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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the Vice] #1 - An Old Friend(1)

Lester, 2019-11-10 23:58:04

조회 수
229

연재에 앞서, 본 소설은 게임 GTA: 바이스 시티Grand Theft Auto: Vice City의 팬픽(Fan fiction)임을 알려드립니다.

즉 원작을 기반으로 하지만 2차 창작이므로 원작과는 다소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원작과 작가의 여러가지 사정이 겹쳐 다분히 의도적으로 다르게 저술했음을 명시해 두겠습니다.

또한 원작이 있는 만큼 원작을 알아야 이해가 되거나 재미있는 부분이 있겠습니다만, 원작 게임이 발매된 지 시간이 오래 지나기도 한 만큼 원작에 대한 과도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그 밖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질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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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Old Friend - 옛 친구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하는 그들에게 지금이 어떤 시기냐고 묻는다면 태평성대라고 대답할 게 분명했다. 미국의 중심부인 동해안 북부, 그 중에서도 미국 범죄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리버티 시티Liberty City의 패권을 쥔 마피아 조직 포렐리 패밀리Forelli Family에게는 반발할 사람도 세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토대를 이루는 법과 질서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도망쳐버리는 그들에겐 언제나 토끼를 따라가는 거북이 신세나 마찬가지였다.

그 토끼들 중에서 가장 악명높은 '토끼'가 있었으니 바로 산티노 포렐리, 일명 "소니"Santino "Sonny" Forelli였다. 그는 소설 "대부"The Godfather(1969)의 캐릭터 산티노 "소니" 코를레오네Santino "Sonny" Coreleone에서 따온 별명답게 타인에겐 잔혹했지만 가족에겐 친절했다. 하지만 영화 속의 소니와 달리 피가 섞이지 않은 '조직family'의 구성원들에게는 친절하지 않아서, 수틀리면 바로 콘크리트 신발을 신고 대서양에 던져버리기가 일쑤였다. 가령 로베르토 란칠로Roberto Lanzillo는 예전부터 포르노 사업으로 포렐리 패밀리에 오랫동안 큰 수익을 안겨줬으나 어느 순간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져버렸다. 분명 도시의 유명 언론 중 하나인 리버티 트리Liberty Tree에 오르내릴 정도로 큰 사건이었고 그게 누구 짓인지도 다들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 진상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FBI의 수많은 도청 기록들 중 하나에 진실의 파편 하나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는 모르지만, 내가 듣기로는 소스가 묻어서 그랬다나 봐. 믿겨지냐? 같은 밥상에서 스테이크를 먹는데 소스를 비싼 양복에 튀겼다고! 레스토랑이라 그냥저냥 넘어갔지만 나중에 해치웠나봐."

이렇게 독재자들이 횡포를 부리면 아랫사람들은 앙심을 품고 복수하기 마련이었다. 소니도 예외는 아니라서 보란듯이 쿠데타가 몇 번 일어났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 수많은 난리통을 겪고도 소니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건 그의 제일가는 경호원이자 심복이요, 오랜 친구인 토머스 "토미" 버세티Thomas "Tommy" Vercetti 덕분이었다. 그는 원래 한낱 인쇄소의 악마(printer's devil, 중세 때부터 인쇄소의 심부름꾼을 뜻하던 속어)로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인쇄업자가 되려고 했고 본인도 그게 천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리타분한 어머니와 싸워서인지 기이한 운명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색다른 인생을 살기를 원했고, 그 결과 택한 것이 마피아 세계였다. 그게 마침 붕괴 직전에 몰렸던 포렐리 패밀리의 젊은 카포레지메(caporegime, 마피아 조직의 행동대장을 뜻하는 말. 간부급이므로 정회원에 해당한다)로서 강력한 병력을 원하던 소니 포렐리와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리버티 시티의 암흑가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그 정도로 조직에 공을 세웠다면 당연히 조직에서 한 자리는 꿰차고 있어야 하건만, 이상하게도 토미는 직위는커녕 정회원(made man, 조직에 의해 '만들어진 사람'이란 의미이다) 자격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거기에는 소니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정회원이 되면 다른 마피아 조직은 물론 경찰로부터 더욱 심한 추적을 당할 거라는 우려가 하나요, 외부 세력으로서 활동하는 것이 더욱 자유롭고 효과적일 거라는 예상이 둘이었다. 그 대신 대우만큼은 간부급이라 아무리 토미가 비회원이라고 해도 포렐리 패밀리의 회원들에게는 엄연히 '가족'으로서 대우받았고 공훈에 걸맞은 보상-여자라든지, 자동차라든지-도 수여받았다. 실질적으로 간부가 아니라서 조직의 회의 등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소니에게 모종의 방법으로 기밀을 전달받기도 했다. 그렇게 소니는 토미를 믿고서 많은 일을 맡겼고 토미 역시 소니를 믿고 많은 일을 해냈다.

