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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스탠드사 : Break Down The Door
(10.5) 모리히사 마리아
? ? ? "모토코는 잘 출발했을까……."
? ? ? 방학이지만 센터 시험에 발이 묶여 어디에도 못 가는 바람에, 모토코를 노골적으로 부러워하는 표정으로 '여행 가고 싶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도서관으로 공부하러 떠난 토우코를 위해 히로히코는 장을 보러 집을 나섰고, 마리아는 옛날에 아버지에게서 선물 받은 이집트 요리 책을 들여다 보다가 문득 모토코가 빠트린 게 있을까 하는 마음에 책을 내려놓고 들어가 더 휑해 보이는 모토코의 방을 둘러보다가 한숨만 푹 쉬고 도로 나왔다.
? ? ? 부적으로 쓰라고 '파문'의 비법서도 줬고, 모토코가 떠나자마자 바로 여행을 무사히 다녀오게 해 달라고 방에 걸린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도 드렸지만 심장이 경보기처럼 계속 두근거렸다.
? ? ? "'체펠리의 숙명'은……. 왜 내가 아니라 모토코에게 온 걸까……."
? ? ? 여기서 다시 한 번 설명하자면, 모리히사 마리아의 서류상의 이름은 '모리히사 마리아 안토니아', 결혼 전의 이름은 '마리아 안토니아 체펠리'다.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녀는 일본인이 아니라 이탈리아인이고, 죠스타 가문과 깊은 인연을 가진 체펠리 가문 출신이다.
? ? ? 반 세기 전, 아버지에게서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파문전사'와 '기둥의 남자' 간의 결전이 수천 년을 넘어 마침내 드디어 결착이 남으로서 끝난 줄로만 알았던 체펠리의 기묘한 숙명이 다시금 예상치 못한 형태로 이어지게 되어서 마리아는 얼떨떨하면서도 불안한 기분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 ? ? 옛날에 율리우스가 그토록 파문을 배워두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잔소리를 했던 이유는 분명 언젠가 올 이 경우를 대비해서였겠지만, 정작 자신이 아니라 체펠리의 혈통을 이어받기만 했고 파문과 인연이 없는 채로 살아온 모토코가 체펠리에게 주어진 '숙명'의 흐름을 타게 되니 물가에 내놓은 것처럼 계속 신경이 쓰이고 책에도 도무지 집중이 되지를 않았다.
? ? ? "응?"
? ? ? 어차피 히로히코가 음식 재료를 전부 사고 돌아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겠다, 집중도 안 되는 김에 기분 전환 삼아 청소나 한 번 할 생각으로 책을 덮고 일어나는 마리아의 귀에, 묵직한 쇠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나는 쨍 하고 요란해서 듣기 싫게 높은 쇳소리가 닿았다.
? ? ? "2층에서 난 것 같은데……."
? ? ? 마리아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올라가면서 율리우스가 일본에 올 때마다 들고 와서 선물로 줬던 이런저런 기념품 목록을 머릿속에서 나열해보며 방금 들린 쇳소리의 정체를 추리했다.
? ? ? 그녀가 기억하기로는 선물 받은 기념품 중에서 아까와 비슷한 소리가 날 만한 것은 인도에서 사 왔다는 금속으로 된 작은 코끼리 모형, 이집트에서 사 왔다는 스핑크스 문진 정도밖에 없었다. 다른 기념품들은 나무로 되어 있거나 묵직한 돌로 만들어져 있어서 바닥에 떨어졌다면 낮고 둔탁한 소리가 났을 게 뻔했다.
? ? ? 그나마 비슷한 소리가 날 법한 물건으로는 다기로 된 다도용 주전자 세트와 이집트 램프가 있었지만, 떨어져 깨지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바로 밑바닥에다가 푹신한 파키스탄 융단을 깔아두었고, 그 외의 나머지는 비즈가 달린 가벼운 액세서리인 사판카, 팔랑거리는 파피루스 아니면 토우코가 좋아라 할 정도로 푹신푹신한 판다 인형이어서 바닥으로 떨어져도 소리조차 나지 않았을 것이다.
? ? ? 2층으로 들어와 열심히 둘러보는 마리아의 눈에 요란한 쇳소리를 낸 범인이 드디어 보였다. 자기 혼자서 위험천만하게 복도를 굴러다니고 있는 인도산 다마스쿠스 검이었다.
? ? ? "위험하게스리, 왜 이렇게 굴러다니고 있대……. 응? 아버지가 이런 걸 사 오신 적이 있었나?"
? ? ? 검을 주워서 제 자리에 놓은 마리아는 유럽에서 제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보검들이 벽에 주르륵 걸려있자 의아해하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검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콕콕 두드렸다.
? ? ? "아버지한테서 이것들을 받은 기억은 없는데……. 히로히코도 이런 걸 모으는 취미는 없고. 대체 어디서 난 거지?"
