됐군. 네년도 이 자리에서 죠스타 일행과 함께 혀를 뽑아 죽이고, 네년이 받은 선금이랑 받아야 할 현상금도 모두 싹 받아가겠다!"

? ? ? "이……! 소똥에 파묻혀 구더기나 쳐먹게 생긴 스탠드가아아! 잘도 지껄였겠다!"

? ? ?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까지 죽이고 선금과 현상금을 독차지하겠다는 말에 눈이 뒤집힌 레인보우가 분노를 폭발시키자, 그녀의 등 뒤에서 벤트 아웃 오브 셰이프가 폭연처럼 난폭하게 나타나더니 시야가 가려질 정도로 밀도 높고 자욱한 안개를 거칠게 퍼트렸다.

? ? ? 공황 상태에 빠져 아우성치며 도망치려는 사람들과 사람들을 통제해 게이트에서 대피시키려고 유도하는 직원들, 귀가 뜯긴 남자에게 응급 처치를 하는 직원, 남자의 아내를 진정시키던 직원과 혹시 모를 테러리스트의 추가 공작을 찾아내기 위해 근처를 수색하던 직원들의 눈동자에서 일제히 빛이 사라져 흐리멍텅해지고 비디오에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임이 뚝 멎자, 압둘과 죠셉이 동시에 혀를 찼다.

? ? ? "광역 최면인가? 분노로 투지가 상승하면 스탠드의 능력도 일시적으로 강해진다고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 ? ? "My goodness, 현상금을 독차지하겠다는 말이 그렇게도 화가 났나……."

? ? ? "그보다 상관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최면을 거는 건 좀……."

? ? ? "맘마미아……."

? ? ? "이 녀석…… 아무리 화났다지만 아무 상관 없는 다른 사람들한테도 최면을 걸다니……. 나 원 참."

? ? ? 어이없어하거나 황당해하는 다른 일행의 반응에 한 술 더 떠서, 죠타로는 나중에 때를 봐서 혼쭐을 내겠다는 식으로 서늘하게 벼르는 눈치를 보였다.

? ? ? "하하하하하! 고작해야 최면 좀 많이 걸어봤자 뭐 하나! 소용없다! 오히려 잘 됐군. 이곳 사람들을 몽땅 죽이고 네놈들에게 전부 뒤집어 씌워주마!"

? ? ? "어림없는 소리! 매지션즈 레드! 크로스 파이어 허리케인!"

? ? ? "하이어로팬트 그린! 에메랄드 스플래쉬!"

? ? ? 압둘과 카쿄인의 등 뒤에서 각자의 스탠드가 나타났고, 매지션즈 레드는 앙크 모양의 불꽃을, 하이어로팬트 그린은 에메랄드를 날려 타워 오브 그레이를 맞추려 했으나, 타워 오브 그레이는 날아오는 수많은 불꽃과 에메랄드 틈 사이를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조롱했다.

? ? ? "소용없다고 했을 텐데! 네놈들이 불꽃과 에메랄드를 몇 백 발이나 쏴도 못 맞힌다! 수로 상대하려 해 봤자 스피드가 다르다고, 스피드가!"

? ? ? "훗, 점도 선도 아니라 면이라면 어떨까. 거기서 조금만 내려오면, 네놈은 재조차 남기지 못하고 불타 사라지겠지."

? ? ? "큭! 이 자식들이!"

? ? ? 매지션즈 레드가 그 짧은 순간에 사람들의 머리 위로 강철도 순식간에 녹이는 온도의 화염 장막을 최대한 넓게 펼쳐 타워 오브 그레이가 일정 고도 이하로 내려오지 못하게 막고, 앙크 모양 불꽃에 더해 장벽을 통과해서 화염에 휩싸인 에메랄드까지 무수히 날아와서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바람에 타워 오브 그레이는 그 자리에 묶여 크게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맴돌기만 했다.

? ? ? 모토코는 이때다 싶어서 스페셜즈를 불러내 눈짓으로 흩어지라고 지시했고, 명령을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이해한 스페셜즈가 고개를 끄덕이고 잽싸게 흩어지자 바로 죠셉을 불렀다.