하지만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게 그들을 변화시켰다. 외부의 적이 사라지면 집단의 결속은 약해지고 그들끼리 창끝을 돌리기 마련이었다. 소니는 차츰 토미에게 불만과 두려움을 품기 시작했다. 비록 실패하기도 했지만 토미는 소니가 시키는 일이면 거의 뭐든지 해냈고 그에 따라 조직 내에서의 인망과 신뢰도 두터워졌다. 포렐리 패밀리의 실세는 명령만 내리는 소니가 아니라 뭐든지 해내는 토미라는 소리도 나왔다. 그저 악명높은 소니의 철권이 두려워서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을 뿐, 적어도 하급 조직원들이나 외부 세력에서는 널리 퍼져 있었다. 당연히 그 모든 소문은 소니의 귀에 들어갔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란칠로 때처럼 단숨에 처리하기는 힘들었다. 친구라는 관계는 애저녁에 사라진 지 오래였고, 그저 토미가 수많은 일을 해결한 베테랑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1971년, 소니는 벼르고 벼르다가 드디어 교묘하게 손을 썼다. 일단 자신을 제거하고 패권을 되찾기 위해 기회만 엿보던 다른 마피아 조직 레오네 패밀리Leone Family에게 시칠리아 어르신(마피아가 시칠리아를 비롯한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들, 그러니까 본토 마피아의 비위를 거슬렀다며 일부러 시비를 걸었다. 실상은 소니 역시 주는 것도 없이 명령만 해대는 시칠리아의 '뒷방 늙은이'들에게 불만이 컸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서 그 책임을 레오네 패밀리에게 돌리고 경쟁자를 제거할 셈이었다. 당연히 레오네 측에서는 반발했지만 강자의 논리를 펼치는 포렐리 패밀리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였고, 결국 두 조직이 전쟁을 시작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입고 피를 흘렸다. 특히 자신이 만든 전장의 최전선에 토미를 투입시킨 이후로는 더더욱 상황이 악화되었다.

