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제목의 유래는 기성 창작물은 아니고 대학생이었을 때의 저의 경험담을 요즘의 라이트노벨이나 코믹스의 작명방식으로 재구성한 것임을 모두에 밝혀 둡니다.
어떤 여학생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선배는 정말 무서울 것, 두려울 게 없겠다고. 그래서 부럽다고.
무슨 소리인가 반문하니, 이유를 줄줄 늘어놓습니다.
남성, 영남권 출신, 이과, 큰 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기득권이 가져야 할 것을 다 가진 권력자인데 어찌 안 부러울 수가 있겠냐고. 자신은 여학생인데다 영남권 출신도 아니고 키도 작고 그래서 영원히 소수일 수밖에 없는 불리한 인생인데, 선배처럼 그렇게 태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고 있는 소리 없는 소리를 다 하는데...
일단 그 여학생이 말한 대로, 저는 남성이자 영남권 출신이고 이과생에 키가 큰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권력자라는 이유는 전혀 성립하지 않습니다. 설령 예의 속성을 모두 갖춘 권력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속성을 갖고 있어서 권력자가 아니라 그 권력자에게 우연히 그 속성이 모여 있었을 따름이니 그 여학생의 논리는 틀린 것이 명백합니다.
그래서, 저는 즉좌에서 그 여학생의 발언을 물리쳤습니다.
"그거 헛소리. 그리고 그런 발언은 앞으로는 안 했으면 좋겠는데. 사람은 그 사람 자체로 판단되는 것이지, 백그라운드로 판단하는 거 아니다."
얼마 뒤에 그 여학생이 정도가 더 심한 발언을 했습니다(지역감정과 얽힌 크고 작은 이야기 참조).
저의 출신지는 영남권. 그 중에서도 흔히 정치권에서 TK로 약칭되는 대구경북권.
그 여학생은 대구경북권 쪽이 여성차별이 심하지 않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헛소리냐고 물어보니 그냥 그런 거 아니냐고 하면서 대구경북권 출신 같으면 전의 그 질문에 화를 내거나 폭력을 휘둘렀을텐데 말로만 하고 그쳤다고.
또 똑같은 오류를 범하길래 지적을 해줬더니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제 주민등록증을 보여줬습니다. 그렇게 비난하는 그 대구경북권 출신이 맞다고.
그러면 앞으로는 그 고정관념처럼 차별대우를 해 주겠다고 선언하고 실천했습니다. 마주칠 때마다 의도적으로 무시한다든지 등으로.
그 여학생은, 이렇게 고정관념대로 대우받으니 기분좋냐는 제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 여학생 덕분에 순간 세계관 최강자가 되기도 했고, 출신지를 부정당하기도 했고, 그리고 그 고정관념에 부합해 주기도 했습니다.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2024-09-06 | 272 | |
공지 |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2024-03-28 | 195 | |
공지 |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
2024-03-05 | 216 | |
공지 |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613
|
2020-02-20 | 3888 | |
공지 |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2
|
2018-07-02 | 1021 | |
공지 |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2 |
2013-08-14 | 6009 | |
공지 |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
2013-07-08 | 6624 | |
공지 |
오류보고 접수창구107 |
2013-02-25 | 12128 | |
5983 |
"그릇되다" 와 "키요우(器用)"2
|
2025-02-16 | 20 | |
5982 |
오늘 토익을 쳤는데 영 그렇네요4
|
2025-02-15 | 37 | |
5981 |
진상 이야기를 또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6
|
2025-02-15 | 54 | |
5980 |
미국-일본-프랑스의 항공모함이 필리핀 근해에 집결
|
2025-02-14 | 19 | |
5979 |
2025년 1분기 신작애니에 두드러지는 폭탄드랍 전개
|
2025-02-13 | 21 | |
5978 |
오늘 쉬기를 잘 한 것 같습니다
|
2025-02-12 | 26 | |
5977 |
아부(阿附)라는 말을 쓸 계제인가2
|
2025-02-11 | 29 | |
5976 |
애니적 망상 9. 드보크를 활용한 범죄의 대가2
|
2025-02-10 | 32 | |
5975 |
지구온난화가 만든 역설2
|
2025-02-09 | 35 | |
5974 |
콜롬비아 대통령의 코카인 옹호에는 이유가 보입니다2
|
2025-02-08 | 36 | |
5973 |
정말 황당했던 진상4
|
2025-02-07 | 74 | |
5972 |
오늘은 조용합니다2
|
2025-02-06 | 39 | |
5971 |
미국 국제개발청, 엔테베작전처럼 폐쇄되다2
|
2025-02-05 | 47 | |
5970 |
입원생활 중에 절감했던 의료분야 종사자들의 고충
|
2025-02-04 | 42 | |
5969 |
춘래불사춘(春来不似春) 그 자체
|
2025-02-03 | 45 | |
5968 |
보수와 진보의 균형에 대해 이런 중론이 있습니다
|
2025-02-02 | 47 | |
5967 |
해빙기를 걱정할 시점에서 느끼는 역설
|
2025-02-01 | 50 | |
5966 |
100년 전 지도로 보는 세계 시리즈 후기
|
2025-01-31 | 56 | |
5965 |
올해도 항공사고로 시작하네요2
|
2025-01-30 | 59 | |
5964 |
"경기도 다낭시" 라는 속어로 작성된 기사제목2
|
2025-01-29 | 63 |
2 댓글
대왕고래
2020-03-30 00:11:57
편견이 맞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많죠. 저도 그런 게 있을거에요.
근데 이건... 너무 심한 정도네요. 편견을 넘어 신념이 되었고 신념을 넘어 광신이 된 수준...
반면교사로 삼기 딱 좋은 케이스네요.
SiteOwner
2020-03-31 22:15:24
벌써 20여년 전의 이야기지만, 역시 지독한 편견이라고밖에 결론을 못 내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편견의 결과는 보시다시피 해피엔딩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그 여학생같은 사람들이 그 한 사람만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도처에 보이고, 백그라운드를 가리지 않습니다.
최소한 우리들은 그렇게 처신하지 않아야겠지요. 그 여학생의 존재는 반면교사의 가치는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