? ? ? "죠스타 씨!"

? ? ? "모토코, 마침 스페셜즈를 잘 보냈다. 저쪽의 TV로 본체의 위치를 염사할테니, 녀석들에게 지시해서 본체를 잡아오도록 하자."

? ? ? "네, 이 게이트 안이라면 스페셜즈의 사정거리로도 충분히 커버가 될 거에요."

? ? ? 마침 죠셉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덕분에 두 사람이 의견을 교환하는 데에는 한 두 마디 정도면 충분했다. 레인보우의 광역 최면에 걸려 움직임이 멎은 사람들을 넘어트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지나간 두 사람이 탑승 대기자들을 위해 세워진 TV 앞에 도착했고, 죠셉이 양 팔을 앞으로 뻗어 TV를 붙잡았다.

? ? ? "허밋 퍼플!"

? ? ? 보랏빛 가시덩굴이 죠셉의 팔에서 빽빽하게 솟아나 TV의 측면을 빈틈없이 감쌌고, 덩굴에서 스파크가 탁탁 튀기 시작하자 화면 속 영상이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노이즈가 섞이고 부자연스럽게 버벅대는 소리를 마구 쏟아냈다.

? ? ? 『게이트…….』

? ? ? 『앞에서…….』

? ? ? 『두 번째…….』

? ? ? 『줄…… 오른…….』

? ? ? 『쪽, 끝…….』

? ? ? 『……자리, 다!"

? ? ? "나왔다! 본체는 게이트 앞에서 두 번째 줄, 오른쪽 끝 자리에 있다!"

? ? ? 죠셉의 말대로, 게이트 앞에서 두 번째 줄의 오른쪽 끝 자리에 앉은 노인은 벤트 아웃 오브 셰이프의 최면에 걸린 척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스페셜즈가 다가오자 눈빛과 안색이 확 격변하더니 부리나케 일어나 최면에 걸린 사람들을 마구 넘어트리며 도망치려고 했다.

? ? ? 그러나 먼저 선수를 친 SP6가 다리를 내밀어 노인을 넘어트리고, 다른 SP들은 곧바로 그의 양 팔을 붙잡고 뒤로 꺾어 제압했다. SP5는 허튼짓 하면 모근 채로 모조리 뽑아주겠다며 노인의 뒤통수에 난 머리칼을 세게 붙잡고 으름장을 놓았다.

? ? ? 이어서 눈동자를 희번득거리며 최면에 걸려 움직임을 멈춘 사람들을 훑어보던 레인보우는 죠셉의 외침을 듣자마자 기다렸다는 것처럼 바로 튀어나가, 스페셜즈에게 제압된 노인의 연수에 분노를 듬뿍 담은 손날치기를 날렸다. 후려치는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옆에 있던 스페셜즈가 흠칫할 정도였다.

? ? ? "큭! 이 이상 소란이 확산되기 전에, 서둘러 녀석을 쓰러트려…… 어라?"

? ? ? 대치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매지션즈 레드의 열기로 교복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가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압둘과 함께 타워 오브 그레이를 열심히 견제하던 카쿄인은 갑자기 악령 사슴벌레가 사라지자 의아해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레인보우가 멱살을 붙잡은 채로 질질 끌고 와서 바닥에 내던진 노인을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

? ? ? "……저 영감탱이가 기절한 순간 스탠드도 사라졌다. 본체는 이 놈이였던 모양이군."

? ? ? 죠타로도 경멸 어린 시선으로 헤롱거리며 바닥에 널부러진 노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 ? ? "이딴 인간 때문에 그 난리가 벌어지다니……."

? ? ? 타워 오브 그레이의 본체에게 한 방 먹인다는 목적을 달성해서인지 만족한 표정을 지은 레인보우가 최면을 해제하면서, 제정신이 들어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 무리를 헤치고 죠셉과 함께 제자리로 돌아온 모토코는 화낼 기운도 없는지 맥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 ? "겉모습만 봐서는 소문이 자자한 그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하기 힘들게 생겼습니다."