이렇게 밑밥을 깐 후, 소니는 간단하고도 교묘한 계략을 펼쳤다. 레오네 패밀리 측에 일부러 정보를 누설한 것이다. 토미에게 레오네 패밀리의 중요 거점을 습격하라는 명령을 내린 후 그 정보를 레오네 패밀리에게 넘겨서 함정을 파고, 설령 거기서 살아남더라도 레오네 패밀리로부터 토미를 구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심복을 보내 제거할 요량이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소니는 리버티 시티 경찰청Liberty City Police Department, LCPD에도 토미를 사건의 모든 원인으로 몰아서 밀고했다. 이렇게 이중 삼중으로 덫을 쳤으면 그 누구라도 살아남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토미는 소속을 가리지 않고 11명을 죽여가며 저항했지만 그도 역시 사람인지라 결국 LCPD에게 체포되고 말았다. 하지만 토미는 의리를 위해 단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고, 검찰은 포렐리 패밀리와의 관계를 입증하지 못한 채 그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사형을 선고했다. 그는 생각 같아선 관심을 일절 끊고 검찰이 토미를 대신 제거해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랬다간 그 누구도 자신을 위해 죄를 덮어쓰고 감방을 가지 않을 거라는 중대한 문제가 있었기에, 소니는 울며 겨자먹기로 정치계와 사법계에 음으로 양으로 토미의 선처를 비는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토미는 '하우드의 도축자The Harwood Butcher'라는 전설적인 별명과 동시에 20년형을 선고받고 포렐리 패밀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흘러갔다. 소니는 정적인 토미를 제거한 틈을 타 리버티 시티의 구석구석까지 코를 들이밀며 권력을 휘둘렀다. 토미에게 호감을 품었던 간부들은 깨달을 틈도 없이 하나둘씩 숙청되었고 생존자들은 알아서 그 높은 뜻을 깨닫고 소니에게 충성했다. 레오네 패밀리를 비롯한 다른 조직들은 암암리에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버텨나갔다. 토미는 사건의 모든 책임을 덮어쓰고 외롭게 교도소에서 시간을 보냈으나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토미 옆의 옆의 건너편의 옆 감방에 있었다던, 익명을 요구한 죄수는 이렇게 말했다.

"뻔하디뻔한 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말이라니까유. 괴물이요, 괴물. 저처럼 보통 사람이면 교도소 갱단prison gang에게 굴복하거나 가입하거나 둘 중 하난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혼자서 버텼으니. 그러면서 부하를 하나도 두지 않는다니 참 사나이 아니겠시유?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

토미가 그러거나 말거나 소니와 그 심복들은 여전히 태평성대를 만끽하다 신천지로 시선을 돌렸다. 플로리다 남부의 관광과 해변, 그리고 색욕과 마약으로 유명한 바이스 시티Vice City였다. 제아무리 포렐리 패밀리가 리버티 시티를 비롯한 미국 동북부의 패왕이라고는 해도, 바이스 시티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데다 그 일대를 주름잡고 있는 마약 카르텔에겐 거래 상대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어떤 세력이 잠재적인 적군이 보란 듯이 자신의 안마당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만 있겠는가. 그렇다고 포렐리 패밀리로서는 먼저 숙이고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도소에서 묵묵히 시간을 보내던 토미가 태도를 인정받아 15년만에 출소하게 된 것이었다.


매서운 바람이 리버티 시티 전체를 휩쓸던 1986년 6월, 세인트 마크스Saint Mark's 언덕에 있는 포렐리 패밀리의 본진인 마르코의 음식점Marco's Bistro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렸다. 흔히 세간에서 생각하는 조폭들의 회의라면 음침한 별실에서 어두운 등불 아래 의견을 나누겠지만, 실제로 그들의 회의는 많은 것이 달랐다. 일단 마르코의 음식점은 그들의 프론트 기업이고 평소처럼 영업을 하느라 일반인들이 많이 와 있다 보니, 조직범죄에 쌍심지를 키고 달려드는 FBI라도 다짜고짜 들이닥칠 순 없었고 그들의 대외적인 이미지도 고려해야 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했음에도 소니의 안색은 영 밝지 않았다. 긴급회의의 주제가 다름아닌 자신의 '옛 친구' 토미 버세티였기 때문이다. 소니는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토미 버세티가? 허! 세상 말세구만. 그딴 살인마 새끼를 풀어주다니. 난 그 자식이 무기징역이라도 받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 왜, 소련의 노동캠프처럼."

"잔머리를 엄청나게 굴린 거죠. 모두가 자기 이야기를 잊어버릴 때까지. 존 웨인 게이시(John Wayne Gacy, 미국의 연쇄 강간 및 살인범)나 테드 번디(Ted Bundy, 미국의 연쇄살인범. 게이시와 함께 70년대에 악명을 떨쳤다)가 날뛰던 게 엊그제 같은데, 사람들에겐 그게 더 기억에 남지 않겠습니까?"

