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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그녀석은 초능력자] 13화 - 교실을 되찾아라!

시어하트어택, 2020-01-27 19:05:12

조회 수
133

“좋은 말 할 때 우리 반 친구들 원상태로 돌려놔라.”
세훈은 잔뜩 열을 올리며 말한다.
“훗.”
비숍은 태연하게 음료수의 캔을 따며 비웃음 섞인 웃음을 짓는다.
“혹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내 신발을 핥는다거나 하면 생각해 볼지도 모르겠는데.”
“너, 지금 장난조로 그러나 본데, 이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야. 지금부터 그걸 확실히 깨닫게 해 주마.”
세훈은 그대로 비숍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10m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지만, 세훈의 발걸음은 빨라진다.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을 끝내야겠다는 일념이 세훈의 마음속을 사로잡고 있다.
비숍은 문 옆의 운동부원 3명에게 눈짓을 한다. 비숍의 신호를 받은 운동부원들이 곧바로 세훈에게 달려들어 세훈의 양팔과 몸통을 우악스럽게 잡는다.
“뭐, 뭐야! 이거... 이거 안 놔?”
“훗, 놔 줄 리가 없지.”
비숍은 세훈을 꽉 잡은 운동부원 옆에 있는 학생들을 보다가 한 사람을 지목하며 말한다.
“미셸 카스티유, 그 가면을 벗겨.”
“이... 이 자시이이익!”
비숍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미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세훈의 얼굴에서 가면을 잡아뗀다. 순식간에 세훈의 맨얼굴이 드러난다. 비숍은 세훈의 눈을 응시하며 입가에 가득 승리의 확신이 담긴 미소를 짓는다. 순간, 세훈의 머릿속 깊은 곳이 짓눌리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대로 그의 의식이 점점 어두워지는, 말 그대로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세훈은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어 본다. 하지만 그것도 헛수고일까. 세훈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이게에에에!”
문 앞에 선 가면 쓴 여학생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음료수를 마시는 비숍을 향해 소리 지른다.
“당장 세훈이를 원래대로 해 놓지 못해?”
“하하하, 어쩌나.”
비숍은 능글거리는 말투로 대답한다.
“그게, 내가 내 능력을 풀고 싶을 때만 푸는 거라서. 그리고 나는 풀어 줄 생각이 없는데.”
말을 마침과 동시에 비숍은 자신을 향해 오는 여학생의 가면에 마시던 음료수를 뿌린다.
“뭐 하는 짓이야!”
“뭐기는. 인제 그만 내 앞에 무릎을 꿇어 주실까?”
“이... 자식이...”
여학생은 다시 한번 비숍을 향해 달려들려 하지만, 몸이 마비된 듯,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대로 어딘가로 굴러떨어진다는 느낌이 덮친다. 발걸음을 옮겨 보려 하지만, 여학생은 비숍의 바로 앞에서 그대로 주저앉고 만다. 비숍은 천천히 여학생의 가면을 벗긴다.
“호, 이게 누구야. 디아나 릴리엔탈이군.”
비숍은 승리의 확신에 가득 찬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알겠어? 가면도 아무 소용없다고. 단지 내 눈을 보는 것만으로, 너희들은 내게 복종하게 돼. 저항하면 할수록, 더 고통스럽지.”
“그래... 네 말대로, 고통스럽겠지. 지금 당장은... 고통스러울지도 몰라.”
들려오는 건 세훈의 목소리다.
“호오?”
비숍은 세훈을 거만하게 내려다보며, 아까보다 더욱 비꼬는 목소리로 말한다.
“아직도 나한테 마음속으로 복종하지 않았다 이거지?”
“해... 볼테면... 해... 보든가.”
세훈을 둘러싼 반 친구들은 다 비숍에게 조종당하고 있다. 심지어 미셸도! 세훈은 이 절망스러운 상태에서도 정신을 놓지 않으려, 계속 말을 해서라도 어떻게 해 보려 하지만, 점점 정신이 흐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따위 말이라면 말이지.”
비숍은 무릎을 구부리고 세훈을 똑바로 바라보며 비웃음을 가득 흘리며, 승리를 확신하며 큰 소리로 말한다.
“몇 번이고 ‘Yes’라고 대답해 줄 수 있다! 네가 나한테 복종하게 될 때까지 말이다!”
비숍의 눈을 보자, 세훈은 심연을 느낀다. 그나마 조금이나마 되찾았던 의식도 점점 그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려 한다. 그걸 잃지 않으려, 고개를 돌려 디아나를 본다. 디아나는 교실 바닥에 엎드려 있고, 역시 눈의 초점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디아나 역시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의식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디아나의 노력도 역부족이다. 이윽고, 디아나는 완전히 정신을 잃은 듯, 바닥에 털썩 쓰러진다.
“이제 하나 남았군그래. 자, 공주리.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오면 아주 좋은 광경을 보게 될 거다.”
주리는 아직 무사하구나... 세훈은 의식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세훈 자신과 디아나 또한 당했다는 걸 알릴 방도가 없다. 이 절망적인 상황, 어떡해야...
“호오, 이 눈, 애원하고 있는 건가?”
비숍은 세훈의 앞에 앉아, 세훈의 턱을 손으로 받치고, 한껏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
세훈은 뭔가 말해 보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아니면, 네 친구, 공주리의 신변이 걱정스러운 건가?”
“......”
이제 비숍은 승리의 확신을 내보이며 득의양양하게 말한다.
“뭐 어느 쪽이든 좋아. 하지만 분명한 건, 너희들에게 희망은 없다. 이건 사실이지. 그렇고말고. 흐흐흐흐흐.”
“......”
비숍은 다시 한 번 세훈을 똑바로 보며 말한다.
“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오래 걸렸지만, 이제 됐군. 너도 이제 내 노예가 되는 거다.”
“으... 으...”
세훈은 정신줄을 붙잡아 보지만, 역부족이다.
“참, 빈센트 형님이 너를 두고 말하더군. 반드시 형님 앞에 무릎을 꿇리라고 말이야. 아, 내가 형님의 뜻을 드디어 이루어 드릴 수 있게 됐군!”
잠깐... 왜 나지? 왜 하필이면... 세훈의 흐려져가는 머릿속에, 의문이 들려 한다. 하지만 금방 흐려져 간다...

