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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7일 조선닷컴에 올라온 공포의 유람선 제하의 논평을 읽어 보았어요.
여기서 문제삼는 것은 논평의 취지 자체가 아니라 톤 개념을 잘 모르고 쓴 인용이 부적절했음에 대한 것.
사실 예의 논평에서 타이타닉호나 미국의 항공모함의 크기는 전혀 필요없는 정보예요. 즉 있으나 없으나 글의 취지에는 하등의 영향이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인용한 정보에 정확성도 높지 않은 것이 문제. 왜 그럴까요?
선박의 톤수(Tonnage)는 선박의 종류와 용도에 따라서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있어요. 게다가 톤이라는 단위 자체가 흔히 중량의 단위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만도 않거든요. 이미 3년 전에 쓴 각종 통계의 안쪽 2. 톤이라고 다 같은 톤이 아니다?! 제하의 글을 요약인용해 볼께요.
선박의 크기를 나타내는 톤수에는 4가지의 기준이 있어요.
- 총톤(GT) - 배의 내부공간 부피
- 순톤(NT) - 배의 적재공간 부피
- 중량톤(DWT) - 배의 적재중량
- 배수량(Displacement) - 배가 물을 밀어낸 무게, 즉 배 자체의 무게
인용된 세 선박의 경우를 다시 볼께요.
현존하는 세계최대의 크루즈선인 심포니 오브 더 시즈(Symphony of the Seas)의 제원을 볼께요.
노르웨이의 세계공인 선박등록사인 뎃 노르스케 베리타스 그룹(Det Norske Veritas group)에서 제공된 정보(영어)를 보면, 예의 선박의 톤수가 3가지로 나와 있음을 알 수 있어요.
그대로 인용해 볼께요.
GT (ITC 69): 228,081NT (ITC 69): 258,794DWT: 18,095
차례대로, 총톤, 순톤, 중량톤이 나와 있어요.
괄호 안의 ITC 69는, 1969년 6월 23일 영국 런던에서 체결된 선박 톤수 측정에 대한 국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Tonnage Measurement of Ships)을 의미하니까 참조를 부탁드려요(관련자료 EU 웹사이트 링크, 영어).
1912년의 첫 항해에 침몰했던 타이타닉은 여객선이고 톤수의 기준이 총톤이니까 이 경우는 비교가 가능하죠.
하지만, 미국의 항공모함은 군함이고 이 경우에는 배수량이 적용되어요(미 해군의 항공모함 정보, 영어). 그러니 단순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져요. 그나마 사람의 키와 체중의 비교같은 것은 표준정규분포를 이용하여 개인이 모집단 내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는지를 추정할 수 있지만, 이 경우는 그것도 불가능하죠. 배는 사람처럼 성장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목적을 갖고 만들어지니까 여러 선박의 크기로 평균을 낸다 한들 딱히 유의미한 자료가 되지도 않아요.
톤 개념의 정립 없이 그냥 톤이니까 다 똑같을 것이라고 인용하면, 결과적으로 사족이 될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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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0-02-09 23:18:30
용어 하나를 써도, 무언가를 제대로 알고 써야한다는 거네요.
그렇지 않으면 글의 진정성에 의심을 받게 되겠죠...?
물론 기자가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주의를 할 필요는 있겠네요.
마드리갈
2020-02-10 17:17:09
제 시각이 지엽적이거나 편벽된 부분이 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지는 않아요. 사실 예의 기사에서 여객선과 항공모함과의 크기 비교를 다룬 문장 자체는 있으나 없으나 글의 논지 자체에는 하등의 영향을 끼치지는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쓴 이유는 다른 곳에 있어요.
표준단위를 써야 한다고 척관법을 때려잡고 미터법만을 법정단위로 인정하고 주택의 면적을 평 대신 제곱미터로만 나타내야 한다고 온갖 소동을 일으켰던 현실과 비추어 보면, 대체 같은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상하거든요. 즉 단위 관련에서 관심사가 이상할 정도로 편중되는데다, 해사관련에서의 표준이 영미식인 것을 너무도 모르니까 저런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거든요.
단위에 조심해야 할 분야는 해운 이외에도 항공 분야가 있어요. 항공에서는 운항고도를 피트(=0.3048m), 운항속도를 노트(=1852m)로 나타내거든요. 항공시장의 단일규모 최대시장인 미국의 국내기관인 연방항공국(FAA)의 인증이 사실상의 국제표준인데다, 노트는 지도상에서 1/60도인 1분을 나타내기에 별다른 변환 없이도 지도상에서 사용하기 편리하고 그래서 국제표준으로 정립되어 있어요. 사실 해운에서 먼저 정립된 것이 항공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식된 것이지만요.