? ? ? 이전에 율리우스가 인도에서만 제조되기 때문에 어디에서도 못 사는 검이라며 다마스쿠스 검을 갑자기 선물로 떠넘기고 가는 바람에 온 가족이 기겁했던 기억이 있었지만, 벽에 걸려 있는 검들은 아무리 살펴봐도 선물받은 기억이 도무지 나지 않았기에 마리아는 열심히 훓어보며 대체 이 검들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를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 ? ? 검들은 보면 볼수록 묘한 느낌이 들었다. 제일 가까이 있는 검은 검신이 은은하면서도 강한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는데, 한 번 만져보자 묵직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깃털처럼 아주 가벼웠다. 그 옆에 걸린 검은 놀랍게도,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검신에서 불꽃이 일렁거렸고 열기도 다소 느껴졌다. 하지만 마리아의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긴 건 불꽃을 품고 있는 검이 아니라, 그 옆에 걸려 있는 신비하고 오묘한 느낌의 보랏빛 검이었다.
? ? ? "신기하네. 파문이라도 흐르고 있는 것 같은데."
? ? ? 아름다운 보랏빛으로 유유히 빛나고 있는 검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파문 특유의 찌릿찌릿하면서도 상쾌한 감각이 전달되었다. 반사적으로 화들짝 놀라 검에서 손을 떼고 시선을 자연스럽게 옆으로 돌린 마리아의 눈에 검신이 보석 같은 녹색으로 번쩍이듯이 빛나고 있는 검이랑, 보기만 해도 눈이 아파올 정도로 새하얗게 빛나는 강철처럼 단단해 보이는 검과, 손가락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형태를 잃고 무너져버릴 것처럼 위태롭게 겨우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위험한 기운을 풍기는 새까만 검이 보였다.
? ? ? "……나중에 어디다 치워두던가 해야지, 원."
? ? ? 전부 하나같이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각양각색으로 신기하게 생겨서 무척 기묘했지만, 정말 만약에 경찰이 집에 왔다가 어디서 얻었는지도 모를 이 검들을 보고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하려고 한다면 그것만큼 억울하고 웃기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마리아는 제일 먼저 은빛으로 빛나는 검을 벽에서 내리려고 했다.
? ? ? "……!"
? ? ? 순간, 마리아의 등에 얼음으로 된 파리가 날아와 달라붙은 듯한 꺼림칙하고 섬뜩한 감각이 느껴지는 동시에 수상하고 불쾌한 기척이 아래층에서 느껴졌다. 무언가가 있다. 이 집 안으로,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 대기에 스며드는 안개처럼 소리없이 침입했다. 마리아는 달갑지 않은 현상이 발생하자 인상을 찌푸리는 동시에 호흡을 최대한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갈무리했다.
? ? ? '……강도인가?'
? ? ? 온 몸을 긴장시키고 전신의 감각을 곤두세운 마리아는 정말로 오랜만에 '파문'의 호흡을 가다듬으며, 괘씸하게 집 안으로 기어들어온 불청객의 기척에 감각을 집중하려 노력했다. 기이하게도 불청객의 움직임은 조심스럽지도, 은밀하지도 않았다. 발소리가 대놓고 2층에서도 들릴 정도였는데, 굉장히 딱딱하고 단조로운 박자로 울렸다.
? ? ? 마리아는 혹시 몰라서, 보랏빛으로 빛나는 검을 벽에서 조심스럽게 내려 손에 쥔 다음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고 기척을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가 조금 열려 있는 문 사이로 1층 복도를 살펴보았다.
? ? ? 기묘하게도, 그리고 섬뜩하게도, 머리카락부터 시작해서 얼굴은 물론이요 입은 옷까지 마리아를 완전히 빼닮은 여자가 복도를 자기 집처럼 활보하고 있었으나, 꼭두각시가 억지로 인간의 움직임을 흉내내는 것처럼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무게 중심을 옮기는 동작 하나하나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 ? ? 무엇보다도, 머리카락은 니스칠을 한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빛났고 눈동자에는 생기가 일절 느껴지지 않았으며 피부의 질감은 어색했고 관절부에도 이음매가 제대로 맞물려지지 않은 어설픈 구석이 보여서, 어줍잖게 자신을 흉내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생리적으로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지고 분노마저 치솟을 정도였다.
? ? ? 마리아는 파문을 품고 있어 손바닥이 찌릿찌릿해지다 못해 활기가 쌩쌩 흐르게 만드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면서, 감히 집으로 기어들어온 괘씸한 벌레에게 본 때를 보여주기 위해 파문의 호흡을 더욱 섬세하게 가다듬었다.
? ? ? "코오오오오오오오……."
? ? ? 검에 담긴 파문과 공명하듯이, 파문의 호흡이 이전보다 더욱 맑고 상쾌하게 온 몸으로 퍼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파문의 호흡이 전신의 세포 하나하나를 간질이며 지나가자, 마리아는 온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머리에다 시원한 물을 한 번 끼얹은 것처럼 기분이 굉장히 고양되는 것을 느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 공중으로 방방 뛰어올라 날아다닐 수만 있을 것 같았다.
