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1.jpg (15.7KB)
다종다양한 SCP 설정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SCP 261에 대한 소개문 입니다.
(* 회수 당시의 모습. -원본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설치된 합법 마리화나 자판기 라는듯-)
SCP 재단의 원문: http://www.scp-wiki.net/scp-261
SCP 재단 한국 지부의 한국어 번역문: http://ko.scp-wiki.net/scp-261
일련번호: SCP-261
별칭: 차원을 초월하는 자판기(Pan-Dimensional Vending)
격리 등급: 안전(Safe)
이 SCP는 이름 그대로 자판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최초로 발견된 지점은 일본 요코하마.
요코하마에서 소문으로 떠돌던 "마법의 자판기"에 대한 도시전설을 수색하던 재단에 의해 회수되었으며, 자판기에는 키패드와 배출구가 장착되어 있으나, 내부에는 어떠한 식품이나 음료도 들어있지 않고, 만약 자판기를 열어놓고 동작하거나 내부에 감시 카메라 등을 설치하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자판기는 연속으로 계속 작동시키거나, 한번에 고액의 금액을 투입하면 위험한 물체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원문에서는 일본의 엔화 주화만 투입할 수 있다고 나와있지만 실험 기록에 따르면 화폐의 가치를 가진 것(고대 화폐, 미군 군표, 자판기 자신이 반환한 로날드 맥도날드가 새겨진 주화)을 투입하자 그에 맞춰서 화폐가 취급되던 당시의 가치로 환산한 식사나 현실의 체인점 제 패스트푸드 등을 배출해주고, 특정한 쪽지를 넣자 그 쪽지와 관련된 특정한 제품을 배출하는걸 보면 굳이 엔화가 아니더라도 자판기가 받아들이기만 하면 취급할 수는 있는 모양.
현재는 24시간 이내에 10회 이상 작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기지 관리자의 허락이 없는 한 한 번에 500엔 이상의 금액을 투입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는데, 이 자판기가 안전 등급인 것은 문자 그대로 작동시키지만 않으면 안전하기 때문이고 피해 범위도 해당 식품을 섭취한 사람이나 그 주변으로 끝나기 때문. 한번은 무려 10만엔을 투입했는데 배출된 물체에 의한 정보는 [데이터 말소] 되었으며 이 실험 이후 한번에 5천엔 이상의 금액을 투입하는건 허가를 받도록 되었다고...
키패드에 임의의 3자리 숫자를 입력하고 엔화 주화를 투입하면 이 자판기의 진가가 드러나는데, 기본 500엔 단위(500엔 이하로 투입하는건 별 문제 없지만, 상기의 이유로 500엔 이상은 위험)로 투입하면 그에 상응하는 식품을 배출하는데 "차원을 초월하는 자판기"라는 그 별칭대로 나오는 식품들의 정체가 문자 그대로 초차원적인 것들.
- 실존 브랜드의 실존하는 상품(섭식 가능)
- 실존 브랜드의 변형된 상품(섭식 가능)
- 실존 브랜드의 실존하지 않는 상품(섭식 가능)
- 실존하지 않는 브랜드의 상품(정상적인 작동 범위 안에서는 높은 확률로 섭식 가능)
기본적으로 전원이 연결되어 있고, 자주 작동시키지 않는 상태이며, 500엔 이내의 금액을 투입했다는 전재 조건 하에 상기의 네가지 범주 안에서 임의의 식품이 배출되고, 사용하는 직원은 전원 유무/투입 금액/배출된 물체의 설명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체로는 섭식이 가능하고 맛있다고 보고되긴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신체에 특정한 효과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고, 차원을 넘어와 존재가 뭔지조차 불분명한 괴이한 것들까지 식품이라고 배출되기도 하고, 개중에는 보고되지 않은 불명의 생물체나 식재료를 사용했거나, 스스로 움직이거나, 식품완구 처럼 기념품이 딸려오기도 하거나, 식재료를 사용한 의복이나 뜨개질감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SCP의 형태를 한 식품이나 다른 SCP 자체가 배출되기도 하는 등 다루는 범위가 매우 광범위합니다.
여기에 전원이 꺼진 상태로 작동시키거나, 한번에 과다한 금액을 투입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작동이 시행될 경우 배출되는 물체는 생명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독극물이 나올 확률이 급증하고, 그 형태도 상식적인 식품의 범주를 초월해 있는 등, 자판기로서 할 수 있는 설정이란 설정은 죄다 가지고 있는 점이 이 SCP의 포인트.
또한 재단에서 정밀 복제한 위조 화폐를 넣자 독극물이 함유된 중지를 치켜든 손 모앙의 젤리를 배출해 직원들에게 경고하고, 자신이 점점 이상한 것들만 내놓는다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자 그 다음 실험부턴 노골적으로 정상적인 범주 내의 식품들만 배출하는가 하면, 한번은 깨진 단지들만 배출되어 사정을 설명하는 쪽지를 넣자 그 내용물이었던 꿀과 없었던 뚜껑을 배출해 주는 등, SCP 답게 지각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청소부가 자판기에게 정중하게 말을 걸어주자 좋은 품질의 식품을 내놓는걸 보고 "어째서 자판기에게 그렇게 하냐"는 질문에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고 대답을 듣고 남긴 "그래. 우리 중 그 누구도 저게 지각 능력이 있는건지 시험해볼 생각이 없었다는건가?"라는 박사의 평가가 걸작.