"그딴 새끼들을 조직으로 영입하자던 병신들도 있었지."

좌우에 앉은 간부 브루노 스카란젤라Bruno Scarangella와 마리오 마토Mario Matto가 낄낄댔다. 말이 간부지 이들은 소니의 의견에 맞장구를 치는 간신배들 중에서도 최고였다. 소니에게 필요한 것은 충성이지 반발이 아니었으니까. 이런 사탕발림만을 들을수록 판단력이 흐려지기 마련이었지만, 천재적인 군사령관으로서 악명을 떨치던 소니 포렐리도 범죄계의 1인자가 되자 전쟁이 피곤해진 탓인지 서서히 그들의 농간에 취하며 망가지고 있었다. 소니도 그들의 말을 듣고 웃었지만 여간 큰 문제가 아니라서 다시 신경을 곤두세웠다.

"허튼 소리. 토미 버세티는 그 새끼들하고 동급이나 마찬가지야. 토미가 길거리에 나타나기만 하면 다른 조폭들이고 FBI고 언론이고 할 것 없이 모두 우리한테 욕을 한 바가지로 할 거라고. 재수가 없으면 그 놈이랑 모조리 엮어서 다시 집어넣으려고 할지도 몰라."

"그럼, 어쩌시게요?"

음식점의 종업원을 겸하는 포렐리 패밀리의 조직원이 술을 갖다주자 스카란젤라가 소니의 잔을 챙기며 물었다. 소니가 묵묵히 VIP에게만 내주는 술을 마시는데 간부들이 자기들끼리 의견을 나눴다.

"역시 제거하실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옛 친구'인데- 히익!"

마토는 눈치없이 말하다가 소니가 던진 술잔을 황급히 피했다. 깨진 술잔 사이로 값비싼 술이 흘러나왔지만 그딴 것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말해 봐."

"아, 아닙니다!"

"다시 말해 봐!"

소니는 곧장 총을 꺼내 질겁한 마토를 쏘려고 했지만, 가게 안의 일반인들을 의식했는지 가까스로 화를 참고 의자에 앉았다. 옛 친구인 건 사실이었다. 자기가 위급할 때마다 온갖 어려운 일을 해결해 줬으니까. 하지만 가끔은 소니 본인이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자기가 해치우지 않았던가. 순전히 자신을 돕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포렐리 패밀리를 장악할 생각이었는지는 본인에게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소니로서는 토미가 서서히 자신을 멍청이로 만드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다시 술잔에 술을 따르면서 화제를 돌렸다.

"뭐, 네 말대로 일단은 옛 친구처럼 대해줘야겠지. 하지만 여기선 안 돼. 보는 눈들이 많으니까. 아까 우리가 어디까지 얘기했었지? 남쪽으로 진출하자고 했던가?"

"네, 바이스 시티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소니의 분노에 역시 식겁했던 스카란젤라가 얼른 말을 받았다.

"요새는 거기가 순금 덩어리가 됐다니까. 콜롬비아나 멕시코 같은 카르텔 놈들부터 쿠바 망명자 새끼들까지 드글드글하게 몰려들어서 뜯어먹을 정도니 말이야."

"하지만 거긴-"

마토가 말하려다가 움찔하자 소니가 되물었다.

"거긴 뭐?"

"......"

"말해 봐. 아, 됐어. 어차피 그 얘기지? 마약이라서 힘들다고."

"그...렇죠. 우리는 물론이고 모든 마피아는 마약에 손대지 말자는 것이 위원회The Commission의 결정 아닙니까?"