? ? ? 그녀가 호흡을 가다듬는 소리를 들었는지 인형의 고개가 마리아를 향해 돌아간 순간, 마리아는 검신의 끝이 인형을 향하게 든 다음 사냥감을 포착한 호랑이처럼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어 파문과 자신의 체중을 검에 싣고 있는 힘껏 내질렀다.
? ? ? "메탈실버(은색)── 오버드라이브(파문질주)!"
? ? ? 보랏빛 검에 파문이 감돌면서 스파크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일어났고, 머리를 정확히 검에 꿰뚫린 인형은 ─ 그럴 정신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지만 ─ 비명조차 한 번 지르지 못하고 꿰뚫린 부분부터 머리가 반으로 갈라지더니 몸통에서 뜯겨나간 것처럼 강제로 분리되어 바닥으로 픽 쓰러졌다. 검을 재빨리 비틀어 인형의 머리에서 빼낸 마리아는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계속해서 호흡을 가다듬고 주변을 잔뜩 경계했다.
? ? ? 1초, 5초, 10초…… 1분, 3분, 5분……. 1분 1초가 1시간에 버금갈 정도로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으나, 다행히도 집 안으로 기어들어온 불청객은 지금 그로테스크하게 목과 몸통이 분리되어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가짜 마리아 인형을 제외하면 없는 모양이었다.
? ? ? 마리아는 혹시 몰라 방 구석구석을 신경질적으로 세세하게 살피며 쥐새끼 한 마리 기어들어올 구멍조차 없도록 꼼꼼히 점검했고, 마지막으로 현관을 점검하는 것이 끝나자 괘씸한 가짜를 박살내는데 큰 도움을 준 보랏빛 보검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빗자루로 인형의 잔해를 쓸어 쓰레받기에 담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 ? ? "……스피드왜건 재단에 연락을 해 봐야겠어."
? ? ? 모토코가 죠스타 가문의 사람과 함께 흡혈귀를 쓰러트리러 간다고 말하고 떠난 날에,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을 닮은 인형이 집에 나타나 습격하려고 했던 점이 아무래도 너무 걸렸다.
? ? ? 이렇게 기괴하고 미심쩍은 일을 그대로 넘기는 건 그야말로 바보 같은 짓인데다가, 죠스타 가문과 체펠리 가문의 인연이나 체펠리에 얽힌 숙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히로히코와 토우코에게도 위험천만하게 누군가가 손을 쓸지도 몰랐으므로, 일단 두 사람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알리는 건 재단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본 다음에 판단하자고 생각한 마리아는 파문의 호흡을 다시 한 번 가다듬고 보면 볼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인형의 잔해를 발로 콱콱 밟아 잘게 분해하기 시작헀다.
? ? ? *
? ? ? 잠시 체펠리 가문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영국의 귀족인 죠스타 가문과 마찬가지로 그 기원은 확실하지 않으나, 죠나단의 스승이었던 윌 A. 체펠리가 남작 작위를 지니고 있었던 것을 보면 체펠리 가문 역시 이탈리아의 귀족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비록 이탈리아의 귀족 작위는 1947년 왕정이 무너지면서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지만 말이다.
? ? ? 일설에 의하면 체펠리 가문의 기원은 나폴리의 사형 집행인 가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그 체펠리와 이 체펠리가 같아 보여도,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자는 분명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했다. 그 차이점을 아는 유일한 자는 정상적인 수단이 아닌 방법으로 삶을 연명하고 있지만 말이다.
? ? ? 각설하고 이야기를 다시 마리아 쪽으로 돌리면, 그녀의 증조부는 약 한 세기 전 죠나단 죠스타와 함께 '돌가면의 흡혈귀'가 된 디오 브란도에게 대항한 윌 안토니오 체펠리 남작이고, 그녀의 아버지 율리우스 마리오 체펠리는 50여년 전 죠나단의 손자인 죠셉 죠스타와 함께 '기둥의 남자'에게 맞서 싸운 시저 안토니오 체펠리의 한 살 손아래 남동생이다.
? ? ? 다만 마리아는 시저와 체펠리 남작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했다. 따라서 그녀는 자신의 증조부 윌 A. 체펠리와 백부 시저 체펠리가 사악한 흡혈귀를 만드는 돌가면과 그 원흉인 기둥의 남자에 대항하기 위해서 가족을 떠났다는 사실과, 그들이 각자 죠나단 죠스타와 죠셉 죠스타에게 최후의 파문을 전하고 장렬히 전사했다는 사실 역시 자세히 몰랐다.
? ? ? 이는 그녀가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서 그녀의 의사와 관계 없이 강제로 파문을 배워야 했던 반발심 때문에 자연스럽게 파문과 관계가 깊은 체펠리의 혈통에 얽힌 숙명에도 적대감을 가지게 되면서 거리를 뒀던 탓이 컸다.
