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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기묘한 교정시설사정

마드리갈, 2019-08-10 21:46:24

조회 수
162

이번에는 일본의 기묘한 은행사정, 대학사정에 이은 3번째의 기묘한 사정인 교정시설사정에 대해서 써 보겠어요.
교정시설(矯正施設)이란 기본적으로는 재판을 받은 범죄자 및 비행청소년을 수용하여 자유를 제한하고 갱생을 추진하는 교도소나 소년원 등의 기관을 말해요. 이외에도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는 등 사법당국의 필요에 따라 구금된 형사재판의 피고인이나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아직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사형수를 수용하는 시설인 구치소 또한 교정시설에 포함되어요.

그런데 일본의 교정시설에 대한 사정을 보면, 꽤 기묘한 것이 보이고 있어요.
게다가, 형사법 분야에서 미진한 분야도 상당히 많다 보니 국제적으로는 물론 일본내에서도 비판이 꽤 많은 점도 존재해 있어요.
주요 키워드를 몇 가지 뽑아보면, "형무소" 라는 명칭, 각 시설의 입지, 변호인 접견시설의 문제 정도가 되겠어요.

수형자를 수용하는 시설의 명칭은 우리나라에서는 1961년 이후로 교도소(矯導所)라는 명칭을 쓰고 있어요. 이것은 범죄자에 대한 교화를 강조하는 근대형법의 정신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것. 하지만 일본에서는 1922년부터는 감옥(監獄)을 형무소(刑務所)라는, 형집행을 담당하는 장소라는 사무적인 의미만을 담는 용어를 제정하여 이것을 일관되게 쓰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민영교도소와 비슷한 개념인 PFI 방식의 교정시설에는 상당히 부드러운 이름을 쓰고 있어요. PFI란 Private Finance Initiative의 약어로, 번역하자면 민자유치방식. 이렇게 만들어진 교정시설의 정식명은 사회복귀촉진센터(社会復帰促進センター). 우리나라의 소망교도소가 민영시설이면서도 "교도소" 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과는 크게 다른 것이죠.

일본의 교정시설은 대체로 설치된 지역의 지명에서 유래하지만, 드물게 예외가 있어요.
토치기현 오오타와라시 소재의 쿠로바네형무소(黒羽刑務所, 2022년 폐지예정), 아이치현 미요시시 소재의 나고야형무소(名古屋刑務所), 효고현 아카시시 소재의 고베형무소(神戸刑務所), 사가현 토스시 소재의 후모토형무소(麓刑務所)는 명칭이 소재지 주소의 어느 부분에서도 유래하지 않고 있어요. 
47개 도도부현의 이름이 형무소의 이름에 들어가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홋카이도(北海道), 이바라키현(茨城県), 도쿄도(東京都), 카나가와현(神奈川県), 야마나시현(山梨県), 사이타마현(埼玉県), 아이치현(愛知県), 나라현(奈良県), 효고현(兵庫県), 시마네현(島根県)의 이름이 그러해요. 특히 나라현에서는 2019년 3월에 나라소년형무소(奈良少年刑務所)가 내진설계 미비의 문제로 폐쇄되어 47개 도도부현 중에 나라현에만 형무소가 없어요.
또 기묘한 것은, 소년형무소의 경우는 "소년형무소" 라는 명칭을 쓰면서 여성 수형자만을 수용하는 여자형무소의 경우 명칭에 따로 여자형무소라고 표기하는 일이 없는 것. 대표적인 시설이 토치기현 토치기시 소재의 토치기형무소(栃木刑務所), 기후현 하시마군 소재의 카사마츠형무소(笠松刑務所),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 소재의 와카야마형무소(和歌山刑務所) 및 위에서 언급했던 후모토형무소.

또한 소재지에서도 꽤 다른 점이 있어요.
구치소는 미결수 수용시설이니까 근대형법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변호인접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상 시내에 위치하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교도소의 입지는 설치된 시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경우 시보다는 군 지역에 설치된 경우가 많거나 경기도 의왕시 소재의 서울구치소처럼 아예 해당 행정구역의 밖에 소재한 경우가 18개소 있는 반면 일본은 형무소가 시 단위의 행정구역에 설치된 경우 일단 시내에 위치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도시화의 역사가 길어서, 형무소 주변으로까지 도시가 확장되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일본 내의 사형장은 모두 7개로, 삿포로형무소(札幌刑務所), 미야기형무소(宮城刑務所), 도쿄구치소(東京拘置所), 나고야구치소(名古屋拘置所), 오사카구치소(大阪拘置所), 히로시마구치소(広島拘置所), 후쿠오카구치소(福岡拘置所) 구내에 설치되어 있는 교수형 집행설비. 그런데 삿포로형무소와 미야기형무소만 구치소가 아니라 형무소 구내에 사형장이 만들어져 있어요. 이것은 일본의 교정시설 근대화 초기에, 구치소는 미결수 수용시설이고 형무소가 형집행 시설이다 보니 사형수의 사형집행은 형무소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발상이 잔존해 있어서예요. 그래서 도쿄구치소 등에 사형장이 새로이 지어지기 전에는 미야기현 센다이시 소재 미야기형무소로의 이감명령은 사형집행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여겨져 사형수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명령이 되었다고도 해요.

일본의 형사정책에서 크게 비판받는 것 중의 하나가 변호인 접견시설의 문제.
이것은 각종 법정드라마에서도 자주 나오는 장면인데, 변호사가 구치소에 구금된 상대의 피고인을 만날 때 투명 차단막을 사이에 두고 만나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피고인이 변호사와의 자유로운 의견교환 및 각종 자료의 열람 등 자신의 방어를 위한 방법을 제대로 구사할 수 없게 되어서 사실상 방어조치가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유명한 헌법재판소 판례가 있어요. 2011헌마398.
간단히 요약하자면, 일본의 법정드라마에 나오는 방식인 변호사와 피고인이 투명 차단막을 사이에 두고 접견하게끔 한 조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한다는 것. 근대화의 역사가 이미 150년을 넘었으면서도 이런 쪽에서는 미진하네요.


이렇게 일본의 기묘한 교정시설사정을 알아봤어요.
물론 저 또한 외부인의 입장에서 본 것이니까 한계가 있겠지만 일본 사회의 여러 단면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믿어요. 물론 이 교정시설에 신세질 일은 절대로 없어야겠죠.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1 댓글

마드리갈

2022-09-02 14:44:29

2022년 9월 2일 업데이트


한때 동양제일의 형무소라고 불리기도 할 정도로 최신시설을 갖추어 1971년에 개설된 토치기현 오타와라시栃木県大田原市) 소재의 쿠로바네형무소(黒羽刑務所)가 3월 31일에 폐쇄되었어요. 이 형무소는 주로 초범이고 범죄경향이 진전되지 않은 남성수형자를 수용하는 시설로 운영되어 금지약물 범죄로 실형판결을 받은 재계 및 문화계 인사들이 복역한 시설로서 기능했어요.

이제는 수형자 감소로 인해 더 이상 운영할 필요가 없어진 쿠로바네형무소는 폐쇄된 이후 시설 해체가 진행되고 있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かつて東洋一と言われた黒羽刑務所」最後の日… 51年の歴史に幕

(한때 동양제일로 불렸던 쿠로바네형무소 최후의 날...51년 역사에 막, 2022년 6월 28일 아사히TV 뉴스,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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