마토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미국의 모든 마피아 조직이 모여서 대대적인 규칙을 정하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정리하는 곳, 그 것이 마피아 위원회였다. 공식적인 기구도 아닌데다 어둠의 세계이니만큼 토미를 감방에 보낼 때처럼 힘으로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동종업계의 '예의'란 게 있었고, 그것보다는 미국 전체를 빨아먹는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이익공동체'라는 점이 더 컸다. 그럼에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은 마약을 왜 금지하는가에 대해선 수많은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한 휴머니즘적 사고에서부터(물론 살인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막대한 수입 때문에 내전이 벌어지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이해타산적인 시각까지 해석이 다양하게 갈렸다. 신세대 마피아이자 현실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소니에겐 그 중 어느 해석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상이 변한 지가 언젠데. 지금이 금주법 때처럼 정부의 돌대가리들이 알아서 판을 깔아주는 줄 알아? 딴 놈들이 꿀을 빨면서 우리 구역을 침범해 오는데 두 손 놓고 당하라고? 좆같은 소리 말라고 해."

"하지만 바이스 시티로 진출하는 건 간단하지 않습니다. 일단 연락용 사무실도 두고, 거기서 사업을 할 애들도 보내야 할 텐데요."

간신배들 중 그나마 머리가 좋은 스카란젤라가 말하다가 문득 말을 멈췄다. 소니는 스카란젤라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 거기까지 이해해야 부두목Underboss에 앉힌 보람이 있지. 스카란젤라가 다급히 말했다.

"설마, 그것 때문에 토미를 보내시게요?"

"적격이잖아? 원래 그런 일 전문가인데 뭐. 싫어?"

"설마요."

스카란젤라가 얼른 대꾸했다. 애초에 그의 친구는 아니었으니까.

"좋아, 그럼 바이스 시티에 진출하는 건 토미한테 모조리 시켜버려. 놈이 실패하면 실패하라 놔두고, 성공하면 나중에 가서 우리 몫을 '당당히' 챙기자고. 우리는 놈이 성공할 '기회'를 줬으니까 말이야. 안 그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래. 그럼 그 쪽에 우리 연락책이 있던가?"

마토가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있긴 한데, 사람새끼가 아니라서요."

"누군데?"

"켄 로젠버그Ken Rosenberg라고, 아시잖습니까? 변호사요."

"그 법대 나온 헛똑똑이 새끼?"

"네. 오히려 의뢰인을 사형장으로 모셔갈 놈이죠. 그딴 놈이 토미를 관리할 수가 있겠습니까?"

마토가 진심으로 걱정해서 물었지만 소니는 고개를 저었다.

"관리는 개뿔, 그딴 거 필요 없어. 원래 토미는 미친 개니까 풀어놓으면 알아서 다 해결할 거야. 하지만 그 놈도 바이스 시티는 한 번도 안 가봤을 테니, 얼마 정도 쥐어줘야겠지."

소니는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그리고 몇 달 뒤에 직접 가서 보자고. 얼마나 똥을 싸질러 놨는지."

"대단하겠군요."

스카란젤라가 말하자 소니가 킬킬대며 말했다.

"참 볼 만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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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글쓰기를 쉬다가 이번에 2일에 걸쳐서 써서 그런지 중간중간에 호흡이 긴 부분이 많네요. 지금 아니면 못 쓴다는 생각으로 써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부분을 쓰는 와중에도 머리가 아파서 죽겠습니다) 특히 저로서는 이미 아는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풀어서 설명해야 한다는 문제가 더 커서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머리가 아파서 소감은 짧게 줄이겠습니다.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8 댓글

마드리갈

2019-11-11 13:44:46

GTA: 바이스 시티에 대해서는 아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미국 내에서의 이탈리아계 마피아에 대한 지식과 이미지를 동원하면 어려움 없이 읽을 수는 있네요.

묘사된 상황은 정말 살벌하네요. 정말 천수를 다해서 자택의 침대 위에서 편안히 생을 마감할 보장이 없는 잔혹하기 짝없는 세계인 게 드러나네요. 게다가 제거해야 할 대상은 공권력을 이용해서 합법적으로 정당하게...

위원회가 마약의 유통을 금지하는 것도 특이하네요. 역시 다른 안전하거나 합법적인 수입원이 있어서일까요, 아니면 제3의 이유가 있어서일지...하긴, 세계 최악의 범죄조직 보스로 악명높은 우크라이나의 세미욘 모길레비치(Semion Mogilevich, 1946년생)의 경우 주수입원이 증권범죄, 금융사기 등이다 보니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지만요.