사실 이 SCP 문서는 자판기 그 자체의 설정보다는 다른 차원의 식품을 가져온다는 특성을 살린 온갖 종류의 식품 관련 설정놀음이 총망라된 실험기록 문서가 최고의 백미. 2008년 11월에 문서가 처음 만들어진 이래 SCP-261: 실험기록(http://www.scp-wiki.net/experiment-log-261-ad-de) 하위 항목은 문서가 작성된지 10년이 넘은 2019년에서도 틈틈히 업데이트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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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SiteOwner
2019-11-03 13:11:45
재미있는 자동판매기군요. 특히, 자체에 물품을 내장하지 않으면서 다른 차원에서 물품을 당겨 온다든지 하는 것을 보면 이 자판기는 아무래도 여러 차원으로의 게이트웨이같기도 하고, 그런 동시에 스스로 지각하고 사고하는 영물같기도 합니다.
기어와라 냐루코양에 등장하는, 마히로군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 주겠다는 일념하에 냐루코가 가져온 수상한 식재료 또한 저 자판기에서 조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위조지폐를 집어넣자 독극물이 혼입된 가운데손가락을 세운 손 모양 젤리를 배출하는 설정에서는 CHiCO with HoneyWorks의 소녀들이여(乙女どもよ。)의 이 대목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또한,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 개념이나 피그말리온 효과 등이 구체화된 것같지도 하고, 게다가 정당한 지불을 원할 뿐 과다한 팁을 거부하는 신조도 굳건하고, 여러모로 재미있는 설정 덕분에 일요일 한낮에 즐거움이 더해집니다.
마리화나 자판기를 보니 25년 전 미국에서의 소동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1994년 당시는 의료용 마리화나 문제를 둘러싸고 캘리포니아주를 위주로 찬반논쟁이 뜨거웠고, 결국 1996년에 캘리포니아주에서 55.6%의 찬성으로 합법화되었습니다. 벌써 그 때로부터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뉴스를 접했던 고교생은 벌써 사회인으로서 생활중입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SCP 설정의 소개를 부탁드려 봅니다.
마키
2019-11-10 06:37:26
별칭의 번역은 다른 곳의 번역을 참조 했지만 접두사가 Pan-인걸 보면 심플하게 "초차원 자판기"로 번역해도 될 듯 싶네요.
개인적으로 이 SCP를 좋아하는게 설정 자체는 심플하게 초차원적인 자판기일 뿐이지만, 그 특성을 살린 실험 기록 항목이 무지 재밌어서네요. 실제로 있다면 꼭 한번 써보고 싶기도 하구요.
마드리갈
2019-11-04 17:44:54
읽으면서 두 가지의 설화가 생각났어요.
하나는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에 얽힌 설화.
어느 탐욕스러운 부자의 저택에 탁발승이 찾아오자 그 탐욕스러운 부자는 그를 그냥 돌려보내지는 못할망정 똥을 주었죠. 나중에, 다시 탁발승이 그 집을 찾아왔고, 선량한 며느리가 그 사건에 대해 미안해 하면서 시주를 해 주자 당장 이 집을 탈출하되 무슨 일이 일어나도 뒤돌아봐서는 안된다고 그 탁발승이 귀띔을 해주는데, 그 말을 들은 며느리는 탈출하다가 뒤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소동이 일어나 무심코 뒤돌아보았다 그대로 돌이 되었다고 해요.
다른 하나는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데 한 면만 탱화가 그려지지 않은 법당 내부.
절을 짓는데 고용된 화공이 주문받은대로 탱화를 그리되 작업과정은 절대로 봐서는 안된다고 주지를 비롯한 그 절의 스님들에게 주지시켰어요. 그리고 그 화공은 들어가서 두문불출한 채로 탱화를 그리는데, 어떤 스님이 그 안을 엿보자 화공은 온데간데 없고 작은 새 한 마리가 붓을 부리에 물고 날아다니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보였어요. 그런데 인기척이 나자 그 새가 날아가 버렸고, 그래서 법당 내부의 다른 곳은 탱화가 완벽하게 만들어져 있었지만 한 면은 미완성으로 남았다고...
차원을 넘나드는 이 자판기는 이렇게 전통과 현대가 만난 문물같네요.
마침 발견된 장소도 근대화의 무대 중의 하나인 일본 요코하마이고...
마키
2019-11-10 06:46:24
황지에 대한 설화는 학교다닐때 살짝 배우긴 했었네요.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개체들을 틈틈히 소개해볼까 하는데 종류가 워낙에 방대하다보니 거기서 골라내는 것도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