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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많이 다녀 보았고, 대개 이사를 하고 나면 이전에 살았던 곳은 업무상의 필요 등 특단의 사정이 없으면 다시 가지 않는 게 생활상의 원칙이긴 합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예전에 살았던 동네에 가 본 적이 몇 번 있기도 했습니다.
최근은 아니고, 이미 5년도 더 전의 어느 휴일의 일인데, 동생과 드라이브를 나선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살았던 동네를 가 보았습니다.
그 동네에는 아주 큰 저수지가 있었고, 그 저수지의 바로 옆은 계속되는 오르막길.
어릴 때에는 그 저수지가 광활한 호수같았고 오르막길 또한 아주 가팔라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갈 때에는 힘들어서 낑낑대고 내려올 때에는 폭주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브레이크를 걸었던 게 기억나는데, 다시 가 본 그 곳은 큰 저수지도 아니었고, 그리 가파른 경사로도 아니었습니다. 비록 갈수기였다고 하더라도 저수지와 경사로의 지형 자체가 바뀐 것도 아니었는데.
성장하면서 지리에 대한 감각도 바뀌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설명은 못하겠는데 뭔가 울컥하는 게 느껴지기도 해서, 결국은 더 있기 뭐해서 돌아왔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로는 그 곳에 갈 일도 없어서 더 이상 안 가고 있는데 한참 시간이 지난 뒤인 오늘에야 이렇게 생각이 나고 그렇습니다.
이런 생각 속에 올해 후반기의 첫 밤이 깊어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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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대왕고래
2019-07-05 21:16:57
예전에 갔던 곳이, 변하지는 않았는데, 변한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
제가 자전거 타고 다니던 곳을 지금 와서 찾아가보게 되면, 저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이번에 휴가내게 되면 찾아가보는 것도 좋겠네요...
저는 이전에는 경북 촌동네에서 살았었는데,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고,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죠. 10년 되었네요.
지금쯤 그 동네는 어떻게 되었을까... 몇년 전에 운전연습한다고 들렀을 땐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요.
충격적인 건 제가 다니던 학교였죠. 재단이 바뀌었다는 말은 들었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올 정도로 처참했던 학교가 갑자기 도시 학교 부럽지 않은 고급진 학교로 변모해있었어요... 정말 놀랬죠.
SiteOwner
2019-07-06 18:49:34
다른 생활환경에서 계속 살다가 이전에 살았던 곳을 방문하게 되면 묘하게 새로이 느껴지는 게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다 보니 더욱 그런 게 많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대왕고래님께서 다니셨던 고등학교는 심각한 문제에 시달렸다가 정상화되었군요. 다행입니다.
제 경우는, 예전에 다녔던 학교 사정이 고등학교는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국민학교와 중학교는 인구 급감으로 상당히 축소되었습니다. 각 학년에 국민학교는 2개반, 중학교는 3개반을 유지했는데 이제는 모두 학생과 교사가 45인승 버스에 다 타도 좌석이 남을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게 무섭기도 합니다.
마키
2019-07-06 21:33:03
예전 동네가 광진구 자양동인데, 가끔 인터넷에서 뚝섬유원지나 청담대교 쪽 사진 보면 반갑더라구요.
내리지는 않지만 드물게 강남 쪽 갈 일 있으면 7호선 통해서 건대입구-뚝섬유원지를 지나가기 때문에 아주 인연이 없다고 하기도 뭐하고...
제가 학교 다니던 10년 전 쯤만 하더라도 많으면 한반에 40명 가까이 되고, 반수도 10반을 넘는 경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서울에서조차도 학생들이 없어서 폐교되는 학교가 나오는 실정이라죠.
SiteOwner
2019-07-07 12:39:39
이전에 살았던 장소가 보여서 반가운 것은 분명 행복입니다.
저는 씁쓸한 기억이 많습니다. 특히 1980년대에 살았던 곳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친구의 모습이 선하게 남아 있는 게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기 마련입니다. 그 친구의 존재는 잊지 않고 있지만...
서울도 그렇군요. 저출산의 여파가 정말 무섭습니다. 이렇게 세계가 바뀌고 있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