? ? ? 압둘이 기절한 타워 오브 그레이의 스탠드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쭉 내민 혓바닥의 사슴벌레 문신을 빼면 아무런 특징이 없어서 인파 사이에 섞이면 그대로 동화될 정도로 평범한 노인이었기에, 압둘의 감상은 정확했다.

? ? ? "하지만 역겨운 스탠드에게는 역겨운 본체가 붙는 법이죠. 압둘 씨, 혹시 모르니 저희 스탠드로 놈을 묶어놓읍시다."

? ? ? "음, 그 편이 좋겠군. 혹시라도 수작을 부리면 곤란하니까 말이지."

? ? ? 만약을 대비해서 카쿄인과 압둘은 하이어로팬트 그린의 촉각과 매지션즈 레드의 불꽃으로 노인을 꽁꽁 묶어두고, 근처의 빈 의자에 기대어 앉혀 놓았다.

? ? ? "급소 치기 한 방으로 끝나다니, 이 무슨 어이없는 우연이람……."

? ? ? "우릴 속이려고 공항 이용객인 척 연기를 했다가 우연히 맞아 떨어진 모양이야."

? ? ? 여태까지 겪은 스탠드 전투 중에서 가장 허무하게 끝났다는 사실을 떠올린 모토코가 짧게 한탄하자, 카쿄인이 나지막하게 맞장구를 쳤다.

? ? ? "그럼 슬슬 공항 경찰에게 넘기면 될 텐데……. 스탠드사가 아닌 사람에게 무슨 증거를 내놓아야 할지 모르겠군."

? ? ? 죠셉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노인을 노려보며 중얼거리자, 레인보우의 눈빛이 살벌하게 번뜩였고 그 순간, 갑자기 노인이 눈을 번쩍 뜨더니 벌떡 일어나 혀를 낼름거리고 침을 온 사방에 튀기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 ? ? "부와바바바바바아아앗! 부와로오오오오오! 네놈들은 DIO 님이 계신 곳으로 못 간다! 한 놈도 못 보낸다! 전부 이 자리에서 모조리 혀를 뽑아 죽여주마아아아아! Massacre! 말살! 몰살! 네놈들 전원 대량 학살이다아아아아앗!"

? ? ? 얌전히 앉아 자는 것처럼 보이던 노인이 갑자기 발광하며 정신 나간 말만 늘어놓자 게이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황당함 반, 경멸 반 섞인 눈으로 노인을 쳐다보았으나, 완전히 이성을 잃고 눈이 뒤집혀 흰자만 보이는 노인은 자신을 향한 싸늘하고 적의 어린 시선을 일절 느끼지 못해서인지 계속해서 토하듯이 발악했다.

? ? ? "DIO 님께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 네놈들을 공격할 것이다! 온종일 네놈들을 쫓아다니며 죽이려 들 것이다! 이 세상에는 네놈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스탠드가 존재한다! DIO 님은 '스탠드'의 정점이신 분! 그들 위에 군림할 수 있는 힘을 지니신 분! 네놈들은 결코 이집트에 도달할 수 없으르그와아아아아아악!"

? ? ? 때맞춰 도착한 공항 경찰이 발광하며 몸부림치는 노인을 붙잡아 손목에 수갑을 채운 다음 연행했고, 압둘은 그 모습을 보고 노인을 꽁꽁 묶어둔 매지션즈 레드의 불꽃을 해제했지만 카쿄인은 혹시 모른다는 감각이 들자 노인을 묶어둔 하이어로팬트의 촉각을 상체 부분에만 남겨두고 회수했다.

? ? ? 레인보우는 경찰에게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며 끌려가는 노인을 보고 코웃음을 쳤고, 그녀의 등 뒤에서 어른거리는 벤트 아웃 오브 셰이프를 보고 갑자기 노인이 발광한 이유를 눈치챈 죠타로는 짤막하게 중얼거렸다.

? ? ? "이거야 원."

