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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스탠드사 : Break Down The Door
(11) 라이노 세라스
? ? ? DIO는 벌써 그의 숙적을 제거하기 위한 마수를 뻗쳤다. 죠스타 일행을 태우고 이집트로 향하던 비행기는 자객 중 한 명인 '타워 오브 그레이(재의 탑)'의 스탠드사가 미리 설치해둔 폭탄 때문에 해상 한가운데로 추락했고, 이집트행 비행기는 기존에 계획됐던 여로의 절반의 절반도 되지 않는 홍콩 앞바다 35km 지점에 불시착했다.
? ? ? 다행히도 죠셉이 비행기를 착수시키려고 고군분투하는 동안, 기장과 부기장이 SOS 신호를 날린 덕분에 비행기에 탑승했던 전원은 해상에 불시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신속하게 날아온 구조대에게 전원 무사히 구조되었다.
? ? ? 죠스타 일행은 SPW 재단의 도움을 받아 매스컴의 포위망(?)을 피해 홍콩에 무사히 입국했고, 다행히도 재단이 추락한 비행기에서 회수한 짐을 제때 맞춰 전달했기에 졸지에 여권 없는 불법체류자와 알거지가 되는 일도 피했다.
? ? ? 거기다 알뜰하게도 재단에서 호텔 체크인 수속까지 처리해준 덕분에, 일행은 피로에 찌든 몸을 이끌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로 몸을 던지고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 ? ? 같은 시각, 일본에서는 일본발 이집트행 비행기가 공항에서 난동을 부리다 급사한 배후 불명의 노인 테러리스트가 설치한 폭탄 때문에 홍콩 앞바다에 불시착했고 그 과정에서 국적과 신원 모두 불명인 남성 한 명이 사망했다는 속보가 방영되어 모리히사 일가의 마음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 ? ? *
? ? ? 잘 날아가던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악령 사슴벌레가 나타나 사람들의 후두부를 꿰뚫더니 혀를 잡아뜯어 죽이고, 무고한 사람들을 본보기로 죽였다는 사실에 열 받은 일행과 스페셜즈를 스피드로 실컷 농락하던 악령 사슴벌레는 웬 영감탱이가 카쿄인의 급소 치기에 맞아 기절하는 동시에 사라지고, 직후 비행기가 추락하는 뒤숭숭한 꿈을 꾼 모토코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깨어나 투덜거리며 침대에서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 ? ? "뭔 꿈이 이따구야……."
? ? ? 해가 중천에 뜬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강한 햇빛을 보고 평소보다 몇 시간이나 지나서 깨어났다는 걸 확인한 모토코는 정신이 퍼뜩 드는 것을 느끼고 가장 먼저 호텔에서 제공하는 국제전화 서비스를 사용해서 집에 전화를 걸었다.
? ? ? 밤새 내내 모토코의 연락을 기다리기라도 했는지, 신호음이 한 번 울리기도 전에 급하게 전화를 받는 소리와 어머니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 ? ? 『여보세요? 모토코? 모토코니?!』
? ? ? "아, 네. 엄마, 저에요."
? ? ? 『지금 대체 어디에 있어?! 왜 전화를 이제 와서 하는 거야?!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 ? ? "지, 지금 홍콩에 있어요. 워낙 피곤한 일이 있어서, 정신이 없어가지고…… 이래뵈도 눈 뜨자마자 전화한 거에요."
? ? ? 마리아가 속사포를 쏘듯이 다다다 몰아서 물어보는 바람에 그 박력에 밀린 모토코는 당황해서 더듬거리며 대답했고, 수화기 건너편에서 안도와 탄식이 어린 감사 인사가 들렸다.
? ? ? 『하느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젯밤에 이집트행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뉴스를 봤을 때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사망자가 한 명뿐이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빠랑 언니가 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엄마도, 널 괜히 죠스타 가문 사람이랑 괜히 같이 보냈다는 후회까지 들 정도였단다…….』
? ? ? 모토코는 전혀 듣지 못했던 사망자 이야기는 물론이요 수화기 너머에서 어머니가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속보가 방영됐을 때 공포에 질렸던 심정을 토로하는 것이 들리자 가슴이 철렁하는 것을 느꼈지만, 그 감정을 내색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 ? ? "괜찮아요. 같이 가는 사람들은 다들 강한 사람들인 걸요. 추락하던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킨 사람이 바로 죠스타 씨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뛰어난 사람들이기도 하니까요."
? ? ? 사실 같이 이집트로 가는 사람 중에는 DIO의 명령을 받고 와서 자신을 공격했던 레인보우도 있긴 하지만, 모토코는 괜히 그 사실을 언급해서 가뜩이나 불안해하는 어머니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더 지우지 말자고 다짐하며 떠오른 일행의 얼굴 중 레인보우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슥슥 지워버렸다.
? ? ? 『그래……. 그래도 늘 조심하렴. 알았지? 절대로 혼자서 돌아다니지 말고, 물이랑 음식은 늘 조심해서 챙겨 먹고,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거 함부로 먹으면 안 돼. 또 너는 주일 미사를 못 가니까, 대신 기도드리는 거 잊지 말고.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늘 기도드리고 있어.』
? ? ? "걱정 마세요. 항상 주의하고 있어요. 호텔에 도착할 때마다 연락 드릴게요. 기도도 잘 드리고 있고요. 아빠랑 언니한테도 안부 전해주세요. 이만 끊을게요."
? ? ? 할 수만 있다면 어머니의 어깨나 등을 다독이고 걱정 말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은 것을 느끼며, 모토코는 어머니가 한참 동안 뜸을 들이다 겨우 전화를 끊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때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라디오에서 치직거리는 노이즈가 흘러나왔다.
? ? ? 『좋은 아침이군, 모토코.』
? ? ? "좋은 아침, 스틸 씨. 후우, 좋은 아침이라 다행이지……."
? ? ? 모토코는 한숨을 섞으며 인사했다. 그 한숨에 담긴 심정을 이해한 스틸은 비슷한 마음으로 혀를 끌끌 차며 한숨지었다.
? ? ? 『재난이었군……. 설마 다짜고짜 비행기를 폭파시킬 줄이야.』
? ?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역시 악당답다고 감탄할 수밖에 없겠더라. 그딴 덕목은 필요가 쥐뿔만큼도 없는데……. 거기다 진짜 죽은 사람까지 나왔잖아."
