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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드래곤볼에 나오는 프리더의 '그 대사' 패러디입니다. 원문은 저게 아니라지만요.)




회사에서 그럭저럭 일을 하다가 모종의 사유로 일찍 퇴근을 하게 된지라, 그리고 사무실에서 공짜 커피(그것도 평소에 먹지도 않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껏 들이킨지라 머리가 너무 잘 돌아가서 오랜만에 창작에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버스에서 잠이 오지 않아 멍하니 계속 생각을 했는데, 아메리카노 효과 탓인지 좋은 생각이 많이 나오더군요. 적당히 정리해 보자면...


(1) 영웅 때문에?악당이 있는 게 아니라, 악당?때문에 영웅이 있는 것이다.

어째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류의 쓸데없는 논쟁 같긴 하고 실제로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짧게 숙고해보고 내린 결론은 저러합니다. 현실에서든 가상에서든 영웅이나 정의, 선은 대개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고 마땅히 지켜야 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 정도로 당연히 여겨지다 보니 영웅에 대해서 딱히 필요하다고 여기진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찌보면 성선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악당이 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자신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면 대신 막아줄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애석하게도 역사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독재자(...)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만요.


다시 생각해 보니 뻔한 결론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창작에서는 선역이 됐든 악역이 됐든 구상하기 한결 편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웅을 비롯한 선역은 그 특성상 수단과 방법에 제약이 많이 생기지만, 악역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니까요. 그래서 차라리 악역을 주연이든 조연이든 양산해 놓고 거기에 맞는 선역을 만드는 게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2) 중2병이라도 명대사는 하고 싶어!

위에서 말했던, 악역을 양산한다면 각자의 성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명대사를 하나씩 줘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릭터를 만들 때는 한 가지 요소에서 출발하기 마련입니다. 행동거지나 흉터 등 신체적 특징을 포함한 외모, 동기를 포함한 대략적인 행적을 표현하는 성격, 세일즈를 위해 시장에 많이 퍼져 있는 모에 요소 등이 있죠.


제가 집중한 것은 성격입니다. 대사를 따라 읽거나 듣는 순간 '이런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말이죠. 물론 실생활에서는 이렇게 말하거나 행동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서 중2병(...) 소리를 듣기 쉽지만, 어쩌겠습니까;;; 창작이 아주 출중하지 않는 이상 우스워 보이기 십상인데...


어쨌든 코스모폴리턴에?실제로 등장할 예정이거나, 등장할 법한?악역들의 명대사를 정리해 보면 이렇게 되겠습니다. 색깔은 그냥 퍼스널 컬러, 즉 해당 캐릭터라면 어울릴 법한 색깔입니다. 그나저나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성격을 묘사하려니 뻔해지는 구석이 있네요;;;

?- "아아... 그렇게까지 얘기했는데.?나는 그래서 너 같은 새X가 가장 구역질 나."

?- "나쁘다고? 내가? 무슨 소리야, 나는 너 때문에 있는 거야! 너 같이 허접한 녀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고마워하지는 못할 망정!"

?- "어유, 그러셔요? 그러면 내가 막 눈물을 흘리며 사과할 줄 알았어? 그건 네 생각이지!"

?- "나가. 입도 뻥긋하지 마. 말 섞기도 싫으니까. 두 번 다시 나타나지도 마. 꼴보기 싫으니까."

?- "듣기 싫다! 그건 네 책임이다! 순순히 죽어라!"

?- "당신이 말했잖아요, 언젠가는 해가 뜨고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하지만 도저히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어때요? 이참에 모든 걸 포기하는 게? 그러는 게 낫지 않겠어요? 사실 당신도 모든 걸 때려치우고 싶지 않나요?"

?- "내 입장은 생각 안 하는 거야? 그래, 넌 원래 그렇게 자기중심적인 인간이었지. 시끄러워! 항상 이용당하는 것도 질렸어! 고작 그거 가지고 답례한 것처럼 생색내지 마!"

?- "이제 와서 착한 척 하려는 거야? 난 너를 잘 알아. 너는 그 때와 다를 게 하나도 없는 놈이라고. 자, 어서 나를 죽여! 그리고 증명해! 너는 원래 그런 놈이었다는 것을!"


