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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네가 들은 게 맞다. 나는 네 뜻에 따르겠다는 거야.”
주경의 말은 확실하다... 삼촌은 지금 자기 뜻에 따르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수민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자, 기쁨으로 얼굴이 밝아지기보다는, 오히려 붉어져 버린다. 수민의 머릿속이 마치 실타래가 엉켜 버린 듯 뒤엉킨다. 이제 뭐라고 말해야 하지? 삼촌이 혹시 내가 말한 것 때문에... 나하고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수민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가득하다.
“하지만...“
주경이 수민을 보고 나지막이 말한다.
”네... 네...“
수민은 말끝을 흐리며 어찌할 줄 모른다.
“하지만, 이것도 알아주어야겠다.”
수민은 침을 꿀꺽 삼킨다. 주경의 입에서는 과연 무슨 말이 나올 것인가? 수민뿐만 아니라 카르토, 호렌 역시 겉으로는 태연히 식사하는 척하면서도 주경을 슬쩍슬쩍 보고 있다.
“이 선택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네가 한 거다. 맞지?”
“네... 네.”
“잘 들어라. 네가 이 거래로 인해 신변에 무슨 위험이 생기거나 하더라도, 이 삼촌은 일절 관여하지 않을 거다. 설령 네가 죽더라도, 삼촌은 모른 척할 거다. 네 선택이니까, 모든 건 오롯이 네가 감당해야 하는 거다. 알겠니?”
주경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 마치 돌을 상처에 박아넣는 듯, 수민의 깊은 곳을 아프게 한다. 지금껏 삼촌의 말이 수민 자신에게 이렇게 아프게 들려 온 적이 없었다. 수민의 얼굴은 점점 더 붉어진다.
“왜 그러는 거냐? 네가 결정한 거잖냐. 어째서 네 결정에 당당하지 못한 거냐?”
“그... 그런 게 아니에요. 저는 단지...”
“나를 굳이 신경 써 줄 필요는 없다. 네가 결정을 내렸고, 네 결정에 네가 책임져라. 그거면 된다.”
주경은 말을 마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식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아까보다 두 배는 무거워진 듯 보인다. 수민은 조심조심 주경의 얼굴을 살피며 식사한다. 무언지 모를 죄책감으로, 마치 수민의 속이 가득 차는 듯하다. 그렇게 멍하니, 수저도 들지 않고, 수민은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다.
“뭐 하고 있어?”
옆에서 카르토가 말을 건넨다. 수민은 수저를 집어들고 식사를 계속한다.
오후 2시. 라보의 중심가에는 드문드문 떠 있는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비친다. 입에 드문드문 씹히던 모래도 거의 씹히지 않는다. 거리를 걷기에는 더없이 좋다. 거리 한쪽을 호렌, 수민, 카르토가 나란히 걷고 있다. 수민은 한껏 풀이 죽은 듯, 어깨 사이로 머리를 반쯤은 파묻은 듯 고개를 축 떨구고 걷는다.
“왜 그러고 걸어.”
“......”
카르토가 수민에게 핀잔을 준다.
“어깨 쭉 펴라고. 아까도 그렇게 축 늘어져 가지고... 좀 자신감을 가지라고.”
“아... 알았어.”
수민은 한숨을 푹 쉬며 말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
옆에서 호렌이 카르토를 거든다.
“무엇보다도 네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어. 네 결정에 좀 확신을 가지라니까. 네 삼촌도 이해해 주실 거야. 내 말을 알겠어?”
“알았어, 알았다고.”
수민은 건성건성 대답한다.
“그럼 아까의 일은 잊자고. 이제 그 계약을 어떻게 하면 잘 이루어 낼 것인지만 생각하자고. 알겠지?”
수민은 양옆의 카르토와 호렌을 한 번씩 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수민의 고개는 마치 다른 사람이 대신 끄덕여 주는 것만 같다.
“자, 자! 어깨 펴. 어깨 펴라고.”
호렌이 수민의 등을 두드린다. 수민이 조금 어깨를 펴고 걷는다. 그렇게 약 1분여를 걷던 중, 호렌이 문득 손뼉을 짝 하고 친다.
“아 참! 그 계약이 어떤 내용인지를 말 안 했지.”
“맞아... 너 그 계약 내용 이야기 아직 안 했어.”
수민과 카르토가 일제히 말한다.
“하... 아까 주경 씨가 그렇게 반대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거기서 이야기를 다 마칠 수 있었던 건데. 그러면 주경 씨도 혹시 마음을 돌릴 수 있었을지 몰라.”
“그 계약이란 게 무슨 내용인데?”
“그러니까... 베라네는 현재, 채굴부터 운송, 보급까지 철저히 통제되어 있어. 그 유통망이 통제되어 있으니까, 아까 주경 씨가 말한 것처럼 그 베라네로 떼돈을 버는 사람들이 나오는 거라고. 우리가 이 통제망을 조금이라도 뚫고 베라네 유통에 성공하면 그야말로 ‘천 년에 벌 돈을 하루에 벌게 된다’는 말이지. 그래서, 이 거래는 우리에게 지금 매우 중요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래...”
움츠러들어 있던 수민이 말을 꺼낸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우선 의뢰를 한 사람이 누군지부터 알자고.”
“맞아. 그러고 보니까, 의뢰인이 누구인지 말을 안 했어.”
카르토도 수민에 이어 말한다.
“의뢰인도 누군지 모르는데 거래를 하면 안 되잖아.”
“참... 맞아. 그걸 이야기해야 하는데...”
호렌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돌아본다.
“왜 그래? 말을 하다 말고.”
“뭐라도 있는 거야?”
수민과 카르토는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호렌을 따라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딱히 보이지는 않는데...”