? ? ? '잘 듣거라, 마리아. 우리 체펠리 가문은 나의 조부 때부터 대를 이어 파문의 호흡을 계승했다. 그 덕에 체펠리 가문과 죠스타 가문에는 기묘한 인연이 있지. 조부께서는 죠스타 가문의 장자에게 파문을 사사하셨고, 형은 죠스타 가문의 사람과 함께 파문을 수련해서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와 맞서 싸웠다. 이는, 우리 일족의 숙명이기도…….'
? ? ? '본 적도 없는 조상들의 숙명 따위, 내가 알 게 뭔데! 뭐 때문에 이렇게 얽매여야 하냐고! 아버지는 그냥 날 웃음거리로 만들고 싶어서 안달난 것뿐이잖아! 맨날 이렇게 답답하고 웃기지도 않게 못생긴 마스크를 안 쓰면 못 자게 하는 것만 봐도 뻔히 다 보인다고!'
? ? ? 당시 마리아는 방법이 매우 까다롭고 복잡한 파문 수련을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 한다는 사실과, 파문 수련의 일환으로 파문의 호흡을 하지 않으면 숨이 막혀서 답답하기 그지 없는 파문 호흡용 마스크를 잘 때마다 끼고 자야 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고, 당시의 율리우스도 누군가를 설득하고 '납득'시키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먼 성격이어서 파문 수련을 주제로 마리아와 충돌하게 되면 이를 무마하는 태도가 실로 서투르기 짝이 없었다.
? ? ? '마리아! 말 함부로 하지 말거라! 네가 파문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단지 우리 일족의 안위와 보전을 위함이 아니다. 강자는 자신이 가진 힘을 이해하고, 그 힘이 자신과 주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도 이해하고, 그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자신이 지닌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그 힘으로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도우는 것, 그것이 힘을 가진 자의 긍지이자 우리 가문의 긍지이기도 하다. 그런 식으로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될 주제란 말이다!'
? ? ? '그래서 알 게 뭐야, 어쩌라고! 그렇게 가문 가지고 잘난 척 하고 싶으면 아버지 혼자서 해! 괜히 나까지 억지로 휘말려들게 하지 말고!'
? ? ? '마리아!'
? ? ? 한 쪽은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한 쪽은 일방적으로 거부했던 탓에 서로 맞물리거나 잘 굴러가는 일이 없어서 둘 사이의 갈등이 성층권에 닿을 기세로 최고조로 달하고 감정의 골도 거의 맨틀에 닿을 수준으로 벌어졌을 때, 결국 딸의 반항과 남편의 억지를 감당하지 못한 마리아의 어머니가 보낸 SOS 신호를 받고 달려온 사람은 율리우스의 남동생인 그레고리오였다.
? ? ? '이런…… 마리아, 너무 율리우스에게 뭐라고 하지 말거라. 물론 네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단다. 형은 누군가를 설득하는 데에 영 젬병이니 말이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적이 많다 보니 상대방을 조리 있게 설득하는 방식을 써야 할 필요를 못 느낀 거지. 그건 그래도 너한테 왜 파문을 배워야 하는지 설명부터 제대로 못 하고 있으니, 이거야 원. 차라리 나한테 맡길 것이지.'
? ? ? 그레고리오는 파문이라면 질색하는 마리아와 정반대로, 한 술 더 떠서 한때 수많은 파문전사들이 거쳐갔다는 에어 서플레이나에 단독으로 찾아가 지옥 훈련을 자처해서 받은 경험이 있었기에 당시 파문이 싫어서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던 마리아의 입장에서 보면 어디 다른 별에서 내려온 외계인이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들게끔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성격은 당시의 율리우스와 비교하면 물과 돌 수준으로 차이가 나서, 마리아 입장에서는 만나기만 해도 무척 반가운 삼촌이었지만 말이다.
? ? ? '거기다 옛날에 클라우디아가 너와 한 치도 틀림없이 똑같은 말을 하면서 파문을 배우는 걸 결사반대했거든.'
? ? ? '……왜요?'
? ? ? 클라우디아는 율리우스의 막내 여동생이었으며,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가업, 즉 아버지인 마리오가 하던 가구점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었다.
? ? ? '너와 마찬가지로 파문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해서였지. 형이 너한테도 말을 해줬겠지만, 우리 할아버지와 큰형은 가족을 떠나서 파문을 배우고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와 맞서 싸우러 떠났지.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가족들에게 돌아오지 못해서……. 클라우디아는 가족들이 헤어지게 되는 운명을 긍지라는 이름으로 허울 좋게 포장한다고 생각해서 싫어했었지. 뭐,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납득하고 배웠지만 말이다.'
? ? ? 뚱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딴청 피우는 일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 마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은 그레고리오는 그녀를 천천히 다독이기 시작하며 조곤조곤 속삭였다.
