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창작물을 접하다 보면 각종 경제활동이 나오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어요.
현대를 배경으로 한 트렌디드라마라면 각 배경에서 상정하는 현실세계의 화폐가 바로 통용되는 것이니까 아무 저항감 없이 현실세계의 화폐가치를 그대로 준용하면 충분해요. 하지만 과거를 배경으로 한다든지, 아예 현실세계와 다른 이세계가 배경이라서 화폐체계가 완전히 다른 경우라면 어떻게 할까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략 이렇게 되어요.
조선시대의 경우, 19세기초의 1냥은 대체로 현재의 40,000원 정도이고, 1냥의 1/100인 1푼은 400원 정도.
1965년 이후의 경우는 통계청 사이트에서 환산가능하니까 아래의 링크에서 계산할 수 있어요.
미국 달러의 경우는 상당히 편리한 도구가 있어요.
1913년 이래의 미국 달러가치는 아래 링크의 인플레이션 계산기를 이용해서 알 수 있어요.
일본의 경우는 에도시대와 메이지시대에 대한 자료가 이렇게 갖추어져 있어요.
에도시대의 화폐체계 및 가치계산은, 계산기, 시계 제조업체로서 유명한 카시오에서 개설한 사이트에 정보가 많이 있어요. 물론 이것 이외에도 에도시대 서민의 생활비 및 무사의 급여 등에 대한 정보 등도 게재되어 있어요.
에도통화의 엔 환산 - 정밀도 높은 계산사이트(江戸 通貨の円換算 - 高精度計算サイト), 일본어
이런 에도시대 화폐가치를 알고 있으면, 정성을 다해 요리첩(みをつくし料理帖) 같은 에도시대 배경의 드라마를 시청할 경우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되어요.
메이지 도쿄 연가(明治東亰恋伽) 애니에서는 주인공 아야즈키 메이가 현대에서 메이지 시대로 타임슬립하는데, 그 시대의 문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화폐가치로 인해 대소동을 벌이기도 해요. 저렴하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사메뉴로서 쇠고기덮밥(牛丼, 규동)을 이야기하고 가격이 380엔이라고 말하자, 메이지 시대의 문인들은 "가게 하나를 통째로 사들일 셈이냐?!" 라고 대경실색. 그도 그럴 것이, 메이지 시대의 1엔은 현대의 20,000엔에서 40,000엔 정도의 가치가 되니까요. 즉 메이지 시대의 문인들이 들은 380엔은 현대의 760만엔에서 1,520만엔의 범위인 아주 큰 돈이라서, 그 메이의 발언을 들은 사람들은 그녀가 얼마나 엄청난 대부호 집안의 아가씨이길래 380엔이라는 금액을 가볍게 말하는가 하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어요.
유럽의 경우에는 유로화가 1992년의 마스트리히트 조약 이후에 유럽연합(EU) 가맹국 위주로 도입되었다 보니 비교적 역사가 짧고 참조할 자료도 많아요. 하지만 독일 마르크, 프랑스 프랑, 이탈리아 리라 등의 폐지된 화폐에 대해서는 결국 통용 마지막해의 유로화와의 상대가치 및 각 연도의 미국 달러와의 환율로 추정하는 정도 이외에는 딱히 좋은 방법이 없어요.
이것이 잘 반영된 것이 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 황금의 바람.
폴포가 숨겨둔 재산은 원작에서는 6억엔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이것이 애니화되면서 당시 이탈리아의 법정통화였던 리라(Lira)로 바뀌어서 금액 또한 100억 리라가 되었어요. 게다가 그 이전에, 히로세 코이치가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해서 1만 리라를 500엔 정도로 판단하기도 해서 엔과 리라의 환율이 추정되기도 해요.
이세계물의 경우에는 작중 세계가 현실세계와 완전히 다르니까 등장하는 화폐의 가치는 작중의 각종 요소를 통해 판단할 수밖에 없어요. 이것 중 가장 친절한 작품이 마왕님 리트라이(魔王様、リトライ!).