세훈의 의식이 완전히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려는, 그 순간.
“후... 오느라 고생했네.”
비숍의 뒤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비숍은 확신한다. 내 앞에 있는 이 여학생은 디아나 릴리엔탈. 그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 여학생은... 공주리다! 그런데... 목소리가 들려온 쪽은 뒤쪽. 그렇다면...
“어떻게 벽을 타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도 이제 끝이다!”
이 말을 하며 비숍은 뒤로 돌아설 준비를 한다.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상관없다. 사람을 조종하려면 그 사람이 눈을 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대로 능력을 발동하면 된다! 비숍이 그대로 뒤로 돌아서며 주리에게 자기 능력을 발동하려는 찰나...
뭔가 날아온다! 아뿔싸! 이대로라면 얼굴에 정면으로 맞는다! 비숍은 팔을 올려 얼굴을 막으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주리가 창문에서 자신 쪽으로 뛰어내리며 날아차기를 하고 있다! 주리의 다리가 막 비숍의 얼굴에 닿으려는 그 순간...
턱-
이럴 수가, 선제공격이라니. 비숍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두 손으로 주리의 한쪽 다리를 강하게 잡는다. 주리는 두 팔로 창문틀을 잡고 버틴다.
“이... 이게...”
“그냥은 못 당하지. 내가 이런 것도 예상 안 했을 줄 알고?”
비숍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주리의 다리를 더욱 세게 쥐어 잡는다.?
“그렇지, 그렇지! 이제 됐다. 내 능력은 헬멧을 써도 소용없다는 것, 혹시 알고 있나?”
“이걸 놔... 놓지 않으면..”
“오, 왜 그러나? 애원을 다 하고.”
비숍은 승리를 확신하며, 웃음을 띠고 말한다.
“어차피 알려 줄 친구들은 내가 다 무릎을 꿇렸거든. 그러니까, 너도 순순히 내게 무릎을 꿇으란 말이다!”
비숍의 눈이 주리의 눈과 마주친다. 비숍이 막 능력을 발동하려는 그때.
“내가 놓으라는 말은, 애원이 아닌데.”
“뭐... 뭐라고? 하하하,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이제는 헛소리를 다 하는군?”
“남은 한쪽 다리도 잘 잡았어야지.”
“뭐... 뭐...”
비숍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리의 발차기가 그대로 비숍의 얼굴에 들어간다. 이... 이런!
쿵!
뒤통수를 뭔가 둔탁한 것으로 세게 후려치는 느낌이다. 뭐지? 뭐지? 세훈과 디아나는 분명히 쓰러졌을 텐데... 뭐지... 뭐...지... 비숍은 그렇게 자신의 뒤통수를 가격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깨닫지 못한 채 정신을 잃고 만다.