? ? ? DIO의 자객들이 가차없다는 사실은, 전혀 관계없는 오락실의 불량배들을 세뇌해서 모토코를 공격했던 레인보우와 단지 죠스타 일행을 죽이기 위해 다른 무고한 이들이 몰살당하든 말든 상관없이 비행기에 시한폭탄을 설치한 타워 오브 그레이의 스탠드사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또 육신의 싹에 세뇌되어 본의는 아니었다고 해도, 사악해졌던 카쿄인 역시 양호실의 여의사가 치명상을 입을 정도로 이용해먹기까지 했다.
? ? ? 비행기에서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모토코는 무거운 마음으로 명복을 빌어주었다.
? ? ? 앞으로의 여정에서 이전의 레인보우랑 타워 오브 그레이의 스탠드사와 마찬가지로 무고한 일반인들에게도 거침없이 피해를 입히며 죠스타 일행을 공격하는 스탠드사가 안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다. 거기다 그 무고한 일반인 중에 모토코의 소중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스틸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냉소적인 모토코의 말에 동의했다.
? ? ? 『그러게나 말이다……. 안타까운 일이지. 하지만 이건 겨우 시작일 뿐이다. 그런 느낌이 드는군. DIO의 위협은 어디서나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러니 기회가 올 때마다 네 스탠드의 힘을 더욱 강하게 단련하는 것이 좋겠지. 방심하고 있다간 네 동료들의 발목만 붙잡을 뿐이니.』
? ? ? "……알고 있어. 나도 뭔가를 더 해야겠다고 느낀 참이니까."
? ? ? 공항에서 타워 오브 그레이를 상대할 때 ─ 스페셜즈가 알면 길길이 날뛰다 못해 주변을 온통 뒤엎고도 남을 감상이었지만 ─ 모토코는 스페셜즈로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고 느꼈다.
? ? ? 모토코의 스페셜즈는 죠타로의 스타 플래티나만큼 파워가 강하거나 속도가 빠르거나 정밀한 동작이 가능하지 않았고, 죠셉의 허밋 퍼플처럼 염사를 통해 정보를 얻는 유용한 능력도 없었고, 카쿄인의 하이어로팬트 그린처럼 광범위한 구역을 뒤덮지도 못했고, 압둘의 매지션즈 레드처럼 때에 따라 유용하게 쓰일 법한 강력한 화력도 없었다.
? ? ? 그나마 우수하다고 꼽을만한 점은 스탠드체의 수가 다른 이들보다 많다는 점과 다양한 무기를 사용해서 여러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었지만, 그 점들은 타워 오브 그레이를 재기불능시키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실제로 본체를 재기불능시킨 건 황당하게도 그 누구도 아닌 그 레인보우의 분노 어린 급소 치기였으니 말이다.
? ? ? 『그러고 보니, 적 중에는 타워 오브 그레이처럼 거리를 자유롭게 바꾸기만 할뿐만이 아니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싸우는 놈도 있지. 너도 알다시피 스페셜즈는 근거리, 즉 너한테서 멀어질 수 있는 최대 사정 거리가 10m 안팎이니까 그 이상 거리가 벌어졌을 때의 대비책을 생각해 두는 것도 좋을 거다. 스탠드뿐만이 아니라 다른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큰 도움이 되겠지.』
? ? ? "……알았어. 조언 고마워, 스틸 씨."
? ? ? 『허허,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내가 네게 스탠드를 준 장본인이니까 조언을 해주는 건 당연한 일이지.』
? ? ? 자면서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하게 빗은 다음 머리띠로 잘 넘기고, 교복을 두어 번 세게 털고 매만져서 주름을 최대한 펴고 빳빳하게 만들어 갈아입은 모토코는 나중에 체크아웃할 때 짐을 빠트리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호텔 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확인했다.
? ? ? 천만다행으로 슈트 케이스의 겉면은 방수 재질로 되어있어서,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화물칸이 침수되어 바닷물에 표면이 흠뻑 젖었음에도 내부의 짐은 모두 무사했다. 호텔의 세탁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나 고민했던 모토코는 여분의 옷과 신발이 모두 뽀송뽀송한 것을 보고 안도했다.
? ? ? 『그리고 이건…… 흠…….』
? ? ? "왜 그래?"
? ? ? 『근방에서 스탠드사의 기운이 느껴진다. 너와 죠스타 일행의 기운을 제외하면 별 볼 일 없는 기운도 있지만, 좀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군. 주의해서 움직이는 게 좋을 거다. 자객들이 밤 사이에 벌써 쫓아왔을 가능성도 크니까.』
? ? ? "적일지도 모른다는 거지? 알았어."
? ? ? 스틸과 모토코의 짧은 대화가 끝나자, 전화가 얼른 받으라는 것처럼 울렸다. 발신자는 죠셉이었는데 아침 식사 시간은 이미 지나버렸지만, 다 같이 호텔 식당에 모여 간단한 요깃거리라도 먹자는 말을 하고 빠르게 끊었다. 통화가 끝난 후 모토코는 문득 어제 밤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온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 ? ? 모토코가 라디오와 이런저런 귀중품이 담긴 크로스백을 챙긴 다음 호텔 로비로 내려가자마자 제일 먼저 보인 사람은 다름아닌 레인보우였다. 커다란 소파에 앉아 호텔에서 투숙객들에게 공짜로 제공하는 과일 주스를 마시고 있던 레인보우는 모토코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가까이 다가오자 쭉 원샷하더니, 테이블을 쾅 내리치며 컵을 내려놓고 분노를 표출했다.
? ? ? "그 괘씸한 영감탱이……. 분명 나까지 한꺼번에 싸잡아 죽일 작정이었어요!"
? ? ? 근처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난 요란한 소리를 듣고 일제히 레인보우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레인보우가 뭘 보냐는 시선으로 한 번씩 쏘아보자 귀여운 외모에서 연상하기 힘든 박력에 눌렸는지 시선을 도로 슬그머니 돌렸다.
? ? ? "그 영감이 했던 말을 보면 앞으로 올 자객이 너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겠던데? 혹시 너…… 혼자 살겠다고 다른 놈들한테 우리 쪽 정보를 일러바칠 계획이 있는 건 아니겠지?"
? ? ? 화를 식힐 겸 공짜 주스를 한 잔 더 마시려고 주변을 둘러보던 레인보우는 도끼눈을 치뜨고 모토코를 노려보며 빽 소리쳤다.
? ? ? "허튼 소리 말아요! 밀고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놈들은 오히려 그 늙은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들이랑 같이 있는 걸 트집 잡아서 현상금 독차지할 속셈으로 얼씨구나 하고 저까지 제거하려 들 걸요? 난 뻔한 자충수를 둘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구요."
