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소풍은 매학년 2번씩 모두 24번, 수학여행은 국민학생 때 2번, 중학생 때 1번 및 고등학생 때 1번 가 봤습니다.
좋은 기억은 없었는데 그렇다 보니 최소 25년 전에서 최대 36년 전의 일이 선명히 기억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들을 3부작으로 써 볼까 합니다.
일단 제목에서 말했던 개념인 부(負)의 삼위일체(Negative Trinity)를 거론해 봐야겠습니다.
이것은 교통수단, 여행지, 그리고 단체식사로 요약됩니다.
우선은 교통수단.
국민학생 때에는, 실제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현실화되었다면 끔찍한 악몽이 되었을 계획이 있었습니다.
전세버스 대여료를 아끼기 위해서, 두 반이 한 버스에 타고, 체구가 작은 학생들의 경우는 2명씩 앉는 좌석에 3명씩 앉게 하는 계획. 그렇게 하면 학생과 교사를 합쳐 70명이 좀 넘으니 49인승 버스에 모두 다 태울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이건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학생은 물론이고 학부모도 그럴 바에는 안 보내고 말지 하는 반발의 목소리를 내다 보니 없어졌습니다.
대절된 버스가 참으로 거지같은 경우가 더 많았다 보니, 다른 학교의 버스가 부러웠던 게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왜 거지같은가 하면, 버스의 도색이나 내장도 대체 장사할 생각이 있나 싶을 정도의 한심한 수준이었을뿐만 아니라 실제로 문제가 심했습니다. 엔진이 갑자기 고장나기도 하거나 서스펜션이 부러지는 등의 사고도 있었고 출입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잔고장도 수두룩했다 보니 목숨을 건 여행이라 말해도 지나칠 구석이 없을 듯합니다.
여행지 또한 의문투성이인 게 있었습니다.
35년 전인 1985년의 상반기, 그러니까 국민학교 2학년 봄소풍 때 견학간 곳은 대구전매청의 연초제조창. 거기서 담배가 제조되는 공정은 제대로 감상했습니다만, 왜 많고 많은 장소 중 그런 곳이었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의 단체식사는 삼위일체의 화룡점정.
집에서 매일 먹는 식사가 가장 맛없을 경우가 여행지에서의 단체식사 메뉴보다는 월등히 나았습니다. 그래도 배가 고프니 먹어야 했지만요. 모든 것이 배움의 연장이라는 교사들은 얼마나 술을 마셔댔는지 다음날 아침에는 거의 예외없이 숙취가 가득한 얼굴에 충혈된 눈 그리고 샤워로도 양치질로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술냄새로 이미지가 그려졌습니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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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Lester
2020-01-09 16:59:57
차라리 안 가느니만 못한 단체여행이네요. 그런데 안 가겠다고 하면 그것대로 압박을 주었으려나요? 저 어렸을 적에도 '필수참석' 운운했던 게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어디 갔는지 기억나지도 않지만 광양(?)제철소 갔던 건 기억납니다. 달궈진 철 덩어리(슬래브라고 하던가요?)가 롤러를 타고 스르릉 움직이는 게 참 신기했더랬죠.
SiteOwner
2020-01-09 21:49:26
그렇습니다. 정말 무가치하다 못해 그럴 시간에 책 한 권 더 읽는 게 유익할 정도의 단체여행이었습니다.
그나마 애써서 의미를 찾는다면, 그때의 그 끔찍한 여행의 기억이 포럼에 쓰는 글의 화제 하나를 제공해 주었다는 걸까요. 일단은 그러합니다.
게다가 그 시대에는 선택권 따위는 없는 권위주의 시대였습니다. 일례로, 농약을 안 쓰고 농사를 짓겠다면 빨갱이 소리를 듣는 건 물론이고, 검은색 바탕에 앞문에 "공무수행 정부" 표지가 붙은 지프차에서 내린 건장한 사나이들에게 끌려간 뒤에, 수일 뒤에 안 죽을만큼 맞아터져서 돌아오던 시대였으니까요.
맞습니다. 슬래브란 두꺼운 판재를 의미하고, 재질은 따로 묻지 않습니다.
철도에서도 슬래브라는 자재가 있습니다. 자갈을 다져 만든 도상 대신 콘크리트를 굳혀 두꺼운 판 모양으로 만들어 노반에 깔고 그 위에 레일을 조립한 것을 콘크리트 슬래브도상이라고 부릅니다.
카멜
2020-01-10 00:50:06
이거;; 학교랑 업체에서 돈좀 서로 떼먹은거 아닙니까?
제가 학교 다닐때는 좀 나았습니다만, 그래도 소위 ‘관광지에서 물건 사지 마세요’로 여행사 배채워주기는 있었죠. 그걸 또 순진하게 들은 난 뭐람(...)
SiteOwner
2020-01-10 20:37:05
그렇습니다. 횡령의 공동정범인 셈입니다.
게다가, 학교선택권 없이 진학한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하나같이 그 문제가 심했습니다. 나중에 대학에서 동년배들과 이 이야기를 했더니, 대체 어느 곳에 있는 학교이길래 그렇게 비리투성이에 날강도가 횡행하냐고 경악하기도 했습니다. 즉, 뒤집어서 말하면, 그 시대의 관행 어쩌고 하는 변호도 통하지 않을만큼 그 학교들의 상황이 심했다는 이야기가 성립합니다.
그나마 동생이 학교에 다닐 때에는 저만큼 문제가 노골적이긴 아니었나 봅니다. 요즘도 저 상태라면 시대가 흐른 보람이 없으니 그건 그것대로 문제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