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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결론난 어떤 중학생의 자승자박

SiteOwner, 2019-11-08 20:03:23

조회 수
192

상당히 재미있는 주장 하나가 최근의 지방법원 판례에 등장했길래 인용해 봅니다.

일단 이 기사를 읽어 보시면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교무실에서 학급편성자료를 훔친 중학생이 소송을 제기한 건 일단 문제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주장이 꽤 기묘합니다.
요약해 보면, 저 중학생은 아래의 3가지를 쟁점화하여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를 노린 듯 합니다.
  1. 개인정보가 아닌 것은 누설하더라도 상관없다.
  2. 정보의 취급을 소홀히 한 학교에 더 큰 책임이 있다.
  3. 따라서 사회봉사 24시간의 징계처분은 부당하다.


그런데, 그 중학생의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첫째, 개인정보가 아닌 것은 누설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주장부터가 문제가 있습니다. 개인정보라는 것은, 비록 단독으로 그것이 특정인임을 알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됨으로서 특정인임을 알아볼 수 있게 되면 개인정보로 간주됩니다. 이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 제1호에서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보니, 이미 여기에서 아웃.


둘째, 학교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말에서, 그 중학생의 책임은 자인되었습니다. 비교는 대조군을 전제로 하는데, 그 대조군이 바로 그 중학생의 교무실 침범사실. 게다가, 이것을 제외하더라도 문제가 있습니다. 피해를 당하여 더 큰 죄책이 인정된다면, 그것을 정당화하는 법령은 이미 근현대의 것임을 포기했다는 의미로 귀결됩니다. 이미 본인이 책임을 인정했는데다,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예의 발언의 정당화와 실정법의 가치는 절대 양립할 수 없는데, 무엇을 믿고 소송을 한 것일까요?


셋째, 이미 위에서 개인정보가 아닌 것이라는 주장이 논파된데다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근거도 모두 부정되었으니 남은 것은 그 사회봉사 징계처분에 정당성이 부여되었으며 오히려 학교측이 관대하게 선처해 주었다는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사실 정보를 탈취했든 말든간에 학생이 교무실에 무단침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학교측이 곱게 넘어가 주기를 기대할 상황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그 중학생은 학교측이 그 정도로 처리한 데에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예의 중학생은 자승자박을 범하였고, 그에 따라 법원이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누구도 탓할 수 없습니다. 그가 스스로 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 공공기관이 인증을 해 주었으니까요.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19-11-16 23:38:39

법정에서 중학생이 변명을 시도했다는 건 어찌보면 대단하네요. 그 담력이 대단해요.

하지만 중학생이 변명으로 돌파하기엔, 그 중학생이 벌을 받아야 할 논리가 너무 당연하고 확실했네요.

그 이전에 자기가 받은 처벌에 불만을 품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고소를 택했다는 게 참 대단하네요. 담력도 대단하고, 생각도 보통이 아니에요.
보통 저런 생각을 "아니 대체 무슨 생각이지?"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건가?"하고 표현하죠.

중학생이 고소를 하는 건 그럴 수 있는데, 저런 걸 이유로 고소를 한다는 게...

SiteOwner

2019-11-17 18:15:15

그렇습니다. 이미 반편성 자료에 개인정보인 개인의 성명이 들어가 있어서 현행법을 명백히 어기고 있고, 비난가능성이 그 학생 자신에 있음을 자인했으니, 판사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 학생의 주장을 배척한다는 것은 이미 분명합니다.


확실한 것은, 저런 사례는 어느 중학생의 패기로 끝나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명한 사람은 타인의 경험에서 배웁니다.

보통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서 배웁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서도 배우지 못합니다.

모든 것을 전적으로 타인의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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