바로 다음 순간. 이상한, 그리고 불길한 기운이 수민의 온몸을 휘감는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한 수민은 곧바로 양옆을 돌아본다. 오른쪽... 우선 오른쪽부터 돌아본다.
없다. 아무도 없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카르토가 있었는데... 안 보인다! 수민은 황급히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 왼쪽을 본다. 누군가 있다...
“조심해!”
호렌이다... 분명 호렌의 목소리다! 다행이다...
“방금 카르토가 사라졌어...”
수민은 목소리를 낮춰 말한다.
“뭐? 카르토가... 사라져?”
“그래... 5초쯤 전까지만 해도 내 옆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거리에는 수민과 호렌, 두 사람 외에도 몇몇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평소의 라보 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어디에도, 카르토는 보이지 않는다.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로, 카르토는 사라진 것이다.
“너... 혹시 카르토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카르토는 뭘 하고 있었어?”
호렌은 다그치듯 수민에게 묻는다.
“뭘 한다고 할 것도 없었지... 나하고 같이 그냥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기만 했다니까.”
“뭘 어떻게 할 새도 없이, 갑자기 없어졌다는 거지?”
“맞아.”
호렌은 잠깐 생각하더니, 수민의 등 뒤로 몸을 돌린다. 그대로 수민의 등에 딱 밀착한다.
“무... 무슨...”
“잘 들어... 이건 습격이야... 우리는 지금 누군가의 습격을 받고 있다고!”
“습격이라니...”
수민도 어렴풋이 무슨 상황인지는 짐작이 가지만, 아직은 혼란스럽다. 이런 거리에서, 활짝 열려 있는 거리에서의 습격이라니, 그건 쉽게 짐작이 안 간다. 몇 년 동안 이 일을 해 오면서, 누군가의 공격을 받거나 습격을 받거나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공격을 받은 곳은 대부분 소행성 지대, 한밤중의 도로, 산골짜기 등, 외진 곳뿐이었다. 그래서 그런 걸지는 몰라도, 수민은 ‘라보 시내 큰 거리에서 누군가가 습격해 온다’라는 게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대도시에서도 누군가의 습격을 받는 일은 종종 있다고는 하지만, 수민에게 지금껏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건 눈 앞에 펼쳐진 사실이다. 바로 옆에 있던 카르토가 사라졌다. 이 상황은, 이 상황은 도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런데... 도대체 누가 습격을 하는 거지? 이 거리에는 그럴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네가 지금까지 겪어 온 것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그게 무슨...”
그 순간, 조금 전, 카르토가 사라지기 바로 직전의 그 이상한 느낌이, 다시 한번 수민의 몸을 휘감는다. 이 느낌... 이 불길한 느낌. 이번에는 수민에게 바로 다가오고 있다. 피할 틈도, 피할 시간도 없이! 그 불길한 예감은 수민을 빠르게 휘감는다.
“조, 조심해!”
수민이 다급하게 외친다. 호렌이 수민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수민이 없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호렌의 옆에 있던 수민은 보이지 않는다! 1분 전까지만 해도 카르토, 수민, 호렌은 나란히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호렌 한 명밖에 없다. 호렌이 아무리 두리번거리며 돌아봐도, 수민과 카르토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불과 1분 사이에,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수민! 카르토! 어디 있는 거야!”
호렌은 목소리를 높여 수민과 카르토를 부른다.
“듣고 있으면 말해! 어디에 있는 거야!”
지나가던 행인들이 한 번씩 호렌을 돌아본다.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하는 눈으로 호렌을 한 번씩 보고 간다.
“어디 있어! 대답해!”
호렌은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수민과 카르토를 부른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건물에 닿아오는 메아리만이 멀어져 간다.
분명, 멀리는 안 갔을 것이다. 워낙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니. 하지만 어디 있는지 짐작조차 안 된다. 보통 그렇게 사라졌으면 흔적이나 단서 같은 것이 있어야 할 텐데, 없다. 아무 데도.?
“누군가를 찾고 있군.”
그때, 어딘가에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호렌은 다시 고개를 돌려 이곳저곳 본다. 하지만 거리에는 중년 여성 행인은 간간이 보이긴 해도, 조금 전 들린 목소리 정도로 젊은 여성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 데도.
“당신... 당신은 도대체... 누구지?”
“도움을 원해? 내가 도와 줄 수 있는데.”
목소리의 주인공, 의문의 젊은 여성이 호렌 앞에 나타난다. 검은 단발머리에, 선글라스를 쓰고, 우주선 조종사들이 흔히 입는 군청색 조종복을 입고, 목에 스카프를 두른 여성이다. 이 여성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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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19-07-15 22:00:35
저런 대답이 정말 무섭죠. 자신의 결정이니까 전적으로 책임질 것, 죽더라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그만큼 위험하고 앞날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역시 초능력자들이 있는 세계니까 위험이 각지에 도사리고 있네요.
그리고 그게 시작단계에서 바로 나타났어요. 일행 중에서 카르토가 갑자기 없어진 것. 그 다음에는 수민도 없어진 것. 결국 호렌만 홀로 남겨졌다가 의문의 젊은 여성이 나타났네요. 대체 어떻게 된 것이고, 의문의 그녀는 대체 정체가 뭔지...
SiteOwner
2019-07-16 22:47:21
곁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 정말 무섭고 황망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진짜 패닉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가 됩니다. 일단 겪은 바로는, 그래도 사라졌던 사람을 찾았으니 망정이지, 소설 속에 있는 상황이라면 정말 생각하기도 싫어질 것입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호의를 베푼다면 뭔가가 그 배후에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절체절명의 상황하에서라면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