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일단 국내에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위쪽이나 고지대를 북쪽, 아래쪽이나 저지대를 남쪽이라고 여기는 관습에는 의문을 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기묘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자연환경이 남향의 배산임수 지형이라서 기원은 어느 정도는 이해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방위의 개념인 남북과 고저의 개념인 상하의 혼동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지요. 서울 남부의 경우는 남쪽이 산악지대라서 남고북저의 지형이 많습니다. 그런데 간혹 그 지역의 거주자들이 한강을 넘어 강북 쪽에 가거나, 여전히 남부지역이지만 한강에 가까운 지역에 갈 때 분명 저지대를 가는데에도 불구하고 "올라간다" 라는 표현을 쓴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은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가 봅니다.
이것까지는 그러려니 하더라도, 이 정도가 되면 문제가 있습니다.
독일의 지역구분 중 연방주에 니더작센(Niedersachsen)과 작센(Sachsen)이 있습니다. 이 지역을 영어로 옮기면 니더작센은 저지 색소니(Lower Saxony), 작센은 색소니(Saxony)가 됩니다. 니더작센은 독일 서북부의 해안선이 있는 연방주이고 작센은 동부의 내륙 연방주로 니더작센이 더욱 북쪽. 그런데 이것을 어떤 사람들은 니더작센이 저지대니까 남쪽이라고 생각해 버립니다.
반드시 일치하지만도 않고 독립적인 방위개념과 고저개념이 혼동되니 곤란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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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대왕고래
2019-11-23 20:42:11
한반도를 그리면 북쪽이 위에 있고 남쪽이 아래에 있으니까, 그것보다도 동서남북 가리키는 4자를 허공에 그리면 북쪽이 위에 오니까, 자연스레 북쪽 = 위쪽이 되더라고요.
근데 생각해보면 위쪽은 북쪽이 아니라 지금 제 머리 위, 천장이 있고 전등이 있는 곳이 위쪽이죠. 희안해요.
언제 직장상사분과 대화하면서 신호등의 초록불을 파란불로 부르는 아이러니에 대해 대화해본 적이 있었죠.
초록색은 파란색이 아닌데 신호등의 초록불은 파란불이라고 부릅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많이 이상한데, 더 기묘한 건 신호등의 불빛을 잘 보면 청록색이나 파란색에 가까운 녀석이 간혹 있다고 하더라고요. 진짜로 "파란불"인 파란불이 있는 것이죠.
나중에 도로에 나가게 되면 한번 관찰해볼까 싶습니다.
SiteOwner
2019-11-24 11:57:09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기묘한 것이 많습니다.
지도의 위쪽은 북쪽, 밤하늘에는 북극성,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방위개념인 북쪽과 고저개념인 위쪽을 혼동하기 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일단 북반구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다른 북반구 국가들의 인식 속에도 있는 것인지, 영국이 호주를 낮잡아 부르는 말 중에 Down Under도 있습니다. 이것을 제목으로 채택한 호주의 밴드 Men at Work의 1981년작의 노래가 있으며, 국내에서는 기묘한 몬데그린 덕분에 식섭송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말씀해 주신 파란색과 녹색 개념도 역시 기묘합니다.
조금 더 이야기해 보면, 청춘(?春)이라는 말도, 사실 봄에 나는 잎과 싹이 청색이 아니고 녹색임에도 불구하고 청춘이라고 쓰이는 동시에, 녹색을 가리키는 한자인 ?이 엄연히 존재하기도 하니까, 두 색에 대한 구분이 있으면서도 청색이 녹색과의 별개의 색으로도 녹색의 상위개념으로서도 쓰이는 것이 생각해 볼수록 이상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마키
2019-11-25 02:31:03
한술 더 떠서 신호등의 안내 멘트 중에는 정직하게 "녹색불이 커졌습니다" 라고 해주는 것도 있다는 점이죠.
녹색인지 청색인지 초록색인지 파란색인지 하나만 하라구!
SiteOwner
2019-11-25 21:41:09
신호등에 따라서 그렇게 음성이 나오는 것도 있지요.
정말 하나로 통일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지역마다 신호등의 점멸방식이 조금 달랐던 것도 있었습니다.
1990년대에는 대구경북권의 보행자용 신호등은 녹색이 깜빡이면 곧 신호가 바뀌니 건너지 말라는 의미였습니다만, 수도권에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서울 생활 초기에, "서울의 신호등은 뭐 이리 급해!!" 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19-11-23 21:00:22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경우는 예로부터 수도로 향하는 방향을 상행이라고 했고, 그 반대 방향은 하행이라고 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홋카이도 같은 곳에서 도쿄로 갈 때는 남쪽으로 가는데도 상행이 되고, 도쿄에서 나고야 같은 곳으로 갈 떄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데도 하행이 됩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서울 가는 방향을 상행이라고 하는데, 하필이면(?) 서울이 국토의 서북단에 있다 보니 그런 인식이 더 강화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SiteOwner
2019-11-24 12:08:29
시어하트어택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수도를 기준으로 방향을 인식하는 사고방식 또한 여전히 있습니다. 그래서 수도에서 다른 도시로 가면 하행, 그 역방향은 상행이라고 부른다든지, 서울에 가는 것을 "올라간다" 내지는 "상경(上京)" 이라고 부르는 등의 것에서 이런 것이 엿보이지요. 게다가 국내에서는 역시 서울의 위치상 그런 인식이 강화된다고 봐도 그 반례를 찾기 힘들듯 합니다.
일본의 경우, 에도시대까지는 교토, 오사카 등의 오늘날의 관서지방을 카미가타(上方), 즉 위쪽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근대화 과정에서 단행된 천도 이후에는 그 기준점이 도쿄로 달라져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현재의 호쿠리쿠신칸센이 운행하기 전의 신에츠본선(信越本線) 운행계통의 특급 아사마(あさま) 및 하쿠산(白山)은 도쿄에서 출발하여 나가노, 나오에츠 또는 카나자와 방면으로 갈 때에는 열차가 고지대를 향하지만 하행, 그리고, 도쿄로 들어갈 때에는 열차가 저지대를 향하지만 상행이 되는 기묘한 역설이 생각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