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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업자 - The Smuggler] 26화 - 걷히는 베일

시어하트어택, 2019-11-09 16:24:59

조회 수
132

차는 술타나 우주공항을 지나, 옆의 정비단지로 간다. 볼트 인더스트리 공장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수민의 눈을 사로잡는 건, 다름 아닌 격납고에서 나온 얼리버드 호. 차는 얼리버드 호와 격납고 사이에서 멈춘다. 수민과 주경을 포함한 6명이 모두 차에서 내리고 보니, 이미 캠벨이 마중나와 있다.
“아, 안녕하세요!”
“그래. 사흘밖에 안 됐는데 꼭 1년 만에 보는 것 같네.”
캠벨은 너스레를 떨며 말한다.
“물론 정말 오랜만에 보는 분들도 있지만.”
캠벨은 주경, 카림과 한 번씩 포옹한다. 조금 전만 해도 쭉 어딘가 어두워 보였던 카림의 얼굴도 풀어지고, 어린아이처럼 밝은 웃음을 짓는다.
“얼리버드 호는 어제 수리가 다 됐어. 망가진 부분은 전부 말끔히 고쳐서 마치 새로 뽑은 우주선 같다고.”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적들 때문에 고생 좀 했다며. 미안하네. 호텔 직원 중에 첩자가 있는 줄은 몰랐어.”
캠벨이 미안해하자 수민은 바로 손을 내젓는다.
“아, 아니에요. 그래도 덕분에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는걸요.”
“그건 그렇고... 바로 떠날 건가?”
“네... 갈 길이 멀어서요. 오늘 만나기로 했으니까요.”
캠벨은 수민과 일행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주경과 카림을 다시 돌아보며 말한다.
“저는... 솔직히 불안하네요. 옛날 일이 지금도 떠올라요.”
“그런 일은 없겠지요. 없을 겁니다.”
주경이 캠벨을 안심시킨다. 카림은 아무 말 없이, 캠벨을 가만 바라본다. 카림과 캠벨의 눈이 마주친다. 말은 안 해도, 두 사람은 말 이상의 것을 주고받고 있다. 잠시 후 카림이 입을 연다.
“늘 도와주셔서 고마울 뿐입니다.”
“별 말씀을요...”
캠벨은 아직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는지 말끝을 흐리다가, 다시 묻는다.
“다시 볼 수 있겠죠?”
“그럼요.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주경과 카림은 입을 모아 대답한다. 그제야 캠벨은 마음을 놓는 듯하다. 캠벨은 다시 수민에게 다가가 말한다.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저, 수리 대금은 어떻게 하죠? 청구액이 12억 8400만 리라나 되던데...”
“아, 그건 말이야.”
수민이 조심스럽게 묻자 캠벨은 별로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한다.
“나는 뭐, 자네 아버지와 삼촌에게 신세 진 걸 생각하면 안 받아도 상관은 없는데...”
“아... 아니에요! 그래도 드릴 건 드려야죠.”
“생각 같아서는 저기 격납고 안에 있는 셔틀 2대도 가져가라고 하고 싶은데...”
캠벨이 문이 열린 격납고를 보여 주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그 문제의 셔틀 2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수민이 아이샤를 돌아보자, 아이샤는 조용히 미소를 지을 뿐이다. 캠벨은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수민에게 말한다.
“뭐, 됐어. 자네가 주겠다고 했으니. 셔틀 무사히 가져오면 절반만 받을게. 알겠지?”
“고, 고맙습니다!”
“그래, 이제 가 봐.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네.”
캠벨의 배웅을 받으며, 수민 일행은 얼리버드 호에 올라탄다.?