색깔 같은 경우엔?구글에서 색채심리학 관련 인포그래픽을 참고했는데 큰 도움이 됐네요. 그나저나 써놓고 보니까 죄다 하나같이 혈압 오르는 대사밖에 없네요;;; 악역이니까 저런 말을 한다는 걸 감안해도 말이죠. 물론 악역에도 종류가 여러가지 있는 만큼?다들 저 대사를 하는 입장이 제각각이지만, 이런 식으로 대사를 써 나가면 소재 문제도 그럭저럭 해결될 것 같습니다.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10 댓글

마드리갈

2019-05-30 00:50:55

제시해 주신 개념, 확실히 좋아요!!


그렇죠. 혼란한 상황이 있으니까 제어가 필요한 것. 각종 사상이 백가쟁명하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혼란기, 전환기 등에 많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첫번째의 정리가 확실히 공감되고 있어요.

인상적인 대사, 좋죠.

저도 캐릭터를 만들면서 그렇게 성격을 대표할 수 있는 대사를 몇 가지 추가설정해 두기도 했어요.

되도록 간결하고 기억하기 좋게. 대표적으로 이런 게 있어요.

"오늘까지는 맞더라도 내일부터는 틀릴 수도 있다."

"병원에서는 음악가가 아니고 무대에서는 의사가 아니다."

"선인을 표방하지는 않지만, 악인이 되지는 않는다."

"너희들이 예뻐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을 사랑하기에 너희들이 예쁘게 자라온 것이다."

Lester

2019-05-30 01:23:13

하지만 악당들도 성악설을 주장하며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우니 돌고 도는 물레방아마냥 끝이 없겠죠. 인간은 동물에서 진화했으니 동물답게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려선 안 된다, 무엇이든 고이면 썩기 마련이니 깨달음을 위해서라도 혼돈은 필요악이다 등등... 뭐 저로서는 백지설 내지 성선설을 믿고 싶네요.


말씀하신 문장들은 대사라기엔 지나치게 딱딱해서 좌우명에 가깝네요. 좀 더 매끄럽고 부드럽게 바꾸자면 이렇게 될 듯 합니다.

"오늘까지는 그렇겠지.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니까."

"당신은 진찰을 받으러 극장에 가나요?"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심리치료를 위해 연주회 같은 걸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위선을 떨 생각은 추호도 없어. 악행을 저지를 생각도 없지만."

"믿어줘서 성장한 게 아니야. 성장할 거라고 믿는 거지." (만화 '의룡'의 명대사를 인용함)

마키

2019-05-30 03:30:40

소제목 1에 대해 당장 떠오른 것은 배트맨이네요.

강도에게 살해당한 부모의 죽음과?웨인 부부의 장례식에서 홀로 남은 브루스를 위로해준 어느 영웅(제임스 고든 경감)의 존재는 외톨이가 된?웨인 가문의 외동아들 브루스 웨인을 어둠 속에서 박쥐로 변해 고담을 수호하는 어둠의 자경단, 배트맨으로 만들었죠.

Lester

2019-05-30 09:00:39

저도 그 장면이 영웅을 설명할 때 굉장히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깨닫고 혼자서 모든 걸 수행하는 고전적인 영웅이 아니라 능력이 부족하거나 달라도 서로를 도울 수 있는 마음씨를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현대적)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거든요. 고든의 일족이 평범한 사람인지는 굉장히 의문이지만(...)


그나저나 배트맨의 본명이 브루스 웨인임을 감안하면 웨인 부부 아닌가요? 브루스 배너는 헐크일 텐데요;;;

마키

2019-05-30 12:24:53

그러게요(...).

요새 생활패턴이 주침야활이 되서 머릿 속에서 뭐가 엉킨거 같네요.

일단은 고쳐두겠습니다.

Lester

2019-05-31 09:20:05

저도 그랬던 시즌이 있는데 새삼 부러워지네요. 그러려면 직장을 포기해야 하지만;;;

앨매리

2019-05-31 10:04:20

첫 번째 대사를 보니 '영웅이 없는 사회가 불행한 것이 아니라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저도 캐릭터를 구상할 때 해당 캐릭터의 말버릇이나 상징 대사를 구상하면서 설정을 구상하는 일이 많은데, 다른 것보다 대사만큼 해당 캐릭터의 성격이나 가치관 등을 잘 드러내는 게 없다 싶더군요.

Lester

2019-05-31 14:10:44

대개 그 표현으로 널리 알려져 있죠('영웅이 필요한 사회는 실패한 사회다' 등등). 특히 마키님이 언급했던 배트맨과 관련해서요.


