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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마와리: 밤 거리를 떠도는 소녀들의 기담

마키, 2019-09-10 08:35:07

조회 수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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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마와리: 떠도는 밤의 주인공이자 플레이어블 캐릭터. 통칭 "소녀".)


요마와리는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시리즈로 유명한 니폰이치 소프트웨어 제작의 2D 어드벤처 호러 게임입니다.


명칭은 밤 야夜에 돌 회廻를 써서 직역하면 게임의 내용을 그대로 담아낸 "밤 거리를 돌아다닌다"는 의미이고 한국어 판은 일본어 발음 요마와리를 그대로 음차하고 옆에 한국어 풀이를 써서 "요마와리: 떠도는 밤"이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내용 역시 제목 그대로 주인공 소녀가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라진 개나 언니를 찾아 나서는 모험담을 그리고 있...기는 한데, 소녀와 언니가 사는 마을은 심야가 되면 귀신(おばけ)들이 득시글 거리는 마경이 된다는 것이 문제. 그리고 이 마을에는 야경꾼 씨(요마와리상, よまわりさん)라는 괴이가 존재하여 "심야에 돌아다니는 나쁜 아이들을 잡아간다"라는 소문도 돈다나 뭐라나.? (* 인게임 내 마을 게시판에서 볼 수 있는 낙서 중 하나)


소녀에게 주어진건 어두운 밤거리와 귀신들을 비출 수 있는 손전등, 귀신들의 주의를 끌 미끼(돌맹이, 소금, 짚인형 등), 지장보살 님(세이브 포인트 및 워프 포인트 역할)에게 공양해줄 10엔 동전 뿐. 귀신에게 무력하기 짝이 없는 소녀는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사라진 언니와 강아지를 찾기위해 어두운 밤거리를 배회하며 마을의 그림자에 잠긴 어두운 이야기들을 알아가게 됩니다.



재밌는 특징 중 하나로,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초등학생(소학생)이라는 것을 반영하여 시스템 텍스트(세이브가 완료完了되었습니다. 등)나 배경 그래픽?이외의 인게임에서 표시되는 모든 종류의 문자가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로만 표기되어 있어 주인공이 "한자를 잘 모르는 어린 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인게임에서 습득 가능한 아이템의 설명문 역시 초등학생 여자아이의 시점에서 아이템을 있는 그대로?묘사하고 있는 점이 포인트. 이 점은 후속작 또한 같습니다.


747920.jpg

(신 요마와리의 주인공들. 빨간 리본이 "유이", 파란 리본이 "하루". 중간은 유이의 강아지인 차코.)


후속작 신 요마와리: 떠도는 밤 심연(深夜廻)은 빨간 리본의 여자아이 "유이", 파란 리본의 여자아이 "하루(기본적으론 이쪽이 주인공)"를 번갈아 조작해가며 유이와 하루의 관계, 코토와리 님(コトワリさま)의 정체, 뒷산의 신(이라기보단 악령)의 얽히고 설킨 깊고 어두운 관계를 풀어해치는?내용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전작 요마와리와 거의 동일하고, 더 넓고 다양한 환경을 가진 맵에서 훨씬 살기등등한 귀신들과 싸워나가며 코토와리 님과 뒷산의 신을 상대해야 하는 등, 이쪽도 소녀의 마을 못지 않은 마경(...)으로 설정상 전작에서 2년 후 쯤이 배경이기 때문에 전작의 맵 일부가 변형되어 돌아다닐 수 있고, 전작의 소녀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 입수할 수 있는 아이템 중 "누군가가 쓴 쪽지 1~10"은 설정상 전작의 소녀가 남긴 것이라는듯.


[이하 신 요마와리의 핵심에 대한 이야기]








신 요마와리의 메인 빌런(?)격 존재라 생각되었던?코토와리 님은 사실 귀신 같은 괴이가?아니라 "절연(?切り)을 관장하는 신"으로서 문자 그대로 "연을 끊어버리는" 힘을 지닌 신. 작중 습득 할 수 있는 아이템이나 읽을 수 있는 문서들에 의해?'예로부터 유이와 하루의 마을에 있는 신사에서 모셨던 신이었고, 댐 공사에 의해 그를 모시던 신사가 있던 마을이 수몰되는 과정에서 방문객들이 끊기게 되고, 이에 대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거기다 코토와리 님을 모시던 신사의 소원수리에 "연을 끊고 싶다" 던지, "누군가와 헤어지고 싶다" 등의 소원이 잔뜩 적혀 있었는데 이때문에 절연을 관장하는 힘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고통스러운 병자 등을 마음 편히 보내주며 구원해주는?긍정적인 힘이 아니라, "이젠 싫다(もういやだ)"라는 말에 불려나와 그 인연을 끊어버리는(=죽여버리는) 거의 저주나 재앙에 가까운?힘으로 격하되버린 것이죠.


이에 따라 코토와리 님 이라는 이름은 '?り:단절, 거절'?/ '理:이치, 도리'. 두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공식 소설판의 표기를 보아 정식에 가까운건 후자인듯합니다. 또한 입수할 수 있는 쪽지 아이템을 통해 이 연을 끊는 의식의 제물로 바쳐지는건 "손, 발, 목이 달린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으며?하루는 어떻게든 근처의 인형이나 토우 등을 주는 것으로 대신했지만 작중의 상황을 보아 대체로는 코토와리 님을 불러낼만큼 절연하고 싶을 정도로 저주하는 상대방이나 코토와리 님을 불러낸 자기 자신이?제물로 바쳐진듯....