“하아...”
세훈과 디아나는 몸을 비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죽는 줄 알았다.”
세훈이 일어나며 주위를 돌아보니, 친구들이 벽에 기대서거나 바닥에 주저앉아서 머리를 긁거나 머리를 흔들고 있다. 비숍이 쓰러지며 그의 능력이 해제된 것이다. 디아나는 역시 쓰러져 있는 미셸 쪽으로 가서 미셸을 일으킨다. 세훈은 쓰러진 비숍 쪽으로 가서 그 주변을 한 번 둘러본다.
“교탁 모서리에 머리를 맞은 게 결정타였나 보네.”
세훈은 이렇게 말하며, 조금 전의 충격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듯, 몸을 조금 비틀면서 주리 쪽으로 다가간다. 주리는 방금 헬멧을 막 벗었다. 머리는 조금 헝클어져 있고, 얼굴에는 땀도 흐른다.
“후...”
“야, 창문으로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학교 외벽을 타고 온 거라서 눈에 잘 띄었을 거 아냐.”
“아... 그거? 간단해. 우선 다른 반 교실로 들어가서 양해를 구했지. 그리고 창문 밖으로 나와서...”
“그래서? 벽을 타는데, 안 무서웠어?”
주리는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한다.
“그냥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한 번 눈을 딱 감고 벽을 타니까 되긴 되더라.”
“아니... 눈을 감고 했다고? 야!”
세훈은 주리의 태연한 말에 더욱 놀라서 목소리를 높인다.
“너... 우리 구하는 건 둘째 치고 거기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했어!”
“뭐 끝났잖아.”
주리는 몸을 돌려 창밖을 보며 말한다.
“아... 모처럼 맑은 날이네.”
세훈은 주리의 태연한 태도에 할 말을 잃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 반이 모두 위험에 빠졌다가 구출되었고, 자기 자신도 어찌 될지 몰랐는데, 저렇게 태연하다니...
“이... 이 녀석은 왜 여기 있지?”
쓰러졌던 운동부원 중 후지타와 블랑코가 비숍이 쓰러진 걸 보더니 머리를 긁으며 말한다.
“이 녀석은 F반의 베리 비숍이잖아...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몰라. 어느새인가 비숍이 우리 반 교실 안에 들어와 있고, 저 녀석의 눈을 보자 정신을 잃고... 그것밖에 기억 안 나.”
한편 교실 앞 책상에서도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앤드루 카슨도 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든다.
“어? 저 녀석... F반의 베리 비숍? 왜 우리 반에 쓰러져 있는 거지? 그건 그렇고... 다들 왜 쓰러져 있는 거야?”
세훈은 교실 한구석에 가만히 등을 기대고 서서 비숍이 자신에게 말한 것을 떠올려 본다. 반드시 클라인 앞에 무릎을 꿇리겠다... 하필이면 왜 나일까? 왜 클라인은 나를 꼭 찍어 말한 것일까? 다른 많은 사람들도 있을 텐데... 개학식 날 백화점에서 만난 그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리고 한 번의 위기는 넘겼지만, 언제, 누구를 통해, 무슨 수단으로 클라인이 또 나를 공격해 올지 알 수 없다. 클라인의 대략적인 능력은 알고는 있지만... 그뿐이다. 아무튼, 클라인은 나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세훈의 머릿속은 온통 시커메진다. 세훈은 머리를 흔든다. 잊자... 잊자. 아니, 잊으면 안 되지. 조금 이따가 생각해 보자.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20-01-28 23:19:36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갖고 있어도 그것이 강력한 무기가 되려면 소유자의 상태가 온전할 것이 전제되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고, 학생들을 그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초능력으로 통제하려 했던 베리 비숍의 뜻은 그렇게 공주리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일거에 무너지고 말았어요. 역시 자신의 인지범위 밖에서 가해진 타격 앞에 장사 없다는 게 이렇게도 증명되네요.


저는 저 상황에 놓였다면 공주리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지...

SiteOwner

2020-02-02 20:09:23

긴박하게 돌아갔던 순간이었군요.

누구라도 저 상황에서는 바로 1초 뒤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정확하게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특수능력으로 사람들을 장악할 수 있음을 알고 있고 성과도 있는 베리 비숍이, 저렇게 예기치 않은 일격에 나자빠질 것이라고는 본인은 예측하지 못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입니다.


세훈에게는 정말 좋은 친구 주리가 있습니다. 충분히 행복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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