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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 외전 7. 원숭이 손

국내산라이츄, 2019-07-14 23:12:05

조회 수
134

제목: 원숭이 손
ID: 초코감자
게시일: 20XX.7.14

저는 어릴 때 발레를 했었습니다.
발레 쪽으로 진학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저는 취미반으로 갔었고요. 학원에는 크게 취미반과 진학반으로 나뉘어 있었고, 취미반은 저와 비슷하게 발레는 하고 싶지만 예중, 예고로 진학은 하지 않는 아이들이었던 반면 진학반은 무용으로 예중, 예고를 진학하는 아이들이 속해 있는 곳이었습니다.

진학반에도 친구가 있었고, 취미반에도 친구가 있었던 저는 둘 다 같이 끝나는 금요일 오후가 되면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놀러 가 엄마가 해 주는 피자 토스트를 먹는 게 낙이었죠.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저도 진학반에서 발레를 배우던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취미반과 달리 당시 진학반은 제 또래의 아이들 뿐 아니라 중, 고등학생 언니들도 같이 발레 수업을 듣곤 했는데, 그 중에서도 고등학생 언니 두 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두 언니는 같은 동네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대학 진학도 같이 준비하는 친한 친구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고 하는데, 제 친구가 봤을 때는 정말 어릴 때부터 친구였는 지 믿기 힘들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중이었습니다. 한 언니는 동작이 불안정해서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는 반면, 다른 언니는 선갱님에게 칭찬을 들었으니까요. 매번 비교당하는 입장에서는 샘났겠죠. 매번 혼나는 언니를 A, 다른 언니를 B로 놓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진학반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는데 안에서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영문을 몰랐던 저에게 친구는 두 언니가 Y대 무용과에 진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Y대에서 교수로 있었던 선생님의 지인을 모셔 와서 모의 시험을 치게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모의 시험에서도 A언니는 지적을 많이 받았고, B언니는 칭찬을 받자 A언니가 결국 폭발해 버린 거라고 했습니다. 그것때문에 다른 언니들이 발레에 집중 할 수가 없어서 수업도 일찍 끝나게 됐대요.

그러다가 실기 시험을 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B 언니가 떨어지고 A 언니만 Y대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된 건 지도 모르고, 자세한 내막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발레 학원 친구들을 만나 얘기를 들고,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A언니는 모의 평가를 받은 그 날, 집에 가는 길에 이상한 손 하나를 주웠습니다. 그 손은 비쩍 마른 미라와 같았던 데다가 갓난아이의 손처럼 보였습니다. 의아하게 생각한 언니는 그 손을 주워들었습니다. 집에 가는 길, 장난삼아 '내일 학원이 쉬었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나뭇가지가 부러시는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저희는 원장 선생님께서 상을 당하셔서 학원을 사흘 정도 쉬었었고요.

그 언니가 주웠던 것은 '원숭이 손'이었습니다. 비쩍 마른 미라와 같이 생긴 작은 손인데,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는 물건이었습니다.

A 언니는 원숭이 손에 다음 모의 시험에서 B 언니보다 잘 하게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모의 시험이 있던 날, B 언니는 그 전날 교통사고를 당해 모의 시험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교통사고의 휴우증 때문에 발레를 그만 둬야만 했었고요. 그 뒤로도 A 언니는 원숭이 손에 소원을 빌었고, 소원은 두 개가 남아 있었습니다. A 언니는 마지막 소원을 'Y 대학교 실기 시험에서 합격하게 해 달라'는 것으로 했습니다.

Y 대학의 실기 시험 당일, 시험장에는 A 언니 혼자 도착했습니다. 그 날, 지하철에서 어떤 사람이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운행이 지연돼서 다른 사람들은 시험장에 오지 못 했습니다. 여러분도 아실 거예요, D 시가지 역에서 종교 단체가 독가스 테러를 해서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열차 운행은 한동안 중단되었던... A 언니는 그 사건이 있기 전에 연습도 할 겸 미리 학교에 도착해 있었기 때문에 화를 면했었고 다른 응시자들은 그 사고때문에 열차 운행이 중단되어서 시험장에 오지 못 했던 겁니다. 아마 그 중에는 그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도 있었을 겁니다. B 언니도 거기에 휘말려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봤다고 하니까요.

