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도록 소설 한 줄도 못 쓰는 이유가 도저히 뭘까, 하고 설날을 이용해 없는 체력에 펌프를 해가며 머릿속을 깨끗이 비워본 결과 한 가지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뭔가 액션은 보여줘야겠는데 아직 주인공이 준비가 안 됐다." 정확히는 레스터가 말이죠. 현재 연재분에서 레스터가 '관리자'라고 일단 던져놓기는 했는데, 실질적으로 얘가 당장 뭘 처리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뭐 어거지로 연재하면 가능하긴 한데 존이랑 합류한 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능력자가 되어버리면 그건 너무 섣부르니까.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일부러 한 단계 뒤로 빼기'입니다. 준비가 안 됐으면 준비를 시켜야죠. 어떻게? '더 상급의 누군가 밑에서 아직 배우는 중'이라고 하면 되는 거죠. 그러면 레스터는 레스터대로 실력을 키우면서 '관리자'라는 게 정확히 뭘 하는지 보여줄 수도 있고, 작품 외적으로는 시간벌이도 가능하니까요. 사실은 일전에 '죽음을 앞둔 전임자와 동행하며 이것저것 보고들은 후에 그 일을 이어받는다'로 내용을 구상하긴 했는데, 전임자의 죽음이라는 소재가 무겁기도 하지만 잠깐 보고 듣는 것만으로 모든 걸 이해하고 동조하는 것도 섣부른 것 같아서요. 그렇게 해당 아이디어를 기각하고 이래저래 시간만 보내다가 이런 해답이 나왔습니다.
물론 뭐, 하도 연재를 질질 끌어댔으니 이제 연재를 하더라도 얼마나 재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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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옛날에 GTA 커뮤니티에서 해봤던 걸 이번에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도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별다른 건 없고 '서로의 작품을 읽어주고 코멘트해주기'입니다. 다만 예전엔 성과가 별로 없었네요. GTA 커뮤니티에 팬픽을 연재할 때는 이런저런 환경의 문제로 실력의 격차가 생기다보니 제가 일방적으로 설교를 늘어놓아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구 엔젤하이로 시절에 잠깐 했을때는 오히려 제가 실력이 비천해서 못 따라갔던 것 같네요.
지금은 소설쓰는 사람이 저랑 시어하트어택님이 없다보니 인원수나 작품 규모나 적당해 보이긴 하는데, 글쎄요. 과거에 하도 말아먹은 경험이 많다보니 이번에도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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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예전에 잠깐 데비앙아트 활동을 했을 때 막연하게나마 'WIGIR 프로젝트'라는 걸 구상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름은 What If Game Is Real, 즉 '게임이 현실이라면' 정도 됩니다. 프로젝트의 취지는 거창한 건 없고, '초능력도 SF기술도 없는 생짜 현실에 그 쪽 세계관 캐릭터들을 갖다 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울까?' 입니다. 이전에 잠깐 짚고 넘어간 글(링크)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돌려 말하면 초능력과 SF를 배제하는지라 원본의 개성을 삭제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문제가 있지만요. 어디까지나 망상 정도의 단계라 문제가 될 것도 없지만. 애초에 그런 소재를 선택하지 않으면 되기도 하고. (중얼중얼)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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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갈
2020-01-28 22:35:42
고민을 많이 하셨군요.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답도 잘 찾아 내신 것 같아요.
앞으로는 실천에 옮기실 것만 남아 있으니까 크게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되리라 믿어요.
일단은 여기까지 코멘트할께요.
Lester
2020-01-29 10:23:40
'일단은'이라는 게 무슨 의미이신지...?
마드리갈
2020-01-29 14:11:49
코멘트를 작성하는 시점에 뭔가 쓸 말은 많았는데, 정작 쓰는 과정에서 그것들의 필요성이 갑자기 줄어들었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었어요. 그래서 당시에 여기까지 쓰는 게 맞겠다고 싶어서 그렇게 마무리지은 것인데, 제 편의만 생각해서 조금 더 의미를 풀어서 말하지 않았던 게 제 불찰이었어요.
이 점에 이렇게 사과와 해명을 드리겠어요.
Lester
2020-01-30 02:02:02
아뇨, 문제될 건 없습니다. 뭔가 더 말씀하시려고 하는 건 알겠는데 그게 뭔지 궁금했거든요.
Lester
2020-01-31 18:28:57
그나저나, 작품활동을 하는 회원들끼리 검토를 해주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막상 의견을 내놓고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드리갈
2020-01-31 18:35:54
그것도 아주 좋다고 보고 있어요.
회원간의 교류를 통한 창작활동의 활성화는 포럼의 취지에도 부합하기에 그렇게 실천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난다면 아주 좋아요. 마다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기도 하구요.
Lester
2020-01-31 18:44:10
물론 의도는 좋지만 실천이 가능할지의 얘기였어요.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한지, 감정싸움이 되지 않을지 같은 문제가 있으니까요. 더구나 지금은 저랑 시하어님만 글을 쓰다 보니 단 둘이서 주고받기도 뭐하고...
SiteOwner
2020-01-30 20:58:20
준비가 안 되었으면 준비를 시켜서 등장시킨다...좋습니다.
최근에 봤던 애니 중 신중용사 - 이 용사가 ZZANG 센 주제에 너무 신중하다의 캐릭터 류구인 세이야가 바로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능력 자체는 굉장히 좋습니다. 하지만 그를 발탁하여 신계로 소환해 온 여신 리스타르테가 대체 얼마나 수련을 더 해야 출정할까 싶을만큼 준비를 철저히 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에피소드가 발생하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전개시킵니다. 이런 것도 참고해 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임이 현실이라면...이것 또한 흥미로운 관점이군요.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원래의 캐릭터의 개성이 퇴색하거나 삭제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습니다만, 그렇더라도 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지 않나 싶습니다.
Lester
2020-01-31 18:37:38
음... 그것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능력치의 우열을 따지기 이전에 '어떤' 능력이 있는지도 불확실하고,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조차 명확히 서술되지 않았으니까요. 일단 '작전'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긴 한데, 상황과 투입하는 비용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미행에 기본적으로 2명은 붙인다든가 하는 자잘한 상식(?)부터 GTA 온라인, 페이데이 2 등 참고 사례는 많지만 소설로 묘사하려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도 불확실하거든요. 그래서 규모가 작은 일거리부터 하려고 하는데 이건 이것대로 막막해서... 어차피 게임이 아니니까 '초반 난이도' 같은 건 필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현실 상황으로 끌어내볼까 하는 캐릭터 몇 명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긴 합니다. 다만 그 작품인 오버워치는 세계관이 근미래(?)와 SF라 현재 시간대에 맞추기엔 많은 것을 버리거나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솔저: 76나 리퍼, 메르시 같은 경우는 감이 잡히는데 바스티온 같은 애들은 모르겠어요. (뭐 모든 캐릭터를 손댈 필요는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