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단에 있다 보면은 참 신기한 일이 생깁니다, 어느 순간부터 뭇 사람들이 한 명을 가지고 조리돌림을 시작합니다. 

소위 '은따'라고 하는 현상이죠. 그렇게 욕하고 은근히 무시하고 하다가, 어느 순간에 '우리 왜 그렇게 그 사람을 싫어하는거지?' 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그러면 다들 '어? 그러게?' 이럽니다. 사실 그 사람을 그렇까지 배척할 이유가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싫으니까 싫다 이런 현상이 발생해요. 직장 내 괴롭힘도 아마 그런게 대부분이 아닐까요? 

세상에 정말 소설이나 만화에서 나올 것같은 나쁜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모두가 다 하나씩 남들이 싫어할 만한 구석을 가지고 있는거죠. 그 올려주신 글이랑 좀 성격이 안 맞는 댓글이긴 한데^^; 그냥 집단 내 괴롭힘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해봤습니다. 

그렇게 괴롭힘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이 최단기간에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어서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합리적 사고방식에 그 원인이 있다고. 물론 "합리적" 이라는 말에는 일체의 도덕적인 가치판단은 전혀 들어 있지도 않은데다, 개인 레벨에서의 합리성이 사회적 합리성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니 이 점을 주의해야겠지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가자면 이렇습니다.

누군가의 재물을 뺏으면 그 재물이 바로 이득이 되고, 누군가를 쫓아내거나 죽이게 되면 당장의 불쾌함이나 잠재적인 위험의 배제나 더 많은 자원의 독점 가능성의 증가 등으로 이어지기에 효과적입니다. 이것은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것보다 손쉽게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그러니 인간은 명문화된 제도에 의해 이러한 지름길이 확실히 봉쇄되고 그 대가를 비싸게 치르게 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이런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입니다. 이렇게 보다 보니 저의 인간관은 기본적으로 성악설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집단의 결합을 다지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안에든 밖에든 적을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는 안이죠. 누가 됐든 1명쯤 '부적격자' 혹은 '구제불능'으로 몰아가고는 "잘못하면 이렇게 된다"면서 일벌백계(?) 형식으로 그 사람만 계속 조리돌림하는 겁니다. 그리고 은연중에 계속 암시를 거는 것이죠. 이 꼴 나고 싶지 않으면 철저히 집단의 논리를 따라라. 재미있게도, 해당 인물이 집단을 떠나면(ex. 퇴사) 그 화살이 덜 못난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이탈하면 다시 또 누군가를 찾고... 무한반복이죠. 그렇게 계속 쫓아내다 보면 그 화살이 자신을 향하리란 건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요? 창작물 쪽에서 예를 들자면 만화 "암살교실"의 E반이 있습니다. 대놓고 End반이라느니, 학업 면에서 상대적인 우월감과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라느니 하는 말이 드러내놓고 나오죠.

정작 일본의 거품경제 시기엔 우리 회사에 제발 와주십사 하고 면접생들에게 차비까지 제공했던 것(그리고 면접생들은 그 차비를 모아다가 차를 샀다죠?)을 감안하면, 그냥 이 모든 원인을 세계적인 불황으로 돌려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막상 또 그렇게 조리돌림을 하지 않는 회사를 반례로 삼을 수 있으니 돌고 도는 물레방아가 되지만...

영어의 접미어 중 ship이 생각납니다. 당장 이 접미어가 들어가는 영단어로 friendship, membership 등이 있는데 이게 어떻게 보면 참 무서워 보입니다. 한 배를 탔으니 운명공동체이고, 그게 싫으면 내려라, 단 이미 항해중에 내리는 방법은 강제로 배 밖으로 투척하는 것밖에 없다, 이런 함의까지 읽히니까요.

그리고, 그런 차별을 일삼는 사람들은 자신들만큼은 예외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그들이 쏜 화살은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옵니다. 인용하신 암살교실 또한 그렇게 그 악독한 차별의 결과는 E반 차별시스템의 해체, 이사장의 사임 및 교장의 파면으로 막을 내리게 되고, 현실세계에서는 온갖 궁정쿠데타 등의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이런 괴롭힘은 세계적인 불황이 과연 원인일까요? 저는 오히려 인간의 본성에서 찾고 싶어집니다.

하긴 아무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진화했다고는 하나, 엄연히 동물인 이상 DNA에 동물 특유의 상대방을 '사냥해서' 살아남는 '생존 본능'이 남아 있어서 그런 거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아기들끼리 서로 뺏어먹는 것도 그러한 이치라나요? 온갖 인간군상을 봐서 그런지 저 역시 성악설 쪽으로 기울어지긴 합니다만, 그나마 창작물에서는 중립 쪽으로 저울추를 옮기는 편입니다. 딱히 휴머니티를 추구하는 건 아니고, 그냥 제정신을 유지하려고요.

그것도 아마 그럴 것입니다. 인류문명의 역사가 그렇게 뺏고 뺏기고 죽이고 죽는 그런 일의 연속. 그래서 영국의 사상가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Bellum omnium contra omnes)를 말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Lester님께서 견지하고 계신 방침도 이해됩니다. 창작물은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