마왕님 리트라이의 배경인 성광국에는 6가지의 화폐가 통용중인데 주로 통용되는 것은 동화(銅貨), 대동화(大銅貨), 은화(銀貨), 금화(金貨), 대금화(大金貨)의 5가지. 동화가 100엔, 대동화가 1,000엔, 은화가 10,000엔, 금화가 100,000엔, 대금화가 2,000,000엔으로, 그 위에 람다 성화(ラムダ聖貨)라는 것이 있지만 이것은 최소 대금화의 100배의 가치가 있지만 시장에서의 유통량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지는 듯해요. 이것이 주인공 쿠나이 하쿠토의 추론으로 분명해지고 있고, 아쿠를 부티크로 데려가서 옷을 사 주려 했을 때 대금화를 내밀자 점장이 눈이 튀어나올만큼 깜짝 놀랄만했다는 게 역시 그럴만했다고 판단가능해요. 게다가 쿠나이 하쿠토 일행이 라비 마을에 병원과 온천여관을 세울 때 대중목욕탕의 요금을 1인당 동화 3개로 책정한 것은 현실세계의 일본 수도권의 대중목욕탕 이용료가 460엔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하게 책정했다는 것도 알 수 있게 되어요.
이렇게, 창작물에서 나오는 화폐가치에 대해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어요.
창작물의 감상 및 작성 등에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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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시어하트어택
2019-08-22 23:37:43
뭐 저 같은 경우도 경제활동을 이야기하려면 화폐 단위 같은 걸 생각해야 하는데, 전작들에서는 안 쓰다가 드디어 기축화폐를 하나 도입(?)하게 됐죠. 이것저것 다 생각해 봤는데, 결국 '리라'로 정했습니다. 이유는 발음하기 편해서...
글을 쓰다 보면 다른 화폐단위도 생각을 해 봐야 할 텐데 이건 어떻게 할지 그 때 가서 생각해 봐야겠네요.
마드리갈
2019-08-23 12:00:17
리라는 발음하기도 쉬운데다 상당히 전통있는 이름이기도 하죠.
로마시대는 물론 카롤링거 왕조, 이탈리아 왕국 등을 거쳐서 유로화 채택 직전까지 현대의 이탈리아에서 채택되기도 했고, 터키에서는 지금도 리라를 법정화폐의 이름으로 채택하고 있어요.
폴리포닉 월드에서는 일단 현실세계의 화폐단위를 준용하고 있지만 기축통화에 대해서는 다른 점이 있어요.
일단 국가별 고유통화와 유로화의 중간 정도 되는 통화바스켓이이 있고, 여기에 대해서는 환태평양의 3대 강국인 미국, 일본 및 뉴프러시아가 가입해 있어서 각각 미국 달러, 일본 엔 및 뉴프러시아 마르크를 발행하고 있어요. 즉 각국 중앙은행의 명목상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단일국가처럼 행동하는 방식.
게다가 화폐단위간의 가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정해 두는 것도 좋아요.
폴리포닉 월드의 경우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지만 대체로 1달러=125엔 및 1파운드=2달러 정도로 책정되어 있어요. 이런 것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Lester
2019-08-23 14:17:47
좋아하는 소설인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는 "단돈 XX실링"이라거나 "자그마치 XXX파운드나 된답니다!" 라는 둥 뭔가 수식어로 규모를 알 수 있긴 한데, 몇몇 판돈에서는 그저 '현대 영국 돈으로 얼마'라고만 나와서 좀 아쉽더군요. 그나마 주석판은 '한화 ##원'이라고 해줘서 뒤늦게 이해했지만요. 그래도 금전감각이 부족해서 크게 와닿지 않기는 마찬가지지만...;;
다행스럽게도(?) 제 세계관은 가상 세계관이긴 해도 어느 정도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보니 달러만능주의네요. 그마저도 위에 언급한 개인 사정으로 인해 숫자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요. 그래도 위조지폐 에피소드를 대비해서 어느 정도 공부는 해놔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혹시 작중에서 '중국 위안화 같은 외국 지폐를 위조한 뒤에 미국 달러로 환전한다'고 한다면 수지가 맞을까요? 가치가 많지도 적지도 않고 애매한 화폐를 대량으로 위조해서 미국 달러를 챙기는 수법...인데, 역시 인쇄비가 더 들어서 소용이 없을지도;;;
마드리갈
2019-08-23 15:41:34
말씀하신 외국 지폐위조 및 달러로의 교환은 범죄조직들이 아주 반기는 수단이죠.
사실 지폐 제작에 필요한 정밀한 원판만 확보할 수 있다면 그 뒤로는 사실상 날로 먹는 것이나 다름없거든요. 지폐의 가치는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것이라면 별 문제없죠. 게다가 달러를 직접 위조하는 것이 아니기에 미국 정보당국의 직접 추적을 상당히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죠. 일단 달러로 환전할 때의 장벽만 넘을 수 있다면...
약간 다른 사안이긴 하지만, 조선정판사 사건같은 위조지폐 대량발행 및 유통사건도 이미 있었다 보니 위조지폐로 할 수 있는 범죄는 일반인의 상식 이상으로 폭이 넓다고도 볼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