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에 나오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정말 패러디하기 좋은 문장이네요.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시간이 적거나 없다고 느껴지면 고민이 참 많이 듭니다. 처음부터 처리 순서를 정해서 차근차근 진행하느냐, 아니면 멀티태스킹을 하느냐를 두고 고심하게 되거든요.
보통은 쉽느냐 어렵느냐를 두고 구분한 다음 순서를 정해서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만, 계획을 짜면 그리 시원치 않은 결과만 나오는 데다가 변덕이 심하고 집중력도 다소 산만해졌다보니 이도저도 아니게 멀티태스킹을 시도했다가 '앨매리 행진곡-망했다\(^o^)/'라는 결과가 나온 적도 종종 있었습니다.
계획 짜는 습관을 들여두는 건 두고두고 이득이 되는 일입니다만, 이상하게도 제 두뇌는 계획과 예측 관련해서는 두뇌회전을 거부하는 성향을 가졌는지 단기적인 계획은 어찌어찌 짜내도 장기적인 계획은 구상하려고 할 때마다 '허나 거절한다! 이 뇌가 좋아하는 일은, 계획을 짜려는 본체에게 NO를 시전하는 것이다!'라는 결과를 내놓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로 저장해둔 노트들을 보다가 온갖 설정 노트들이 100개는 넘어가는 것을 보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걸 감수하면서 한 번씩 훓어보니 과거의 제가 미래의 저에게 '연재를 부탁한다!'면서 무책임하게 떠넘긴 느낌의 연재 계획이 여럿 있더군요. 읽다 보니 연재하고 싶다는 유혹이 몇 번 들었습니다만, 하나 연재하는 것도 벅찬 상황인데 과연 제가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조용히 저 편으로 밀어두었습니다.
언젠가 저 연재 계획들이 빛을 볼 날이 올지 궁금해집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하지만 한 편 쓰는데도 기본 몇 달이 드는지라 회의감이 종종 느껴지더군요.
원환과 법희와 기적의 이름으로, 마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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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
2019-07-30 21:32:05
저도 지금 안 쓰고 묵혀둔 설정 자료랑 캐릭터 설정을 합쳐서 세자리수는 될텐데 언제쯤 활용해볼지 걱정이네요.
마인크래프트도 벌려놓거나 구상하거나 하고 있는건 잔뜩인데 도중에 집중력과 근성이 끊기기 일쑤라서...
앨매리
2019-08-10 18:41:43
옛날에는 집중력과 근성이 참 오래 갔는데 요새는 지속 효과(?)가 짧아진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SiteOwner
2019-07-30 23:35:29
사실 설정이든 수험이든 각종 프로젝트의 추진이든 간에, 대계를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들인 노력에 비해서 성과가 적거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몇 가지의 작업을 거쳐서 자료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만들고 싶은 게 뭘까, 그리고 무엇을 나타내고 싶을까를 원점에서 검토해 보시는 게 어떨지요?
특히, 원작의 2차창작이라면, 원작의 어느 부분을 오리지널 스토리의 분기점으로 삼고, 어떤 변수를 조정할 것이며, 그 변수의 조정에 그 원점이 어떻게 작용할 것일지를 꼼꼼히 검토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폴리포닉 월드에서는 역사적인 분기점이 몇 개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이 1812년 미영전쟁의 전후처리. 이것을 전쟁 전 상태로의 회복(Status quo ante bellum)으로 결론난 것이 현실세계, 그리고 국경선의 조정이 발생한 것이 폴리포닉 월드입니다. 이것 이외에도 1837년의 캐나다 반란에서의 영국의 대응, 독일제국의 빌헬름 2세의 오토 폰 비스마르크 중용의 지속, 1884년 갑신정변의 성공, 독일에서 처음 발생한 공산주의자의 봉기 성공과 독일인민공화국의 성립과 뒤이은 소련 건국, 1931년 만주사변이 일본군이 아닌 소련군 주도로 일어난 것, 제2차 세계대전이 연합국 대 추축국이 아닌 다른 구도로 발생한 것, 1961년까지의 대한제국 존속, 김일성이 모택동의 후계자가 된 일, 박정희와 마르코스가 2명 모두 1917년에 태어나 1989년에 사망한 일 등, 여러 분기점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소련의 해체 없이 냉전이 지속되는 세계라는 가정에 접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것도 참조해 보시면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앨매리
2019-08-10 18:44:19
예전에는 기본적인 뼈대조차 없이 즉흥적으로 막 정하는 일이 많았는데, 폴리포닉 월드에서 이런저런 자료를 접하면서 먼저 뼈대를 잡아 구축한 후 구상하는 식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이전의 막무가내식 구상보다는 많이 나아졌더군요. 마구잡이로 뻗어나가는 설정을 정리하면서 애먹는 일은 줄어들었긴 합니다만, 이번에는 살이 너무 불어나서 그걸 적당히 쳐내고 조절하는 거나 아니면 도저히 붙을 생각을 안 하는 살을 붙이느라 애먹는 일이 많아졌네요.