? ? ? 마침 지나가던 직원이 주스를 리필해준 김에 기분이 풀렸는지 레인보우는 쌍심지섰던 눈을 풀고 다시금 주스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맑은 종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리자, 눈에 익숙하게 개성적인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앞장서서 걸어나온 죠셉은 모토코에게 손을 들어보이며 반갑게 인사했다.
? ? ? "좋은 아침이구나, 모토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었느냐?"
? ? ? "하나도 없었어요. 갑자기 홍콩에 오게 되서 좀 얼떨떨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호텔에서 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 ? ? "다 재단 사람들 덕분이지. 일단 뭐라도 좀 간단히 먹으면서 일정을 이야기하도록 하자꾸나."
? ? ? 아침 식사 시간은 이미 진작에 다 지나가버려서 식당에 사람은 별로 없었고 나온 음식의 가짓수도 그리 많지 않았다. 레인보우는 몇 시간만 조금 일찍 일어났으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을 거라며 노골적으로 아쉬워하더니 남은 거라도 다 하나씩 먹어보겠다며 접시를 들고 멀어져 갔다.
? ? ? "음……. 실례합니다. 혹시 할랄 푸드가 있습니까?"
? ? ? "할랄…… 칭전(??) 요리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 ? ? 일행 중 유일하게 무슬림인 압둘은 돼지고기가 잔뜩 들어간 메뉴를 보고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근처에 있던 직원을 따라갔고, 죠셉은 서양식으로 식사하려는지 빵과 버터와 잼이 비치되어 있는 코너로 이동한 반면 죠타로와 카쿄인과 모토코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다 같이 죽을 가져왔다. 재료는 각자 돼지고기, 소고기, 새우가 들어있는 식으로 달랐지만 말이다.
? ? ? "마스터~! 나 죽 한 입만! 한 입만 주면 안 잡아먹지~."
? ? ? "주인님아, 나도 한 입만 주면 안 돼? 한 번만 주면 안 잡아먹지~."
? ? ? "그 한 번이 전부가 안 된다는 보장은 있어?"
? ? ? "물론 없습니다!"
? ? ? "그럼 나중에 점심 먹을 때 실컷 먹어. 없는 것도 다 뺏어먹으려 하지 말고."
? ? ? 자리에 앉은 모토코가 성호를 그은 다음 짧은 기도를 드리고 나서 수저를 든 순간,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SP3와 SP5가 잽싸게 나타나 한 입만 주면 안 잡아먹겠다고 동화 속의 호랑이를 흉내냈지만 모토코가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티를 내며 저리 가라는 듯 손을 휘젓자 대놓고 실망한 티를 냈다.
? ? ?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처럼 번뜩이는 눈으로 죠타로와 카쿄인의 몫을 노려보기 시작했으나, 곧 레인보우가 소소하게 식빵과 버터와 잼을 가지고 온 죠셉의 뒤를 이어 딤섬을 종류별로 산더미처럼 잔뜩 쌓아가지고 오자 바로 타깃을 변경했다가 레인보우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SP1과 SP4가 나타나서 둘을 연행하는 바람에 쟁탈전이 무산되었다.
? ? ? 마지막으로 자기 몫의 음식을 가져온 압둘도 자리에 앉자, 고민에 빠진 표정으로 식빵에 버터를 바르던 죠셉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재단에 이집트까지 갈 이동 수단을 마련해달라고 연락했다만, 준비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는군. 우선 일정을 정리하는 데만 해도 최소 두 세 시간은 걸릴 것 같다고 한다."
? ? ? 홍콩에 상륙한 죠스타 일행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이집트로 향할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죠셉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신속하게 행동한 덕분에, 일행은 허송세월하는 루트를 피할 수 있었다.
? ? ? "연락하면서 들은 이야기다만, 비행기에서 부상자 다수에 더해 사망자가 한 명 나왔다는 소식이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지……."
? ? ? 죠셉의 말을 듣고, 레인보우를 제외한 일행이 모두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딤섬을 먹어치우던 레인보우도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안자 포크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분위기를 전환시킬 겸 헛기침을 했다.
? ? ? "그럼 재단에서 일정을 정리할 때까지 뭘 하면 되나요?"
? ? ? "우리의 목적은 관광이 아니다만, 기왕 이렇게 된 거 호텔 안에 무작정 박혀있기만 하는 것도 뭐 하니 시간이 될 때까지 홍콩 시내 구경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다들 생각은 어떤가?"
? ? ? "난 상관없다만."
? ? ? "저도 괜찮습니다."
? ? ? "좋네요."
? ? ? "재단에서 이야기한대로 정리가 끝난다면, 마침 딱 점심 시간이 되겠군요."
? ? ? 레인보우의 말을 받아 죠셉이 제안하자 죠타로가 무심한 표정으로 죽을 뜨면서 대답했고, 카쿄인과 모토코도 차례대로 뒤를 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압둘의 말을 듣고 죠셉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 ? ? "그거 좋군! 딱 점심 시간에 맞춰서 식당에서 만나면 금상첨화겠지. '수보주가(水?酒家)'라고, 내가 잘 아는 식당이 있다. 꽤 유명한 곳이니까, 가는 길을 정 모르겠다 싶으면 아무 가게나 노점에서 물어보면 될 거다. 적이 있을지도 모르니 눈도 피할 겸 그때까지 따로따로 흩어져서 움직이기로 하자."
? ? ? 아직도 따라붙었을지도 모르는 적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합류 지점을 정하고 모두 잠시 흩어져 따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을 내린 일행은 빠른 속도로 식사를 마치고 각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한창 딤섬을 흡입하다 따로 죠셉에게 불려가 용돈을 두둑히 받은 레인보우는 치마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고 싱글벙글한 얼굴로 마저 먹어치우더니,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주머니를 두드리며 쏜살같이 호텔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 ? ? *
? ? ? 여기서 잠깐 상식! 홍콩! 이곳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마카오와 더불어 중국에서 단 둘뿐인 해외령으로, 약 한 세기하고도 몇십 년 전인 1841년부터 영국의 지배 하에 놓여있다. 구룡반도와 홍콩 섬을 비롯한 25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야경은 옛날부터 '100만 달러의 야경'이라고 불리고 있다!