한편 바로 그때, 탄돌로 행성 고도 780km 궤도. 옆면에 CUSTOMS라는 문구가 선명히 새겨진 우주선 한 대가 탄돌로 행성의 궤도를 순항 중이다.
“음... 드디어 찾았군.”
“얼리버드 호 말씀이신가요?”
“그래. 저기, 우주공항 옆에 있는 정비공장에서 이제 막 이륙하려고 하고 있군.”
미터마이어와 발레리는 홀로그램 모니터를 보고 있고, 거기에는 위성에서 찍은 얼리버드 호 사진이 전송되고 있다.
“페리에와 체베르에서부터 저걸 추적하려고 꼬박 사흘이 걸렸어. 드디어 오늘에야 그 결실을 보게 되네.”
“수고하셨어요, 주임님.”
“아니, 네가 더 고생했지.”
발레리는 조종석에 앉아서 터치스크린을 몇 번 두드린다. 미터마이어가 와서 터치스크린을 보며 말한다.
“방향 설정은 제대로 한 거지?”
“네. 문제없이 잘 했죠. 위치추적 교란 시스템도 작동했고요.”
“이제 이건 얼리버드 호를 자동으로 따라가니까, 밀수 현장 적발도 시간 문제야.”
미터마이어는 화면에 나타난 얼리버드 호를 보며, 발레리의 어깨를 툭 친다. 발레리가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한편, 얼리버드 호 조종석. 수민은 홀로그램 모니터를 초조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모니터 한가운데에는 목적지인 ‘가네샤’ 행성의 영상이 채워져 있고, 오른쪽 위에는 목적지까지 남은 시간이 표시되어 있다. 남은 시간 칸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시간은 그만큼 느릿느릿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그러냐, 수민아?”
옆에서 보고 있던 주경이 수민의 손을 잡는다.
“아... 아니에요, 삼촌.”
“설마, 떨고 있는 거니? 후회하지 않는다고 분명 말했을 텐데...”
“후회한다거나 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미지의 세계로 탐험을 떠나는 것 같아서 그래요.”
수민은 얼굴을 차분하게 하고 말하자, 주경은 차분한 얼굴을 한다.
“나도 그랬지. 네 아버지도 내가 밀무역을 한다고 하니까 비슷한 반응이었어. 결국 나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
“그렇군요...”
수민은 주경과 카림을 한 번씩 돌아본다. 그리고 카르토도 한 번 보고, 다음으로 아이샤도 돌아보려는데...
“어? 잠깐...”
수민의 눈에, 아이샤가 안 보인다.
“다들 한번 찾아봐요. 아이샤는 어디 갔죠?”
“글쎄...”
그런데 아이샤만 안 보이는 게 아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옆에 있었던, 호렌도 보이지 않는다. 아이샤와 호렌이 동시에 보이지 않는다니...
“얼리버드 호 안에 있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카림의 말에 수민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마음이 완전히 놓이지는 않는다. 자꾸만 화물칸 쪽을 바라본다.

얼리버드 호의 화물칸으로 향하는 복도. 아이샤는 벽을 등지고 서 있고, 호렌이 아이샤를 마주보고 서 있다. 호렌의 손에는 얇은 카드가 하나 들려 있다. 호렌이 그 카드를 아이샤의 눈앞에 보여 주자, 아이샤의 얼굴은 전에 없이 파랗게 질린다.
“내가 며칠 전에 이런 걸 하나 주웠지.”
“그... 그걸... 네가 어떻게... 안 줘?”
아이샤가 손을 뻗어 호렌이 손에 쥔 것을 뺏으려 하자, 호렌은 재빨리 아이샤의 손을 피하며 말한다.
“동료들이 네 이름을 부를 때에도, 나는 네 이름을 부르지 않았지. 그렇게 하기를 잘 한 것 같아. 너, 숨 쉬는 것 빼고 도대체 진실인 게 뭐야?”
“그게... 그게 무슨 말이야?”
아이샤는 파랗게 질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호렌에게 말한다.
“무슨 말이기는. 다 알고 말하는 거라고, 파라! 아이샤 메스키타라는 이름, 27세, 2남 2녀 중 장녀, 아테나 행성 거주, 무역회사 경력, 개인사업자라는 말까지, 전부 다 거짓이잖아!”
호렌은 라보에서 아이샤에게 총을 겨눴을 때처럼 아이샤를 노려보며 말한다.
“그... 그건...”
EP26.jpg