? ? ? 노인은 호락호락 끌려가지 않으려는 모양인지 수갑에 묶인 팔로 자신을 붙잡은 경찰의 턱을 세게 올려쳐서 뿌리치고 달아나려 했으나, 어디선가 날아온 수백 개의 에메랄드가 그의 몸을 일제히 관통했다. 스탠드와 이어진 감각으로 노인이 억지로 하이어로팬트 그린의 '결계'를 끊으려고 했다는 걸 느낀 카쿄인이 중얼거렸다.

? ? ? "……아무래도 도망치려던 모양인데, 이번에는 영원히 잠들게 되었군. 내 스탠드…… 하이어로팬트 그린은 잡아 찢으면, 기뻐서 미쳐 날뛰니까!"

? ? ? 레인보우는 음산한 모습으로 미소짓는 카쿄인을 슬쩍 보며 중얼거렸다.

? ? ? "무서운 사람이네요……."

? ? ? 갑자기 노인이 보이지 않는 탄환에 맞기라도 한 것처럼 전신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지자 아까처럼 비명을 지르며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이 나왔지만, 그가 발악하면서 외친 말들이 테러리스트 딱지를 달았던 덕분인지 이전과 달리 사람들은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고 그냥 기분 나쁘다느니 역겹다느니 하는 감상만 늘어놓으며 술렁거릴 뿐이었다.

? ? ? "레인보우 양, 아까 그 녀석만 봐도 알 수 있듯이…… DIO의 부하들은 너도 해코지할 생각인 것 같구나. 거기다 우리를 공격하면서 네가 휘말리는 걸 전혀 신경쓰지 않을 놈들도 수두룩할 테고 말이지. 네가 아는 정보에 한해서라도 대비책을 세워두는 걸 추천한다."

? ? ? 공항 경찰은 직원들과 함께 눈을 까뒤집고 사망한 노인의 시체를 수습했고, 죠셉은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인보우에게 '우리가 아니라 너를 위해 생각해라.'고 말하는 투로 넌지시 말했다. 일종의 유도 심문 비슷했지만, 아까 워낙 정신 없는 일을 겪어서 의심할 여유조차 없어서인지 레인보우는 그걸 눈치채재 못한 눈빛이었다.

? ? ? "흠……. 생각나는 건 그 변태 샐러리맨 뿐이네요."

? ? ? "변태…… 샐러리맨?"

? ? ? 뜻밖의 단어가 나오자 죠셉과 압둘이 살짝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카쿄인을 쳐다봤고, 육신의 싹 때문에 DIO의 수하로 들어간 적 있지만 단독으로 활동했기에 아는 게 없었던 카쿄인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레인보우는 둘의 반응을 보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 ? ? "아까 리무진에 타고 있었을 때도 이야기가 나왔었잖아요? 머더 돌즈의 스탠드사요. 사실 전 그 변태 빼고는 DIO 님의 다른 부하랑 만난 적은 없어요. 똑같이 DIO 님 밑에 들어가 있다고 해도, 같이 행동하라는 명령을 받지 않는 이상 다들 자기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전부 안면이 있는 건 아니에요. 어쩌다 이름이랑 스탠드의 특징을 듣거나 하는 식으로 알게 되는 거겠죠. 카쿄인과도 당신들하고 동행하게 됐을 때 처음 만난 걸요."

? ? ? "그런가……. 알았다."

? ? ? 레인보우에게서 스틸에게서 들었던 정보에 비하면 영 도움이 안 되는 말만 나오자 내심 실망했지만, 죠셉은 티를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 ? ? *


? ? ? 게이트에서 그 난리가 일어났긴 했어도 어찌저찌해서 무사히 수습되어 지연되는 일 없이, 제 시간에 비행기에 타게 되자 모토코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며 안전벨트를 맸다. 이번에는 다행히도 따라붙은 자객이 없는지 비행기는 중간에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이륙했다.