켄 로젠버그라는 변호사, 얼마나 질나쁜 사람이길래 저런 원색적인 욕설이 그냥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이 캐릭터에 앞으로 주목해야겠네요.


언급해 주신 실제 범죄자인 존 웨인 게이시의 이름을 보니, 서부영화 배우 존 웨인(John Wayne, 1907-1979)이 같이 생각났네요. 추악한 범죄자 존 웨인 게이시와 영웅적인 캐릭터를 많이 맡았던 존 웨인, 참 기묘하게 여겨져요. 사실 존 웨인의 본명은 마리온 로버트 모리슨(Marion Robert Morrison)이었지만요.

Lester

2019-11-12 01:36:18

사실 GTA: 바이스 시티를 포함한 3 시리즈의 스토리가 시간대도 우왕좌왕하고 어설픈 부분이 많아서, 그런 점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쓰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네요. GTA를 몰라도 읽을 수 있도록 초반에 최대한 세계관 설명을 해놨는데 이게 너무 배경지식을 무작정 들이미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비단 GTA가 아니더라도 범죄계가 정말 살벌한 것은 사실이죠. 오히려 애매하게 퉁치고 넘어가거나 미화하는 것보단 실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게 이들의 무서움을 깨닫고 처벌해야 할 대상이라고 깨닫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가급적이면 세계관의 무서움보다는 스토리의 흐름에 집중해 주십사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위원회가 마약 거래를 금지하는 것은 실제 마피아에서 따왔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알기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지킨다...는 건 당연히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기 위한 미화고, 본문에 있듯이 이익에 눈이 먼 내분과 전투력의 감소를 피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본인들이 마약을 직접 거래하지 않을 뿐, 카르텔이나 길거리 갱단이 마약을 '수입'하는 것은 도와준다고 들었습니다. 수수료만 챙긴다고 할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켄 로젠버그에 대한 묘사를 간단히 풀이하자면, 그냥 '무능'입니다. 제가 그런 게 아니라 원작이 그래요. 하지만 그대로 옮기자니 지면이 아깝고 뭔가가 아쉬워서, 제 나름대로 재해석해볼 생각입니다.


웨인은 그렇다쳐도 존은 굉장히 흔한 이름이니까요. 유감스럽게도 서부극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해서 더 코멘트할 게 없지만요.


p.s. 위에서도 썼듯이 세계관의 묘사보다는 스토리의 진행에 집중해서 읽어주시면 좀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스토리의 흐름 자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드리갈

2019-11-12 21:16:09

스토리의 진행에 대해서도 물론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니예요.

단지, 기고해 주신 작품에 대해 사전지식이 갖추어지지 않더라도, 저처럼 소설을 읽을 때 자신의 지식 및 사고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감상할 수도 있으니까 그것을 모범적으로 보이는 것으로 제 코멘트를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스토리의 흐름에 대해서는 별도로 코멘트할께요.

Lester

2019-11-13 12:06:12

뭐... 제 지식 수준이 얼마나 얕은지 낱낱이 까발려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고증에는 보강이 되겠지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SiteOwner

2019-11-18 21:50:37

끔찍한 상황,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쓸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런 것들이 그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이라는 것이 여러모로 기묘합니다. 바로 옆에서 녹화한 듯한 현장감도 잘 느껴지고 있습니다. 역시 제목의 This is the Vice의 의미가 제대로 이해되고, 현실에 펼쳐지면 이렇게 되는가 봅니다.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됩니다.

이해관계로 엮인 관계니까 이해관계에 종속되겠지만요.