? ? ? 같은 한자 문화권에 속해있다고 하나 중국 대륙에서 사용되는 보통화(普通?)와 문법부터 다른 광동어(廣東語)를 사용하며 대륙에서 사용되는 간체자, 한국에서 사용되는 정자에 더해 일본에서 사용되는 신자체에도 속하지 않는 한자로 글을 표기하는 일이 많다.
? ? ? 때문에 하늘 높이 치솟은 고층 건물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영어 또는 매우 낯선 한자들로 빼곡한 간판과 홍콩 하면 바로 생각나는 관광 자원이라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며 거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노면전차를 보는 모토코의 눈동자가 빛났다.
? ? ? "공기가 다르네, 공기가……."
? ? ? 모토코가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지는 홍콩의 이색적인 풍경을 보고 감탄하자, 온 몸이 근질근질했는지 SP3와 SP5가 폼을 잡으며 모토코의 앞으로 잽싸게 튀어나왔다.
? ? ? "모든 나라에는 특유의 냄새가 있지."
? ? ? "여기는 먹물, 쇳가루, 자유로움, 날라리……. 모든 것이 뒤섞인 해물잡탕 냄새가 난다!"
? ? ? "앞 안 보인다. 시야 가리지 말고 얼른 들어가기나 해."
? ? ? 기왕 분위기 좀 잡아보려고 했것만, SP3와 SP5는 모토코의 타박 한 마디에 금세 기세를 잃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쓸쓸히 물러났다.
? ? ? 원래 그런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지만, 난생 처음으로 일본 바깥으로 나와 이국 땅에 상륙한 모토코에게 있어 거리 곳곳에 있는 요소들은 모두 호기심으로 모토코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 ? ? 호텔 가까이에 있는 연못가에서는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가까이 붙어서 보기만 해도 입 안에 달달한 맛이 감도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스페셜즈는 입에서 사카린이 쏟아진다며, 복면 때문에 눈만 보이는 얼굴로 온갖 기상천외한 표정을 지으면서 괴로움을 표현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우스꽝스러워서 행위예술가를 연상시켰다.
? ? ? 그 외에도 길거리에 빼곡하게 늘어선 이동식 포장마차에서 파는 각종 이색적인 먹거리들과, 레스토랑 근처를 지나갈 때 문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냄새가 모토코의 코와 침샘을 자극하고 입과 위장을 유혹했다.
? ? ? 스페셜즈가 둘이 먹다가 둘이 죽어도 모를 맛이라고 과장하면서 사달라고 빌었기는 해도, 홍콩에 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디저트인 빤켁(班戟)을 사고 나이프로 깔끔하게 갈라놓은 조각을 한 입 베어 물자 차갑고 달달한 생크림과 시원하고 상큼한 망고의 맛이 입 안에 가득 차올라서 모토코의 표정이 풀어졌다.
? ? ?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어린 아이처럼 들뜬 표정으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걷던 모토코의 시야에 기념품 가게가 들어왔다. 모토코는 일본을 떠나기 전에 집에서 언니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고 턱을 괴며 고민했다.
? ? ? "으음……. 일단 캠프 갔다온다고 말해뒀으니까, 기념품 정도는 사둬야겠지……."
? ? ? 유리문을 열고 기념품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몇몇 사람들이 기념품을 고르고 있었고, 점원 한 명이 친절하게 관광객에게 기념품으로 살 만한 제품을 추천하고 있었다.
? ? ? "건강을 생각하신다면 이 거북이 젤리는 어떤가요? 생약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체내에 쌓인 독소를 배출한답니다."
? ? ? 모토코 기준으로 보면 좀 괴상한 기념품도 있어서, 그나마 무난한 상품을 찾아 진열대를 쭉 훓어보았다. 토우코에게 줄 선물로 홍콩의 필수 명물 디저트인 에그 타르트 세트,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로 우롱차 세트를 고르고 값을 지불한 모토코는 잘 포장된 상품을 챙겨서 나왔다.
? ? ? 거리는 평화로웠다. 본토박이로 보이는 사람들은 제각기 분주히 움직이며 노면 전차를 쫓아 쿵후에 버금가는 화려한 몸짓으로 잽싸게 올라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가볍고 편안한 차림을 한 사람들은 활기찬 얼굴로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다 종종 감탄사를 내뱉으며 거리를 구경했고, 그런 사람들에게 인심 좋은 웃음을 지으며 적극적으로 호객 행위를 하는 장사꾼들도 많았다.
? ? ? 길고양이 여러 마리가 햇빛이 잘 드는 골목 어귀에 세워진 주인 없는 포장마차 위에 팔자 좋게 드러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고, 목줄을 걸고 있지만 주인이 풀어놓았는지 결이 좋은 털을 가진 개들이 길거리를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호텔에서 스틸이 했던 경고가 무색하게 느껴질 풍경이었다.
? ? ? 하지만 몇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스탠드사와 스탠드사는 서로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기묘한 법칙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DIO의 부하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이유로 충돌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누군가의 영향을 받지 않아도 악인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 ? ? "아촤~! 어디서 폼 잡고 있냐해──!"
? ? ? "동양의 신비, 중국 권법, 이거 발차기 처잡숫고 저 세상까지 날아가라해!"
? ? ? "우오오오! 보나 킥!"
? ? ? "큭, 나를 발판으로 삼다니!"
? ? ? "WAAAAAHHHH!"
? ? ? 골목길 구석에 숨어있던 권법가 몇 명이 모토코에게 부리나케 달려들었다가, 모토코가 부르기도 전에 SP3를 발판삼아 튀어나온 SP1의 날라차기에 맞고 멀리 멀리 날아갔다.
? ? ? "자객인가? 귀찮게스리……. 거기다 저 마트료시카, 또 나오네. 진짜 끈질기다."
? ? ? 귄법가들이 튀어나왔던 골목 맞은편에서는 공중을 떠다니는 마트료시카 인형들이 모토코에게 돌진하다가 SP2가 쏜 권총과 SP5가 내던진 수류탄에 맞아 흔적도 없이 분쇄되었다.
? ? ? 『머더 돌즈의 본체는 상당히 집요한 녀석이군. 빠른 시일 내로 본체를 찾아서 쓰러트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 ? ? 스틸의 말을 듣고 모토코는 짜증 섞인 심정을 듬뿍 담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한숨에 이끌리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비웃어주려고 온 것일까, 모토코는 땡볕의 열기와는 사뭇 다르게 오한이 느껴지는 기묘한 열기가 느껴지자 그 방향을 쳐다보았다.