? ? ? 옆에 앉은 죠타로와 죠셉은 게이트에서 겪었던 일 때문에 정신적으로 지쳤는지 팔짱을 끼고 눈을 감거나 모자를 내려 얼굴을 덮어 가리고 휴식을 취했다. 모토코는 아직 정신이 말똥말똥한 김에 공항에서 시간이 다 됐던 탓에 못 읽은 비법서를 마저 읽기 위해 크로스백에서 꺼내고 바로 펼쳤다.

? ? ? 비법서는 티베트어로 출간된 걸 이탈리아어로 번역한 것이었고, '파문'이라는 특수한 호흡법을 수련하는 방법과 파문의 효능을 상세하게 적은 이론서였다.

? ? ? 서론에는 '마리오 체펠리'라는 사람이 비법서를 번역하게 된 계기를 적어두었는데, 서론을 포함한 비법서 곳곳에 표지 뒤쪽에 붙어있던 사진 바로 밑의 메모와 똑같은 필기체로 적힌 메모가 군데군데 적혀 있어서 모토코는 어머니 이전에 비법서를 사용한 사람이 사진에서 본 율리우스의 형, 즉 자신의 외종조할아버지임을 눈치챘다.

? ? ? 추가로 서론 마지막에 들어간 마리오 체펠리의 서명 밑에 「아버지, 감사합니다.」라는 메모가 써진 덕분에 모토코는 마리오가 자신의 외증조할아버지임을 알 수 있었다.

? ? ? 비법서를 한 장씩 꼼꼼히 읽으며 넘길 때마다 곳곳에 메모가 휘갈겨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진지하게 학구적인 메모 말고도 그냥 생각나는 걸 휘갈긴 듯한 잡담이나 오늘 만난 여자애가 참 귀여웠다는 식으로 생뚱맞게 끼어든 감상을 보고 있으면 외종조부가 그때 했을 생각이 저절로 상상되어 살짝 웃음까지 나올 정도였다.

? ? ? 동시에 혈통의 숙명과 관계없이 평온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았는데, 한때 외종조부와 죠스타 가문의 사람이 함께 파문을 수련해서 '무서운 존재'에게 맞서 싸운 것처럼 시간이 흐르고 흘러 자신도 파문을 사용하는 죠셉 죠스타와 함께 DIO라는 사악한 흡혈귀를 쓰러트리러 가고, 50여년의 세월이 흘러 외종조부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 자신에게 오자 기묘한 기분을 느꼈다.

? ? ? 한참 동안 비법서에 열중하고 있어서였는지, 입과 목구멍 안이 고목처럼 심하게 퍼석하고 메마른 감각이 들어서 모토코는 승무원 호출 버튼을 눌러 시원한 물 한 잔을 요청했고, 한 번에 마시지 않도록 조금씩 홀짝이며 입을 축였다.

? ? ? 마지막 한 모금까지 다 마시고 컵을 좌석 테이블에 내려놓은 순간, 갑자기 죠셉이 헛숨을 들이키며 화들짝 깨어나더니 숨을 다급하게 몰아쉬었다.

? ? ? "죠스타 씨? 왜 그러세요?"

? ? ? "보였다……. 지금 DIO에게 확실히 엿보인 감각을 느꼈다!"

? ? ? "나도 마찬가지다."

? ? ? "죠타로도……? 그럼 역시 DIO가 우리를……!"

? ? ? 죠셉뿐만이 아니라 죠타로까지 그런 감각을 받았다는 말을 듣자, 쿠죠 가와 공항에서 연달아 나온 DIO의 역탐지 의혹이 확신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 ? ? 죠셉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거대한 폭음이 귀를 강타했고 거인이 후려치기라도 한 것처럼 비행기가 심하게 요동쳤다. 어마어마한 충격이 들이닥치자 세 사람은 하마터면 앞 좌석 등받이에 머리를 박을 뻔 했고, 천장에서 산소 마스크가 내려왔다. 곧이어 안전벨트를 매고 산소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방송이 들리는 동시에 곤히 잠들어 있던 다른 승객들도 폭음과 충격의 불협화음에 강제로 깨어나 공포에 빠져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 ? "설마……!"