결국 모든 응시자가 사망한 상황이라, A 언니만이 시험을 봤습니다. A 언니는 무사히 안무를 마치고 실기 시험에 합격해 Y 대학교의 신입생이 되었습니다. A 언니네 집에서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며 학원에 화과자를 답례품으로 들고 왔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까지만 해도 A 언니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죽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겠죠. 아마 학교 측에서도 그 일 때문에 학교로 오던 응시자들이 전부 사망 내지는 중상이었다는 것을 뒤늣게 들었을 거예요.

제가 얼추 알고 있었던? 이야기는 여기까지였고, 이 뒤로는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A 언니는 소원대로 실기 시험에 합격해 명문대인 Y 대학에 진학했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고에 휘말려서 죽은 사람이 많아 그 해에는 A 언니 혼자 신입생이었으니까요. 선배들 사이에서는 A 언니가 시험을 보던 날 그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 때문에 A 언니가 저주를 걸어서 그 아이들을 못 오게 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떠돌았습니다.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그 과 교수님의 귀에도 들어 갈 정도였습니다. 같은 학번 다른 과의 학생들도 알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상태이니 소문은 소문인 채로 남아있었고, 수업도 열심히 듣는 A 언니를 보며 사람들은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CC도 했었다고 하네요.

그러던 어느 날, 수업을 듣던 A 언니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강의실을 뛰쳐나갔습니다. 격정이 된 선배가 따라가보니, A 언니는 귀를 틀어막고 괴성을 지르며 울고 있었습니다. 제발 그만 하라고 외치면서 울고 있는 A 언니를 보며, 선배는 오늘은 괜찮으니 집에 들어가라고 했고 그게 A 언니의 마지막이었습니다. 다음 날, 수업에 나오지 않은 A 언니가 걱정돼서 선배가 A 언니에게 연락했을 때 전화를 받은 것은 A 언니의 엄마였습니다.

A 언니의 엄마는 A 언니가 그 날 집에 돌아간 후로 죽었다고 했습니다. 막 울면서 들어오는 A 언니를 진정시킨 A 언니의 엄마가 일단 한숨 자면 괜찮아 질 거라면서 침실로 보냈는데, A 언니의 울음 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울음소리가 멈췄던 거예요. 다음 날 A 언니를 깨우기 위해 올라갔을 때, 알람이 울리는데도 일어나지 않는 언니가 걱정돼서 흔들어 깨웠더니 죽어있었고요.

그 친구도 A 언니의 장례식에 가서 들은 얘기인데, A 언니의 서랍에서 미라같이 비쩍 마른, 아기 손같은 것이 나왔는데 손가락이 모두 꺾여 있었다고 했습니다. A 언니의 죽음을 확인한 A 언니의 엄마가 오열하자마자 그 손은 어딘가로 사라졌다고 하네요.

그리고 A 언니는 누군가에게 목이 졸려서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RE] 원숭이 손
ID: Giselle
게시일: 20XX.7.14

앗, 초코감자님 혹시 저랑 같은 학원 다니셨나 봐요? 그 발레 학원이 혹시 T 사거리에 있지 않았어요? 맞은 편에 떡볶이 집 있고.

└[RE][RE] 원숭이 손
ID: 초코감자
게시일: 20XX.7.14

어, 맞아요! T 사거리에 있고 맞은 편에는 떡볶이 집이 있어서 수업 끝나면 종종 거기서 떡볶이 먹고 그랬어요.
Giselle님도 그 학원 다니셨었어요?

└[RE][RE][RE] 원숭이 손
ID: Giselle
게시일: 20XX.7.14

저는 아니고, 초코감자님 이야기 속 두 언니들이 그 학원 다녀서 종종 놀러가곤 했어요.
어릴 때 그 둘이랑 저랑 셋이서 엄청 놀았는데, 입시 압두고 갑자기 사이가 벌어져서 무슨 일인가 했거든요.. 근데 그런 일이 있었구나..