? ? ? 한밤중도 아니고 태양이 중천에 떠 있는 한낮인데, 반투명해서 뒤쪽이 비치는 도깨비불이 대놓고 부유하고 있었다. 꺼림칙한 것은 계속해서 일렁거려 형태가 일정치 않은 듯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틀이 끼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불꽃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한가운데에 구멍이 뻥뻥 뚫려서 웃는 사람의 얼굴 같은 형상이 보여 매우 소름 끼쳤다.
? ? ? "……뭐야, 저 도깨비불?"
? ? ? 『저건……. 아니, 아니다. 아니겠지. 그 아이가…….』
? ? ? "스틸 씨?"
? ? ? 『아니다. 내가 잘못 봤을지도 모르겠군…….』
? ? ? 스틸은 기묘한 말만 남기고 침묵했다. 도깨비불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심산은 아니었는지 무서운 기세로 이글거리며 열기를 내뿜다가 끝자락에서 불꽃을 마구잡이로 날려대기 시작했다. 옆으로 뛰어 불꽃을 피한 모토코는 운이 없는 쓰레기통이 불꽃을 대신 맞고 굉음과 함께 그슬리자 신경질을 냈다.
? ? ? "성가셔! 확 소화전에 처박아버릴까 보다!"
? ? ? "간이 소방전 나가신다!"
? ? ? SP5가 품에서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을 제거하고 보란 듯이 가만히 있는 도깨비불 쪽으로 던지자, 도깨비불이 내뿜던 열기가 순식간에 밀려나갈 정도로 냉기가 터져 나오면서 도깨비불의 크기가 눈에 띌 정도로 우그러들더니 이윽고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SP5는 어서 칭찬해달라는 것처럼 허리에 양손을 얹고 어깨를 우쭐했기에, 모토코는 박수를 짝짝짝 쳐주는 것으로 칭찬을 대신했다.
? ? ? 그러자 아까의 권법가들과 도깨비불은 사실 맛보기였다고 말하는 것처럼, 건장한 성인 남성의 손바닥보다 거대하고 온 몸에 녹색이 감도는 벌떼가 귀 따가운 날갯짓 소리와 함께 덮쳐왔다!
? ? ? 다행히도 스페셜즈 4명의 신속한 기관총 난사에 휩쓸려서 이름에 걸맞게 바로 벌집이 되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향해 똑바로 돌진해왔던 점이 걸렸던 모토코는 설명 좀 해달라는 의미로 라디오가 담긴 크로스백을 손으로 툭툭 쳤다.
? ? ? 『저건 알 허트…… DIO의 부하가 네 위치를 포착한 모양이군.』
? ? ? "……공항으로 갈 때 설명해준 스탠드네. 혹시 본체의 기운이 느껴져?"
? ? ? 『아니, 유감스럽게도. 너희의 동선을 미리 파악해서 스탠드를 풀어둔 모양이다.』
? ? ?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던 골목길을 뒤로하고 대로로 빠져나오자, 등에 기타를 짊어진 한 남자가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 ? ? "거리에 이상한 귀신이 씌였어……. 거대한 꿀벌들이 날고 있다고! 왜 다들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다니는 거지? 그 정도로 거대한 꿀벌이 날아다니는 게 이상한데! 저 정도로 크다는 것 자체가 이상해! 아니, 내가 이상한 건가……?"
? ? ? 남자가 정신 없는 표정으로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고 곁에 있는 그의 일행은 여독이 쌓여서 피곤한 거 아니냐며 어깨를 두드렸다.
? ? ? "요즘 피곤해서 허깨비를 보는 것 같은데, 상태가 정 안 좋으면 근처 병원에 같이 가 줄까?"
? ? ? "난 아주 말똥말똥해! 당장 라이브 공연을 뛸 수 있을 정도라고!"
? ? ? 기타를 멘 남자가 알 허트 이야기를 하는 것임을 파악한 모토코는 라디오가 들어있는 크로스백을 눈동자만 굴려서 내려다 보았다.
? ? ? "스틸 씨. 아까 그 남자, 설마……."
? ? ? 『아니, 저 남자는 스탠드사가 아니다. 스탠드사 특유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다만 스탠드사가 아닌데도 스탠드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하니, '재능'이 있는 모양이군.』
? ? ? "그런 게 가능해?"
? ? ? 『가능하다. 스탠드사가 될 '재능'이 있다면 아직 본인의 스탠드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다른 이들의 스탠드를 볼 수 있지. 어떤 사람들은 특수한 기술을 사용해서 스탠드사가 될 자질을 단련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파문'이나, '회전'이라는 기술이 있지.』
? ? ? "파문이라면……."
? ? ? 모토코는 마리아가 부적으로 쓰라며 준 비법서의 제목이 '파문 비법서'인 것을 떠올렸다.
? ? ? 『죠셉 죠스타가 육신의 싹을 제거할 때 쓴 기술이지. 햇빛과 똑같은 성질을 지녔기에 돌가면의 흡혈귀에게 있어 극상성인 기술이기도 하다. DIO와 싸울 때를 대비해서 배워두는 걸 적극적으로 추천하마.』
? ? ?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 ? ? 자객이 또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토우코와 부모님 몫의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계속 들고다니는 것은 불편하고, 만에 하나 자객의 공격 때문에 기껏 생각해서 산 선물이 망가지는 것도 달갑지 않다고 생각한 모토코는 다시 호텔로 가는 길로 돌아온 김에 호텔 로비에다 선물을 자신의 방으로 올려달라고 부탁하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 ? ? 일사천리로 짐을 맡기고 다시 바깥으로 나온 모토코는 계속해서 시간을 때울 겸 아까와 다른 방향으로 걷다가, 멀지 않은 곳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익숙한 일본어를 들었다.
? ? ? "들었어? 요즘 이상한 남자가 골목에서 설치고 다닌다던데."
? ? ? "어. 사람들 말로는 남쪽 편의점 근처의 골목에 자리잡고 지나가는 사람을 협박해서 돈 뜯어내는 공갈범이래. 안 준다고 하면 그놈이 '라이노 세라스'라고 외치고, 갑자기 커다란 돌들이 날아온다더라. 이거 무서워서 관광 다니겠냐?"
? ? ? "저기 저 구급차도 그놈 때문에 다친 사람 싣고 가는 거라잖아. 에휴, 대체 경찰은 뭐 하고 있는 거래?"
? ? ? "그러게나 말이야. 좀 번거롭지만 편의점은 멀리 돌아서라도 다른 데를 가야겠어. 그놈은 망토를 쓰고 다닌다고 하니까, 좀 수상한 사람이 보인다 싶으면 바로 도망치자."
