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글을 쓴 지 거의 3주가 지났군요. 그 사이 4년 동안 머물고 있던 친가 쪽 친척집에서 나와 외가 쪽 친척집으로 이사했는데, 단순히 환경이 변하는 것만으로도 저에게 무척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친가 쪽 친척집과 외가 쪽 친척집의 성향을 비교해보자면,?지난 글의 4번에 썼던 일과 비슷한 예시로 비교해보겠습니다. 어른이 잘못을 했는데 아이가 그 사실을 알아채고 어른에게 조용히 지적합니다.
한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기분 나빠하며 어디서 어른에게 버릇없이 지적하냐고 아이를 크게 호통칩니다. 나중에 화가 가라앉으면 아이에게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후 어른도 잘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이미 아이는 주눅이 들어서, 어른이 또 잘못하는 것을 봐도 호통치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눈치를 보며 침묵합니다.
다른 사람은 차분하게 아이에게 자신이 잘못한 점을 지적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후 어른에게 이런 말투를 쓰면 버릇없어 보여서 너를 오해할 수 있으니 앞으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다며 아이도 잘못한 점을 알려줍니다. 다음에 어른이 다른 잘못을 저지르자, 아이는 어른이 알려준 대로 공손한 말투로 어른의 잘못을 지적해서 좋게 끝납니다.
친가 쪽 친척은 전자였고, 외가 쪽 친척은 후자입니다. 이사한 후 심리 상담을 여러 번 받아보았는데, 자세히 적으면 복잡하기 때문에 간단히 요약해서 설명하자면 제가 친가 쪽 친척집에 계속 있었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악순환만 반복됐을 거라고 말씀하시면서 이사한 게 정말 잘 된 일이라고 하시더군요.
당분간은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그동안 제대로 찾지 못했던 진로를 계속 찾아보고 일도 배울 예정이라 컴퓨터도 핸드폰도 오래 볼 시간이 없어지지만, 대신 제가 오랫동안 놓치고 있었던 생활의 충실함을 되찾게 되는 시간이 가득할 거라고 생각하니 즐겁기 그지없습니다.
원환과 법희와 기적의 이름으로, 마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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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19-12-03 17:17:55
앨매리님, 안녕하세요!!
다시 포럼에 와 주셨군요. 반가와요. 그리고, 다시금 생활의 충실함을 되찾게 되는 시간이 이어질 것이라는 건 정말 크게 기대되겠어요. 2019년이 힘든 한해이긴 하지만, 보람있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되니까 헛되이 보낸 해가 아님도 이렇게 증명되네요.
예의 비교를 읽어보니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네요.
외가 쪽의 방침은 정말 훌륭해요. 어른과 아이가 모두 경청할 수 있는, 바로 그것이 전인교육의 실천.
앨매리님께 일어날 희망적인 변화가 기다려지고 있어요.
근황을 알려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려요.
SiteOwner
2019-12-03 19:22:52
환영합니다. 그리고 주거환경의 좋은 변화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안 맞는 사람과는 같이 살 수 없거나, 설령 가능하더라도 제대로 된 생활은 영위하기 힘든 법입니다. 어릴 때 이사를 많이 해 봤고, 친가 쪽이나 외가 쪽에도 얹혀살았던 경험이 있었다 보니 앨매리님께서 겪으셨던 것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습니다.
어리다고 해서 가치판단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어린 시절의 경험은 축적되어 평생, 그리고 다음 대에도 이어집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외가 쪽은 정말 훌륭한 가정입니다.
예전에 잡지에서 읽었던 미국의 어떤 선교사 가족이 생각났습니다.
그 글의 필자는 선교사 집안의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는데, 식탁에서 선교사 아버지가 어린 딸과 대화를 하는데, 아버지가 딸의 친구에 대해서 별로 잘 알지도 못한 채 험담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딸이, 아버지의 말씀에는 틀린 점이 몇 가지 있고, 그 이전에 남을 무턱대고 욕하는 것 자체가 선교사로서의 직업을 가진 아버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비판했습니다. 그 아버지가 딸에게 잘못했다고 바로 사과한 점에서 필자는 문화충격을 크게 느꼈다고 합니다.
그 잡지에서 읽었던 것과 비슷한 사례가 국내에도 있고, 그 사례가 앨매리님의 외가 쪽 친척의 가정이라니 놀랍습니다.
앞으로 앨매리님에게 큰 축복이 이어지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