댓글에서 언급하신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켜봐야겠습니다. 좋은 충고 감사드립니다.
Lester
2019-07-31 15:21:41
저도 지금까지 구상 단계에 있거나 소설에 실제로 써먹기 직전의 설정들을 정리해 보면 그저 '다양성'과 '패러디'만을 위해 만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사실 (창작자라면 모두 알고 있겠지만) 설정은 실제로 '적절하게' 사용되어야 의미가 있는 것인데 막연하게 이것도 쓰고 저것도 쓰겠다는 식의 생각을 하다보니 양만 많아진 거죠. 그래서 한두가지를 실제로 골라서 확인해보면 '전반적인 설정은 연재 과정에서 잡을 것'이라는 전제가 붙은 게 많았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랬다간 설정이 붕괴할 가능성이 매우 높죠.
지금은 차기 에피소드의 주제를 뭘로 잡아야 할지 몰라 연재를 미뤄두고 있지만, 말씀하신 김에 생각해보면 역시 '쓸데없는 주제가 너무 많다'인 것 같습니다. 그럴듯한 주제가 나올 때까지 쓸데없는 거나 정리해야겠죠. 앨매리님도 쓸데없는 것부터 정리하다 보면 중요한 게 남을 거라 생각합니다.
앨매리
2019-08-10 18:46:14
확실히, 설정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적절하게 양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더군요. 열심히 구상하다가 문득 '이게 스토리/주제에 밀접한 설정인가?'하는 의혹이 들어서 해당 설정의 중요도가 하락하지만, 그럼에도 구상한 게 아까워서 못 쳐내다가 결국 계륵이 되어서 구상을 중단한 일도 종종 있어서 말이죠.
과유불급이라고, 설정의 양을 조절하는 법부터 우선 염두에 둬야겠습니다. 도움이 됐어요.
마드리갈
2019-07-31 23:43:19
올라운드, 올인 모두 중요하고, 그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어요.
올라운드를 위해서 올인이 필요하고, 또한 올인이 가능해야 올라운드도 달성되거든요.
여기에 힌트가 있어요. 현재 앨매리님께는 최소한 소재의 부족 등의 문제는 없거나 상당히 적은 것.
그렇다면 현재 갖추어진 소재를 추려서, 공통되는 것, 중첩되는 것 등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시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렇게 필터링을 거쳐서 남은 것이 바로 올인해야 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중심으로 상관관계가 가까운 것은 무엇이고 먼 것은 또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그 과정이 바로 올라운드. 그렇게 보이네요.
사실 앨매리님께서는 이 문제에의 답을 적어도 반은 내신 거예요.
그 나머지 반은, 등장한 코멘트 등을 이용하여 도출해 내실 거라 믿어요.
앨매리
2019-08-10 18:47:40
설정을 구상하다 보면 가지 하나하나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잠시 멀리 떨어져서 전체를 보는 일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좋은 방법을 알려주셨네요. 감사합니다. 기본적인 뼈대를 잡는 과정에서 필터링도 꼭 추가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