Lester

2019-11-19 15:41:53

당시의 GTA는 GTA 2 → GTA 3 → GTA: Vice City로 이어지는 황금기(?)라서 그 폭력성도 굉장히 부각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특히 GTA 3는 시리즈 유일하게 사지절단이 있었으니... 다만 제 소설에서는 그들의 폭력성을 그대로 드러내되 '그래서 그 폭력성의 결과가 어떠한가'에 더 초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옆에서 녹화한 듯하다고 평해주시니 정말 뿌듯한 게, 사실 이런 식의 묘사는 대강당에서 언급했던 실제 논픽션 소설 "갬비노패밀리(원제: Gangland)" 등에서 차용한 게 많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팬픽을 쓸 때 실제 사건처럼 인터뷰가 들어가거나 녹취록을 첨부하거나 하는 효과를 넣은 적이 있는데 그 감이 죽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네요. (참고로 이런 방법은 공작창에서 '조사 보고서'란 명목으로 한 번 써봤기도 합니다)


말씀하셨듯이 보통 GTA의 세계관은 철저히 이해관계 위주로 돌아갑니다. 형제애를 강조한 GTA: San Andreas가 특이한 사례라고 봐야겠죠. 어쨌든 이러한 이해관계가 얼키고 설키면서 어떠한 파국을 낳을지 저로서도 기대가 됩니다. 원작을 이미 알고 있으니 결과야 뻔하지만 팬픽은 그것을 더욱 뒤틀거나 확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마드리갈

2019-11-22 14:18:24

이번에는 전에 약속드린대로 스토리의 진행에 대한 코멘트.


일단 배경설명에서는 옛 영화의 시작 부분의 나레이션같은 감각이 아주 많이 느껴졌어요. 이를테면 서부영화의 도입부같은.

1971년의 상황에서는, 그 도입부에 흥미를 느낀 독자가 책을 펼쳐 원작을 정독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리고 1985년의 상황은, 그 책에 기록된 상황이, 텍스트 및 소량의 삽화가 갑자기 형체 있는 사람과 사물로 변신해서 책 위에 작은 세계를 펼친 듯한 감각.

종합해 보면, 어떤 계기로 특정 작품을 알게 된 사람이 그 원작의 세계 속에 들어가서 구체적인 상황을 체험하고 있는 것같네요. 게다가 그냥 어딘가의 흔한 성인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했는데 거친 말이 오가고 술잔이 깨지고 교도소니 조폭이니 마약이니 변호사니 하는 것에서 저 사람들과 엮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고 있어요. 그런데 이미 작중세계에 들어왔으니 탈출은 못하고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작중세계에 잡혀 있는 감각에 빠져 있어요.

Lester

2019-11-25 03:04:04

사실 이래뵈도 첫 문장에 굉장히 공을 들였습니다. 삼국지연의의 "천하 대세란 나눠진 지 오래되면 합해지고 합해진 지 오래면 나눠지기 마련"에 가까울 만큼 GTA 시리즈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결과물이 저거입니다. 그 뒤에 포렐리 패밀리의 위세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역시 연의 초반에 한나라의 몰락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처럼 따라했고요. 약간 비문인 것 같지만 그래도 잘 표현한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1971년에서 1986년으로 변하는 과정은 특별히 무언가에서 따온 것은 아니지만, 이제 와서 보니 재미있게도 세계관을 설명하다가 황건적을 토벌하자는 격문을 보고 한숨을 쉬는 유비로 바뀌는 연의와 비슷하면서도 오프닝 영상을 틀어주고 본편으로 넘어가는 게임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더군요. 원작 게임에서는 바로 이 회의 장면에서 시작하는지라 어느 정도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세계관 설명을 덧붙이고 현재 시점으로 넘어온 게 굉장히 적절하게 풀어진 것 같아 좋습니다.


기존에 쓰던 코스모폴리턴과는 적잖이 다른 구성이죠. 실제 주인공인 토미는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세계관 설명에 악당 묘사에 집중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대강 어떤 상황이라는 것이 서술되고 있으니. 차라리 이렇게 한 발짝 떨어져서 서술하는 방법을 쭉 고수했으면 코스모폴리턴에서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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