? ? ? '형한테는 내가 말을 잘 해보마. 너도 언젠가 파문을 배워야 했던 이유를 이해할 날이 오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형의 방법은 너무 강압적이니 말이다. 네가 어느 날 갑자기 체펠리의 성을 버리고 도망간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지. 뭐…… 사실 파문은 배워도 해가 되지 않거든. 오히려 득이 더 많지.'
? ? ? '그래서 왜 파문을 꼭 배워야 하는 건데요?'
? ? ? 자기 편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아버지와 똑같은 말을 하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으로 심통이 난 마리아가 그레고리오의 손을 다소 퉁명스럽게 밀쳐내며 툴툴거렸다.
? ? ? '파문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말이다…… 배우면 젊음이 유지되거든!'
? ? ? '……네?'
? ? ? 율리우스는 파문을 배워야 하는 이유로 아주 진지하게 일족의 안위나 보전을 위함이 아니니 뭐니 하면서 아주 고리타분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정론만 늘어놓았는데, 그레고리오가 반대로 아주 사적인 이유를 들자 마리아는 순간 어이가 너무 없었던 나머지 입을 쩍 벌렸다. 그 모습을 보고 그레고리오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마리아의 등을 팡팡 두들겼다.
? ? ? '하하하! 농담 같지? 하지만 이건 사실이야. 우리 큰형의 파문 스승님은 50대였는데도 파문 덕분에 20대처럼 보이셨다고 하더라고! 나도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지! 지금 내 나이가 40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몸은 아직도 10대 후반인 기분이란다!'
? ? ? '…….'
? ? ? 마리아는 순간 그 말에 혹해서, 오늘부터 파문 수련을 열심히 해볼까 하는 마음을 품었다.
? ? ? 그 날은 율리우스와 마리아 모두 백 마디 정론보다, 지극히 간단한 한 마디가 더 설득력이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깨닫게 된 날이었다.
? ? ? *
? ? ? 마리아의 연락을 받은 스피드왜건 재단에서 취한 행동은 신속했다. 모토코가 죠스타 가문의 사람과 함께 흡혈귀를 쓰러트리러 간다는 이야기는 재단 내부에서 다 공유된 사항이었는지, 죠스타 가문을 적대하는 흡혈귀의 세력으로 추정되는 자가 집에 자객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하자마자 재단의 요원들이 곧바로 찾아와 마리아가 분풀이로 아주 가루로 만들어버릴 뻔한 인형의 잔해를 수거했다.
? ? ? "겉보기로는 보통 인형 같은데, 인형이 스스로 움직이고 돌아다녔다고 하셨죠?"
? ? ? "네, 무언가 특별한 장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아, 그리고 혹시 이 검들이 어디서 나왔는지도 조사해주실 수 있겠나요? 저희 집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아버지한테서도 받은 기억이 없네요."
? ? ? 마리아는 마침 잘 됐다 싶어서 2층에 줄줄이 걸려있던 보검들도 가져와서 조사해달라며 요원에게 넘겼는데, '초자연현상 연구부서' 소속 요원들이 봐도 보기 드문 검이었는지 모두 검을 볼 때마다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 ? ? "알겠습니다. 조사가 끝나는 즉시 바로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 "아, 그리고……. 한 가지 여쭤볼 게 있는데요. 죠셉 죠스타라는 분이 모토코를 데리고 흡혈귀를 쓰러트리러 떠났다고 했는데, 그 내막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 거죠?"
? ? ? 마리아가 살짝 불안해하는 얼굴로 떠나려는 요원의 제복 자락을 살짝 붙잡고 질문하자, 질문을 받은 요원은 동료들과 한 번씩 시선을 마주치더니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사람 좋게 미소지으며 친절하게 대답했다.
? ? ? "마리아 님. 혹시 예전에 율리우스 님께 '돌가면의 흡혈귀'나 '기둥의 남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 ? ? "네. 옛날에 아버지에게서 간단하게 들은 적이 있어요. 아버지의 형이 죠스타 가문의 사람과 함께 맞서 싸웠다는 이야기 정도지만요."
? ? ?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중요한 부분만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죠셉 죠스타 님은 50여년 전, 율리우스 님의 형님이신 시저 님과 함께 '기둥의 남자'에게 함께 맞서 싸우신 분입니다."
? ? ? 뜻밖의 사실을 뜻밖의 사람을 통해 알게 된 마리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으나, 모토코가 갑자기 던진 흡혈귀를 쓰러트리러 여행을 떠난다는 폭탄 선언의 충격보다 그 여파가 덜했기에 수습은 빨랐다. 마리아의 안색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자 요원은 재빨리 설명을 이었다.
? ? ? "그리고 죠셉 님과 모토코 님이 쓰러트리러 간다는 흡혈귀는 죠스타 가문의 원수인 디오 브란도…… DIO입니다. 한 세기 전, 그는 죠셉 님의 조부 되시는 죠나단 님과 치열한 혈투를 벌인 끝에 대서양에 수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만, 몇 년 전 카나리아 제도 앞바다에서 그가 잠들어있던 관이 인양되면서 부활했죠. 본래 그는 죠나단 님과의 결투에서 육체를 잃었습니다만, 돌가면의 흡혈귀였던 덕분에 목만 남았어도 죽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하신 죠나단 님의 육체를 차지해 목숨을 연명했죠."