둘이 입시때문에 멀어져서 가장 마지막에 본 게 B 장례식때였는데, 그 때 A는 분명 사고 소식을 들었을텐데 코뺴기 한번 안 보이더라고요. 발인까지 끝낸 후 B네 엄마한테 들었는데 입관하고 발인하기 전까지 한번도 안 왔다고 하더라고요. B네 엄마도 그렇고 저도 A네 엄마랑 A한테 연락했고 확인한 것까지 봤는데...

사실 B는 그 전에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고 그 휴우증 때문에 발레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어요. 유명한 발레리나의 공연을 보러 갈 정도로 발레를 좋아했고, 그래서 발레리나를 꿈꿨던 B에게 있어서는 거의 사형선고나 다름 없었죠. 병문안을 갔는데 B가 많이 울고 있더라고요. 그 뒤로 학원을 나가다가 중간에 그만 뒀어요. 그 날 B가 그 학교로 가려던 건, A가 입시 시험을 본다는 얘기를 듣고 자기가 신던 토슈즈를 전해주기 위해서였는데... 그만 그 사고때문에 죽어버린거예요.

둘이 되게 많이 싸운 건 알았는데 A가 원숭이 손에다가 그렇게 빌 정도인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다가 사고가 났을 때도 병문안 한 번 안 왔고 마지막 가는 길에도 오지 않았고... 아마 A는 몰랐을 거예요. 원숭이 손이 소원을 들어주는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걸.

└[RE][RE][RE][RE] 원숭이 손
ID: 초코감자
게시일: 20XX.7.15

Giselle님은 원숭이 손을 A 언니가 줍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땠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RE][RE][RE][RE][RE] 원숭이 손
ID: Giselle
게시일: 20XX.7.15

글쎄요... B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발레를 그만 두기 전까지, 둘은 정말 사이가 안 좋아서 중간에서 중재하느라 제가 힘들었을 정도예요.
아마 그게 없었어도 두 사람은 절대 친해지지 않았을 거예요. A 대신에 B가 Y 대학교에 진학했을테고요... 그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B는 계속 발레를 했을테니까요.

그러고보니, 오늘 바짝 마른 손을 주웠어요. 원숭이 손인 것 같은데...

└[RE][RE][RE][RE][RE][RE] 원숭이 손
ID: 위도우메이커
게시일: 20XX.7.15

원숭이 손이라고 해도 그런 건 무리입니다. 과거가 바뀌어 버리게 되는 거잖아요?
원숭이 손은 소원을 곡해해서 이뤄줄 뿐 아니라 소원에 댓가가 필요한데, Giselle님은 과거를 바꾸기 위해 뭘 댓가로 지불하실 거죠?

물론 그 댓가를 정하는 건 원숭이 손의 몫이겠지만.

국내산라이츄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2 댓글

마드리갈

2019-07-15 22:06:30

소원은 들어준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자비가 없고,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그게 행복과 직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렇게 요약되네요. 문제의 원숭이 손, 그래서 오싹해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 원숭이 손 그 자체에 뭔가 상당히 무서운 사념이 깃들어 있는 것 같네요. 상대를 죽여서라도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는 그런 사념이 농축된...


읽다가 피부가 따끔거리는 것 같네요.

SiteOwner

2019-07-16 23:09:48

고양이의 손이라도 빌린다는 관용구, 많은 신화, 전설, 민담 등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라고는 말 안했다" 라는 클리셰, 그리고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경구가 같이 생각나는 상당히 섬뜩한 도시전설이군요. 읽고 나서 문득 뒤를 돌아봤습니다.


인류의 역사 중 자원을 차지하거나 유리한 지위, 권리 등을 획득하는 방법 중에 전쟁, 약탈, 암살 등의 방법이 등장하는 것도 이것이 자신이 실력을 배양하여 직접 형성하기보다 더욱 빨라서 그렇습니다. 문제는 이게 선불이냐 후불이냐의 문제인데, 등장한 원숭이 손은 후불제군요. 선불제라고 해도 상황이 더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얻기도 전에 싸우다 죽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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