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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페지오네(Arpeggione) - 기타와 첼로의 혼종

마드리갈, 2019-10-24 13:47:33

조회 수
167

비올라 다모레, 세르팡에 이어 이번에도 쉽게 접할 수는 없지만 고유한 매력이 있는 악기.
이번에 소개할 것은 19세기 전반에 등장했지만 큰 인기를 구가하지 못한 채 잊혀져 갔던 악기인 아르페지오네.

아르페지오네는 화음의 음 하나하나를 분해하여 높이의 순서 또는 역순으로 차례로 연주하는 주법의 이탈리아어인 아르페지오(Arpeggio)에서 왔어요. 하지만 이 악기가 태어난 곳은 이탈리아가 아니라 오스트리아로, 대략 1823년경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악기 제조업자 요한 게오르크 슈타우퍼(Johann Georg Stauffer, 1778-1853)가 발명하였어요. 그는 당대의 유명한 기타 제조업자였고 그래서 그가 발명한 아르페지오네는 외형에서 기타의 특징이 진하게 남아 있어요. 6개의 현, 기타의 현과 동일한 음높이 조율 및 지판 위의 프렛이 가장 대표적인 특징으로, 외양만으로는 바로크 시대를 풍미했던 저음의 찰현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와도 닮아 있어요. 반면에 연주자세, 활로 연주할 수 있게 한 현의 높낮이 배치 및 브리지로 현의 울림을 공명통에 직접 전하는 방식은 첼로의 방식을 그대로 유용하고 있어요.

이 악기를 위해 작곡된 유명한 그리고 유일한 작품은 가곡의 왕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가 1824년에 작곡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Arpeggione Sonata in a minor, D821).

당시의 악기로 연주한 영상을 소개해 드려요.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1악장.

2012년 7월 8일 벨기에 코루아 르 샤토(Corroy-le-Château)에서의 연주

니콜라 들라티예(Nicolas Deletaille, 1979년생), 아르페지오네(2001년 벨기에 브뤼셀 B. 라브리크 제조품)

알랭 루디에르(Alain Roudier, 1955년생), 포르테피아노(1827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콘라트 그라프 제조품)


피아노가 작고 음색이 다소 딱딱한 이유는, 저것이 현대식 피아노가 아닌 18세기에서 19세기 전반의 초기형인 포르테피아노(Fortepiano)인 점에 있어요. 5옥타브의 건반을 지녔다 보니 현대의 7옥타브 건반의 피아노보다는 당연히 작을 수밖에 없고, 18세기 후반에 급격히 퇴조했던 건반악기인 쳄발로(Cembalo, 영어명 하프시코드/Harpsichord)의 제작방식을 유용했다 보니 피아노이면서 묘하게 쳄발로의 유산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형태.


슈베르트가 저 악기의 발명가가 제조한 기타를 갖고 있었던 것이 인연이 되어서 작곡했지만, 이 음악은 슈베르트가 고인이 된 지 43년 뒤인 1871년에야 그 존재가 알려졌고, 이미 악기 자체가 그 시대에도 큰 인기를 끌지 못한 채로 퇴조해 버려서 이 곡은 대부분 첼로로 연주되고 있어요. 게다가 당시 슈타우퍼가 제조한 악기의 실물 자체가 드물다 보니 현존하는 것은 슈타우퍼의 설계안을 바탕으로 현대에 새로 만들어진 것이 많아요.


저는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첼로 연주로 먼저 접했는데다 이런 정격연주가 있다는 것을 안지도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어요. 그렇다 보니 저에게도 아르페지오네의 음색은 그다지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악기가 잊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더없이 기뻐요.

추위가 나날이 더해져 가는 스산한 가을날 어딘가에서 울려퍼질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의 아름다운 선율, 세련된 첼로의 음색으로도, 소박하면서도 깊이있는 아르페지오네의 음색으로도 즐겨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로, 첼로로 연주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음원도 몇 가지 소개해 드려요.

에마누엘 포이어만(첼로)/제럴드 무어(피아노), 1937년 모노럴 녹음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첼로)/벤자민 브리튼(피아노), 1961년 아날로그 스테레오 녹음

요요마(첼로)/에마뉴엘 액스(피아노), 1996년 디지탈 스테레오 녹음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19-10-26 20:53:43

듣고 있었는데, 소리가 마음에 드네요.

딱 감동적이면서 색이 있는 클래식 느낌. 확실히 마음에 들어요.

기타와 첼로의 혼종이라 첼로를 뜯으면서 연주를 하는건가 했는데, 꽤나 멋진 연주라서 감동받았어요.

마드리갈

2019-10-26 21:22:25

아르페지오네의 음색과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의 아름다운 선율이 마음에 드셨군요.

이런 악기가 왜 널리 사랑받지 못하고 퇴조했는지 아쉬울 따름이예요. 게다가 이 악기를 위해 작곡된 유일한 악곡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아주 오랫동안 세계에 알려지지 못했는지도 안타깝고...실제로 슈베르트는 많은 명곡을 넘겼지만 그 작곡의 결과가 생전에 전혀 보답받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시달려서 그의 친구들의 후원으로 근근히 살다가 요절하여 세상을 떠났다 보니 그런 당시 세계가 야속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그래요.


실제로 대왕고래님께서 말씀하신 연주법이 있어요. 피치카토(Pizzicato). 보통 독특한 효과를 내기 위해 간간이 쓰이지만,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피치카토로만 연주되는 악곡도 있어요.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II, 1825-1899)의 피치카토 폴카(Pizzicato Polka). 2012년 비엔나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의 라이브공연 영상 일부를 소개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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