? ? ? 이전에 카나리아 제도 앞바다에서 과정을 알 수 없는 기묘한 실종 사건이 발생한 선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있었지만, 그 실종 사건의 진상에는 상상 이상의 방법으로 질기게 살아있는 DIO의 이야기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듣고 마리아의 얼굴이 찌푸려졌고, 설명을 하는 요원 역시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사실이라는 느낌을 받으며 안색이 잠시 창백해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 ? ? "저희 재단에서는 그를 확보하기 위해 그의 관을 인양했다는 선박에 조사단을 파견했지만, 수확은 없었고 몇 년 동안 그의 행적은 묘연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DIO가 갑자기 '스탠드'라고 불리는 초능력을 각성했는데, 이 스탠드라는 능력은 선조가 발현하면 후손들도 발현하는 기묘한 시스템으로 되어있어서 그 영향을 현재 죠스타 가문의 혈통을 이은 모든 사람들, 즉 죠셉 님과 그 분의 따님이신 홀리 님, 그리고 외손자이신 쿠죠 죠타로 님에게 끼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죠셉 님과 죠타로 님은 다행히도 악영향을 받지 않으셨습니다만, 홀리 님은 DIO의 사악한 정신에 저항할 힘이 없으셔서…… 죠나단 님의 육체를 매개체로 삼은 DIO의 존재 자체가 저주가 되어 홀리 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죠셉 님, 죠타로 님, 그리고 모토코 님은 DIO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다른 분들과 함께 DIO를 없애기 위해 그의 소재가 파악된 이집트로 떠나신 것입니다."
? ? ? "그럼…… 그 죠셉이라는 분이 모토코를 데려간 이유가……."
? ? ? "예, 모토코 님은 마리아 님이 걱정하실 것을 우려해서 일부러 말씀을 안 하신 것 같습니다만…… 그 분도 스탠드를 각성하셨더군요."
? ? ? "……제가 체펠리라서 데려간 게 아니었나요?"
? ? ? 마리아가 조심스럽게 자신이 추측하고 있던 사실을 꺼내자, 요원은 고개를 조용히 저었다.
? ? ? "아뇨, 죠셉 님에게서 그런 이야기는 일절 없었습니다. 추측컨데, 마리아 님이 체펠리 가문 출신이라는 사실은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 ? ? 요원은 마지막으로 질문할 것이 많다는 표정을 한 마리아에게 간단히 현재의 상황 ─ 재단이 죠스타 일행을 24시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과 쿠죠 저택에도 의료진과 경호원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는 정보 ─ 을 전달한 후, 마리아가 우려하는 대로 DIO 측의 자객이 그녀와 히로히코나 토우코를 노릴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일상 생활에 지장이 가지 않는 범위에서 재단의 경호원들이 24시간 동안 경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안심하라는 인사와 함께 그녀에게 붙잡힐 것을 우려하기라도 한 것처럼 신속하게 퇴장했다. 실로 쿨한 행동이었다.
? ? ? 재단에서 24시간 경호도 약속받았겠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져야 하겠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실을 알게 된 마리아의 머릿속은 커피 껌을 좋아하는 강아지가 난동이라도 부린 것처럼 뒤죽박죽이었다. 요원들이 전부 떠나고 집에 혼자 남은 마리아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고, 심장도 도무지 진정할 줄 모르는 기세로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 ? ? "괜찮을 거야……. 그래, 모토코 혼자 가는 것도 아니잖아.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파문 비법서도 줬고, 기도도 드렸어. 하나님께서 그 아이를 지켜주실 거야, 괜찮아, 괜찮아……."
? ? ? 스스로 최면을 거듯이 열심히 되뇌이며,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 자리에서 명상하듯이 꼼짝도 하지 않고 파문의 호흡도 열심히 가다듬은 마리아는 한참 동안 파문의 호흡을 하고서야 겨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함을 가장할 수 있었다.
? ? ? "여보, 나 왔어! 문 좀 열어줘!"
? ? ? "어서 와, 수고했어."
? ? ? 마리아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장을 다 보고 돌아온 히로히코를 자연스럽게 맞이했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끝내고 돌아올 토우코를 위해 히로히코에게서 재료를 넘겨받고 부엌에서 재료를 손질하며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계속해서 파문의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었다.
? ? ? 파문의 호흡이 재료에도 영향을 끼친 덕분에, 저녁 시간이 될 때까지 재료의 싱싱함이 잘 보존되어서 마리아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해서 차린 화려한 이집트식 만찬은 평가가 아주 좋았다. 여행 못 가는 설움을 맛있는 음식을 다 먹어치우는 것으로 풀겠다는 듯, 히히덕거리며 열심히 쿠샤리를 흡입하던 토우코가 갑자기 생각났는지 불시에 질문을 던졌다.