? ? ? 일본인 관광객들이 수군거리며 방향을 틀어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고 모토코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 ? ? '……확실해. 스탠드사다.'
? ? ? DIO의 자객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아니라 해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스탠드를 악용하며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을 공격해서 다치게 하는 행패를 그냥 가만히 놔 두고만 볼 수 없다고 생각한 모토코는 크로스백을 툭툭 건드리며 말을 걸었다.
? ? ? "스틸 씨, 아까 그 사람들 얘기 들었지? 혹시 스탠드사의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을 알려줄 수 있겠어?"
? ? ? 『들었다. 아까 들은 얘기대로 연못가를 지나쳐서 아래로 내려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으면 나올 게다만…….』
? ? ? "왜 그래?"
? ? ? 스틸이 방향을 가르쳐 주다가 뜸을 들이자 모토코는 의문을 표했다.
? ? ? 『그 근방에서 강력한 기운도 느껴진다. 혹시 DIO의 자객이 판 함정일지도 모르니, 일행과 함께 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 ? ? "그러고는 싶은데, 다들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는걸. 약속 시간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있지만, 그 사이에 또 피해자가 나올지도 모르잖아. 최대한 신중하게 라이노 뭐시기의 스탠드사만 찾아서 족…… 아니, 혼쭐을 내주고 바로 돌아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스틸 씨는 계속 그 강한 스탠드사의 기운을 탐지하고 있어줘. 정말 위험하다 싶으면 스틸 씨가 죠스타 씨한테 가서 알리면 되잖아? 죠스타 씨는 항상 워크맨을 들고 다니시니까."
? ? ? 『알았다. 몸조심하거라.』
? ? ? 혹시 모를 기습을 대비해서 스페셜즈에게 뒤쪽을 맡긴 모토코는 시야를 천천히 이동시키며 주변을 살펴보다가 꾀죄죄한 손이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자 기겁했다.
? ? ? "당신, 일본 사람이지? 그러니까 1엔만 줘."
? ? ? 다행히도 모토코에게 손을 내민 남자는 망토를 쓰고 있지 않았다. 낯빛이 좋지 않고 눈동자에는 좌절감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데다가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어서 매사에 겁을 잔뜩 먹은 듯 했기에 지나가다가 보인 사람한테 구걸하는 용기를 내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질 수준이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꾀죄죄한 데다가 걸친 옷도 넝마를 겨우 면한 수준의 남자를 보고 동정심이 든 모토코는 크로스백에서 10달러를 꺼내 남자의 손 위에 올려주었다.
? ? ? 매번 거절당하거나 욕만 먹다가 횡재한 남자는 눈동자를 꿈벅거리며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10달러가 올려져 있는 손바닥을 오므렸다 피는 것을 반복했고, 진짜 10달러임을 확인한 남자의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 ? ? "……저기, 일본인이지만 좋은 사람이구나. 이거, 내가 마시려고 마지막으로 남은 돈을 털어서 샀던 건데 너한테 줄게.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이제부터 힘낼 수 있어."
? ? ? 사소한 친절을 받은 것에 불과했지만, 아주 작은 불씨가 번져나가 큰 불이 되는 것처럼 아까와 천지차이로 안색이 환해지고 눈동자도 따스해진 남자가 준 것은 일본에서도 고양이를 잡아준 보답으로 받은 적이 있는 드링크인 크레이지 DX였다. 아까와 달리 어깨를 펴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남자가 씩씩한 걸음으로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본 모토코는 마음이 조금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 ? ? *
? ? ? 일본인 관광객들이 말한 망토 괴인 출몰 지점으로 추정되는 골목길에 들어서자, 대로에서 느꼈던 것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감도는 것이 느껴졌다. 물 샐 틈 없이 빽빽하게 늘어선 고층 건물 때문에 햇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고 응달이 져서 을씨년스럽기도 했지만, 꿍꿍이를 가지고 숨어들어 나쁜 짓을 계획하고 저지르기에는 그야말로 탁월할 정도로 음침한 기운이 감도는 장소였다.
? ? ? 『모토코, 아까 얘기했던 강력한 스탠드사의 기운이 가깝다.』
? ? ? "그래? 그럼…… 혹시 적의라든가 그런 것도 느껴져?"
? ? ? 『글쎄…… 그 정도까지 위험한 느낌은 아니다만, 조심하는 것이 좋겠군. 자객들이 숨어있다가 빈틈을 노릴 가능성도 높으니까.』
? ? ? 스틸의 경고를 들은 후, 마침 편의점이 보인 김에 직원에게 망토를 쓴 괴인에 대한 정보를 얻어볼 요량으로 움직이던 모토코의 앞으로 불쑥 튀어나와 가로막는 볼품없는 그림자가 있었다.
? ? ? "어이, 너! 가진 돈 다 내놔!"
? ? ? "……뭐?"
? ? ? 그림자는 구질구질하게 때를 타서 원래 색깔을 완전히 잃어버린 망토를 뒤집어 쓴 남자였다. 망토의 후드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하관을 제외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수염이 지저분하게 난 턱 부분만 봐도 남자의 얼굴이 어떤 느낌일지 대략 짐작이 갔다. 등은 새우처럼 꾸부정해서 아까 만났던 거지보다 더 초라하고 한심하게 보였다.
? ? ? 호랑이도 제 말 하면 나온다는 속담대로, 소문의 삥 뜯는 망토 남자가 등장했다.
? ? ? "일본인이라 말귀를 못 알아듣는 척 하는 거냐? 소용없어! 아까 거지한테 돈 주는 거 다 봤다고! 순순히 다 내놔라!"
? ? ? "……내놓으라고 해서 순순히 내놓을 것 같아? 너한테 줄 돈은 없어."
? ? ? 남자는 모토코가 자신을 살펴보느라 가만히 있자 순순히 돈을 내놓으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억세게 윽박질렀으나, 모토코는 쌀쌀맞은 태도로 딱 잘라 거절했다.
? ? ? "뭣이?! 네놈…… 이 후레우 님의 '라이노 세라스'가 선보이는 뜨거운 맛을 보고 싶지 않거든 있는 돈 순순히 다 바치는 게 좋을 거다!"
? ? ? "뭐래……."
? ? ? 스틸이 말했던 강력한 기운의 주인으로 도저히 보이지 않는 외모라, 모토코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후레우를 쳐다보았다. 후레우는 마음이 섬세한 사람이라면 대번에 상처받았을 눈빛을 받았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양쪽 팔꿈치를 허리춤에 붙이며 당장 WRYYYYYYYYYY를 외칠 듯한 기묘한 자세로 소리쳤다.