? ? ? 탑승 게이트에서 타워 오브 그레이의 스탠드사가 발광하며 소리쳤던 말이 떠오르는 동시에 어떤 추측이 일행의 머릿속을 번개같이 스쳤고, 거기에 더해서 강한 확신이 담긴 압둘의 목소리가 뒤쪽에서 날아왔다.

? ? ? "죠스타 씨! 그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이 비행기에 폭탄을 설치한 것 같습니다!"

? ? ? "Holy shit! 어쩐지 느낌이 안 좋더니! 그놈이라면 조종실에도 뭔가 수작을 부렸을지 모르겠군! 죠타로! 같이 조종실로 가자!"

? ? ? 죠셉은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으며 안전벨트를 황급히 풀고 조종실 쪽으로 달려나갔으며, 죠타로도 빠르게 뒤를 따랐다. 승무원의 제지를 무시하고 조종실로 쳐들어간 두 사람은 자동조종장치가 아무 이유 없이 급작스럽게 파괴된 탓에 쩔쩔매는 기장과 부기장에게 당황하지 말라며 우렁차게 일갈했고, 죠타로는 죠셉에게 비행기 조종을 떠맡겼다.

? ? ? 프로펠러기 외에는 비행기를 조종해본 경험이 없는 죠셉은 갑작스러운 죠타로의 선언에 기장과 부기장 못지 않게 당황했으나, 상황이 긴박했던 탓에 떠밀려 평소 취미로 즐겨 보던 각종 비행기 조종 관련 서적의 내용을 떠올리며 허밋 퍼플을 꺼내 조종석의 각종 기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 ? ? 이어서 죠타로는 당황해서 따라 들어온 승무원들에게 서둘러 승객들한테 구명조끼를 입히고 안전벨트를 매게 하라며 마치 기장처럼 명령을 내렸고, 승무원들이 프로답게 이의를 제기하는 일 없이 신속하게 죠타로의 말을 따르고 카쿄인과 압둘도 승무원들을 도와 완전히 공포에 질려 이성을 잃은 다른 승객들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을 주면서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 ? ? 승무원의 지시를 따라 좌석 밑의 구명조끼를 꺼내서 입고 충격방지자세를 취한 모토코는 창문 바깥으로 점점 해수면이 가까워지는 것이 보이자, 비법서에 나온 방법대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손을 깍지 낀 다음 눈을 질끈 감고 매주 일요일마다 성당에 가서 그러는 것처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 ? ? 다행히도 모토코의 기도가 통한 것일까, 비행기는 해수면에 무사히 착수했다. 승무원의 지시를 따라 일행과 함께 구명보트로 대피한 모토코는 수면에 떠 있는 비행기를 보고 한탄했다.

? ? ? "처음으로 탄 비행기인데 폭발해서 추락하다니, 맘마미아……."

? ? ? 조종실에 한참 동안 있다가 승무원들의 정중한 환대를 받으며 나와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에 탄 죠셉은 그 말을 듣고,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태연하게 폭탄을 투척했다.

? ? ? "뭐, 나보단 낫지 않겠느냐. 난 이걸로 탄 비행기가 추락한 게 세 번째란다. 하하하. 살면서 세 번이나 비행기 추락을 겪다니, 이런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 ? ? "……세 번째?"

? ? ? "두 번 다시, 네놈이랑 비행기 안 탄다……."

? ? ? "……."

? ? ? 세 번이나 비행기가 추락한 전적이 있다는 죠셉의 말을 듣고, 압둘과 카쿄인에 더해 레인보우마저 침묵으로 죠타로의 말에 긍정을 표했다.




? ? ? ==========
? ? ? [오늘의 보스: 자기도 모르게 이집트행 비행기를 타고 가던 도중 폭발에 휩쓸려 사망.]