? ? ? "그런데 모토코는 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 쿠죠 죠타로하고 같이 여행을 간 걸까요? 우리 학교에서 죠죠와 친한 사람은 그야말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인데 말이죠. 어떻게 친해졌는지도 신기하다니까요."
? ? ?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모토코가 갑자기 여행을 떠난 이유를 알고 있는 마리아는 음식을 더 가져오겠다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고, 케밥을 열심히 해체하고 있던 히로히코도 죠타로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역시 의문 어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 ? ? "음……. 사람이 한 순간에 변하는 일이 있다던데,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있어서 급속도로 친해지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구나. 그렇지만 한 순간에 성격이 바뀌는 일은 없다는 말도 있으니……."
? ? ? "혹시 둘이 같이 학교 땡땡이 쳐서 친해진 거 아니에요? 땡땡이로 맺어진 동지애라든가!"
? ? ?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만……."
? ? ? 토우코가 실 없는 소리를 하면서 킬킬대자 히로히코는 김이 샜다는 표정으로 부정했다.
? ? ? 부엌에서 두 사람이 아무 것도 모르는 태도로 소소하게 잡담을 나누는 것을 듣던 마리아는 결심했다.
? ? ? '역시 모토코가 여행을 떠난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게 좋겠어.'
? ? ? 진실을 알고 불안해하는 사람은 한 명이면 족하다. 두 사람은 그저 아무 일도 없이 평온하게 일상을 누리기만 하면 된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체펠리의 숙명은, 그녀 혼자서 감당하기만 하면 되니까. 옛날에,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 ? ? ==========
? ? ? 10.5화는 '모토코가 떠난 후 마리아는 어떤 일을 겪었는가'와 '2부 이후 체펠리 일족은 어떻게 지냈는가'를 간략하게 다루는 외전입니다. 앞으로 계속 나올 외전에서는 이전의 화수를 그대로 이어가는 대신 소숫점을 붙여서 표기할 예정입니다. 또한 원작에서는 시저의 동생들의 이름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이 소설에서는 제 상상을 덧붙여서 창작했습니다.
? ? ? 모토코에게 파문 비법서를 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마리아는 사실 매우 숙련된 파문전사였습니다. 머더 돌즈의 인형에게 충격과 공포를 시전한 마리아는 SPW 재단 요원에게서 충격과 공포의 진실을 들었고, 딸이 위험한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해보려 시도했습니다만, 어렵네요. 어려워…….
? ? ? 참고로 머더 돌즈의 인형이 마리아를 습격한 사건은, 게임을 카오스 모드로 진행할 시 낮은 확률로 발생하는 '가족 몰살'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벤트를 각색한 것입니다. 주인공의 집으로 들어가면 머더 돌즈의 스탠드사가 어머니의 인형으로 주인공을 속이려 하나 주인공이 속지 않자 주인공의 가족들이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없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벤트성 전투에 돌입하는데, 이벤트가 끝나면 주인공이 오열하는 장면이 나와서 매우 안타깝더군요. 특히 일정 확률로 주인공의 가족이 언니/누나 한 사람만 나오는 '단 한 명의 육친' 이벤트가 활성화된 상태일 시에는 주인공이 하나뿐인 가족이었다며 더 심하게 오열합니다.
? ? ? 게임의 일본어 공략 위키에서 나온 바에 의하면, 해당 이벤트는 1992년에 발매된 게임인 진 여신전생 초반부에 나오는 충격적인 이벤트의 오마쥬라고 하더군요. 페르소나 시리즈로 아틀라스를 접했다면 상상하기 힘들지만, 과거 아틀라스에서 발매한 여신전생 시리즈는 유독 어둡고 충격적인 분위기의 게임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런 무시무시한 이벤트가 있는 것도 납득이 갑니다.
? ? ? 다만, 가족들이 다리오 브란도 못지 않은 악인들로 바뀌는 '콩가루 집안' 이벤트가 발생한 활성화된 상태라면 해당 이벤트에서 주인공이 놀라울 정도로 무덤덤한 반응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성격이 좀 더 뒤틀린 상태였다면 옛날에 디오 브란도가 다리오 브란도를 독살한 것 못지 않게 무시무시한 짓을 가족들에게 저지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 ? 그리고 마리아가 발견한, 다락방에 있는 보검들은 게임에서 일정 회차 이상까지 진행한 다음 특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해당 아이템을 처음 얻었을 때는 이름이 '성 조지의 보검'이라고 나와있는데, 죠나단의 아버지 이름이 죠지고 또 죠지의 취미가 골동품 수집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제작자가 기묘하게 잘 노리고 넣은 아이템이라는 사실이 느껴지더군요.