? ? ? "끝까지 버틸 생각이냐? 그렇다면 죽도록 패주지! 내 스탠드는 강력하다고! 가라! '라이노 세라스'!"
? ? ? 후레우의 등 뒤로 어디선가 날아온 바위 덩어리들이 뭉치듯 쌓이더니, 거대한 골렘이 되어 몸을 일으켰다. 머리를 완전히 보려면 모토코가 고개를 뒤로 꺾어야 할 정도로 압도적인 거구였다.
? ? ? 골렘이 완성되었음에도 바위 덩어리들은 멈추지 않고 마구 날아오며 모토코를 노렸다. 제대로 맞은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주의를 흐트러놓았다고 판단했는지 골렘이 달려들어 거대한 주먹을 쥐고 가격하려고 했으나, 후레우가 윽박지르며 폼 잡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건물의 그림자를 이용해서 잠복하고 있던 SP6가 미리 설치해둔 지뢰를 밟고야 말았다.
? ? ? 고막을 후려치는 굉음이 울리는 동시에 골렘의 다리를 구성하는 바위에 금이 가더니 후두둑 떨어지고 순식간에 외다리가 된 골렘이 비틀거리자, 작은 체구와 어려 보이는 외모만 보고 모토코를 완전히 얕보고 있던 후레우는 그녀의 뒤에서 튀어나온 스페셜즈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절대로 말해선 안 되는 금기어를 발설하고야 말았다.
? ? ? "뭣이?! 네 녀석, 땅꼬마 주제에 스탠드사였냐!"
? ? ? 모토코의 머릿속에 결정적인 무언가가 뚝 하고 끊어졌고, 화산처럼 분화한 분노가 모토코의 머리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그녀와 스페셜즈는 비록 일심동체가 아니라 일심이체(一心異體)이긴 하나, 지금 이 순간 모토코가 느끼는 맹렬한 분노를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이해한 스페셜즈는 발라버린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발라버렸다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소리쳤다.
? ? ?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 ?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덩치에는 덩치! 제트 스페셜즈 어택이다!"
? ? ? "Yeeaaaaaah! Ma'am!"
? ? ? SP1과 SP2와 SP3가 일렬로 나란히 서서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고, 골렘은 다시 날아온 바위로 다리를 수복하고 균형을 잡았으나 속도가 너무 느렸던 나머지 셋이 지척까지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고 말았다. 후레우가 스페셜즈의 접근에 반응해 골렘을 움직이기도 전에, 바닥을 있는 힘껏 박차고 뛰어오른 SP1이 정신을 집중시키고 혼신의 힘을 담아 날린 정권이 골렘의 머리를 꿰뚫는 것이 더욱 빨랐다.
? ? ? "꿰뚫어주마!"
? ? ? 스타 플래티나의 오라오라 러쉬에 버금가게 수많은 펀치를 날리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 한 방 한 방에 담긴 묵직한 힘을 떠올리며 정권을 내지른 SP1은 시원한 타격감과 함께 골렘의 머리통이 빠개지자 만족스러운 눈웃음을 지었다.
? ? ? "이, 이럴 수가!"
? ? ? 지뢰에 당했던 다리에 이어 추가로 머리통마저 손쉽게 빠개진 골렘을 보고 후레우는 다시 바위를 조종해서 골렘의 머리를 재구축할 생각도 못 하고 허둥거렸다. 이 상황에서 골렘 뒤에 숨어도 모자랄 판에 대놓고 '나 좀 한 대 쳐주시오.'라고 홍보하듯이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겠다, SP2와 SP3는 SP1을 발판으로 삼아 후레우를 향해 뛰어들며 날라차기를 날렸다.
? ? ? "으윽! 나를 발판으로 삼다니!"
? ? ? "Wooooooooooooooooo!"
? ? ? SP1의 불만을 배경음 삼아 날아온 두 스페셜즈의 발차기를 정통으로 맞고 뒤로 나동그라지면서 돌바닥에 요란하게 넘어진 후레우는 곧 빨랫감처럼 스페셜즈에게 무자비하게 짓밟히기 시작했다.
? ? ? "먹어랏! 보나보나 킥!"
? ? ? "아버지한테도 맞은 적 없다면 지금 실컷 맞아봐라!"
? ? ? 일방적이고 압도적인 구타를 당한 후레우가 돌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충격까지 견디지 못해서 금세 의식을 잃고 늘어지자, 위태위태하게 서 있던 골렘도 본체가 기절하면서 능력이 해제되어 힘없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모토코는 다 죽어가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널부러진 후레우를 다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 ? ? "……이 사람, 바본가? 스탠드한테 맡기고 뒤로 빠져도 모자랄 판에."
? ? ? 『아무래도 자기 스탠드의 특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다.』
? ? ? 일단 DIO의 자객에 대한 정보라도 얻을 겸 후레우를 깨워보려고 했으나 손가락 하나 대는 것도 기분 나빴던 모토코는 주변에 적당히 굴러다니던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와 후레우의 뺨을 사납게 쿡쿡 찔러덌다. 스페셜즈는 아예 근처에서 나뒹구는 짱돌을 가지고 오더니 후레우의 머리를 가볍게 후려쳤다.
? ? ? 그 모습을 보고 모토코는 스페셜즈를 야단치기는커녕 안 그래도 DIO의 자객들이 이름을 말할 수 없고 B로 시작하는 어떤 벌레마냥 자꾸 기어나왔던 것 때문에 짜증이 치밀어 오르던 차, 대놓고 땅꼬마라는 금기어를 입에 담은 대역죄(?)를 저지른 후레우가 '나 좀 밟아줍쇼.'라는 것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자 망설임 없이 후레우의 허리를 힘껏 걷어찼다.
? ? ? 짱돌 후려치기에 이어 발차기까지 맞은 후레우는 번개 맞은 사람처럼 몸을 부르르 떨며 벌떡 일어서더니, 짱돌을 든 스페셜즈와 모토코를 보고 바로 머리를 바닥에 박고 손바닥이 닳을 기세로 비비며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
? ? ? "으아아!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최근 들어 이상한 힘에 눈을 떠서, 조금 신이 나서 주제도 모르고 까불었습니다!"
? ? ? 파리가 형님이라고 부를 기세로 싹싹 빌던 후레우는 망토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돈을 꺼냈다.