결론적으로, 초장부터 코토와리 님이 유이와 하루 앞에 모습을 드러낸건 두 소녀의 인연은 이미 이야기가 시작된 시점에서부터 잘못되어 있었다는 이야기(이미 이 대목 자체가 스포일러나 마찬가지지만(...) 이하 이 게임의 핵심이므로 생략). 결국 코토와리 님은 "두 소녀의 잘못되어진 인연을 끊어내고 그 죄를 사한다"는 단절의 신의 본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으며, 하루도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그의 의도를 알고 감사를 표합니다.

마키
東京タワーコレクターズ
ありったけの東京タワーグッズを集めるだけの変人。

6 댓글

앨매리

2019-09-10 12:49:18

호러 게임에는 약하지만 그래픽이 아기자기하고 제목도 마음에 들어서 한 번 눈여겨본 적 있는 게임이네요.

게임의 스토리에 그런 반전이 있었군요. 주인공을 위협하는 공포스러운 존재의 정체가 알고 보니 주인공의 과오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듭니다.

마키

2019-09-10 16:12:46

이야기를 푸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라서 설명하기 대단히 애매한데(...) 딱히 주인공들의 과오라고 보기엔 얘들은 거의 동네 뒷산신의 수작질에 놀아난거에 가깝고, 코토와리 님은 이를 바로잡고 겸사겸사 악신의 연도 끊을 겸?출동한 셈이죠.

마드리갈

2019-09-11 12:46:54

이전에 코멘트로 언급해 주신 요마와리의 리뷰를 이렇게 접하네요.

캐릭터 일러스트가 귀엽긴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공포스러움을 배가하는 것같아서 방심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밤은 여전히 무섭죠. 게다가 선진국이라도 북미나 서유럽의 경우 야간의 치안상태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니까 밤길을 돌아다닌다는 행위 자체가 자신을 위험으로 내모는 결과로 귀결되고, 야간 치안이 세계최상인 동북아시아조차도 안심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니까요. 그런 밤은 실체를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라서 공포스럽고...


가장 인자한 인물상을 보여주는 지장보살의 존재 또한 무섭네요. 지장보살은 부모보다 일찍 죽은 아이들의 영혼을 구하는 존재이다 보니, 지장보살이 세이브 및 워프 포인트로 나오는 게 더욱 섬찟하게 여겨지고 있어요.

코토와리 님이 담은 함의가 그런 것이었군요. 절연...절연이란 슬픈 것이지만, 결국 해야 하는 것...


게임이 담은 내용이 참 깊어요. 그리고 숙연해지고 있어요.

마키

2019-09-11 13:36:10

귀신들이 등장하는 연출이나 디자인이 의외로 상당히 섬칫하더군요...


소설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 1890.08.20. ~ 1937.03.15.)는 "인간의 가장 큰 감정은 공포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큰?감정은?알 수 없는?것에 대한 공포"라고 평했죠. 아무것도 없는 것 처럼 보이는 밤거리에 손전등을 비치면 살기 등등한 귀신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소리 역시 날벌레 우는 소리와 귀신을 감지하는 심장박동 이외엔 BGM?이랄게 없기 때문에 그만큼 귀신들이 시야에 들어올때의 공포감이 극대화되서 깜짝깜짝 놀라게 되더라구요.


지장보살상을?세이브 포인트로 설정한 것도 참 잘 만든 기믹이다 싶은게 귀신들에게 몇번이고 죽어가면서 밤거리를 방황하다가 지장보살상을 마주하면 "보살님!" 하고 반가운 마음도 들더라구요(...). 그야말로 "지옥에서 중생을 구원해주는 보살님"의 모습 그 자체. 그와는 별개로 요마와리의 일부 지역에 있는 지장보살상은 세이브를 하려고 액션 버튼을 누르면 촛불이 꺼지면서 목이 툭...

SiteOwner

2019-09-13 21:39:25

섬찟한 게임이군요. 그리고 오랜 옛날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서 몸이 살짝 움찔거리기도 합니다.

청소년 때에 살았던 동네는 가로등 따위는 거의 기대할 수 없었고, 게다가 보충수업이다 자율학습이다 해서 학생들을 밤늦게 잡아두기에 바빴습니다. 그래서 손전등이 필수품이었는데, 간혹 손전등의 불빛에 비춰진 나무는 낮에 보는 나무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괴기스러움이 배가되어 보였습니다. 이 나무들이 갑자기 요괴로 돌변하는 건 아닌가 싶더군요.

게다가, 간혹 축사에서 기르던 소가 탈주하여 동네 안을 폭주한다든지, 염소 등이 몰래 밖으로 나갔다가 길모퉁이에 잠복해 있다가 접근하는 사람을 떠받거나 하는 일도 있었는데, 그때 키가 큰 남자아이인 저도 충분히 무서웠는데 저 게임의 캐릭터들인 여자아이들에게는 얼마나 무서울지...


목이 떨어지는 지장보살이라니, 더욱 끔찍합니다.

마키

2019-09-16 06:21:21

동서고금을 막론하고?심야의 어둠이?괴담이나 백귀야행의?무대가 된 것도 그와 다르진 않겠죠.

도시만 해도 가로등 불빛이나 빛공해 때문에 도심지는 밤에도 그럭저럭 밝긴 하지만 골목골목 들어가면 사정이 다르고 지금도 가로등조차 없는 시골길은 달이 출근하면 칠흑의 어둠이 드리워지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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