“이제 내가 네 진짜 신상을 말해 줄까?”
호렌은 아이샤의 떨고 있는 눈을 보고 또박또박 말한다.
“본명은 파라 사라고사 압델케림 아메스키타 델 메디나, 나이는 19세, 거주지는 세라토시 미린구. 미린대학 3학년, 공학부에 재학 중이지. 가족도 화려하군. 아버지는 세오네 제국 해병대 장군이고, 어머니는 명망높은 대학 교수에, 형제로는 오빠와 언니가 하나씩 있는데, 모두 명문가와 결혼했어. 그런데, 왜 이런 분이 우리 누추한 밀수선에 납셨나? 왜지?”
호렌이 들고 있던 건, 바로 아이샤의 학생증이다.? ‘파라’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아이샤의 눈이 흔들리는 것을, 호렌은 본다.
“사실은... 방학을 맞아 무전여행 중이었어. 한 달 정도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뭔가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아이샤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더듬거리며 말한다.
“하하하... 황당하군. 무전여행 중이었다니... 배짱도 참 크시군그래. 그렇게 네 신분을 숨기고 거짓 가면으로 행세하면, 위세라도 부릴 수 있을 줄 알았지?”
“그... 그게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호렌은 얼굴을 붉히며, 아이샤를 똑바로 보고 고함지른다.
“더 볼 것도 없어. 이 거래가 끝나면, 일행에게 너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하고, 가까운 행성에 내려 줄 거야. 안 죽이고 쫓아내는 것으로도 다행히 여기라고. 알겠어?”
“.....”
호렌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울상을 짓고 있는 아이샤를 한 번 더 노려보더니, 들고 있던 아이샤의 학생증을 아이샤의 앞에 내던진다.
“가져가. 거래가 다 끝나고 나면 여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너에 대해 다 말할 테니, 그리 알라고.”
아이샤는 조종석을 향해 걸어가는 호렌을 보고도, 학생증을 줍거나 하지 않고, 마치 정신이 나가 버린 사람처럼, 한참이나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 눈물은 글썽이고 있지만, 뭐라고 말이 나오지 않는다. 머릿속이 말그대로 새카매진다. 마치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한꺼번에 부정당하기라도 한 듯한, 그런 기분이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하다. 마치 그 자리에 서 있던 조각상이라도 된 것처럼, 아이샤는 가만히 서 있다. 발을 떼려 해 봐도, 발걸음이 옮겨지지가 않는다...
“뭐 해, 파라 사라고사?”
호렌이 아이샤를 돌아보더니 말을 던진다. 아이샤는 자기가 뭘 잘못 들었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호렌은 다시 또박또박 말한다.
“뭐 하냐니깐? 바보같이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오기나 해.”
아이샤는 말없이 조종석 쪽으로 발을 옮긴다.

호렌과 아이샤가 조종석 문을 열고 들어오자, 수민은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너희들 어디 있었던 거야? 안 그래도 찾고 있었는데.”
“아, 잠깐 좀 바람 쐬고 왔어.”
호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히 말한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거지?”
호렌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호렌을 바라만 볼 뿐이다. 수민은 옆의 카르토도 돌아보고는 말을 계속한다.
“잘 들어. 이제 금방 목적지에 도착할 거야. 우리가 지금까지 겪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간이 될 거야.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그런데... 그건 아까도 말한 거 아니야? 왜 굳이 지금...”
“그 파디샤가 우리 앞에 직접 와서 베라네를 인계해 간다고 했어.”
다들 수민의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뒤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주경과 카림 역시 놀라워하며 수민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그 자가? 항상 얼굴은 내보이지 않고 항상 신비에 싸여 있던 그 자가?”
“맞아.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안심이 되는데, 오히려 불안하기도 하고... 어쨌든 일단은 가 보자.”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19-11-09 16:55:59

엄청난 반전에 뭔가 크게 한방 얻어맞은 것 같네요.

이전에 나온 신분위장은 그나마 베라네 밀수가 극한의 위험이 일상다반사일 정도로 앞날을 보장할 수 없는 영역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랬다 치더라도, 아이샤 메스키타의 경우는 신분을 속인 이유가 정말 어이없을 정도네요. 정말 이건 어떻게 봐야 하는 건지...


아이샤 메스키타, 아니 파라 사라고사는 제대로 베일이 걷혔어요. 이제는 그 갑자기 사라져서 임의의 장소로 이동하는 능력을 어떻게 얻었는지가 남아 있어요.

SiteOwner

2019-11-09 20:09:00

저도 꽤 놀랐습니다.

수시로 잘 사라지는 속성의 아이샤 메스키타의 정체가 굉장히 의외였다는 것도 놀랍고, 보유하는 초능력이 어쩌면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취득한 능력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그 능력이 현재의 그녀에게는 필수불가결한 것임은 틀림없겠다는 강한 느낌일까요?


그런데, 아직 말하지 않은 게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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