? ? ? "으으…… 지금은 이거밖에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거 받고 용서해 주십시오!"
? ? ? 후레우는 돈을 모토코의 손에 억지로 끼워넣었으나, 딸랑 10엔밖에 없는 것을 본 모토코는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동전을 후레우의 면상으로 냅다 내던지며 소리쳤다.
? ? ? "필요 없어!"
? ? ? 동전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은 후레우는 모토코가 붙잡기도 전에 꽁지가 빠져라 내빼며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 잠시 어이를 잃었던 모토코는 바닥을 초라하게 굴러다니는 동전을 내려다보다 스틸에게 말을 걸었다.
? ? ? "스틸 씨, 설마 스틸 씨가 느꼈다는 강력한 기운이 저 사람의 기운은 아니겠지?"
? ? ? 『아니, 저 정도로 약하고 초라한 기운은 아니었다.』
? ? ? "맘마미아……."
? ? ? ==========
? ? ? [오늘의 보스: 알 허트에게 여러 번 쏘여서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
? ? ? 11화라고 쓰고 12화라고 읽는 죠스타 일행의 홍콩 상륙기입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된 것과 달리 죠스타 일행이 폴나레프를 만나게 되는 식당에 모이는 과정이 다소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게임에서는 홍콩에 도착한 후 집합하기로 정한 식당 필드에 들어가기 전까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데, 홍콩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이벤트를 최대한 많이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참고로 스페셜즈는 돌아온 럭키짱을 재미있게 봤고, 모토코는 기동전사 건담을 재미있게 봤다는 모양입니다.
? ? ? 새로운 게임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했습니다. 플레이어 사이에서 게임의 대표적인 샌드백 취급을 받는 후레우로, 본문에서도 묘사된 바와 같이 자신의 스탠드인 라이노 세라스를 제대로 다룰 줄 모르고 후레우를 이기면 황당하게도 무한대로 돈을 갈취할 수 있습니다만, 한 번에 갈취하는 돈의 양이 매우 적어서 후레우의 좀스러움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설정에 의하면 스탠드를 제외하면 능력이 별 볼 일 없어서 체격 좋은 여자나 초등학생과 싸워도 질 가능성이 높다는군요.
? ? ? 다음화는 아직 완성이 안 된 상태인데, 잘 안 써져서 언제 완성될지 모르겠네요…….
원환과 법희와 기적의 이름으로, 마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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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6 | 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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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일본 여행기 - 3일차(식사편)| 스틸이미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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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일본 여행기 - 3일차| 스틸이미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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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2 | 61 |
4 댓글
마드리갈
2019-05-23 14:17:27
멀리 출타중인 가족의 안부는 무엇보다도 신경쓰이기 마련이죠.
항공로 추적사이트인 Flightaware, Flightradar24 같은 곳이 있는 지금은 그나마 상황을 웹에서 볼 수 있어 다행이지만, 그것도 없는 시대에는 정말...
홍콩에서 또 기묘한 모험이 펼쳐지는군요.
무함마드 압둘에게는 홍콩의 다채로운 식문화 자체도 난이도가 높은 모험. 할랄 푸드를 찾아야 하는 무슬림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본 적이 있어서 그 심정을 알 수 있어요. 대학생 때 체력단련을 열심히 했는데 당시 트레이너가 돼지고기는 근육내 지방을 축적시킬 위험이 커서 되도록 피하라고 조언을 해줬거든요. 그래서 돼지고기를 식단에서 최대한 배제했다 보니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선택지가 확 줄어버린 게 지금도 생각나고 있어요.
빤켁이 뭔지 한자를 검색해 보니 팬케이크의 광동어 표기네요. 표기방식이 재미있어요.
후레우에서는 알렛시가 연상되었어요. 추잡하고 치졸한 인성...
앨매리
2019-05-24 16:20:08
전화, 하물며 전보조차 없었던 먼 옛날에는 더 심하게 마음을 졸이며 기다려야 했겠죠. 이런 불안함을 달래려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속담이 생겨난 게 아닐까 싶네요.
소설에서 묘사하려고 홍콩의 식문화와 광동 요리에 대해 찾아보다가,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다는 언급이 있길래 무슬림인 압둘이 고초를 겪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원작에서는 묘사가 전혀 없길래 한 번 넣어봤습니다. 빤켁은 홍콩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할 디저트 중 하나라는 언급이 있어서 언급을 넣었구요.
친척 중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육식을 하지 않는 분이 있어서 같이 식사할 때 고기를 제외하면 선택지가 팍 줄어든 걸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홍콩이나 동남아권은 교류가 활발하다보니 육식을 하지 않는 종교의 사람들도 고려하는 일이 많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경향이 강하니까요. 생각해보면 태국에 살 때는 할랄 푸드를 많이 봤는데, 한국에서는 할랄 푸드를 본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네요.
알렛시는 한참 뒤인 이집트에 가서 나오지만 후레우와 공통점이 참 많네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비겁함, 강자에게 빌빌대는 한심함...
SiteOwner
2019-06-15 11:46:59
홍콩, 참으로 매력적인 곳이죠. 중국 정부의 횡포로 인해 홍콩인들이 대거 반발하는 시위가 일어나는 터라 당분간은 갈 수 없는 사정이 생겨 버렸습니다만, 아주 좋은 상황을 홍콩간다고 할 정도의 관용구가 수십년간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이렇게 홍콩에서의 여정이 다채롭게 그리고 재난을 겪은 다음에 여유가 부여되는 게 정말 좋습니다. 오히려 이게 공식이고 죠죠 3부 애니에 간략하게 된 것이 2차 창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의 트라우마를 함부로 건드리면 그건...
그 스위치가 들어갔을 때, 극도로 위축되는 사람이 있는 한편, 폭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토코는 후자의 경우이고, 후레우는 상대를 잘못 골랐습니다. 그 결과가 해피엔딩일 가능성은 말살되었습니다.
앨매리
2019-07-20 16:41:36
에고, 원작이 있었기에 살을 덧붙여서 다양하게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이기에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원작이 있어서 여러 방향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었고, 그 덕분에 묘사를 많이 덧붙여서 이번 화를 쓸 수 있었으니까요.
상황이 잘 풀리면 언젠가 홍콩에 한번 꼭 가보고 싶습니다. 이번화를 쓰면서 이런저런 사진들을 보다보니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후레우는 원작 게임에서부터 태생적으로 주인공에게 얻어맞기 위한 제물이었다보니, 팬픽에서도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