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석유 때문에 발생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간의 충돌을 생각해보면 참 묘한 일이네요. 세월의 흐름을 체감하게 되기도 하구요.

Tempora mutantur et nos mutamur in illis(시대는 변하고 우리도 그 속에서 변한다).

이 라틴어 문구가 생각나고 있어요. 그 정도로 역설적인 상황이 횡행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죠.

약간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상황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어요.

작년에는 사우디 정부가 터키 내 자국의 외교공관에서 자국의 언론인을 살해한 자말 카쇼기(또는 카슈끄지) 살해사건을 일으키는가 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카타르가 탈퇴하기로 결정하면서 입장이 상당히 난처하게 되었어요. 게다가 터키의 에르도안 정권이 반미 친러노선을 강화하면서 터키가 미국에 주문한 F-35 스텔스전투기는 이미 대금을 지급했지만 납품이 무기한 연기되었는데다, 이스라엘 또한 가스와 석유를 자급하게 되었으니까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이보다 더욱 지독한 사면초가도 없어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제 무기에의 의존도가 높다 보니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다가는 주문한 무기의 납품을 무기한 연기당하고 기존 보유분량의 유지보수 또한 막혀 버릴 수도 있어요. 이것은 반미로 돌아선 이후 경제가 엉망이 된 이란이라는 반면교사가 있다 보니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절대로 선택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선택지. 게다가 무슬림 월드의 맹주국으로서의 지위가 미국산 셰일가스, 카타르의 독립세력화, 이스라엘의 에너지 자급 등으로 급속히 약화되어 지금은 스스로 현상유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예요. 게다가 국영기업 사우디 아람코는 원래 미국과의 합작회사로 출발한 역사가 있는 등의 사정도 있어서 아무래도 예전같이 행동하다가는 곤란할 수밖에 없어지게 될 것 또한 명약관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