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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과 양구군에 걸쳐있는 인공호수 파로호(破虜湖)는, 1944년 5월에 준공된 인공호수. 당초에는 대명제(大䳟堤), 대붕호(大鵬湖) 등의 이름이 붙어 있었기도 했고, 화천저수지, 화천호라는 통칭으로도 불리기도 하였지만 현재에는 파로호로 정착되어 있어요. 현재의 이름은 준공 6년 뒤인 1951년 5월 6.25 전쟁 당시 국군이 중공군을 전멸시킨 용문산 전투에서 유래하고 있어요. 그래서 당시의 이승만 대통령이 오랑캐를 깨트린 호수라고 해서 파로호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오늘날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중국이 불편해 하니까 파로호를 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네요.
중국 정부가, 그리고 중국인 관광객이 싫어하니까 파로호라는 이름은 폐기해야 하고 원래 이름인 대붕호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의 외교채널 및 국내의 시민단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고, 또한 우리나라 정부도 강원도 및 화천군에 이를 요구했다가 최문순 화천군수가 이것을 거부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어요(6·25 선전 열올리는 중국, 한국엔 '파로호' 이름 변경 요구, 2019년 5월 28일 조선닷컴 기사).
대체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는 말하고 싶네요.
중공군이 우리나라를 침략하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파로호라는 이름의 유래가 생길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그 침략은 누가 결정한 것인가요?
그러면, 중국은 파로호라는 이름이 불편하니 보기 싫다고 하기 이전에 모택동을 비난하고 중공군의 침략을 사죄해야 하는 게 맞아요.
게다가, 그 대붕호 어쩌고 하는 이름을 써야 한다는 주장은, 일본이 식민통치기에 조성한 시설물의 이름에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가 되니까 더더욱 동의할 수 없어요. 아니나다를까, 그렇게 주장하는 글에서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대동아전쟁" 이라고 쓰기까지 하네요('파로호'를 원래 이름인 '대붕호'로 불러야 할 이유, 2019년 3월 29일 오마이뉴스 기사).
그런데 이건 뭘까요. "대동아전쟁" 이라는 어휘에 대해서는 10년 전에 이런 일도 있었어요(유인촌 장관 "대동아전쟁" 발언 논란, 2009년 11월 24일 오마이뉴스 기사). 그때는 "나쁜 대동아전쟁" 이고 이제는 "착한 대동아전쟁" 이라도 된다는 것인지.
지난 2017년 8월에 썼던 글에서 우려한 상황이 현실이 되네요.
항미원조전쟁 발언에 대해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으니까 이제는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는 것.
그리고, 궤변이 이렇게까지 날뛰는 것을 보니, 한 세기 전에 태어났더라면 가관일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도 제대로 실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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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앨매리
2019-05-31 09:39:45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주장인지... 일본이 불편해하니까 독도를 다케시마로 개명하자는 주장만큼이나 어이없는 주장이네요.
마드리갈
2019-05-31 11:03:01
평화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그들의 정신적인 조국이 어디인가를 드러내는 꼴밖에 되지 않아요.
사실 좀 더 들어가 보자면,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하더라도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 명백히 있어요. 미국은 일본 및 영국을 제1선 동맹국으로서 취급하고 있어요. 하지만 하와이의 전함 애리조나 침몰장소의 기념공원 등을 없애지는 않을 뿐더러,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을 격파한 전쟁터 및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을 격파한 전쟁터에서 유래한 군함 이름도 결코 바꾸지 않아요. 이렇게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유지하는 것이죠.
그런데 중국은? 우리의 동맹국도 아니죠. 그리고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동맹국이라고 하더라도 건드리거나 할 수 없는 영역은 분명히 있는데, 파로호 지명을 바꾸라는 요구가 어불성설인 것은 재론의 여지조차 없어요.
운영진으로서 말씀을 하나 드리자면, "신박하다" 라는 어휘는 이용규칙 게시판 제10조에서 규정하는 특정 커뮤니티의 표현이니까 대체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협조를 부탁드려요.
앨매리
2019-05-31 11:28:59
앗... 해당 표현의 출처에 대해 무지했네요. 수정했습니다.
마드리갈
2021-11-19 19:01:16
2021년 11월 19일 업데이트
중국이 불편해 하니까 운운하는 담론이 문제의 파로호 개명논란에 이어 다른 곳에서도 대두하고 있어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소셜미디어 포스트에 등장한 "난 공산당이 싫어요" 와 "콩" 표현을 갖고 중국내 반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데 이런 게 바로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이자 이전의 파로호 개명논란의 연장선이죠. 싫어하는 것이 "공산당" 이지 "중국" 이라고 나온 건 아무것도 없는데 왜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 그런 논리로는 반미, 반일 같은 건 하면 안되는 것이죠.
중국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중국의 눈치를 보는 이런 정서가 팽배하니까 요소수 대란에 이어 중공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를 침범하는데도 중국에 대한 정당한 비판조차 못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인가 싶네요.
관련보도를 둘 추가할께요.
정용진, 중국 반감 우려에도 연일 "공산당 싫어", 2021년 11월 19일 연합뉴스 기사
中·러 군용기 9대, 카디즈 진입후 이탈...합참, 전투기 투입, 2021년 11월 19일 조선일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