? ? ? 특별 출연: 시저 체펠리(사진), 마리오 체펠리(글)

? ? ? 게임 오리지널 스탠드인 머더 돌즈와 알 허트의의 본체 이름이 밝혀졌습니다. 게임에서는 스틸이 직접 알려주지 않고, 특정 필드에 존재하는 해당 스탠드에 대한 기록이 적혀있는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 ? 원작과 달리 타워 오브 그레이 전이 비행기 내부가 아니라 공항에서 발생했고, 사상자는 그레이 플라이 단 한 명만 나왔습니다. 이는 게임에서 일정 회차 이상까지 플레이한 다음 조건을 만족하면 개방할 수 있는 모드인 '카오스 모드'에서 확률적으로 볼 수 있는 이벤트를 반영한 것입니다.

? ? ? 여담으로 카오스 모드는 이름 그대로 무작위로 정해지는 카오스 수치라는 숨겨진 수치에 따라 스토리가 그야말로 '혼란하다! 혼란해!'를 외치는 모드입니다. 예시를 들면 게임을 시작하고 스틸이 스탠드를 불러달라고 할 때 선택지에 따라 연속해서 '허나 거절한다!'를 시전해서 시작하자마자 게임 오버 화면을 불러내거나, 확률에 따라 가족들의 모습이 체펠리와 관련된 매우 익숙한 사람들로 바뀌거나, 아니면 가족들이 다리오 브란도 못지 않은 아주 못된 사람들로 바뀌거나…… 제작자의 발상에 그야말로 경의를 표하게 되는 모드라서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바입니다.

? ? ? 또한 그레이 플라이가 공항에서 리타이어했는데도 비행기가 폭발한 이유는 암살에 실패하면 수하물로 위장시킨 폭탄을 터트려 비행기를 수장시키고 자기는 몰래 탈출할 계획이었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사건이 1985년에 있었다는데, 인도공항 182편에 테러리스트가 수하물로 위장시킨 폭탄을 실어서 비행기를 폭파시켰다는군요. 다만 보안이 본격적으로 강화된 건 1988년에 일어난 팬암 103편 폭파 사건 이후라고 합니다.
앨매리

원환과 법희와 기적의 이름으로, 마멘!

4 댓글

마드리갈

2019-05-21 18:05:20

생생한 묘사 덕분에 상황이 굉장히 또렷하게 잘 연상될 수 있었어요.

게다가 타워 오브 그레이가 공항에서 제압된 건 정말 천만다행이예요. 3부 애니에서는 정말 위험해서, 허드슨 강의 기적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냥 항공기 사고로 끝날 뻔 했으니까요(죠죠의 기묘한 모험 3부의 여정이 위험했던 현실적 이유 참조). 그런데 그 타워 오브 그레이가 제압된 후 출발해도...


게다가, 읽으면서 시대상도 확실히 많이 느껴졌어요.

언급된 것처럼, 신도쿄국제공항, 통칭 나리타공항은 1978년 개장되면서 일본 수도권의 국제선 담당공항으로 육성되었죠. 하지만 이후 운영상의 문제점이 아주 많이 드러났고, 특히 2001년에 인천공항이 개장되면서 일본인들이 유럽 방면 항공편을 이용할 때 일본 각지방 공항에 취항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여 인천공항에서 환승하는 패턴을 이용하면서 급격하게 경쟁력이 약화되었어요. 이후 일본의 하네다-나리타 공항운영방침은 국내선을 하네다, 국제선을 나리타로 분리하는 대신 국제선 또한 다시 하네다 착발편을 많이 설정하는 식으로 바뀌었어요.

또 하나는 이집트로 가는 항로 중 남회항로. 중간경유지 중에 방콕 돈므앙 국제공항이 있는데, 오늘날에는 2006년에 개항한 수완나품 국제공항이 돈므앙의 기능을 상당수 이전받았죠.


그나저나 죠셉이 탄 교통수단은 박살나는 게 운명일까요. 리무진은 운이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앨매리

2019-05-21 18:20:02

소설을 쓸 때는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틀어놓는 것처럼 매 장면마다 캐릭터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말하는지를 세세하게 구상하며 쓰는데, 쓰면서 너무 묘사가 많아 감상에 지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만 장면이 잘 연상된다고 하시니 다행입니다.