? ? ? 한 회차에서는 보검을 하나만 얻을 수 있지만 대신 게임을 이어서 할 시에는 아이템이 그 상태 그대로 다음 회차로 계승됩니다. 동료들과 함께 숙소에서 숙박하는 것으로 보검을 강화하는 이벤트를 낮은 확률로 볼 수 있으며, 종류는 총 9가지가 있습니다. 모토코의 집 다락방에 있는 보검은 순서대로 하늘검 에메랄드 소드, 마법검 에메랄드 소드, 영혼검 에메랄드 소드, 보석검 에메랄드 소드, 강철검 에메랄드 소드, 망가진 마검이며, 마리아가 머더 돌즈의 인형을 박살내는 데 쓴 검은 영혼검이었습니다.
원환과 법희와 기적의 이름으로, 마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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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19-05-22 21:19:28
읽고 나서 격세유전이라는 개념을 떠올렸어요.
그리고, 대를 이은 숙명은 자신의 대가 아니면 역시 후손으로 전해지는 것인가 하는 데에서 공포를 느꼈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한 마리아가 정말 멋져 보여요.
성 조지의 보검이라는 아이템에서 또 기묘함을 느꼈어요.
조지를 그리스식이나 라틴식으로 읽으면 게오르기우스. 특히 용을 잡는 성 게오르기우스는 러시아, 조지아의 수호성인이기도 해요. 이걸 떠올리니까 러시아 요리인 비프 스트로가노프와도 접점도 묘하게 생기는 것 같고, 또한 성 조지의 활약상은 대략 1260년경에 이탈리아에서 나온 순교자열전 황금의 전설(Legenda aurea)에도 기록되어 있어요.
마리아의 검은 영혼검에서는 귀멸의 칼날의 탄지로가 쓰는 그 검은 날의 검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앨매리
2019-05-24 16:07:23
체펠리의 숙명이 직계 자손이 없는 시저 대신 바로 아래 남동생인 율리우스의 외손녀에게 이어진 점과 죠스타 가문의 숙명도 홀리를 건너 죠타로에게 이어진 점을 비교해보면 매우 기묘하죠. 원작에서는 2부 이후의 체펠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이유는 아마 체펠리의 역할은 그때 끝나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요.
마리아는 어렸을 때는 반항적이었기는 하나 아버지에게서 들은 체펠리의 숙명을 고심해볼 마음의 여유가 생긴 후부터 나름 각오를 했기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겁니다. 죠나단, 죠지 2세와 리사리사, 죠셉으로 이어지는 숙명을 옆에서 마음 졸이며 지켜봐야 했던 에리나와 비슷한 입장이기도 하니까요.
성 게오르기우스가 언급되니, 죠나단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죠지 1세의 고결한 성품과도 연결지을 수 있는 점이 생겨서 여기서도 기묘한 인연을 느끼게 되네요. 정리해보면 성 조지→순교자열전 황금의 전설→황금의 정신→죠지 죠스타 1세→죠나단 죠스타→죠스타 가문... 고찰하면 할수록 이렇게 재미있는 관계를 발굴하게 되어서 즐겁습니다.
저도 사실 귀멸의 칼날을 보면서 '어... 저거... 파문 같은데...' 하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태양 아래서는 살 수 없는 괴물인 돌가면의 흡혈귀와 혈귀, 그런 흡혈귀에게 치명적인 파문과 전집중 호흡의 관계는 무척 유사하니까요. 특히 태양의 호흡이 나오는 부분부터 자꾸 파문이 생각나더군요. 태양의 호흡은 불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파문은 전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차이점이 있지만요.
SiteOwner
2019-06-12 21:23:56
섬찟하군요. 이미 12년 전에 해소된 일이 생각나고 있습니다. 퇴원 후의 일인데, 꿈속에서는 누군가가 집안에 잠복해 있고 그것이 귀신이었으며 끝없이 저를 해치려 들었지만 결국 그 귀신은 어느 한여름 밤의 꿈에서 제 손에 맞아 죽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그런 꿈은 일절 없었으며 최소 2년 이상이 걸린다는 재활은 그해의 끝자락에 완료되었습니다.
마리아가 의연하게 대처했다 보니 불순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나쁜 존재는 더 이상 힘을 못 쓸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시도하다가는 나쁜 결말을 보게 되겠지요.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 등장하는 파문이라는 기술이 실제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모로 하고 있습니다.
수련하는 사람에게 젊음을 유지시켜 주고, 또한 식재료의 선도 또한 높은 상태로 지켜주고...
앨매리
2019-06-14 15:23:32
공포 영화에서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기묘한 일을 겪으셨군요.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는 없겠지만, 꿈 속의 그 귀신은 SiteOwner님의 회복을 방해하려는 악운이 구현화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파문은 다방면으로 응용이 가능하다보니 정말 군침이 도는 능력이죠. 개인적으로 4부의 펄 잼이랑 하베스트, 6부의 드래곤즈 드림과 더불어 능력이 받쳐준다는 전제하라면 일상생활에서 제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