물론 그림도 표현에 따라서는 캐릭터의 성격이나 가치관을 잘 나타내기 마련이지만, 컨셉아트 정도가 아니면 잘 드러나지 않더군요. 특히나 모에를 중시하는 게임처럼 연애관계를 중시하는 캐릭터의 아트는 단점이나 목적같은 걸 드러내지 않으니 더더욱. 결국 그림에 비해서 활자가 더욱 구체적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활자보다 더 직관적인 매체라면 성우의 연기에 의한 음성이 있죠. 같은 내용이라도 억양과 속도 등이 가미되면 더더욱 그 느낌이 살아나니까요. (더빙판은 별로지만 더빙은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SiteOwner

2019-05-31 18:48:55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 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느 사회이든간 현상을 타파하려는 인물이나 세력이 있고, 그들의 움직임에 반하여 그 타파된 상황을 복원하려 들거나, 아니면 아예 제3의 선택지를 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예 현재의 구도와는 완전히 다른 신질서를 만드는 것이지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는 당장 판단할 수 없거나 나중에 결과적으로 드러나거나, 선과 악이 혼재되어 주인공이 악역만큼 또는 악역보다 더 문제가 많은 경우도 있고 그렇습니다. 어느 것을 봐도 역시 변화가 있고 그 변화에 대처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편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캐릭터의 성격을 나타내는 대사...

예전에 소설을 습작하면서 몇 가지 만들어 둔 게 좀 생각납니다.

몇 가지 인용을 해 보겠습니다.


사례 #1

"오빠, 그럼 이참에 결혼하자. 서로 알 거 다 알았던 사이고, 우리집 재산도 오빠것이 될 거고, 어차피 오빠는 갈 데도 없잖아?"

"번지 잘못 찾으셨네요. 여기서 안 돌아가시면 경찰을 부릅니다."

...이 대사는, 작중의 히로인이 주인공을 버렸다가, 그가 대성한 것을 알게 되자 다시금 찾아가서 결혼해 달라고 사정하는 것에 대해 주인공이 아예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하는 장면입니다. 주인공은 히로인을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히로인은 그런 주인공의 마음을 이용해서 배신을 하고, 주인공은 크게 실의에 빠질 뿐만 아니라 큰 누명을 쓰고 몰락해 버립니다. 그런데 이후 진상이 밝혀지고 여론이 급반전하며, 주인공은 그 어려운 처지에서도 써내려간 작품 덕에 부활에 성공하고, 히로인은 반대로 직장에서 파면당하고 약혼자로부터 파혼당하게 됩니다. 그 때에 히로인이 저 대사를 말합니다.


사례 #2

"이 망 속에 들어 있는 건 둥글고 속이 뻘건 물이 들었는데...수박은 아니네."

...이 대사는, 경쟁관계에 있는 학원간에 싸움이 붙어서, 결국 A학원의 원장이 B학원의 원장을 죽이고 그의 머리를 베어서 수박 담는 망에 넣어서 갖고 오는 장면에서, A학원의 원장이 빈정대듯이 하는 말입니다.

Lester

2019-06-01 00:11:05

말씀하신 격언도 선악에 대해선 굉장히 적절하죠. 다만 말씀하신 격언은 일종의 '명백한 악이 가치관의 혼돈을 이용해 선인 척하는 상황'에 가까워서 약간 다른 것 같지만요. 어느 의미로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라며 행동하는 정치인들이 생각나서 굉장히 무서운 격언이기도 하고요. 물론 작품 활동에서는 처음부터 정체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캐릭터(평면적 인물)보다는 알고 보니 내막이 전혀 다른 캐릭터(입체적 인물)가 확실히 매력적이죠. 본문 아래에 예시로 넣은 명대사들의 주인들 중에도 그런 부류가 있으니 되는대로 잘 가꿔볼 생각입니다.


인용하신 두 상황은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바로 감이 잡히네요. 사례 #2의 경우는 이전에 쓰셨던 학원강사 이야기가 연상되기도 하고요. 다만 사례 #2의 대사가 약간 작위적으로 느껴지네요. 특별히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도 아닌데 자문자답은 좀 어색하니까요. 동료한테 "응, 오다가 선물 좀 챙겨왔어. 수박은 아니야." 정도로 얘기하면 어울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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