타워 오브 그레이가 공항에서 쓰러진 덕분에 원작과 비교하면 피해자가 훨씬 적어졌지만, 역시 DIO의 부하라고 비행기를 중간에 폭파시키는 교활함은 어디 안 갔습니다. 사실 죠셉의 징크스도 한 몫 거들었다는 소문이……. 리무진은 장거리를 이동한 게 아니라서 무사했을 겁니다. 아마도.

소설의 배경이 1989년이므로 그 시절에 존재하지 않는 공항 이름을 넣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검색한 보람이 있네요. 죠셉의 대사에서 돈므앙 공항을 넣을 때, 처음에는 돈므앙 공항을 통해 태국에 도착했지만 이후로는 수완나품 국제공항만 이용했던 기억도 났습니다.

SiteOwner

2019-06-12 20:54:56

"용기란 두려움을 아는 것, 공포를 자신의 것으로 삼는 것. 공포를 지배하는 순간, 호흡은 규칙을 갖고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 표현이 참 멋집니다.

그렇습니다.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을 아예 모르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이 있더라도 그것을 지배하고 그 위에서 그것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려움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게 됩니다. 영국의 혁명적인 전함 드레드노트(Dreadnought), 미국의 함재급강하폭격기 돈틀리스(Dauntless) 등의 이름의 의미도, 아예 두려움이나 공포라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게 아니라, 그것을 이기고 승리로 전투를 끝낸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겠지요. 그게 생각납니다.


악한 마음을 먹고 해치려고 드는 것은 쉽지만 그러한 위험을 감지하고 막으려는 행동은 정말 어렵습니다. 이런 비대칭성으로 인해 악당들은 자신들이 쉽게 승리하리라는 확신을 하지요. 하지만 세상사가 그렇게 쉽게만 풀리지는 않습니다.


죠셉의 대처력이 정말 대단하군요. 여기에 대해서 약간 보충설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프로펠러기와 제트기의 조종특성은 꽤 다릅니다. 프로펠러는 상당히 효율적이지만 400노트(741km/h, 460mph) 내외가 한계로, 그 이상의 경우는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소련의 Tu-95 전략폭격기 및 Tu-114 여객기, 유럽 4개국 컨소시엄의 에어버스 A400M 수송기처럼 그 이상의 고속으로 나는 몇몇 예외도 있긴 합니다. 게다가, 고속으로 회전할 때에는 문제없지만 혹시 엔진 하나가 멈춰 버리면 그 프로펠러는 거대한 에어브레이크가 되어서 속력을 크게 줄여 버립니다. 즉 프로펠러기는 가속, 감속이 모두 뛰어난 대신에 엔진에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속도가 크게 떨어져 버려서 대처에 필요한 시간이 짧은 문제가 있다고 추론가능합니다. 제트기는 이것과 정반대로, 가속, 감속 모두 프로펠러기보다는 떨어지지만 엔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할 시간이 비교적 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있고, 또한 엔진을 항상 최대로 가동하지 않아도 프로펠러기보다 더욱 높은 순항속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앨매리

2019-06-14 15:19:20

죠죠를 돕는 체펠리의 원조 되는 체펠리 남작의 명대사에서 따와 살짝 변형시킨 대사인데, 체펠리 남작의 명대사는 죠죠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대사라 생각됩니다. 생각해보면 파문의 특성도 용기와 직결된 만큼 죠죠의 주제와 참 기묘하게 잘 들어맞지요. 드레드노트와 돈틀리스 모두 공포를 때려부순다는 강력한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둘 다 이름에 그런 의미를 담아 작명했나 봅니다.

원작에서도 죠셉이 착수시켰다는 이야기만 있을 뿐 자세한 묘사는 없길래 그냥 허밋 퍼플을 사용했다는 묘사만 넣고 넘어갔는데, 좋은 지식을 알게 됐네요. 나중에 죠셉이 사막에서 세스나기를 비상착륙시키는 장면도 있던데 참고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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